중국의 희토류 수출 경고: 배경과 파장
세계 각종 첨단 산업에 쓰이는 희토류 산화물의 원료 분말 (미국 농무부 제공)
1. 중국 희토류 패권의 배경과 공급망 지배 구조

중국은 1980년대 이후 희토류 산업에 전략적으로 집중하여 오늘날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습니다. 희토류는 17개의 원소로 구성되며 첨단 전자기기부터 전기차, 방위산업 무기에 이르기까지 핵심 소재로 쓰입니다 . 중국은 이 희귀 자원 분야에서 압도적인 생산량과 정제 능력을 보유해,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의 **“게임 체인저”**로 군림해왔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원광의 약 70% 이상을 생산하고 정제 부문에서는 9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 이 같은 지배력은 중국 정부의 수출 쿼터제 등 정책적 통제로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이러한 공급망 지배 구조를 바탕으로 중국은 필요시 희토류를 경제·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해왔습니다. 2010년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 당시 중국이 일본으로의 희토류 수출을 막아 산업계에 충격을 준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2023년에도 중국은 희토류 자원과 기술 수출 통제를 잇달아 도입하며 미국 및 서방을 압박했는데, 2025년 4월에는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에 맞서 중(中)·소재를 활용한 추가 보복 조치로 희토류 수출 제한을 공식 시행했습니다 .
이번에 중국이 한국 기업들까지 직접 겨냥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입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에 대응하여 중국 정부는 2025년 4월 4일부로 희토류 원료와 자석 등 완제품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했는데, 이 제한은 미국뿐 아니라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적용되는 광범위한 것이었습니다. 이후 중국 상무부는 한발 더 나아가 4월 중순 한국 기업들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산 희토류가 들어간 제품을 미국 군수업체에 수출하지 말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서한에서는 만일 이를 어길 경우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포함돼 있어 한국 정부와 기업들에 긴장감을 주고 있습니다. 중국이 미국 이외의 제3국 기업을 상대로 자국 희토류의 최종 사용자 통제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미·중 통상 갈등이 전방위 공급망 패권 경쟁으로 확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중국은 이미 앞서 갈륨, 게르마늄 등 3종 금속의 대미 수출 전면 금지와 추가적인 희귀자원 통제 조치를 단행한 바 있으며, **“필요하다면 더 강경하게 나설 수 있다”**고 시사하고 있어, 향후 희토류를 둘러싼 국제 긴장이 한층 고조될 전망입니다.
2. 한국에서 영향을 받을 기업들
중국의 이번 조치는 한국 첨단 제조업 전반에 광범위한 파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전력변압기, 전기차, 2차전지, 디스플레이, 반도체, 항공우주, 의료장비 등 각 분야 주요 기업들이 사용 중인 핵심 소재에 희토류가 포함되어 있어 직격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 국내 희토류 수요의 약 80% 가량을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 중국발 공급 충격에 취약한 구조입니다. 아래는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한국 기업들을 분야별로 정리한 것입니다:
• 전력변압기: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등 대형 변압기 제조사들이 포함됩니다. 변압기 핵심 소재 중 일부 합금이나 전력 제어 부품에 중국산 희토류가 사용되고 있어 수출 차질이 우려됩니다.
• 전기자동차: 현대자동차, 기아 등 완성차 메이커는 전기차 모터 구동을 위해 네오디뮴(Nd) 영구자석 등을 사용합니다. 이 자석에는 디스프로슘(Dy) 같은 중희토류가 첨가되어 고온에서의 성능을 높이는데 , 중국의 통제로 부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희토류 의존을 줄이기 위해 희토류 없는 모터까지 연구 중일 정도로 대비에 나서고 있습니다.
• 배터리(이차전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제조사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 자체에는 희토류가 직접 들어가지 않지만, 배터리 구동 모터나 전력변환 장치 등에 희토 자석과 소재가 사용되기 때문에 간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 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은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에 형광체 희토류를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LCD 백라이트나 OLED 발광층에 유로퓸(Eu)과 테르븀(Tb) 등의 희토류가 들어가는데 , 중국이 이러한 소재 수출을 막으면 대체 조달이 필요합니다.
• 반도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도 간접적으로 영향권에 있습니다. 반도체 **웨이퍼 연마 공정(CMP)**에는 세륨(Ce) 기반 연마제가 쓰이고, 고성능 광학 렌즈에는 란타넘(La) 함유 유리가 사용되는 등 제조 장비와 공정에 희토류 의존성이 있습니다. 중국발 수급 불안은 결국 반도체 생산 원가와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항공우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항공기·엔진 제조 및 우주산업 관련 기업들도 희토류 자석과 합금 사용이 많습니다. 위성의 자세제어 모터, 항공기 전자장비, 추진체 부품 등에 희토류 소재가 쓰이므로 중국산 부품 제한 시 방위산업 수출에도 차질이 예상됩니다.
• 의료장비: 삼성메디슨 등 의료기기 업체들도 일부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MRI, CT 등 의료 영상장비의 자기장 발생 장치나 정밀 모터, 방사선 장비 등에 사마륨-코발트(SmCo) 등의 영구자석이 사용됩니다. 중국산 희토류가 끊길 경우 대형 의료장비의 유지보수와 생산 비용에 영향이 미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산업 분야의 대표 기업들이 이번 조치의 영향권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지난해 중국산 희토류 수입 의존도가 79.8%에 달할 만큼 높기 때문에  , 주요 기업들은 대체재 확보와 재고 관리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당장 큰 혼란은 없더라도, 조치가 장기화되면 첨단 제조업 전체의 공급망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3. 희토류에 좌우되는 미국 방위산업 – 무기 시스템과 방산업체
중국의 희토류 통제는 미국 방위산업체와 무기 시스템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이 분야는 희토류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미국의 최첨단 무기들은 희토류 없이는 생산이 어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F-35 라이트닝 II 한 대에는 **약 920파운드(417kg)**에 달하는 희토류 원료가 사용됩니다 . 또한 이지스 구축함(알레이 버크급) 한 척에는 약 5,200파운드(2,359kg),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에는 무려 **9,200파운드(4,173kg)**에 이르는 희토류가 필요합니다 . 아래 표는 일부 미국 무기 플랫폼의 희토류 함유량을 정리한 것입니다:
무기 시스템 함유된 희토류 무게 (추정) 참고 사항
F-35 스텔스 전투기 약 920 파운드 (≈417kg) 전자전 장비, 레이더, 모터 등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약 5,200 파운드 (≈2.36톤) 추진 시스템, 센서 등 다수
버지니아급 공격 잠수함 약 9,200 파운드 (≈4.17톤) 소나, 추진모터, 전자장비 등
자료: CSIS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분석 
이처럼 전투기, 함정, 잠수함까지 희토류가 대량 사용되는데, 구체적으로는 전동기용 네오디뮴 자석, 레이더와 전자전에 쓰이는 전력전자 부품, 광학 표적장치 등에 이트륨(Y), 테르븀(Tb), 사마륨(Sm) 등 희토류 소재가 광범위하게 활용됩니다 . 미사일과 우주항법 장비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프레데터 무인기(드론), 스마트 폭탄(JDAM) 등도 정밀유도와 추진체에 희토류 기반 자석과 합금이 필수여서, 공급망 단절 시 생산이 즉각 차질을 빚게 됩니다 .
결국 중국의 조치는 이러한 미국 첨단무기 생산라인에 압력을 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스(Raytheon) 등 미국의 대표 방위산업체들이 특히 취약한데, 레이시온의 최고경영자(CEO) 그렉 헤이스는 “미국 방산업계가 사용하는 희토류 물질의 95% 이상을 중국에서 가져오거나 중국에서 가공한다. 대안을 찾으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이는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할 경우 미국의 F-35 전투기 생산부터 미사일 조립, 레이더 개발까지 광범위한 지연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미국 국방부도 희토류 공급망을 **“거의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almost wholly reliant)”**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 따라서 중국이 한국을 경유한 희토류 제품까지 틀어막으려는 움직임은, 미국 방위산업의 급소를 정조준한 셈이며 동맹국인 한국 기업들까지 압박하여 간접적인 제재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4. 미국의 희토류 확보 전략 현황과 한계
미국은 이러한 전략자원 의존 위험을 인지하고 희토류 공급망 강화에 다각도로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중국의 지배적 위치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중(重)희토류의 분리·정제 능력이 전무한 실정으로, 모든 중희토류는 사실상 중국 혹은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에서 처리됩니다 . 미국 본토에 희토류 광산은 캘리포니아주 마운틴패스(Mountain Pass) 한 곳만 가동 중인데, 이마저도 채굴한 광물을 중국으로 보내 가공해야 할 정도로 자체 정제 인프라가 없습니다.
이에 미국 정부는 **국방부(DoD)**를 중심으로 희토류 자급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4년 미국 국방산업 전략에서는 2027년까지 국방 수요에 필요한 희토류를 “채굴에서 자석 생산까지” 국내 공급망에서 모두 처리한다는 목표가 제시되었고 , 2020년 이후 국방물자생산법(DPA) 등을 통해 약 **4억3900만 달러(약 5천억원)**를 희토류 공급망 구축에 투자하였습니다 . 구체적 성과로, 미국의 유일한 희토류 기업인 **MP 머티리얼즈(MP Materials)**는 국방부 지원(2020년 960만 달러, 2022년 3,500만 달러)을 받아 캘리포니아 광산의 경(輕)희토류 선별 시설과 텍사스주의 자석 공장을 건설 중입니다  .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채굴부터 제련, 자석 제조까지 일관된 국내 밸류체인을 일부 확보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현 단계의 생산량과 기술 격차는 여전히 큽니다. MP 머티리얼즈는 2025년까지 네오디뮴-철-보론(NdFeB) 자석을 연 1,000톤 규모로 생산할 계획인데, 이는 중국의 2018년 NdFeB 자석 생산량 13만8,000톤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 2024년 MP사가 기록한 NdPr(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산화물 생산량 1,300톤도 같은 해 중국의 추정 영구자석 생산량 30만톤과 비교하면 미미한 양입니다 . 미국이 호주의 희토류 기업 **라이너스(Lynas)**의 미국 내 분리시설 설립에도 2021~2022년 총 1억5천만 달러를 지원하며 촉진하고 있지만 , 이 역시 가동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국방물자 전략비축도 일부 존재하나, 미국 정부 스스로 **“방산업체의 지속적 수요를 감당하기엔 충분치 않다”**고 인정할 만큼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미국의 희토류 확보 전략은 초기 단계로, 중국의 공급 우위를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형국입니다. 미국은 자국 내 생산뿐 아니라 동맹·파트너국과의 협력을 통해 공급선을 다변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 인력과 환경 문제, 긴 허가 절차 등으로 신규 광산·제련소 개발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중국과의 경제성 격차도 커서 민간 투자 유인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로 인해, 미국의 국방·첨단산업은 가까운 장래에도 상당 부분 중국산 희토류에 의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5.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대한 각국의 대응 (미국, EU, 일본 등)
희토류 공급망 취약성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세계 주요국들도 대응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앞서 언급한 자국 생산 투자 외에도 동맹국과의 연대를 통한 대응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2022년 출범한 **핵심광물 안보 파트너십(Minerals Security Partnership, MSP)**에는 미국, EU, 일본, 한국, 호주 등 13개국이 참여하여 희토류를 포함한 중요 광물 공급원의 다변화와 정보 공유를 추진 중입니다 . 또한 미국은 호주, 캐나다 등 자원 부국과 양자 협력을 맺고, 희토류 관련 기술 개발·공동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근본적으로 미국이 민간 주도 시장경제인 반면 중국은 국가주도로 희토류 산업을 통제하고 있어 대응이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미국은 중국에 비해 인건비, 환경규제 측면에서 불리하고 짧은 선거 주기로 일관된 자원정책 추진이 어려운 점도 한계로 지적됩니다.
유럽연합(EU) 역시 중국발 공급망 리스크에 크게 노출되어 있어, 대응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EU는 현재 희토류 수입의 98%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 이를 타개하기 위해 2023년 **핵심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s Act)**을 발의했습니다. 이 법은 2030년까지 EU 역내에서 필요 희토류의 10% 이상을 채굴하고 40% 이상을 자체 정제하며 25% 이상을 재활용으로 충당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 또 어느 한 국가에 65% 이상 의존하지 않도록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역내 광물 프로젝트의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조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다만 EU 역시 현실적으로 완전한 자급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국과의 무역 및 투자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합니다 . 실제로 EU는 호주, 캐나다, 아프리카 일부 국가와 희토류 및 핵심광물 협정을 맺고, Global Gateway 등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광물 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또한 재활용을 장기 해법으로 보고 전자폐기물로부터 희토류 자석 회수 연구 컨소시엄을 가동하는 등 순환경제 차원의 접근도 추진 중입니다 . 그러나 단기간에 상용 규모의 리사이클링 체계를 갖추기는 어렵고, 향후 수년간은 여전히 중국 의존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은 희토류 공급망 대응에 있어 비교적 선도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일본은 2010년 중국의 희토류 금수 조치를 겪은 이후 정부와 민간이 합심하여 공급 다변화를 적극 모색해왔습니다. 국영기관인 JOGMEC과 상사들이 호주 Lynas社에 투자하여 그 광산(마운트 웰드)과 말레이시아 정제공장을 지원했고, 그 결과 현재 일본의 네오디뮴(Nd)·프라세오디뮴(Pr) 등 자석용 희토류의 상당 부분을 Lynas로부터 공급받는 데 성공했습니다 . 외신에 따르면 Lynas는 일본의 NdPr 수요 약 90%를 공급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을 정도로, 중국 의존도를 크게 낮추었습니다. 또한 일본 정부는 인도 등과 희토류 개발 협력을 맺어 2018년경에는 희토류의 60% 이상을 중국 외 지역에서 조달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 인도에서 연간 2,500톤의 희토류를 확보하는 계약, 카자흐스탄 JV를 통한 공급, 심지어 해양 퇴적물에서 희토류 추출 연구까지 다각적인 시도를 해왔습니다  . 재활용(어반 마이닝) 분야에서도 도요타 등이 폐배터리에서 희토류를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정부가 사용후 전자제품 수거를 장려하여 장기적으로 국내 재순환 비율을 높이려 하고 있습니다 . 일본은 전략 비축량도 확충하여 희토류 수요의 수개월치를 비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긴급 상황 시 국내 기업들이 완충 기간을 가지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일본은 현재 중국산 희토류 비중을 과거 90%대에서 상당히 낮추었지만, 여전히 완전한 탈중국에는 이르지 못해 지속적으로 해외 자원 개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
그 외 국가들도 각자 대비책을 강구 중입니다. 호주는 세계적인 희토류 매장지로서 중국 외 공급 확대의 핵심국이며, 자국 기업 Lynas를 통해 서방에 희토류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도와 브라질,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도 희토류 매장량이 상당하여, 이들 국가에서 생산과 정제 능력을 키우는 노력이 진행 중입니다. 캐나다와 **아프리카 일부 국가(예: 탄자니아)**도 신규 광산 개발을 추진하며 공급망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주요 선진국들은 또한 다자 협의체(예: MSP, G7 협력)를 통해 중국 희토류 독점에 대한 공동 대응을 논의하고, 표준화·투자 지원 등 분야에서 공조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글로벌 대응이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며, 중국의 일극 체제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
요약하면, 미국·EU·일본 등 각국은 정책 지원, 국제공조, 기술 개발 등을 총동원해 희토류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려 애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오랜 투자와 규모의 경제로 구축된 아성을 단기간에 대체하긴 어려워, 공급망 불안은 향후 수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대체 소재 개발이나 희토류 사용 최소화 설계 같은 혁신이 나와야 근본 해결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6. 한국의 대응 전략 및 과제 (국산화, 대체 공급망 등)
중국의 이번 조치로 직격탄을 맞게 된 한국도 희토류 공급망 안정화와 탈(脫)중국을 위한 대응 전략을 서둘러 마련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4월 초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국내 영향 점검에 들어갔습니다. 정부는 **“공공 비축과 민간 재고, 대체재를 통해 단기 대응 역량은 확보하고 있다”**며 당장 급한 수급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 업계와 협력하여 만일의 사태에 면밀히 대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한국은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 광물에 대해 정부 비축 제도를 운영 중이며, 주요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수개월분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국내 수요의 80%를 중국에 기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인식 아래, 희토류 국산화와 공급망 다변화라는 두 축에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
첫째, **국내 생산 기반 구축(국산화)**입니다. 한국은 그동안 희토류 원료 및 자석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왔지만, 최근 들어 정부 지원으로 국내 희토류 영구자석 공장이 처음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2023년 10월 경북 경산에 성림첨단산업이 연 1,000톤 규모 네오디뮴계 희토류 영구자석 공장(현풍 공장) 건설을 완료하였는데,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국내 첫 생산시설”로 발표했습니다. 이 공장은 연간 전기차 약 50만대분의 구동모터 자석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2022년 한국의 전기차 생산량(35만대)을 뛰어넘는 물량입니다. 정부는 이 공장에 116억 원가량의 보조금을 지원했고, 향후 추가로 소재·합금·자석 일괄생산 체계를 확충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국내 생산 기반은 희토류 완제품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실제 2022년 기준 한국은 영구자석의 90% 이상을 중국산으로 충당했는데, 국내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상당 부분 대체가 가능할 전망입니다. 둘째, 해외 공급선 다변화입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 이외 국가에서 희토류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베트남 희토류 광산 개발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여 지분을 확보하고 공동 개발을 추진 중이며  , 호주와 미국 등과도 희토류 공급망 협력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산업부는 2024년 말부터 네오디뮴 원료를 중국 대신 호주·베트남 등에서 조달할 계획을 발표했고, 미국 국무부와 함께 베트남 석탄재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환경친화 기술 공동 연구를 시작하는 등 신규 자원 확보에 나섰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 일변도의 수입선에 숨통을 틔우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셋째, 기술 혁신과 수요 감축입니다. 국내 기업들은 희토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체 기술 개발에도 착수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앞서 언급한 대로 희토류를 쓰지 않는 EV모터 개발을 진행 중이며, 효성중공업 등 전력기기 업체도 희토류 대체 자석 연구를 국책과제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포스코 등은 폐자원 리사이클링을 통해 희토류 회수 기술을 개발, 영구자석 스크랩에서 네오디뮴을 추출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2023년 희귀금속 재자원화 로드맵을 수립하여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접근은 단기 성과를 내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의존형 산업구조를 탈피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넷째, 국제 공조 활용입니다. 한국은 앞서 언급한 **MSP(핵심광물파트너십)**의 회원국으로서 다자간 협력에 참여하고 있고 , 한-미 전략경제대화 등 양자 협의에서도 희토류 협력을 의제에 올리고 있습니다. 예컨대 미국과는 국방부 주도의 한미 희소금속 워킹그룹을 통해 정보 교환 및 비축 협력을 논의하며, 일본과는 한-일 소재 협력 채널을 재가동하여 긴급시 상호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과도 2023년 체결된 한-EU 원자재 협력 MOU를 통해 기술교류와 공동 투자 가능성을 검토 중입니다. 이러한 국제 공조는 한국이 대체 공급망에 접근하고 공동 비축 등에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하여 중국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종합적으로, 한국의 대응 전략은 **“단기 비축+장기 탈의존”**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정부 비축과 기업 재고 확보로 버티면서 , 장기적으로는 국내 생산 역량 강화, 해외 자원 개발, 기술 혁신을 통해 근본 체질 개선을 이루는 것입니다 . 물론 이러한 과제에는 여러 도전이 따릅니다. 국내 희토류 생산은 환경 규제와 경제성 문제로 민간 참여를 끌어내기 어렵고, 해외 광산 개발도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대체 기술 역시 상용화까지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또한 희토류 수요를 줄인다 해도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성장으로 절대 수요량은 지속 증가하고 있어, 수요관리를 병행해야 합니다. 결국 한국은 단기 대응력과 장기 경쟁력을 모두 갖추기 위해 정부-민간의 긴밀한 협력과 정교한 전략 추진이 필요합니다. 이번 중국의 경고 조치는 한국에게 희토류 공급망 리스크 관리의 시급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습니다. 국제질서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비해, 핵심 광물 자립도를 높이고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노력이 앞으로 한국 경제와 안보에 필수적 과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