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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정치

가을날 철원 고석정: 단풍과 전설을 품은 한탄강 절경

by 지식과 지혜의 나무 2025.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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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 한탄강 기암절벽과 가을 풍경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도착한 고석정.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한탄강 한복판에서 홀로 우뚝 솟은 커다란 바위와 주변을 둘러싼 울긋불긋한 단풍숲이었습니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강물 위로 단풍 든 나무 그림자가 드리우고, 깎아지른 현무암 절벽과 어우러진 풍경은 한 폭의 산수화 같았습니다. 맑은 강물은 옥빛으로 휘돌아 흐르고, 10여 미터 높이의 외로운 바위가 강물 한가운데 솟아 있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이곳은 철원의 9경 중 하나로 손꼽힐 만큼 유명한 명승지인데, 눈앞에 펼쳐진 절경을 보니 그 명성이 전혀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탄강 가운데 우뚝 솟은 고석정 바위와 주변의 가을 단풍 풍경. 푸른 강물과 형형색색의 단풍이 대비되어 더욱 아름답다.

고석정을 찾은 이날의 분위기는 한적하면서도 따스했습니다. 주말 오후였지만 관광객들이 북적이기보다는 삼삼오오 가족이나 연인 단위로 산책을 즐기고 있었어요. 저마다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거나 강가를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며, 조용히 자연을 감상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들썩이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가을 햇살에 물든 고석정의 풍경을 모두가 여유롭게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난간에 기대어 한참이나 강과 절벽을 바라보았습니다. 바람에 실려 오는 물소리와 낙엽 밟는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어, 여행길의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역사와 전설이 깃든 고석정

고석정에 얽힌 이야기를 알려주는 안내판도 유심히 읽어보았습니다. 그에 따르면, 이곳은 신라 시대부터 유명한 정자 터였다고 합니다. 전하는 이야기로 신라 진평왕과 고려 충숙왕이 옛날에 이곳에 찾아와 경치를 즐겼다고 하지요. 조선 시대 세종대왕도 철원 평야에서 군사훈련을 겸한 사냥(강무)을 마친 후 이 고석정에 들러 휴식을 취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세종은 재위 기간 동안 무려 19번이나 철원에서 강무 행사를 했고, 사냥이 끝나면 이 고석정 정자에서 왕자와 신하들, 군사와 백성들에게 자신이 사냥한 짐승고기를 나누어주며 큰 연회를 베풀었다고 해요. 옛 임금들도 반했던 명소라 생각하니, 눈앞의 풍경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한편 고석정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조선 명종 때의 의적 임꺽정입니다. 임꺽정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던 전설적인 의적이라 하는데, 이 일대가 바로 그의 주요 활동 무대였다고 해요. 강가의 깎아지른 절벽 중간에는 자연적으로 생긴 석굴(석혈)이 있는데, 방 한 칸 크기쯤 되는 이 동굴 속에 임꺽정과 그의 동료들이 몸을 숨겼다고 전해집니다. 실제로 절벽의 석실은 열 명 남짓 앉을 수 있을 크기로, 임꺽정이 은신처로 삼았다는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훗날 주민들은 그의 전설을 기리기 위해 이 바위가 보이는 절벽 위에 정자를 짓고 ‘외로운 바위의 정자’라는 뜻의 **고석정(孤石亭)**이라 이름붙였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정자는 한국전쟁 때 소실된 것을 1971년에 복원한 것이라 하는데, 비록 옛 모습은 아니지만 세월의 흔적을 품고 강을 내려다보는 정자를 보니 역사 속 한 장면과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임꺽정 전설의 무대가 된 고석정 바위 절벽. 깎아지른 암벽 사이로 임꺽정이 몸을 숨겼다는 석혈이 자리하고 있다.

고석정 공원 한쪽에는 임꺽정의 동상을 포함한 조형물도 세워져 있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끕니다. 마치 전설 속 임꺽정이 다시 나타나 반겨주는 것만 같아 미소가 지어졌어요. 안내판에 적힌 역사의 사연들과 전설을 하나하나 읽고 나니,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 눈도 달라졌습니다. 자연 풍광에 더해진 이야기들 덕분에 고석정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특별한 공간으로 다가왔습니다.

느긋하게 즐긴 여행의 감상과 추천 이유

이날 고석정에서 보낸 시간은 마음 속에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형형색색 단풍으로 물든 숲과 에메랄드빛 한탄강, 그리고 그 한가운데 묵묵히 서서 모든 것을 지켜봐온 고석 바위를 바라보고 있으니,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행복감에 젖었습니다. 과거 임금부터 의적까지 수많은 사연들이 스쳐갔을 이 풍경 속에 제가 서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역사와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광경에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눈을 감으면, 먼 옛날 세종대왕의 사냥 연회 소리나 임꺽정이 동굴에서 쉬었을 법한 숨소리가 들려올 것도 같았습니다. 그렇게 현재와 과거가 겹쳐지는 경험을 하며, 저는 잠시 일상의 걱정을 내려놓고 고요함에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고석정의 가을 정취를 천천히 즐기는 방문객들. 단풍이 든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누구나 여유로운 풍광에 흠뻑 빠져든다.

철원의 고석정은 아름다운 자연과 흥미로운 역사가 조화를 이룬 특별한 여행지입니다. 특히 가을에 찾으면 울긋불긋 단풍과 맑은 강물이 만들어내는 색채 대비가 황홀할 정도로 멋집니다. 저는 이곳을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가족 단위나 역사에 관심 많은 분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여행자에게 두루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곳이라고 느꼈습니다.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강변을 걷고 전망대에서 절경을 감상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간이 된다면 한탄강 유람선을 타고 물살을 가르며 주변 절경을 색다르게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고석정은 1977년에 국민관광지로 지정될 정도로 그 가치가 인정된 곳인 만큼, 방문해보면 왜 모두가 극찬하는지 절로 공감하시리라 믿습니다. 저마다의 일상에서 벗어나, 한탄강 기암절벽과 전설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이곳 고석정에서 저처럼 마음 휴식을 만끽하고 가시기를 바랍니다. 언제 떠나도 후회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깊어가는 가을, 그 단풍 절정 시기의 고석정을 특히 잊지 못할 풍경으로 추천드립니다.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여행을 원한다면, 고석정의 가을이 분명 최상의 선택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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