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본의 인구 감소와 내수 시장 위축

일본은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가 정점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2010년 약 1억2,805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인구는 2022년 약 1억2,242만 명 수준까지 줄어들며 연간 80만 명 안팎의 감소를 기록하고 있다 . 이로 인해 주택 수요가 정체되고 아키야(空き家) 문제로 불리는 빈집이 급증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 조사에 따르면 2018년 시점에서 일본 전국의 빈집은 약 849만 호로 20년 전 대비 1.5배 늘어 전체 주택의 8분의 1에 달했다 . 이러한 빈집은 2038년 약 2,303만 호로 폭증하여 전체 주택의 3분의 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인구 감소와 빈집 증가로 일본 국내 주택 수요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사실상 내수 시장의 성장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다 . 그 결과 일본 건설업계는 침체된 자국 시장을 대체할 활로를 해외에서 찾기 시작했다.
2. 미국의 주택 부족 문제와 지역별 수요 증가
일본과 대조적으로 미국은 인구 증가와 가구 분화, 이주 등으로 주택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왔다 .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규 주택 건설이 한동안 위축된 영향으로, 수요 대비 주택 공급이 크게 부족해지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 전역의 주택 공급 부족 규모가 약 400만~700만 호에 달한다고 추정한다 .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집값과 임대료가 급등하고, 서민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는 주택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
특히 텍사스,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 선벨트(Sunbelt) 지역은 인구 순유입이 두드러지고 경제성장률이 높아 주택 수요 증가세가 두각을 나타낸 곳들이다 . 예를 들어, 텍사스와 플로리다는 기업 이전과 일자리 증가로 미국 내에서도 인구 증가 1·2위를 다투며 주택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본사를 이전하는 등 낮은 세율과 비즈니스 친화적 환경을 찾아 기업과 인구가 몰리면서 해당 지역의 주택 수요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 텍사스, 플로리다 주는 2023년 단독주택 건축허가 건수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주들로 기록되는 등 공급이 확대되고 있지만 , 여전히 유입 인구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해 주택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 애리조나주도 피닉스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인구 증가율이 높아 주택 건설 수요가 크다. 이처럼 미국의 지역별로 특히 남부와 서부의 성장주에서는 주택 공급 부족 문제가 두드러져, 대규모 주택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3. 일본 건설사의 미국 진출 사례
일본 내 주택시장 침체 속에서 일본의 주요 주택 건설사들은 적극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여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201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스미토모임업, 다이와하우스공업, 세키스이하우스 등 일본 선도 건설사들이 미국의 주택건설 업체들을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를 통해 현지 사업을 확대해왔다 . 그 결과 이들 기업은 현재 미국에서 연간 판매하는 주택 수가 자국 내 판매량을 웃돌 정도로 존재감을 키웠다. 실제로 2023회계연도에 세키스이하우스, 다이와하우스공업, 스미토모임업 3사의 미국 내 신규 주택 판매량은 약 3만 호로, 일본 국내 판매량보다 30% 가량 많았다 . 아래에는 주요 일본 건설사의 미국 진출 사례를 정리한다:
스미토모임업이 인수한 미국 주택회사 브라이트랜드 홈즈(Brightland Homes)가 텍사스주에 개발한 단독주택 단지의 모습. 일본 업체의 진출로 미국 주택 시장에 새로운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다.
• 세키스이하우스(積水ハウス) – 일본 주택업계에서 *“단독주택 명가”*로 불리는 세키스이하우스는 2023년 뉴욕 증시에 상장된 미국 주택건설사 M.D.C.홀딩스를 약 49억 달러에 전액 현금 인수하는 대형 M&A를 단행했다 . 이 인수를 통해 세키스이하우스는 미국 전역 16개 주에 사업 기반을 확보하며, 2023년 기준 미국 주택 인도 실적 8,228건을 보유한 (Builder지 순위 12위) M.D.C를 그룹에 편입시켰다 . 기존에 세키스이하우스가 미국에서 인수했던 우드사이드 홈즈(Woodside Homes), 챠드(Chesmar) 홈즈 등과 합쳐 이제 연간 주택 인도 1만 5천 호 규모의 미국 톱5 주택 공급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세키스이하우스는 미국 남동부와 플로리다 지역으로도 사업을 넓히고 있으며, 일본에서 개발한 자재와 기술을 미국 현지 주택에 접목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 (세키스이하우스가 인수한 우드사이드 홈즈 등은 2023년 Builder 100 랭킹 20위에 올랐다 .)
• 스미토모임업(住友林業, Sumitomo Forestry) – 일본 최대의 목조 주택 건설사인 스미토모임업은 2010년대부터 미국 DRB그룹(옛 Dan Ryan Builders) 등에 투자하며 북미 주택시장에 진출했다. 최근에는 플로리다 지역의 주택건설사들을 연이어 인수하여 미진출 범위를 넓히고 있다 . 2023년에 플로리다의 Biscayne Homes를 인수한 데 이어 2024년에도 현지 건설사를 추가로 인수하며 “플로리다 시장 진입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고 스미토모측 경영진이 밝히기도 했다 . 스미토모임업은 미국에서 브라이트랜드 홈즈(Brightland Homes), DRB그룹, 블룸필드 홈즈(Bloomfield Homes), 에지 홈즈(Edge Homes) 등 5개 이상의 주택 건설 자회사를 거느리며 전국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 이러한 기반으로 2030년까지 미국에서 연간 2만3천 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공격적인 M&A를 이어가고 있다 . 현재 스미토모의 미국 사업부문은 텍사스, 미드아틀랜틱, 유타 등지에 집중되어 있으며, 2023년에 미국에서 판매한 주택 수는 자국보다도 많았다 .
• 다이와하우스공업(大和ハウス工業, Daiwa House) – 오사카에 본사를 둔 다이와하우스는 일본 최대의 주택 공급량을 자랑하는 건설사로, **2017년 미국의 스탠리마틴 홈즈(Stanley Martin Homes)**를 인수하면서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 이후 캘리포니아의 트루마크 홈즈(Trumark Homes, 2020년 인수)와 텍사스 기반의 캐슬록 커뮤니티(CastleRock Communities) 등 동서부 및 중남부 거점 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하며 미 전역에 걸친 사업망을 확보했다 . 최근에는 2023년에 내슈빌 지역 빌더인 더 존스 컴퍼니(The Jones Co.)를 자회사 캐슬록을 통해 인수하고, 스탠리마틴을 통한 플로리다 주택사업 확장 등 지역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 다이와하우스는 미국 동부(스탠리마틴), 중남부(캐슬록), 서부(트루마크) 세 지역 허브를 구축했으며, 2026년까지 미국에서 연 1만 호의 단독주택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 다이와하우스의 미 자회사 실적은 2023년 기준 스탠리마틴 4,291호 인도(Builder 순위 22위), 캐슬록 1,367호(52위), 트루마크 766호(73위) 등으로 성장세에 있다  .
• 야마토하우스공업 – (※ 다이와하우스공업의 일본 발음 표기로 보이며, 상기 다이와하우스와 동일 기업으로 추정) 일본 언론에서는 다이와하우스를 가리켜 ‘야마토하우스’라고도 부르는데, 다이와하우스공업과 동일한 기업이다. 따라서 별도의 사례가 아닌 다이와하우스의 미국 진출 사례를 의미한다.
• 미사와홈(ミサワホーム) – 중견 주택업체인 미사와홈도 미국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2023년 7월 미국 유타주의 비저너리 홈즈(Visionary Homes) 지분 51%를 약 5,000만 달러에 인수하며 첫 미국 진출을 이루었다 . 이를 통해 미사와홈은 미국 유타와 텍사스 지역에서 주택 사업을 시작했고, 2024년에 매출을 35% 이상 성장시키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세웠다 .
이처럼 일본의 주요 주택 건설사들은 미국의 유망 지역을 중심으로 M&A를 활발히 진행하여 현지 시장 점유율 확대 경쟁에 나서고 있다 . 특히 텍사스와 플로리다는 일본 업체들이 공략 1순위로 삼는 핵심 시장으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구 및 주택수요가 폭증하는 지역이다 .
4. 일본 기업의 경쟁력 요인: 조립식 건축 기술 및 공장 기반 모델
일본 주택업체들의 가장 큰 경쟁력은 선진화된 조립식 건축 기술과 공장 생산 기반의 건설 모델에 있다. 일본은 주택을 공장에서 대량생산하여 현장에서 조립하는 산업화된 주택 공급체계를 수십 년 전부터 발전시켜 왔다. 다이와하우스, 세키스이하우스 등 대형 주택회사들은 이미 196070년대부터 모듈러 주택과 프리패브 공법을 도입하여 벽체 패널과 구조체를 공장에서 제작한 후 현장 조립하는 방식을 정착시켰다 . 그 결과 현재 일본에서는 신축 단독주택 중 약 15%가 공장 제작된 주택(조립식/모듈러)으로 공급되고 있으며, 이는 미국(약 24%)에 비해 훨씬 높은 비중이다 .
이러한 조립식 기술 우위는 미국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이 내세우는 승부수다 . 공장 제작 주택은 품질 관리가 용이하고 현장 시공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맥킨지(McKinsey)의 분석에 따르면, 모듈러 공법을 활용할 경우 전통 공법 대비 전체 프로젝트 기간을 20~50% 단축하고 비용을 최대 20%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 또한 현장에서는 표준화된 부품을 조립하므로 숙련공 투입을 줄일 수 있고, 자재 폐기물도 최소화하는 등 효율성이 높다 .
일본 건설사들은 이러한 산업화된 건축 생산 능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기존 현장중심의 미국 주택건설사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예컨대 세키스이하우스는 자체 개발한 SHAWOOD라는 프리패브 목조주택 기술을 미국에 소개하여, 기존 미국 목조주택보다 내구성과 공간활용 면에서 우수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 세키스이하우스의 나카이 사장에 따르면 “미국의 일반 주택은 8~10년 내 리셀(resale)되는 단기성 자산이지만, 일본에서 검증된 기술을 이식함으로써 더 오래 지속되는 주택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 이처럼 정밀시공과 품질면에서 일본식 주택의 강점을 내세워 미국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는 것이다.
아울러 일본 기업들은 자동화된 생산설비와 디지털 건축기술(CAD/CAM 등)도 보유하고 있어, 미국 현지에서도 공장 생산 모델을 구현할 잠재력이 크다. 일부 기업은 장기적으로 미국 현지에 프리패브 공장을 설립하여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경쟁력은 미국 건설사들이 취약한 부분을 메울 수 있는 강점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미국 건설업계는 주택 부족 해소책으로 조립식 주택을 주목해왔으나, 숙련 인력 부족과 물류 거리, 현장관리 어려움 등으로 보급이 더딘 상황인데 , 일본 업체들의 축적된 경험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프롭테크포럼 분석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미국 현지 건설사의 높은 인건비와 긴 공사기간 지연 등의 취약점을 간파하고 있어, 이를 보완하는 조립식 공법의 기술 우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
5. 미국 시장의 조립식 주택 수요와 성장 전망
미국에서도 최근 조립식·모듈러 주택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주택 공급 부족과 인건비 상승, 숙련공 부족 문제가 누적되면서,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조립하는 대안이 부각되고 있다 .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공급망 불안과 현장 인력 수급 문제가 대두되자 건설 기술 혁신의 일환으로 프리패브 공법 도입을 검토하는 개발사·건설사들이 늘어났다. 미국의 모듈러 건축 기업들은 공장 생산을 통해 공사 기간 단축, 비용 절감, 노동 의존도 감소 등의 효과를 홍보하며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 주택시장에 조립식 공법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낮은 편이다. 전체 주택 재고 기준으로 4% 미만이 모듈러 공법으로 지어졌으며, 신규 단독주택에서도 조립식(Modular + Manufactured) 주택은 연 10만 채 내외로, 전체 주택 착공의 약 5% 수준에 머물러 있다 . 이는 일본의 15%, 북유럽의 45% 등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현장에서 목수들이 일일이 건축하는 스터드 공법(stick-built)이 보편적이었고, 지리적으로도 광대한 영토로 인해 공장 제작 부품을 운송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 또한 건축주와 금융회사 등이 모듈러 방식에 익숙하지 않아 시장 인식과 수용성의 장벽도 존재한다 .
그러나 향후 전망은 비교적 밝다. 미국의 조립식 주택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433억 달러에서 연 평균 6% 가량 성장하여 2030년경 57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 주로 단독주택과 아파트 등의 주거 부문에서 prefab 수요가 증가하고, 물류 창고나 상업용 모듈러 빌딩 등 새로운 용도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대형 주택건설업체(Lennar 등)들도 자체적으로 모듈러 주택 공장을 설립하거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등 프리패브 도입을 서두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일본 업체들에게도 호재인데, 이미 일본 기업들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 대한 미국 내 수요가 커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맥킨지는 “여전히 모듈러 업체들이 이해관계자들의 인식 전환과 밸류체인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지만  , 노동력 부족과 비용 압박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지속되는 한 미국 주택 시장에서 조립식 모델의 성장 여지는 충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요약하면, 미국 주택 시장에서 조립식 주택에 대한 관심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졌으며, 건축 기술 발전과 함께 향후 점진적인 보급 확대가 예상된다. 이러한 흐름은 일본 건설사들이 자사의 조립식 기술을 활용해 미국에서 시장을 넓히는 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6. 일본 기업의 전략 및 미국 시장에서의 주요 과제
일본 건설사들은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몇 가지 핵심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동시에 현지에서 해결해야 할 도전과제들도 존재한다.
① 적극적인 M&A와 현지 파트너십: 앞서 살펴봤듯이 일본 기업들은 기존 미국 주택건설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이를 통해 현지의 토지 개발 노하우와 영업망, 인력 등을 그대로 확보하여 연착륙할 수 있었다. 특히 일본 기업들은 인수 후에도 현지 경영진과 브랜드를 상당 부분 유지하는 파트너십형 통합 전략을 취하고 있다 . 예를 들어, 다이와하우스가 인수한 스탠리마틴이나 스미토모임업의 DRB그룹 모두 기존 경영진이 계속 운영을 맡고 있으며, 일본 본사는 자본 지원과 전략 수립에 주력한다. 이는 현지 기업의 강점을 존중하면서도 일본측 자본과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조직문화 충돌을 최소화하고 종업원과 소비자의 거부감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 이러한 협업 전략 덕분에 매물로 나온 미국의 중견 주택회사들 입장에서도 일본 기업과의 딜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M&A 자문사 웰란(Whelan Advisory)의 CEO 마가렛 웰란은 “최근 검토 중인 주택업체 매각 거래의 절반은 일본인 바이어와 연결되어 있다”며, 일본 기업들이 딜 종결 속도와 확실성 면에서 강점을 보여 셀러들에게 매력적이라고 언급했다  .
② 지역 선택과 현지화 전략: 일본 기업들은 미국 내에서도 **성장성이 높은 특정 지역(텍사스, 플로리다 등)**에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 . 한정된 경영자원을 효율적으로 투입하여 해당 지역에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는 것이다. 예컨대 스미토모임업은 미주 사업 거점을 미드아틀랜틱(DRB그룹)과 텍사스·남서부(브라이트랜드, 블룸필드 등), 그리고 플로리다로 삼아 각 지역별 사업을 확장 중이다 . 다이와하우스도 동부(스탠리마틴), 중남부(캐슬록), 서부(트루마크)로 지역 허브 전략을 구사한다  .
현지화(Localization) 측면에서는, 법률·인허가·소비자 선호 등 현지 상황에 맞게 사업 운영을 조정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다이와하우스 미국주택담당 나가세 도시아(Sub) 본부장은 “미국은 법제도, 문화, 비즈니스 관행이 일본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일본에서의 모든 강점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 이처럼 일본 기업들은 현지팀에 상당한 자율권을 부여하고, 디자인이나 마케팅도 미국 소비자 취향에 맞추는 현지화에 힘쓰고 있다. 반면 세키스이하우스는 일본의 앞선 기술을 그대로 들여오는 전략을 함께 병행하는 등 기업별로 접근법의 차이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현지에서 통하는 것”과 “일본에서 잘하는 것”을 최적으로 조합하려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③ 인력 및 공급망 관리: 미국 주택시장 진출 시 현지 건설 노동력 확보와 관리도 중요한 과제다. 미국은 만성적인 건설 인력 부족을 겪고 있어 공사 인건비가 높고 숙련공 구인이 어렵다 . 일본 기업들은 인수한 현지 업체의 인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일본식 인재 육성 기법을 일부 도입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조립식 공법을 활용해 현장 노동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인력 부족 문제를 보완하려 한다. 다만 프리패브 공법을 적용하더라도 최종 조립과 마감 등에는 여전히 현지 인력이 필요하며, 지역별로 건설업 노동조합(노조) 이슈나 작업 관행의 차이도 존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일본 기업들은 핵심 인력을 일본 본사에서 파견하여 기술 지도를 하거나, 현지 공장의 자동화 투자를 통해 인력 소요를 줄이는 노력도 고려하고 있다.
④ 규제와 품질 인증: 미국은 주(州)마다 건축법규와 인허가 절차가 달라, 전국 단위로 표준화된 주택을 공급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일본 업체들이 자랑하는 일부 공법이나 자재도 현지 코드의 승인을 얻어야 사용 가능하다. 예를 들어 내진 설계에 강점이 있는 일본의 기술이더라도, 허리케인이 많은 플로리다에서는 별도의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식이다. 따라서 일본 기업들은 ICC 등 미국의 건축인증을 획득하고 현지 엔지니어와 협업하여 기술적 호환성 확보에 힘쓰고 있다. 또한 주택 구매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품질 보증 기간을 늘리거나 애프터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등 부가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세키스이하우스는 “일본에서의 높은 품질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에서도 주택 품질 면에서 신뢰도를 쌓겠다”면서, 구조 부재 등 핵심자재를 일본에서 직접 조달하여 품질을 담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
⑤ 금융 및 자본 조달: 일본 기업들의 또 다른 강점은 저금리 환경으로 인한 낮은 자본 조달 비용이다. 일본 내 장기 저금리로 인해 기업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 업체 인수 경쟁에서 높은 가치를 제시할 수 있었다 . 예컨대 동일한 미국 주택회사를 놓고 봤을 때 일본 기업은 미국 현지 경쟁자보다 높은 가격을 지급하더라도 엔화 저리 조달로 수익성을 맞출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자본 경쟁력은 M&A를 통한 빠른 시장 진입을 가능케 했지만, 동시에 환리스크 관리나 해외투자에 따른 재무 안정성 유지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엔화 환율 변동은 투자 회수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미국 주택시장의 경기변동은 모기업의 실적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일본 기업들은 미국 사업을 비교적 장기적 관점에서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본사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분산시키고자 미국 내 사업 범위를 단독주택 외에 임대주택, 부동산 개발 등으로 넓히는 전략도 검토 중이다 .
정리하면, 일본 건설사들은 M&A를 통한 신속한 진입, 현지화와 기술이식의 균형, 인력과 품질 관리, 그리고 자본력을 활용한 성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시장에서의 인력 부족, 규제 차이, 경기 변동성 등의 도전과제를 인식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이러한 전략적 대응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일본 기업들은 미국 주택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7. 향후 전망: 기회와 도전
향후 일본 건설사들의 미국 시장 진출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주택시장은 구조적 공급부족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신규 주택 공급에 대한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인구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미국에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인한 시니어 주택 수요,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공유주택(co-living) 등 새로운 주거 트렌드의 부상도 나타나고 있어 , 다양한 주택 상품에 대한 시장 기회가 열려 있다. 일본 기업들은 이처럼 다변화되는 수요에 맞춰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일본에서 개발한 친환경·에너지절약 주택 기술 등을 부가가치 요소로 활용하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일본 주택 3강 업체들의 글로벌 사업 무게 중심이 미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된다. 2023년 기준으로 세키스이하우스, 다이와하우스, 스미토모임업은 자국보다 미국에서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였으며 , 이들 기업의 해외 매출 비중은 향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세키스이하우스는 M.D.C 인수로 당초 2025년에 목표했던 미국 연 1만 호 인도 목표를 조기 달성하고, 목표치를 1만5천 호로 상향했다 . 다이와하우스와 스미토모임업 역시 각각 2026년 1만 호, 2030년 2만3천 호 공급을 목표로 설정하여 공격적인 증대를 예고하고 있다  . 이러한 공급 확대 계획이 현실화되면 일본 건설사들은 2030년경에는 미국 신축 주택 시장의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과제로는 미국 주택 시장의 경기 사이클 변화에 대한 대응이 있다. 2022~2023년에는 금리 인상으로 주택 판매가 둔화되고 가격 조정이 일어나는 등 어려움도 있었으나, 중장기적 부족분으로 인해 신규 주택 수요의 저변은 여전히 두텁다는 평가다 . 일본 기업들은 일시적 경기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리가 높은 기간에는 사업 채산성이 낮아질 수 있으므로 원가 절감과 기술 혁신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서 앞서 언급한 조립식 공법의 도입과 규모의 경제 실현이 중요하며, 일본 기업들의 경영 전략은 이러한 효율화와 혁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전망으로는 일본 외의 해외 플레이어들과의 경쟁 가능성이다. 현재 미국 주택 시장 M&A에는 일본 기업들이 두드러진 참여를 보이고 있으나 , 장기적으로는 캐나다, 유럽 등의 대형 건설사 혹은 국내 신규 기업들이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일본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입지를 다진 만큼 이러한 잠재 경쟁자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대형 주택건설사들(D.R. Horton, Lennar 등) 역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지역 중소업체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어  , 미국 주택 공급 시장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는 일본 기업들에게도 쉬운 환경은 아니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미국 주택 시장의 빠른 재편과 통합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오히려 대규모 자본을 가진 일본 기업들에게 추가적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예컨대 시장 점유율 상위 20개사가 전체 공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로 재편되면 , 일본 기업들이 그 안에서 몇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가 곧 글로벌 사업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끝으로, 일본 건설사들의 미국 진출은 양국 모두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본 기업들은 정체된 내수에서 벗어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미국은 외국 자본과 기술 투입으로 만성적인 주택 부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일본의 내구성과 효율성을 갖춘 주택이 미국 시장에 공급됨으로써 소비자는 주택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질적 수준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일본 기업들이 미국 사회와 주류 산업에 완전히 녹아들 만큼의 철저한 현지화와 책임 경영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성과로 볼 때 일본 건설사들은 비교적 신중하면서도 꾸준한 전진을 보여주고 있으며, 향후 수년간 미국 주택 시장의 중요한 플레이어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참고자료: 일본 기업들의 미국 주택시장 진출과 관련된 기업 발표, 시장 조사 및 경제 매체 보도를 종합하여 작성. 주요 출처로 매일경제  , 니케이 아시아  , Builder 전문지  , 맥킨지 보고서  등을 참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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