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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산업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한미 간 갈등과 한국 정부의 사실상 패배

by 지식과 지혜의 나무 2026.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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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국무총리(왼쪽)와 JD 밴스 미국 부통령(오른쪽)이 2026년 1월 23일 워싱턴 D.C.에서 회담을 가진 자리. 한국 정부의 쿠팡 관련 조치에 대한 미국 측 우려가 제기되자, 김 총리는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는 없다”고 강조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이번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한국 내 대규모 조사와 규제 움직임으로 이어졌으나, 미국 투자자들의 반발과 통상 압박으로 한미 간 외교 이슈로 비화되었다. 한국 정부는 국내법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동맹국인 미국과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사실상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배경: 쿠팡 개인정보 유출과 한국 정부의 강경 대응


2025년 11월, 이커머스 기업 쿠팡에서 약 3,300만 명에 달하는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 이는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켜 정치권과 여론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으며, 정부는 곧바로 범정부 차원의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을 포함한 민관합동조사단이 구성되고, 경찰을 비롯한 10여 개 기관이 동시다발적으로 쿠팡에 대한 전방위 조사를 진행하는 이례적 상황이 전개되었다 .

특히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의 시장 지배력 남용 의혹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대응을 면밀히 들여다보며, 영업정지 처분까지 거론되는 강경 조치를 시사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1월 초 한 언론 인터뷰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소비자 피해 구제 명령을 내렸음에도 이행되지 않거나 피해 구제가 제대로 안 되면 영업정지 처분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또한 쿠팡이 최저가 보상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입점업체에 전가한 행위 등도 중대한 불공정 행위로 보고 제재를 예고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쿠팡에 대한 고강도 조사가 진행 중이었다 . 한국 정부는 쿠팡의 국적이나 투자 배경과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조치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기업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개인정보보호법에 근거해서 엄격하게 조치하겠다”며 통상 문제는 변수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미국 투자사의 반발과 통상마찰 가능성 대두


한편, 쿠팡에 대규모 투자를 한 미국계 투자회사들은 한국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며 사안을 한미 통상 문제로 끌어올렸다. 쿠팡 지분을 보유한 미국 투자사 **그린옥스(Greenoaks)와 알티미터(Altimeter)는 2026년 1월 22일(현지시각)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정부가 쿠팡에 차별적 대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미 무역대표부(USTR)에 공식 조사를 요청했다 . 이들은 미국 무역법 301조 등에 따른 관세 부과 등 무역 보복조치까지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고, 동시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한 투자자-국가 분쟁(ISDS) 중재 절차 개시에 나섰다  . 실제로 두 투자사는 한국 정부의 조치가 FTA 위반이라며 중재의향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했는데, 이는 90일 후 정식 중재 제기를 예고하는 수순이다 .

미국 투자사들이 공개한 중재의향서와 청원에서 제기된 주요 주장들은 다음과 같다:
• 정상적 범위를 벗어난 차별적 조사: 한국 정부의 쿠팡 개인정보 유출 대응이 통상적인 규제 집행 범위를 훨씬 넘어선 과도한 대응이며, 쿠팡 사업을 약화시키기 위한 전방위 조사라고 비판했다 . 노동·세무·통관 등 개인정보 유출과 직접 관련 없는 분야까지 파고드는 조치는 정부가 선호하는 기업들과 경쟁하는 미국 기업의 힘을 빼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
• FTA 위반 및 무역 보복 촉구: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우함으로써 한미 FTA 등 국제조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미 정부가 나서서 한국 측에 관세 부과 등의 무역 구제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 이는 사안을 기업 문제가 아닌 정부 간 통상 분쟁으로 비화시킨 것으로, 실제 한미 간 무역갈등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 “친중 정부가 미국 기업 공격” 프레임: 투자사들은 현 한국 정부와 여당(더불어민주당)이 반미·친중 성향을 띠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중재 통지서에는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운동 초기부터 미국과 쿠팡을 겨냥한 적대적 발언을 해왔다며, 과거 주한미군을 ‘점령군’에 비유하고 일제 식민지배와 미국의 책임을 언급한 사례까지 거론되었다 . 이러한 행보가점점 더 반미·친중 노선을 띠고 있는 여당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고 적시하며, 한국 정부가 이념적 이유로 미국 기업인 쿠팡을 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 과도하고 불균형한 제재: 투자사들은 한국 정부의 일련의 조치들이 성공적인 미국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쿠팡에 심각한 차별을 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를 조약과 국제법, 동맹 관계를 존중하는 정부의 행동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 아울러 한국이나 중국 경쟁업체들의 유사한 정보유출 사례에서는 훨씬 가벼운 조치에 그쳤음을 열거하며, 쿠팡에 대한 이번 대응이 가혹하고 불균형적이라고 비난했다 .

또한 투자사들은 이런 일은 베네수엘라나 러시아 같은 전체주의적 국가에서나 예상할 법한 일이지, 한국에서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한국 정부를 극단적인 비유까지 동원해 비판했다 . 이처럼 미국 측 투자자들은 이번 사안을 한미 동맹과 가치의 문제로 확대하며 여론전에 나섰고, 쿠팡의 뉴욕 증시 주가가 개인정보 유출 발표 이후 약 27% 급락하는 등 투자손실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

한편 쿠팡 본사는 이러한 미국 투자자들의 움직임과 거리를 두려는 입장을 내놓았다. 쿠팡은 1월 23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미국 투자사의 ISDS 중재의향서 제출은 당사의 입장과 무관하다며, 쿠팡은 모든 정부 조사 요청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 투자사들이 주장한 “한국 정부가 한국 및 중국의 대기업 경쟁사를 보호하기 위해 쿠팡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내용 등도 쿠팡 본사는 직접 동의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며, 이번 분쟁을 순수한 기업 차원의 문제로 제한하려는 모습이었다.

한미 고위급 협의: “차별 대우 없다” 직접 해명


이같이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자 마침 미국을 방문 중이던 김민석 국무총리는 미국 측에 직접 해명에 나섰다. 김 총리는 2026년 1월 23일 워싱턴 D.C.에서 JD 밴스 미 부통령과 회담을 갖고, 쿠팡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상세히 설명했다 . 회담은 당초 예정 시간을 10분 넘겨 50분간 진행될 만큼 심도 있게 이루어졌는데, 밴스 부통령은 만남이 시작되자마자 쿠팡 문제를 먼저 언급하며 미국 내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

“미국 기업인 쿠팡이 한국에서 처한 특별한 상황은 이해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 밴스 부통령의 질의 

김 총리는 이에 대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경과와 한국 정부의 대응 배경을 소상히 설명했다. 국민 상당수의 정보가 유출된 상황에서 15개월 이상 문제가 해결이 지연됐다”*는 점, 그리고 최근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향한 근거 없는 비난까지 있었다는 점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 여기서 언급된 근거 없는 비난이란 앞서 미국 투자사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주장들, 예컨대 김 총리가 “마피아 소탕하듯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등의 발언 인용을 가리킨다. 실제로 그린옥스와 알티미터 등은 중재의향서에서 김 총리가 쿠팡 사태와 관련해 그런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으나, 김 총리는 쿠팡을 향해 특별히 차별적·강력 수사를 지시한 것처럼 인용한 것은 완전히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 김 총리는 자신의 과거 발언록 전문을 공개하고 영문 번역본까지 밴스 부통령에게 직접 전달함으로써, 의도적 왜곡에 대해 적극 해명한 것이다 .

무엇보다 김 총리는 미국 부통령 앞에서 거듭 미국 기업에 차별적 대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 한국 정부로서는 쿠팡이 미국 자본이 투자된 기업이라는 이유로 별도 취급하거나 부당하게 조치한 바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밴스 부통령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경청한 후, 쿠팡 사태에 어떤 법적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가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이해를 표명했다 . 밴스 부통령은 나아가 이 문제가 양국 정부 사이에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과열되지 않게 잘 상호 관리하자고 요청했으며, 김 총리도 이에 적극 공감했다고 전해졌다 . 다시 말해, 한미 양측 모두 사안을 확대하지 않고 외교 문제로 비화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데 의견을 같이 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김 총리와 밴스 부통령은 직통 연락망(핫라인)을 구축하기로 하고 전화번호를 교환했으며, 김 총리는 밴스 부통령에게 향후 방한을 공식 초청하는 등 동맹 간 신뢰를 재확인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 밴스 부통령이 함께 제기한 다른 현안(예: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구속기소 된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 사건에 대한 미국 내 우려)에 대해서도, 김 총리는 한국은 정치와 종교가 엄격히 분리된 나라로서 해당 사안은 선거법 위반에 대한 사법절차일 뿐임을 설명했고, 밴스 부통령은 한국의 시스템을 존중한다며 이해를 표했다  . 이처럼 쿠팡 사태를 둘러싼 미국 측의 오해를 해소하고 한미간 협력을 강조하는 데 이번 회담의 상당 부분이 할애되었다.

향후 쿠팡에 대한 ‘초강경 제재’는 어렵다


김 총리가 직접 나서 “차별대우가 없다”고 밝히고 미국 측과 갈등 관리에 합의함에 따라, 쿠팡 사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초강경 대응은 현실적으로 제약을 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거론되던 영업정지나 기업인에 대한 형사처벌 등 최대 수위의 제재 카드는 동맹국인 미국이 무역분쟁 소지를 공식 제기한 상황에서 실행하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이를 넘어서는건 한국정부의 역량 밖이다.) 실제 미국 투자자들은 상황이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중재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바 있으며 , 밴스 부통령도 사안이 과열되지 않도록 하자고 언급한 만큼 한국 정부도 신중한 접근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 정부로서도 사실상 한발 물러서게 된 것으로, 정부 내부 기류 역시 “법 집행은 하되 과도한 제재로 비치지 않도록 하자”는 쪽으로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물러섰다는 인상을 피하면서, 국민 피해 구제와 재발 방지라는 당초 원칙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민사회와 노동계 등에서는 미국 투자사들의 개입을 주권 침해라고 규정하며 정부에 단호한 태도를 주문하고 있다  . 참여연대 등 단체들은 주권국가의 정당한 법 집행을 외압으로 위축시켜선 안 된다고 비판하면서,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과징금 부과와 같은 합당한 제재를 반드시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 이러한 국내 여론을 의식해 정부는 쿠팡에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엄정한 제재를 가하되, 그 방식은 과징금 부과, 피해자 배상 명령, 시정명령 등 통상적인 규제 수단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쿠팡의 법 위반 확인 시 매출액의 최대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음을 시사했고 , 국회에선 중대한 정보유출시 매출 10%까지 과징금을 매기는 법 개정 움직임도 진행되고 있다. 형사처벌이나 영업정지와 같은 극단적 조치보다는 과징금 처분 및 개선명령을 통해 기업에 책임을 묻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미 양국은 모두 이번 사안을 확전 자제에 공감한 만큼, 최종적으로는 외교 마찰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분쟁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 한국 정부는 쿠팡 사태에 대한 조치가 법치주의에 입각한 정당한 것임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았다는 점을 계속 설득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향후 몇 달간 한국 당국의 조사 결과 발표와 그에 따른 제재 수위가 나올 텐데, 이는 한미 간 합의된 기조 – 즉 “한국의 시스템에 따른 조치이되 동맹을 훼손하지 않을 정도의 합리적 수준” – 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조율될 전망이다 . 결국 이번 쿠팡 사태는 한국 정부에게 국민 개인정보 보호와 국제적 신뢰 사이에서 어려운 균형을 요구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의 입장은 “차별 없이 법대로”라는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외교적 파장을 고려한 절제된 대응으로 나타나고 있다.

Sources: 김민석 총리-밴스 부통령 회담 관련 MBC 보도  ; 쿠팡 투자사들의 USTR 청원 및 ISDS 중재의향서 관련 한겨레 신문   ; 공정위 등 한국 정부 초기 대응 관련 매일경제 ; 쿠팡 입장 및 투자사 주장 관련 연합뉴스TV ; 개인정보보호위 입장 관련 동아일보 ; 시민단체 반응 관련 한겨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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