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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의 『의천도룡기』 줄거리 전체

by 지식과 지혜의 나무 2025.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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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배경과 전작과의 연계

『의천도룡기』는 진융(김용) 작가의 무협 삼부작 중 마지막 작품으로, 이야기의 배경은 원나라 말기부터 명나라 초기에 이르는 격동의 시기입니다 . 전작인 **『사조영웅전』**과 **『신조협려』**의 주인공들인 곽정과 황용 부부는 몽골(원나라)에 맞서기 위해 두 개의 비밀 병기를 남기는데, 이것이 바로 의천검(倚天劍)과 도룡도(屠龍刀)입니다 . 곽정 부부는 송나라 멸망 이후 한족 반란군에게 도움이 되도록 이 무기들을 만들었고, 각각의 무기에 구음진경(九陰眞經)과 무목 유서(무목장군 악비의 병법서) 같은 비급과 병법서를 숨겨 놓았습니다 . 두 무기는 서로 맞부딪쳐야만 파괴되어 그 비밀이 드러나기 때문에, 예로부터 **“도룡도를 얻는 자 천하를 호령할 수 있으나, 의천검이 나타나지 않으면 이를 꺾을 수 없다”**는 소문이 강호에 퍼져 있었습니다 . 이러한 전설 때문에 무림의 정파와 사파 할 것 없이 모두 의천검과 도룡도를 탐내며 암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시대는 원나라가 쇠퇴하고 한족 세력이 명나라 건국을 준비하던 때로, 실제 역사 인물들이 등장해 사건에 관여하기도 합니다 . 예를 들어 훗날 명나라 태조가 되는 주원장, 명장 서달과 상우춘 등이 극중에서 명교(明教)의 의용군으로 활약합니다 . 또한 전작의 인물들과 연계성도 뚜렷한데, **『신조협려』**에 등장했던 곽정·황용의 딸 곽양(곽향)은 훗날 아미파의 시조가 되고, 장삼봉(본명 장군보)은 소림사 승려였던 각원대사의 제자로서 구양진경(九陽眞經)을 접한 후 무당파를 창시합니다 . 곽정 부부가 남긴 의천검과 도룡도의 비밀, 그리고 무당파와 아미파의 탄생으로 전작들과 맥락을 같이하며, 이야기의 무대는 한족 무림세력 대 원나라 조정의 대립으로 이어집니다  .

장취산과 은소소의 비극: 도룡도를 둘러싼 음모

이야기의 본격적인 서막은 무당칠협 중 다섯째 제자 장취산과, 명교 계열 천응교의 교주 딸 은소소의 만남으로 시작됩니다. 무당파 장문인 장삼봉의 90세 생일 즈음, 무당 제자들은 우연히 도룡도를 둘러싼 피비린내 나는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장취산의 사형인 무당 3협 유대암이 도룡도를 지닌 의문의 인물을 구해주었으나, 그 인물은 경쟁 세력에게 살해당하고 유대암은 함정에 빠져 중상을 입은 채 도룡도를 빼앗깁니다  .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나선 장취산은 그 배후에 천응교의 은소소가 있음을 알아내지만, 오히려 그녀의 계략으로 살인 누명을 쓰고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 사건을 추적하던 장취산은 끝내 은소소와 마주치고, 두 사람은 서로의 정의로운 면모와 뜻에 끌려 호감을 쌓게 됩니다 .

은소소의 안내로 장취산은 도룡도의 위력을 시험하려는 강호 인사들의 모임에 참석하지만, 그 자리에는 도룡도를 노리는 이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이때 금모사왕 사손(金毛獅王 謝遜, 금빛 머리칼로 ‘금모사왕’이라 불림)이 난입하여 초인적인 무공으로 현장을 휩쓰는데, 그는 도룡도를 차지하려고 모인 사람들을 대부분 살상하거나 불구로 만들고, 장취산과 은소소만 남깁니다 . 사손은 장취산이 바위에 새긴 “의천도룡” 시구(24자의 글씨)에 감탄하여 이 둘만은 해치지 않고, 대신 그들을 납치해 바다 끝 외딴섬 빙화도로 향합니다 . 이 섬에서 금모사왕 사손은 자신이 도룡도를 찾는 이유와 과거를 털어놓습니다. 그는 한때 명망 높은 무공 고수였지만, 스승 성곤(混元霹靂手 成昆)에게 배신당해 아내와 어린 아들을 잃은 뒤 복수의 일념으로 악명을 떨치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 사손은 성곤을 쓰러뜨릴 힘의 비밀이 도룡도에 숨겨져 있다고 믿고 무수를 살육하며 도룡도를 찾아왔던 것이었습니다 .

빙화도에서 함께 지내는 동안 장취산과 은소소는 부부의 연을 맺고 아들을 얻는데, 사손이 의형제를 맺으며 그 아이의 의붓아버지가 되어 이름을 **무기(無忌)**라고 지어줍니다  . 장취산 부부와 사손은 10년간 그 섬에서 평화롭게 지내며 우의를 다집니다. 하지만 사손은 자기 때문에 의형제인 장취산 부부가 중원에서 해를 입을까 염려하여, 무기(장무기)가 10세가 되던 해에 장취산 가족만이라도 중원으로 돌아가라고 권유합니다 . 결국 장취산과 은소소는 어린 장무기를 데리고 사손과 작별한 채 뗏목을 타고 귀환길에 오릅니다.

세 식구가 바다를 건너던 중, 우연히 강 위에서 무당파와 천응교, 곤륜파 무인들이 충돌하는 현장을 마주치게 됩니다 . 알고 보니 장취산 부부가 실종된 10년 사이, 무당파와 천응교는 사손의 행방을 둘러싸고 여러 차례 충돌하여 왔고, 각 문파들은 돌아온 장취산 부부에게 사손(금모사왕)과 도룡도의 위치를 밝히라며 위협합니다 . 상황을 수습하려던 찰나, 정체불명의 몽골 장교 차림의 고수가 등장해 어린 장무기를 납치해 가버리고, 무당과 천응교 일행마저 부상을 입습니다 . 장취산 부부는 충격과 근심 속에 가까스로 무당산으로 향하고, 도중에 다른 무당 제자들의 도움으로 포위망을 뚫고 귀환합니다 .

무당산에서는 때마침 장삼봉의 백세 연설(생일잔치)이 열리고 있어 각 문파의 인사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소림사의 삼대 고승과 무림 각파 대표들이 무당에 찾아와 예전 도룡도 사건과 사손의 행방을 따져 묻자, 무당파와 소림파 사이에 긴장이 높아집니다 . 대치 끝에 무당과 소림의 무력 충돌이 벌어지려 하자, 무당측은 부상당한 유대암 대신 은소소까지 포함해 진무칠절진 진법을 펼칠 준비를 합니다 . 그러나 이때 유대암이 갑자기 외쳤던 한마디로 은소소의 과거 죄행이 폭로되고 맙니다. 바로 10년 전 은소소가 유대암을 불구로 만든 그 사건(용문표국 습격)의 주범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 충격에 빠진 장취산은 자신이 사랑한 아내가 사형의 원수였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지만, 10년 간의 정을 저버리지 못하고 번민합니다 . 결국 그는 아들 장무기의 구명을 장문인 장삼봉에게 부탁하고 자결해 버리고, 은소소 역시 남편의 뒤를 따라 자살합니다 . 눈앞에서 부모가 목숨을 끊는 충격적인 상황 속에, 어린 장무기는 때마침 자신을 데리고 무당에 나타난 의문의 몽골 장교에게서 현명신장(玄冥神掌)이라는 독공의 한기(寒氣)를 맞아 중독되고 맙니다 . 부모의 죽음으로 고아가 된 장무기는 치명적인 냉독에 몸이 침식되어 생명이 위태로운 처지에 놓입니다 .

장삼봉과 무당파 제자들은 무기를 살리기 위해 온 힘을 다하지만, 2년이 지나도록 한독(寒毒)을 풀 방법을 찾지 못합니다 . 장삼봉은 소림사의 구양진경 원본을 빌려 독을 치료할 단서를 찾고자 했으나 거절당하고, 무당파도 속수무책으로 시간만 흘러갑니다 . 무림 각 세력은 장취산 부부의 갑작스런 죽음에 당황하여 무당산을 떠났지만, 이제 고아가 된 장무기에게는 혹독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장무기의 유년기는 이렇게 부모의 원한과 독에 중독된 고통 속에 시작되며, 이 비극이 훗날 그의 성격과 운명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고난 속 성장: 장무기의 어린 시절과 구양진경

한독에 중독된 채 부모를 잃은 어린 장무기는 이후로도 계속 생사의 고비를 넘나듭니다. 장삼봉은 제자들과 함께 조카같은 무기를 보살피지만, 그의 현명신장 독은 좀처럼 낫지 않습니다. 보다 못한 무당파의 벗 상우춘이 명의(名醫)인 호접곡의 의사 호청우 부부를 찾아보자고 권하고, 그는 어린 무기를 데리고 떠납니다 . 길을 떠난 장무기는 가는 도중 우연히 각 문파 고수들이 명교 측 인물과 싸우는 현장을 목격하기도 하는데, 그때 만난 어린 소녀가 훗날 그의 운명에 얽히는 주지약(훗날의 아미파 제자)이었습니다 . 그러나 장무기의 병세는 악화되어 결국 호접곡의 신의의 호청우에게 맡겨지지만, 이들도 그를 완치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원한에 사로잡힌 금화파파(金花婆婆, 일명 자삼룡왕)라는 여성이 찾아와 호청우 부부를 협박하고 독을 시험하던 탓에, 무기는 그들의 치료마저 받지 못하고 떠돌게 됩니다 .

우여곡절 끝에 장무기는 자신의 외종조부(은천정, 백미응왕)와 외숙부(은야왕)가 이끄는 명교 계열 세력과도 만나게 되지만, 이들 내부 사정 또한 혼란스러웠습니다 . 은야왕은 자신의 딸 은리(주아로 불리는 소녀)와 불화를 겪고 있었고, 그녀는 어릴 적 장무기와 짧게 만난 인연을 가슴에 품고 있던 처지였습니다 . 한편 장무기는 호접곡에서 알게 된 기효부(아미파 제자 지효부)의 부탁으로 그녀의 어린 딸 양불회를 아버지 양소에게 데려다주겠다고 약속합니다 . 이렇게 어린 양불회와 함께 길을 떠난 장무기는 서역 곤륜산에 있는 양소를 찾아 헤매며, 기아와 추격 등 갖가지 고난을 겪습니다  . 도중에는 곤륜파 장문인 하태충 부부의 사람됨을 시험받아 독배를 강요당하는 일까지 겪고, 세상의 냉혹함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 다행히 곤륜파에서 위기에 빠졌을 때 정체불명의 백의 고수가 나타나 두 아이를 구해주는데, 그는 바로 찾고 있던 양불회의 부친 양소(명교 광명좌사)였습니다 . 양소는 딸을 데려다 준 장무기에게 은혜를 갚으려 하나, 소년 장무기는 그저 묵묵히 길을 이어갈 뿐이었습니다 .

가족도 없이 온갖 시련에 혼자 부딪히던 장무기는 결국 큰 음모에 빠지고 맙니다. 길에서 만난 친절한 장원(주장령) 일가가 알고 보니 도룡도의 비밀을 노리고 장무기를 이용하려 한 것이었습니다  . 그는 장취산의 목숨을 구원받은 적이 있다며 장무기의 신뢰를 얻은 뒤, 무기에게서 사손과 빙화도의 위치 등을 알아내고는 그를 죽이려 합니다. 이를 눈치챈 장무기가 도망치다 함께 절벽 아래로 추락했고, 둘은 깊은 절벽 중턱에 고립되고 맙니다  . 필사의 탈출을 감행한 장무기는 절벽 바위틈에서 우연히 동굴 하나를 발견하는데, 여기서 그의 운명을 바꿀 큰 계기가 찾아옵니다. 동굴 안에는 한 마리의 늙은 흰 원숭이가 있었고, 상처 입은 그 원숭이를 치료해 주던 중 장무기는 구양진경 원문이 그 원숭이 배 속에 숨겨져 있음을 발견합니다 . 알고 보니 이 원숭이는 과거 곽정·양과 시대에 구양진경이 적힌 경전을 훔쳤던 악인들이 데리고 서역으로 도망쳤던 그 원숭이였습니다 . 기막힌 인연으로 구양진경을 손에 넣은 장무기는 죽음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동굴 속에서 경전을 수련하기 시작하고, 5년의 세월 동안 혼자 내공을 연마합니다  .

다섯 해가 지나 장무기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동굴을 나섭니다. **九陽神功(구양신공)**으로 한독을 완치하고 막강한 내공을 갖춘 그는 어느덧 건장한 청년으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 다시 마주한 주장령은 탐욕을 버리지 않고 동굴로 들어오려다 실패하고 목숨을 잃었으며, 장무기는 동굴 밖 세상으로 복귀합니다  . 곧 그는 얼굴이 흉하게 문드러진 채 홀로 다니는 기괴한 소녀와 조우하는데, 이 추한 소녀가 바로 자신이 어린 시절 손을 깨물며 갈라섰던 은리(주아)임을 알아채지 못합니다  . 그녀는 어린 시절 장무기와 정이 있었으나, 아버지의 학대와 독공 수련으로 인해 용모가 변해버려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 장무기는 그녀가 비록 성격이 괴팍하고 독을 다루는 무공(천주만독수)을 익혔지만 마음속 깊은 외로움을 간파하고 연민을 느낍니다. 결국 장무기는 위험에 처한 이 추녀를 구해주고 “앞으로 평생 너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하여 그녀의 믿음을 얻습니다  .

한편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아미파 제자들과 싸움이 벌어져, 장무기와 주아(은리)는 아미파 장문 멸절사태(멸절師太, 멸절스님)에게 붙잡히고 맙니다  . 여기서 장무기는 어릴 적 자신을 돌봐주었던 소녀 주지약과 재회하게 됩니다. 그녀는 장삼봉의 부탁으로 무당에서 아미파로 보내져 수련 중이었는데, 이제 훌륭한 처녀 제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 비록 서로 적대적인 처지였지만 주지약은 예전 인연을 생각해 장무기 일행을 해치지 않고 멸절사태를 따라 떠납니다  . 멸절사태는 잡은 장무기와 은리를 포박하여 함께 서역으로 진군하는데, 알고 보니 무림 6대 문파(소림, 무당, 아미, 화산, 곤륜, 공동파)가 모두 힘을 합쳐 명교를 멸망시키러 광명정으로 원정을 떠나는 길이었습니다  . 이 과정에서 명교 사대호법왕 중 한 명인 청익복왕 위소(靑翼蝠王 衛笑, 박쥐술법을 쓰는 고수)가 나타나 아미파 제자의 피를 빨아 죽이는 등 기습을 가하자, 정파 연합군은 공포에 떨지만 멸절사태의 결의로 다시 전열을 가다듬습니다 .

이렇게 장무기는 우여곡절 끝에 명교와 육대문파의 전쟁 한복판으로 휘말려 들어가게 됩니다. 이제 독기도 없애고 무공을 익힌 그는 더 이상 나약한 소년이 아니었으며, 자신의 운명이 명교와 정파의 대결 속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명교와 육대문파: 광명정 결전

원나라 말기 무림은 두 진영으로 대립되어 있었습니다. 소림·무당·아미 등을 중심으로 한 자칭 정파 세력과, 이단 사교로 몰린 명교(明教) 세력이 그것입니다 . 명교는 민간에서 마교로 폄하되었지만, 사실 원나라에 저항하는 반원 비밀결사로서 한족 무림인들을 규합한 조직이었습니다. 장무기가 잡혀있던 멸절사태의 아미파 부대는 소림, 곤륜, 화산, 공동파 등과 합세하여 서역의 명교 본산 광명정으로 들이닥칩니다. 광명정에서는 명교의 방어 병력인 오행기(五行旗) 군단이 육대문파와 혈전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 전투는 정파 연합이 우세해 보였고, 특히 멸절사태는 아미파의 보검 의천검으로 명교 측 고수들을 베어버리며 기세를 올립니다 . 한편 주변에는 명교와 갈라졌던 천응교의 은야왕(장무기의 외숙)이 대군을 거느리고 있었지만 방관만 할 뿐 개입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

대치 상황에서 멸절사태가 명교 금기군(金旗軍)을 몰살하려는 순간, 장무기가 포박을 끊고 뛰어나옵니다. 그는 멸절사태의 장섬(掌拳) 세 대를 정면으로 받아내는 대신, 명교 부하들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청합니다  . 모두가 놀란 가운데, 멸절사태가 마지막에 날린 아미구양공의 내력이 장무기의 몸에서 spurlos 사라지자 그녀는 경악합니다 . 바로 장무기가 구양진경의 내공으로 멸절의 공격을 흡수해버린 것입니다. 이때 방관하던 은야왕이 장무기의 곁에 있는 추녀(은리)를 알아보고 끼어들어 그녀를 질책하며 데려가려 합니다 . 그제서야 장무기는 이 흉측한 추녀가 자신의 외사촌 은리(주아)라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을 받습니다 . 그러나 은야왕이 딸을 잡아가기도 전에 청익복왕 위소가 나타나 그녀(은리)를 낚아채 도망쳐버립니다 . 장무기는 주아를 구하기 위해 뒤쫓다가 느닷없이 포대화상 설불득이라는 괴짜 승려에게 붙잡혀, 그의 거대한 포대자루 속에 갇히고 맙니다 .

알고 보니 설불득은 명교의 전(前) 교주가 실종된 후 흩어진 다섯 장로(명교 오산인) 중 하나였습니다. 그는 다른 괴짜 장로들(철관도인 냉겸, 팽화상 등) 및 청익복왕과 함께 명교의 난국을 구하기 위해 광명정으로 향하던 길이었습니다 . 장무기를 자루에 넣은 채 광명정에 도착한 명교 오산인과 위소는 명교의 재건을 논의하다가, 차기 교주를 뽑는 문제로 내분을 벌입니다 . 그들은 서로 내공 대결을 벌여 결판내려 했지만, 막바지에 원진이라는 정체불명의 소림승이 나타나 순식간에 명교 측 일곱 고수를 모두 제압해 버립니다  . 이 소림승 원진은 자신이 광명정의 비밀 통로를 통해 침입했다고 밝히며 의기양양해 하는데, 사실 그는 다름 아닌 사손(금모사왕)의 철천지원수 성곤이 소림에 위장 잠입한 모습이었습니다 . 성곤(원진)은 과거 자신의 사매(師妹)가 명교 교주와 혼인한 일을 계기로 명교에 깊은 원한을 품고, 수십 년간 명교를 멸망시키려 음모를 꾸며온 인물이었습니다 . (그가 장취산 가족을 괴롭힌 흑막이기도 합니다.) 성곤은 광명정에서 명교 핵심 고수들을 일망타진하려는 속셈이었고, 마침 모두 중상을 입고 앉아있는 그들을 차례로 살해하려 합니다 .

바로 그 순간, 포대 속에 갇혀 있던 장무기가 체내의 구양진기를 폭발시키며 구양신공을 대성하게 됩니다 . 성곤이 내지른 강력한 장풍에 자루가 찢어졌지만, 오히려 장무기는 그 충격으로 내공이 뚫려 절정 고수로 거듭난 것입니다 . 젊은 장무기가 엄청난 내력으로 나타나자 노회한 성곤도 겁을 먹고 달아나기 시작합니다 . 장무기는 성곤을 추적하여 광명정 지하비밀실로 뛰어드는데, 마침 그곳에는 명교 전임 교주인 양정천 부부의 유골과 유언서, 그리고 명교의 최고심법 **건곤대나이신공(乾坤大挪移心法)**이 남겨져 있었습니다 . 성곤은 그 비밀실에 장무기와 명교의 한 시녀(소소, 샤오좨)를 가둬둔 채 도망쳐 버립니다 .

비밀 동굴에 고립된 장무기는 그곳에서 명교의 비급 건곤대나이 심법을 발견하고, 함께 갇힌 시녀 **소소(샤오좨)**의 권유로 그것을 수련하기 시작합니다 . 구양진경으로 내공을 닦은 덕분에 그는 보통 사람이 평생을 걸려도 익히기 어려운 건곤대나이신공을 단기간에 완벽히 터득하고, 드디어 바위 문을 열고 동굴에서 탈출합니다 . 밖으로 나오자 이미 정파 육대문파의 대군이 광명정을 완전히 포위하고 있었습니다 . 명교의 고수들은 대부분 중상을 입은 상태였고, 오직 장무기의 외조부 **은천정(백미응왕)**만 부상 없이 분전하며 육대문파 고수들과 혼자 맞서고 있었습니다 . 그러나 그의 체력도 다해갈 즈음, 장무기가 극적으로 나타나 성곤의 음모가 있었음을 밝히려 하지만 성곤은 이미 은야왕의 손에 죽어버린 뒤였습니다 . 갑작스레 등장한 정체불명의 소년(장무기)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자, 장무기는 부득이 구양신공의 위력을 보여주며 오해를 풀기 시작합니다 . 우선 공동파 장로를 일격에 제압해 모두를 놀라게 한 그는, 화산파 장문인의 비겁한 만행까지 폭로하여 육대문파 내부의 분열을 유도합니다 . 화산파의 노장들이 합공하자 장무기가 잠시 수세에 몰렸으나, 이번에는 곤륜파 하태충 부부까지 가세해 4인의 합동 공격을 받게 됩니다  .

위기의 순간, 과거 자신을 도와준 주지약이 멀리서 암시에 가까운 도움을 주어 장무기는 반격에 성공합니다 . 장무기는 연달아 상대들을 꺾으며 급기야 멸절사태마저 단숨에 제압하고 그녀의 손에서 의천검을 빼앗습니다 . 그러나 착한 심성의 그는 이 의천검을 자신의 옛 친구 주지약에게 돌려주는데, 믿었던 주지약은 돌변하여 그 검으로 장무기의 가슴을 깊이 찌릅니다 . 장무기는 중상을 입고 쓰러지고, 이를 틈타 송청서(무당파 송원교의 아들)는 질투심에 장무기를 해치려 하지만 실패합니다 . 각 문파 사람들도 주저하며 공격을 멈추고, 결국 더 이상의 싸움은 중단됩니다. 이때 무당파 4협 등 장무기의 사백들이 이 청년이 장무기임을 비로소 알아보고 그의 곁을 지킵니다 . 한편 은이정(무당 6협)은 옛 정혼자 기효부를 죽게 한 원수 양소(명교 광명좌사)를 죽이려 달려들지만, 나타난 어린 소녀에게 제지당합니다 . 그 소녀가 바로 자신이 키운 양불회(양소와 기효부의 딸)임을 깨달은 은이정은 충격과 회한 속에 물러납니다 . 이렇게 육대문파 연합군은 명교를 섣불리 공격할 명분을 잃고 퇴각하고, 명교의 사람들은 장무기가 목숨을 걸고 구해준 은혜에 크게 감사하며 그를 떠받듭니다 .

이 광명정 대전으로 장무기의 이름은 순식간에 무림에 퍼지고, 명교 사람들은 그를 명교의 제34대 교주로 추대합니다 . 장무기는 처음엔 사양했으나 모두의 간청으로 명의(名義)상 임시 교주가 되어 명교를 이끌게 됩니다 . 사실 이때 명교는 광명정 전투 직후 또 다른 위기를 맞았습니다. 명교의 난세를 틈타 **개방(거지패)**과 기타 일부 방파 세력이 광명정을 습격해온 것입니다 . 가까스로 연합군을 물리쳤던 명교 고수들은 지친 상태였고 속수무책이었습니다 . 이에 장무기는 임시 교주로서 교도들을 모두 광명정의 지하 비밀통로(비도)로 대피시키는 계책을 세워 화를 면합니다 . 또 자신의 외조부 은천정이 이끌던 천응교 세력을 명교 본파로 통합하도록 설득하여, 명교는 오랜 분열을 끝내고 한 깃발 아래 단결하게 됩니다 .

이로써 장무기는 명실상부 명교 교주이자 무림의 신성(新星)이 되었습니다. 착하지만 병약했던 소년은 수많은 기연과 뛰어난 재능으로 마침내 명교의 지도자이자 무림의 지존으로 발돋움한 것입니다 . 그는 협상과 온정으로 정파와 사파의 벽을 허물고, 잔혹한 원수에게조차 자비를 베푸는 **유(柔)**의 품성으로 많은 사람을 감화시킵니다  . 이후 명교는 장무기의 개혁 아래 점차 사교의 오명을 씻고 원나라에 맞서는 항원 의용군의 중심 세력이 되어갑니다 . 그러나 장무기 개인의 여정에는 아직도 많은 인연과 시련이 남아 있었습니다. 특히 네 명의 여성들과 얽힌 그의 복잡한 사랑 이야기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됩니다  .

조민의 계략과 무당산의 위기

광명정 전투 이후, 장무기는 명교를 추스르며 본격적으로 원나라에 대항할 준비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교주로서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는데, 바로 몽골 황실의 공주 조민(趙敏, 원명 민민 테무르)의 계략이 그것입니다. 조민은 원나라 측 무림세력의 중심인 곽양왕의 딸로, 총명하고 교활한 전략가였습니다  . 그녀는 명교와 한족 무림을 이간질하여 일망타진할 모략을 꾸미고, 자신의 심복인 현명이로(玄冥二老) 등 고수들을 거느려 암약합니다. 조민은 먼저 육대문파의 광명정 원정 이후 행방이 묘연해진 각 문파 고수들을 하나씩 납치해 자신의 손아귀에 넣습니다 . 이어 그녀는 남장(男裝) 차림으로 팔궁수(八弓手)라 불리는 궁수 부대를 이끌고 나타나 무당파의 거점인 무당산을 급습합니다 .

한편 장무기는 교주 취임 후 사손(의부 X) **사손(X)**을 데려오기 위해 양소 부녀 및 명교 장로들과 함께 빙화도로 향하던 길이었습니다 . 그 일행은 도중에 각 문파 사람들 여러 명이 독공에 당해 쓰러져 있는 광경을 목격하고, 범인이 소림 고수임을 의심하던 참이었습니다  . 그러던 중 활을 든 무리와 한 무리의 남장여인을 마주쳤는데, 그녀가 비범한 풍모의 미모 여성인데다 손에 의천검까지 들고 있어 모두 놀라게 됩니다 . 이 무리는 길목에서 민가를 약탈하던 몽골 병사들을 응징하고 홀연히 사라졌는데, 장무기의 일행은 그 여인이 의천검을 지닌 사실과 무공으로 미루어 조민임을 직감합니다  . 조민이 이미 의천검을 손에 넣었다는 것은, 그녀가 광명정 이후 실종된 멸절사태나 주지약 등 아미파 쪽에 무슨 일이 벌어졌음을 암시했습니다.

장무기 일행은 이어 조민의 초대를 받아 녹류산장이라는 별장에 가서 연회를 벌입니다 . 그러나 이것은 함정이었고, 자객의 손에 음식에 탄 독이 퍼져 명교 군웅들은 모두 쓰러지고 맙니다 . 다행히 장무기는 구양신공으로 독기를 막아 해를 입지 않았고, 재빨리 해독약을 찾아내 동료들을 구합니다 . 장무기는 곧장 조민을 추궁하지만, 그녀에게 또 한 번 속아 함께 지하 함정에 갇히고 맙니다 . 분노한 장무기는 독이 퍼진 아군을 생각해 무리하게 조민을 협박하여 함정을 열게 만들고, 가까스로 탈출합니다  . 죽을 위기에서 조민과 함께 빠져나온 장무기는 그제서야 그녀가 생각보다 인정이 있고 대담하다는 점을 느끼지만, 여전히 믿지 못하고 거리를 둡니다.

독에서 회복한 명교 일행은 조민 일당을 뒤쫓아 소림사로 향합니다. 조민이 납치했던 육대문파 고수들이 소림사에 감금되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입니다 . 그러나 소림사에 도착한 그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목격합니다. 누군가 명교로 가장하여 이미 소림사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선주소림 재멸무당”(먼저 소림을 치고 다음에 무당을 멸하리라)라는 투서를 남긴 채 사라진 것입니다 . 이는 조민의 이간 계략으로, 마치 명교가 정파를 공격한 양 꾸며 무림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술책이었습니다. 장무기는 소림에 피해를 입힌 범인이 명교가 아님을 알고, 무당파에 급히 위험을 알리러 갑니다 . 하지만 이미 조민의 수하로 추정되는 자들이 무당산에 잠입해 있었고, 그들은 백세 노장 장삼봉을 기습하여 부상을 입힙니다 . 때마침 무당산에는 조민이 붙잡아온 각 문파의 주요 고수들이 포로로 끌려와 있었고, 조민은 이들을 담보로 자신이 명교 교주 대행이라 자처하며 무당파에게 원나라 조정에 협력하라고 강요합니다 . 조민이 제시한 조건을 무당 측이 거부하자, 그녀는 부상당한 장삼봉을 협박하여 자신의 세 고수 부하들과 승부를 겨루게 만듭니다 .

바로 그때 변복한 채 잠입해 있던 장무기가 모습을 드러내 장삼봉을 거듭 위기에서 구해냅니다  . 장무기는 무당 3협 유대암과 6협 은이정을 불구로 만든 원흉이 조민의 부하 중 한 명임을 간파하고 크게 분노하여 싸움을 펼칩니다 . 장무기는 갓 배운 태극권과 태극검을 활용하여 현명이로 등 조민의 세 고수를 차례로 모두 격파합니다  . 창안된 지 얼마 안 된 장삼봉의 태극권은 장무기의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무공 내공과 어우러져 엄청난 위력을 발휘합니다  . 결국 조민은 자신이 불리함을 알고 퇴각을 결정합니다. 장무기는 달아나는 그녀를 붙잡아 부상당한 사백들을 치료할 접골약을 요구하는데, 그녀의 부하 현명이로가 마지막으로 그의 가슴에 현명신장을 날려 장무기를 쓰러뜨립니다  .

잠시 뒤 장무기는 구양신공 덕분에 금세 회복하고, 조민의 일당으로부터 약을 빼앗아 부상자들을 치료합니다 . 하지만 교활한 조민은 가짜 약을 넘겨주었고, 무당 사제들은 오히려 중독이 심화되는 위기를 맞습니다 . 결국 장무기는 하는 수 없이 조민에게 세 가지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해독제와 진짜 치료약을 얻게 됩니다  . 조민은 속내를 감춘 채 이 조건을 받아들이며 퇴각합니다. 한편 은이정을 극진히 간호해온 양불회(기효부의 딸)는 그와 연모의 정을 키워 혼인 약속까지 하게 됩니다 . 이로써 무당과 명교는 새로운 인척관계가 맺어지며 더욱 연대하게 됩니다.

장무기는 전열을 정비한 후, 8월 중추 명월에 호응하여 호접곡에서 명교의 영웅대회를 소집합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명교와 한족 무림의 단합을 과시하고 반원 항쟁 연합군을 공식적으로 조직할 계획이었습니다 . 집결에 앞서 장무기는 유능한 한족 인재들을 규합하는데, 이 과정에서 훗날 명장의 반열에 오르는 서달과 상우춘 등도 명교 의용군에 합류합니다  . 집결 장소인 호접곡에 도착한 장무기는 훗날 명태조가 되는 주원장을 비롯한 인물들도 만나 힘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각 문파의 실종되었던 고수들이 원나라 대도(大都)의 만안사에 갇혀 있다는 충격적인 첩보가 전해집니다  . 장무기는 즉시 양소, 위소, 그리고 시녀 소소(샤오좨)를 대동하여 대도(베이징)의 만안사로 잠입해 구출 작전을 펴기로 결심합니다  .

육대문파 구출 작전과 의천검의 비밀

대도 만안사는 곽양왕부(몽골 왕족) 측이 운영하는 사원으로, 조민이 납치한 육대문파의 장로들과 주지약 등이 그곳에 감금되어 있었습니다. 조민은 이들에게 십향연근산이라는 특수한 독을 먹여 무공을 봉인한 뒤, 자신의 부하들에게 각 문파 절기(絶技)를 익히도록 강요하고 있었습니다 . 심지어 그녀는 주지약을 끌어내어 그녀의 얼굴에 상처를 내려고까지 하는 등 잔혹함을 보여주었습니다  . 마침내 밤중에 만안사에 잠입한 장무기, 양소, 위소는 조민이 주지약을 해치려는 순간 기습하여 그녀를 제압합니다 . 조민은 뜻밖에도 큰 반항 없이 물러나주지만, 이는 그녀의 충실한 부하인 벙어리 고대사를 통해 은밀히 전할 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곧 세 사람 앞에 나타난 고대사는 손짓으로 자신의 정체를 밝히니, 그는 사실 명교의 광명우사 범요(范遙)였습니다  . 범요는 원래 명교의 충직한 인물이었으나, 원나라 곽양왕부와 성곤의 음모를 막기 위해 얼굴을 일부러 흉측하게 망치고 벙어리로 가장하여 조민의 심복으로 잠입해 있던 것이었습니다  . 그는 조민의 정체를 알려주는데, 조민은 다름 아닌 원나라 실권자 곽양왕의 막내딸 민민 티무르이며 출중한 지략으로 명교와 한족 무림을 분열시키는 임무를 띠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

범요는 조민 부대를 치기 전에 우선 감금된 육대파 고수들의 해독이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 장무기는 이에 동의하여 꾀를 냅니다. 범요와 협의한 장무기 일행은 가짜 십향연근산(독약)을 만들어 현명이로 중 한 명을 협박하고, 곽양왕의 애첩까지 이용하는 등 지략을 총동원하여 독의 해약을 입수하는 데 성공합니다  . 그들은 곧바로 각 문파 장로들에게 해독제를 투여하여 중독을 풀고 모두를 구출합니다 . 이때 감옥에 갇혀 있던 아미파의 멸절사태는 임종을 앞두고 있었는데, 그녀는 마지막 순간 제자 주지약에게 “의천도룡에 얽힌 비밀”을 일러주며 **“아미파를 빛내기 위해서라면 장무기를 이용해서라도 의천검과 도룡도를 손에 넣으라”**는 유언을 남깁니다 . 그리고 주지약에게 아미파 장문인의 지위를 물려주며 숨을 거둡니다 . 구출된 무림인들과 함께 만안사에서 빠져나오려는 순간, 곽양왕의 장남 쿠쿠 티무르(원나라 황족)가 알아채고 절탑에 불을 질러버립니다 . 높은 탑 위에 갇혀 불길에 휩싸일 위기에 처하지만, 때마침 장무기가 건곤대나이신공으로 벽을 부수고 사람들을 구해내 모두 대도를 탈출합니다  . 멸절사태는 끝까지 장무기의 도움을 거부하고 불길 속에 남아 최후를 맞이합니다 .

주지약을 비롯한 무림 각파 인사들이 무사히 풀려났지만, 장무기는 의천검과 도룡도의 행방에 의문을 품습니다. 멸절이 죽기 직전 주지약에게 비밀을 일러준 뒤, 의천검을 넘겨주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한편 장무기는 조민과의 약속대로 다시 대도에 잠입해 그녀를 만나기로 합니다 . 그는 조민과의 약속 중 두 가지(함정에서 구출, 만안사 해독)를 이미 들어준 상태였고, 아직 세 번째 약속이 남아 있었습니다. 장무기는 조민과 적대하면서도 묘한 정으로 엮이는 스스로를 의식하며, 일단 그녀와 담판하고자 합니다.

약속 장소인 주점에서 조민과 마주한 장무기는, 마침 들린 아미파의 구원 신호를 듣습니다 . 급히 달려가 보니 새로 아미파 장문인이 된 주지약이 사매인 정민군에게 협박당하고 있습니다 . 정민군은 주지약이 장무기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추궁하며 그녀를 압박하고 있었는데, 그때 불쑥 나타난 **금화파파(자삼룡왕)**가 멸절사태의 사망에 통곡하며 주지약을 납치해버립니다  . 장무기와 조민은 금화파파의 납치 목적이 도룡도임을 직감하고, 동시에 사손(사부격인 사손, 금모사왕)을 떠올립니다  . 조민은 즉시 계책을 내어 금화파파가 이용한 배를 빌려타고 그녀를 추적하자고 제안합니다 . 이렇게 둘은 한 배를 타고 금화파파의 본거지인 영사도로 향합니다 .

영사도에서의 격전과 페르시아 명교

금화파파(자삼룡왕) 다이치스는 페르시아 명교에서 파견되어 오래전에 명교 양교주를 도운 공로로 “자색 셋째 용왕” 칭호를 받은 인물이었습니다 . 그녀는 본래 은엽선생(은야왕)과 혼인하여 딸까지 두었으나, 본국 페르시아 총단의 성녀(聖女)는 결혼이 금지되어 있었기에 중국에서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금화파파로 행세해 왔던 것입니다 . 그녀가 은야왕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 바로 은리(주아)였고, 어린 소소(샤오좨)는 그녀가 데려다 키운 양녀였습니다  . 금화파파 다이치스는 사손(금모사왕)이 빙화도를 떠나 중원에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도룡도를 노리며 영사도로 유인한 것입니다. 영사도에 도착한 장무기와 조민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손(금모사왕)**이 이미 빙화도를 떠나 금화파파의 영사도에 온 것입니다  . 한편 그보다 앞서 개방의 인물들이 영사도에 와 사손을 해치려 했으나, 오히려 도룡도의 위력에 격퇴당하고 물러난 참이었습니다  .

장무기와 조민이 영사도에 도착해 합류하자, 금화파파는 교활한 술수를 부려 사손에게서 도룡도를 빼앗으려 합니다. 그러나 늘 지혜롭던 그녀도 주아(은리)의 눈치 빠른 경고로 계략이 실패하자 격분하여 딸 주아의 가슴에 금화표창(날카로운 황금 꽃)을 날려 중상을 입힙니다 . 이에 장무기와 사손은 힘을 합쳐 금화파파의 흉계를 간신히 벗어납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예기치 못한 새로운 적들이 나타납니다. 페르시아 명교 총단의 풍운삼사(風雲三使)라는 세 명의 사자가 성스러운 성화령을 들고 상륙해, 명령 불복종으로 배교한 자삼용왕(금화파파 다이치스)을 죽이라고 통보합니다 . 금화파파는 자신을 죽이려는 본국 명령에 당황하지만, 딸과 사손이 보는 앞에서 쉽게 굴복하지 않습니다. 장무기가 나서서 풍운삼사와 결투를 벌이지만, 상대는 셋 모두 초일류 고수라 그는 심하게 몰립니다  . 절체절명의 순간, 조민이 뛰어들어 장무기를 감싸고 대신 목숨을 걸고 공격을 막아냅니다  . 조민의 이러한 희생적인 행동에 장무기는 그녀의 진심에 큰 충격을 받고 마음이 흔들립니다. 조민의 기지로 풍운삼사가 잠시 주춤한 사이, 장무기와 사손은 부상당한 조민과 주아(은리)를 데리고 근처 범선에 올라 급히 섬을 탈출합니다  . 이 와중에 장무기는 비로소 사손에게 자신이 의부(義父)의 아들 장무기임을 밝혀 두 사람이 눈물겹게 재회합니다 .

페르시아 사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곧 배로 추격해 와 대포를 퍼붓습니다. 장무기의 배는 포격을 맞고 결국 침몰하고 말죠 . 물에 빠지기 직전, 장무기는 배의 선창에 묶여 있던 주지약을 발견하고 그녀까지 풀어 구해냅니다 . 가까스로 작은 나룻배에 올라탄 이들은 드넓은 바다 위를 표류하게 됩니다. 그 배에는 장무기와 네 명의 젊은 여인(조민, 주지약, 은리(주아), 소소)이 타게 되어 묘한 동행이 이루어집니다 . 주아(은리)는 부상으로 정신이 혼미한 중에도 장무기의 이름을 부르짖고, 조민과 주지약은 서로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습니다 . 한편 사손(사부격인 금모사왕)은 포로가 된 금화파파 다이치스를 구하기 위해 바다에 남았다가, 풍운삼사의 간계로 배가 폭파되어 함께 수장될 위험에 처합니다 . 궁지에 몰린 순간 금화파파 다이치스는 자신의 딸이 소소(샤오좨)임을 밝히고, 딸 소소로 하여금 페르시아 총교의 교주 자리에 올라 모두를 구하도록 결단합니다  . 소소(샤오좨)는 슬픔 속에 어머니를 남겨두고 페르시아 사자들과 함께 본국으로 향하고, 사손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져 배에서 탈출합니다 . 이렇게 해서 장무기 일행 중 **소소(샤오좨)**는 눈물의 이별을 고하고 사라집니다 . 장무기는 자신을 잘 이해해주던 소소를 잃고 가슴 아파하지만, 곁에는 아직도 여러 인연이 남아 있었습니다 .

한적한 섬에서의 배신과 음모

한편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던 장무기와 네 여인은 가까스로 무인도 하나에 당도합니다. 이 섬에서 장무기는 부상당한 주아(은리)의 치료에 전념하고, 함께 고난을 겪은 조민과도 정을 나누며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그러나 그 평온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장무기가 눈을 떠보니 동행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중독되어 쓰러져 있었고, 주아의 얼굴은 누군가에 의해 난도질당해 있었습니다 . 더 충격적인 것은, 의천검과 도룡도 두 무기와 조민이 모두 사라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 주아(은리)는 상처와 독의 후유증으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맙니다 . 이에 장무기는 조민이 자신들을 배신하고 무기를 가지고 달아난 것으로 오해하고 분노합니다 . 그는 슬픔과 분노 속에, 사손(사부 격인 사손)의 권유로 주지약과 혼인하기로 약속합니다 . 주지약은 줄곧 장무기에 대한 마음이 있었기에 이를 받아들이고, 둘은 훗날 혼례를 기약합니다. 이로써 장무기는 자신을 향해 헌신하던 조민을 향한 믿음을 완전히 저버리고 복수심을 품게 됩니다.

때마침 몽골의 군선 한 척이 섬에 나타납니다. 장무기 일행을 구조하러 온 것이 아니라, 조민이 사라진 그 섬을 수색하러 온 원군 병선이었습니다 . 장무기의 의부 사손(금모사왕)은 기지로 그들을 피해 배를 몰아 대륙의 북단에 상륙한 뒤, 배에 탔던 몽골 병사들을 모두 제거해 입막음을 합니다 . 이 과정에서 주지약과 사손이 보인 빈틈없는 처리는 장무기의 마음을 왠지 불편하게 했습니다 . 아무튼 이들은 무사히 중국 본토로 복귀합니다. 원나라의 지배 영역으로 돌아온 후, 장무기는 **개방(거지패)**의 대규모 집회가 곧 열린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 개방은 당시 무림 최대의 조직 중 하나로서, 원 세력에 붙어 명교를 몰아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장무기는 개방의 동태를 살피러 몰래 집회 장소로 가봅니다 .

개방 대회에서 장무기는 믿기 힘든 광경을 봅니다. 예전 영사도에서 패배하고 달아났던 진우량이 개방의 중진이 되어 명교 섬멸을 선동하고 있었고, 한때 무당의 배신자였던 송청서마저 끌어들여 세력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 진우량은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자신을 “장무기”라고 사칭하는 가짜까지 내세워 여론을 교란합니다 . 그러자 그 자리에 남장을 한 조민이 불쑥 모습을 드러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반박합니다 . 장무기는 그녀를 보고 분노와 반가움이 교차하지만, 오해를 품은 상태라 복잡한 심정으로 지켜봅니다 . 조민은 현명이로 한 명을 데리고 나타났지만, 개방 무리에게 곧 포위되어 붙잡힐 위기에 처합니다 . 순간 장무기는 충동적으로 그녀를 끌어당겨 커다란 북 속에 숨겨줍니다 . 결국 둘은 함께 도망치는데 성공합니다.

장무기는 여전히 조민이 무인도에서 배신했다고 믿고 있었기에, 도주 중에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칼로 그녀를 해치려 듭니다 . 그러나 막상 칼끝을 들이대자 차마 내리치지 못하고 맙니다 .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조민에 대한 연정이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조민은 죽음도 불사하고 해명하려 하며, “반드시 사손(금모사왕)과 주지약을 대질시켜 억울함을 풀겠다”고 말합니다 . 장무기는 조민의 진심어린 호소에 마음이 흔들리지만, 약혼자인 주지약과 의부 사손이 기다리는 객잔으로 일단 함께 돌아갑니다 . 그러나 객잔에 돌아와 보니, 사손과 주지약 두 사람 모두 행방이 묘연했습니다 . 그들은 어디론가 급히 떠나 있었고, 장무기와 조민은 함께 둘의 행적을 찾아 나섭니다.

수색 도중 눈 내리는 산중의 동굴에서 장무기와 조민은 기막힌 현장을 목격합니다. 무당칠협의 막내 **막성곡(칠숙)**의 시신이 싸늘히 놓여 있었고, 바로 그때 무당의 사백들이 나타나 이들을 범인으로 오해합니다  . 조민은 기지를 발휘해 상황을 빠져나가려 하지만 소용이 없었고, 장무기는 졸지에 막성곡을 살해한 누명을 쓰게 됩니다 . 그러나 우연히 근처를 지나던 송청서와 진우량의 대화를 엿듣게 되면서 진상이 밝혀집니다  . 송청서는 주지약의 방을 훔쳐보다 이를 꾸짖는 막성곡을 순간 욱하여 죽였고, 이를 진우량이 부추겨 장무기의 소행으로 덮어씌우려 했던 것입니다  . 마침내 무당 사제들도 장무기의 결백을 인정하고 물러납니다. 이로써 조민과 장무기는 서로를 더욱 신뢰하게 됩니다.

소림사 영웅대회와 최후의 결전

한편 장무기는 사손(금모사왕)과 주지약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는 부상당한 조민을 객잔에 남겨두고 홀로 그들을 뒤쫓지만, 누군가 일부러 남긴 명교 표식을 따라다니다 시간만 허비합니다  . 결국 발길을 돌려 약속 장소인 **노룡(蘆龍)**에서 열린 개방 연회장에 뛰어들었습니다 . 그곳에 주지약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녀는 의외로 진우량과 손잡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 장무기는 주지약을 구출하여 그녀에게 사손의 행방을 캐묻습니다. 그러나 교활한 진우량의 언변과 술수에 휘말려 한동안 곤란을 겪습니다 . 바로 그때 **황삼미인(黃衫美人)**이라 불린 미모의 젊은 여인이 시녀를 대동한 채 홀연히 나타납니다  . 이 신비한 황금색 옷의 미인은 놀라운 무공으로 진우량을 제압하고, 그의 배후에 성곤(원진)이 있었음을 폭로합니다  . 알고 보니 성곤은 광명정 전투에서 죽은 척하며 도망친 후, 개방 방주 사화룡을 암살하고 그 자리에 가짜를 앉혀 진우량이 전횡을 부릴 수 있게 해왔던 것이었습니다  . 황삼미인의 도움으로 개방 방중들은 분노하며 진상을 깨닫지만, 정작 주범 진우량과 송청서는 그 사이 도주해버립니다 . (이 황삼미인은 곽정·황용 부부의 후손으로, 구음진경을 익힌 신비로운 협객으로 암시됩니다.)

모든 음모의 퍼즐이 조금씩 맞춰져 가는 가운데, **사손(금모사왕)**이 소림사에 얽혀 있다는 정보가 도착합니다. 바로 조민이 알아낸 사실인데, 그녀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군주의 신분까지 버린 지금 장무기를 속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 그녀가 은밀히 입수한 바에 따르면 사손은 현재 소림사에 갇혀 있으며, 곧 단양절(端陽節, 단오 즈음)에 소림사에서 영웅대회를 열어 사손을 공개적으로 처리할 계획이라는 것이었습니다 . 장무기는 이에 큰 충격을 받고, 조민과 함께 급히 소림사가 위치한 소실산으로 떠납니다 . 두 사람은 신분을 숨긴 채 산 아래 노부부의 집에 몸을 의탁하고, 장무기는 노파의 소개로 소림사에 잡일을 거드는 행자로 잠입하여 내부 동정을 살핍니다 . 조민 역시 여관에 머물며 정보를 수집합니다.

마침내 단양절 영웅대회의 날, 소림사에는 구름같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 금모사왕 사손에게 원한이 있는 자들이나, 도룡도를 노리는 무림인들까지 총출동한 것입니다 . 장무기는 소림사 계단을 오르며 행자 차림으로 이 모습을 지켜봅니다. 곧 공식 대회가 시작되고, 소림사는 **“사손(금모사왕)을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를 주제로 회의를 여는 척하면서 무림 각파의 힘을 시험하려 듭니다 . 대회 규칙은 각 파에서 2명씩 대표를 내어 승자에게 사손을 넘긴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 몽골측 주최측이 무림 고수들을 서로 싸우게 만든 함정이었습니다 .

여기서 장무기는 주지약이 소림사에 당당히 아미파 장문인의 자격으로 나타난 것을 보고 놀랍니다 . 더 놀라운 것은 그녀가 송청서를 대동하여 **“나의 남편”**이라고 소개한 사실이었습니다 . 이는 장무기에게 큰 충격을 줍니다. 주지약이 언제 송청서와 혼인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분명 무언가 복선이 있음을 직감합니다. 각파 대표들의 대련이 이어지는 가운데, 장무기는 포박당한 채 재판을 기다리는 **사손(금모사왕)**을 멀리서 목격합니다. 그는 여전히 소림 고승들의 감시 속에 결박되어 있지만, 눈빛만은 살아 있습니다. 한편 조민은 이러한 대회 자체가 사실 원진(성곤)의 음모임을 눈치챕니다 . 즉, 승부 끝에 장무기가 이겨내더라도 소림의 **삼대 고승(삼신승)**이 나서 그를 제거하고 몽골이 무림을 장악하려는 계략이라는 것입니다 .

예상대로 시합이 진행되던 중 원나라 군대가 몰래 주변을 포위하여 강호 인사들을 소탕하려 합니다 . 이를 알아챈 장무기는 곧장 뛰쳐나와 군웅들을 지휘해 원군의 선봉대를 격퇴시킵니다. 그 사이 혼전 속에서 송청서가 들것에 실려 부상당한 척하다가 도망치려 하는 것을 장무기가 붙잡습니다 . 그는 송청서의 붕대 속에 부러진 도룡도와 의천검 두 무기가 숨겨져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 그제서야 무인도에서 벌어졌던 사건의 전말이 거의 명백해집니다 . 장무기는 즉시 조민과 함께 녹류산장에서 조민이 가뒀던 지하 밀실(지뢰)을 찾아가 보라는 의부 사손의 말을 떠올리고, 그곳으로 달려갑니다 .

사손이 남긴 벽화에는 무인도에서 있었던 사건과 사손 본인이 납치된 일이 상세히 그려져 있었습니다 . 그것은 다름 아닌 주지약의 소행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증거들이었습니다 . 즉, 무인도에서 장무기 일행을 독살하려 한 자는 조민이 아니라 주지약이었고, 그녀는 스승 멸절의 명을 받고 도룡도와 의천검을 차지하려고 그 끔찍한 일을 벌였던 것입니다  . 주지약은 잠든 동료들에게 십향연근산 독을 쓰고, 주아(은리)의 얼굴을 망가뜨린 뒤, 몰래 잠입해온 송청서의 도움으로 두 무기를 챙겨 탈출했던 것입니다. 이 벽화를 보고 장무기는 주아(은리)의 죽음이 조민과 무관했음을 깨닫고, 그간 조민을 원망하며 품었던 번뇌가 눈 녹듯 사라집니다  . 그는 자신의 커다란 오해를 반성하며 조민에게 깊은 미안함과 연모의 정을 동시에 느낍니다.

장무기의 선택과 결말

한편 주지약은 자신이 저지른 일들이 곧 모두 탄로날 지경에 이르자 마음의 무거운 짐을 이기지 못합니다. 그녀는 스승의 유언을 지키려 악행을 저지른 죄책감과, 장무기에 대한 사랑과 질투 사이에서 갈등하며 산속을 헤매다가, 그녀를 노리던 현명이로(현명신장 고수)와 마주칩니다 . 현명이로 중 한 명이 구음진경과 그녀의 몸을 탐해 공격해오자, 주지약은 현명패천장의 독장에 맞고 위기에 처합니다 . 바로 그때 지하 밀실에서 벽화를 보고 뛰쳐나온 장무기와 조민이 달려와 그녀를 구해줍니다 . 그런데 주지약은 연인이 되어버린 두 사람을 보자 복잡한 감정에 휩싸입니다. 그녀는 장무기에 대한 애증을 조민에 대한 증오로 표출하여, 자신이 맞은 패천장의 한기(寒氣)를 조민에게 전가시키는 비열한 짓까지 저지릅니다 . 심지어 조민의 머리를 잡고 구음백골조(九陰白骨爪)까지 펼쳐 치려 하지만 실패하고, 곧 어디론가 도망쳐 사라집니다 .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난 조민은 주지약의 품에서 몰래 훔쳐낸 두 권의 책자를 장무기에게 내보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구음진경과 악비 장군의 병법서(무목유서), 즉 의천검과 도룡도에 숨겨져 있던 비급과 병서였습니다  . 이로써 의천검과 도룡도를 둘러싼 모든 비밀이 풀린 셈입니다.

주지약의 배신과 조민의 결백이 모두 명백해지자, 장무기의 마음의 짐도 덜어집니다. 그는 얻어낸 무목유서(악비의 병법서)를 펼쳐보며 원나라 군대에 맞설 묘책을 강구합니다 . 곧 병법에 따라 우두산 전투 전략을 참조하여 몽골군을 맞이할 계책을 세웁니다 . 이후 이어진 명교 의용군과 원군의 최후 결전에서, 장무기는 직접 지휘에 나서 한때 고전하지만, 때마침 회서 지방에서 달려온 서달과 상우춘 휘하의 의군 증원 덕택에 원군의 대부대를 분쇄하는 전과를 올립니다  . 이 승리로 원나라 축출이 가시화되자, 장무기는 무목유서를 서달에게 넘겨주며 “대업(명 건국)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합니다  . 몽골 병사가 물러간 뒤, 각 문파 군웅들은 하산하여 뿔뿔이 돌아갑니다.

한편 산속 어딘가로 도망쳤던 주지약은 자신이 죽게 만든 주아(은리)의 귀신을 만났다는 환영에 사로잡혀 정신없이 달아나다, 장무기와 조우하게 됩니다 . 장무기는 쓰러진 그녀를 끌어안고 토로합니다. “사부의 유언 때문에 악행을 저지르고 결국 자기까지 불행해질 수밖에 없었던 그 운명이 참으로 가엾다”고 그녀를 위로합니다  . 주지약은 그제서야 눈물을 흘리며 뉘우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걸었음을 깨닫습니다. 장무기는 그런 그녀에게 연민의 정을 느낄 뿐이었습니다  .

바로 그때, 곁에 있던 조민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장무기는 눈치챕니다 . 그는 황급히 조민을 찾아 나서지만 보이지 않고, 오히려 주지약에게서 느닷없는 질문을 받습니다 . “네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장무기는 더는 피하지 않고 **“조민”**이라고 고백합니다  . 그러자 주지약은 한숨을 내쉬며, 조금 떨어진 곳에 자신이 혈도를 눌러 숨겨두었던 조민을 데려다 보여줍니다  . 주지약은 마지막 일말의 미련으로 조민을 인질처럼 숨겨두었으나, 장무기의 마음을 확인하고 체념한 것입니다. 그녀는 조민을 일으켜 세워주며 모든 것을 인정하고 떠나려 합니다. 그 순간, 무인도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주아(은리)**가 숨어 있다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 알고 보니 주아는 간신히 목숨을 건져 이 주변을 맴돌고 있었고, 주지약의 계략에 속아 상황을 관망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 주아는 현재의 장무기가 바로 어릴 적 자신의 손을 깨물던 그 “증아우” 장무기임을 이미 알았지만, 그녀의 기억 속에는 오로지 자신에게 모질게 굴었던 소년의 모습만 남아 있었습니다  . 결국 주아(은리)는 “이제의 장무기”와 “기억 속 장무기”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조용히 등을 돌려 떠나버립니다  . 장무기는 그런 그녀를 붙잡지 못하고 바라봅니다. 이로써 장무기를 둘러싼 네 여성과의 인연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조민과 장무기는 무당산을 함께 찾아가 장삼봉 대사를 뵙습니다. 장삼봉은 두 사람의 지난한 인연을 모두 들은 후, “정(情)도 인연도 모두 귀한 것이니 부디 함께 잘 살아가라”고 격려해 줍니다  .

이 즈음 명교 의용군은 각지에서 승승장구하여 원나라 몰락이 코앞에 다가옵니다 . 그러나 권력 앞에 인간 관계는 무상한 법이었습니다. 평소 욕심 없던 장무기는 믿었던 사람들의 변심과 배신으로 깊은 상심을 겪습니다 . 교활한 주원장은 서달 등을 이용해 장무기를 의기소침하게 만들고, 장무기는 스스로 지도자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 이후 주원장은 공을 세운 동료들을 하나둘 제거하며 권력을 독점하고, 마침내 원나라를 몰아낸 뒤 명나라의 황제로 등극합니다  . 명교는 역성혁명에 결정적 역할을 했음에도 주원장의 견제로 탄압받고, 많은 교중 인사들이 숙청당하는 비극을 맞습니다 . 한편 간신 진우량은 명교 의군 내부에서 모반을 일으켜 의용군에 큰 손실을 입히지만, 결국 파양대전에서 패망합니다 . 이러한 혼란 속에서 장무기는 양소 등에게 교주의 직위를 이양한다는 서신을 남긴 뒤, 세속 권력 다툼에서 완전히 물러납니다  .

장무기는 이제 조민과 함께 세상을 떠날 결심을 굳힙니다. 조민은 그에게 전에 약조한 세 번째 소원을 요구하는데, 다름 아닌 “자신의 눈썹을 그려 달라(화미)”는 것이었습니다 . 장무기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며 붓을 들어 그녀의 눈썹을 그려주려 합니다. 바로 그때 나타난 주지약이 “혼례식날 내 부탁 한 가지를 들어주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달라”고 말하자, 장무기는 순간 당황하여 붓을 떨어뜨리고 맙니다 . 조민은 웃으며 그의 손을 잡고, 두 사람은 함께 천하를 등지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 (※ 이후 개정판에서는 장무기가 완전히 교주 자리에서 물러나 양소와 범요에게 맡기고, 조민과 중원을 떠나 한가로운 삶을 살았다는 결말로 보완되었습니다  .)

이렇게 『의천도룡기』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장무기라는 주인공은 한때 무력하고 고독했던 소년에서 시작해, 수많은 기연과 시련, 그리고 인연을 통해 성장하여 마침내 무림의 패자로 우뚝 섭니다 . 하지만 그는 끝내 사랑을 선택하여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떠나갑니다 . 그의 선택은 곧 인간적인 행복과 평화를 추구하는 협객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작품 말미에 주원장 등이 황제가 되어 새로운 시대가 열리지만, 장무기는 속세의 영욕을 버리고 조민과 함께 한가로운 은거의 길을 택한 것입니다 .

**『의천도룡기』**는 이처럼 한 인물의 성장담이자, 무림 정파와 사파의 갈등 속에서 권력과 욕망이 충돌하는 드라마이며, 궁극적으로 사랑과 의리에 관한 이야기로 귀결됩니다. 곽정(유가적 영웅), 양과(도가적 영웅)와는 또 다른 불가적 협객인 장무기는 부모 원수마저 용서하는 자비와 남의 장점을 기억하는 포용력으로 무림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 동시에 사랑 앞에서는 끝없이 고민하고 흔들리는 우유부단한 인간미를 보여주어 독자들의 공감을 샀습니다 . 그의 부드럽지만 강인한 성품은 태극권과 같은 무공을 통해서도 드러나, 무협소설 속 협객상의 깊이를 더해줍니다  . 『의천도룡기』는 이렇게 인물 관계의 다층적인 그물망과 방대한 사건 전개 속에서도 뚜렷한 주제의식을 품고 있으며, 전작들과 연결된 세계관과 역사적 상상력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폭정에 맞선 민중 봉기라는 역사적 서사와, 선악이 뒤섞인 무림 세계의 교훈(“정도 사로, 사도 정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함께 담아낸 이 소설은, 중국 무협소설의 걸작으로 손꼽히며 오랜 세월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

참고 자료: 김용 『의천도룡기』 (완역판 전8권), ko.wikipedia.org 위키백과       등, hihibook.tistory.com 줄거리 리뷰   , wapiduck.tistory.com 줄거리 요약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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