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흉폭한 황자, 오우스(小碓)
제12대 게이코 천황(景行天皇)의 시대, 야마토 조정은 아직 불안정했고 사방에는 복종하지 않는 세력들이 넘쳐났다. 천황에게는 쌍둥이 같은 두 아들이 있었다. 형은 오오우스(大碓), 동생은 오우스(小碓)였다. 훗날 야마토 타케루가 되는 이는 바로 동생 오우스였다.
어느 날, 천황은 형 오오우스가 식사 자리에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 동생에게 명했다.
"형이 게으름을 피우는구나. 네가 가서 잘 타이르고 가르쳐서 내일은 나오게 하라."
그러나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형은 나타나지 않았다. 의아해진 천황이 동생을 불러 물었다.
"어찌하여 형이 오지 않느냐? 설마 아직도 타이르지 않은 것이냐?"
오우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이미 잘 처리했습니다."
"처리하다니? 어떻게 말인가?"
"새벽에 형이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을 기다려 붙잡았습니다. 그리고 팔다리를 뜯어내고 몸을 찢어 돗자리에 싸서 내다 버렸습니다."
천황은 전율했다. 아들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죄책감도 없었다. 그것은 인간의 잔혹함이 아닌, 맹수의 본능에 가까웠다. 천황은 자신의 아들이지만 두려움을 느꼈다. 이 흉폭한 힘이 언젠가 자신의 왕좌를, 아니 자신의 목숨을 노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이 아이를 곁에 두어서는 안 된다."
천황은 즉시 명령을 내렸다.
"서쪽 규슈(九州) 땅에 곰처럼 강력한 쿠마소(熊襲) 형제가 반란을 일으켰다. 네가 가서 그들을 토벌하고 오라."
군사도 거의 주지 않은 채, 사실상 죽으러 가라는 명령이었다. 오우스는 당시 아직 땋은 머리를 한 소년이었으나,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하지 않고 홀로 길을 떠났다.
제2장: 여장 암살과 '타케루'의 이름
오우스는 서쪽으로 향하며 계획을 세웠다. 쿠마소 형제는 힘이 장사였고, 그들의 거처는 경계가 삼엄하여 정공법으로는 승산이 없었다. 때마침 쿠마소의 진영에서는 새 집을 지은 것을 축하하는 연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오우스는 자신의 긴 머리를 풀고, 이모인 야마토히메에게서 받은 아름다운 옷을 꺼내 입었다. 그는 여느 소녀보다도 고운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칼을 옷 속에 깊숙이 숨긴 채, 그는 연회장의 춤추는 여인들 틈에 섞여 들어갔다.
밤이 깊어지고 술판이 무르익었다. 쿠마소 형제, 특히 형인 쿠마소 타케루는 아름다운 신입 무희(오우스)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그는 오우스를 자신의 옆자리에 앉히고 술을 권했다.
형제의 경계심이 완전히 풀린 순간이었다. 오우스는 품 속의 칼을 뽑았다. 번개 같은 일격이었다. 형 쿠마소의


가슴을 꿰뚫자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 동생 쿠마소는 기겁하여 도망치려 했으나, 오우스는 방문 앞에서 그를 따라잡아 칼로 등을 내리찍었다.
피를 토하며 동생 쿠마소가 간청했다.
"잠깐! 칼을 멈추시오. 당신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우리 형제보다 강한 자는 서쪽 땅에 없었습니다."
오우스가 짓밟으며 답했다.
"나는 야마토 천황의 아들, 오우스노 미코토다."
동생 쿠마소는 죽어가며 경의를 표했다.
"우리는 서쪽의 가장 용맹한 자라 하여 '타케루(建, 용사)'라 불렸습니다. 이제 우리보다 강한 당신에게 그 이름을 바치겠습니다. 부디 야마토 타케루(倭建)라 칭하십시오."
오우스는 그 말을 끝으로 동생의 숨을 끊었다. 이것이 일본 전설상 가장 유명한 영웅, 야마토 타케루의 탄생이었다.
그는 돌아오는 길에 이즈모(出雲) 땅에 들러 또 다른 강자 이즈모 타케루까지 속임수(나무로 만든 가짜 칼과 진검을 바꿔치기하여 대련함)로 베어버리고, 위풍당당하게 야마토로 귀환했다.
제3장: 아버지의 살의(殺意)와 이세 신궁의 눈물
개선장군이 되어 돌아온 야마토 타케루. 그러나 아버지 게이코 천황의 반응은 차가웠다. 서쪽의 맹수들을 죽이고 돌아온 아들은 이제 더 큰 괴물이 되어 있었다.
천황은 아들이 숨을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다시 명령했다.
"동쪽 땅의 12개 나라가 복종하지 않는다. 당장 가서 평정하라."
이번에도 제대로 된 군대는 주어지지 않았다. 단지 창 한 자루가 쥐어졌을 뿐이었다. 야마토 타케루는 절망했다. 이것은 임무가 아니라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그는 동쪽으로 가는 길에 이세 신궁(伊勢神宮)에 들러, 그곳의 제주(제사장을 맡은 무녀)이자 고모인 **야마토히메(倭比売)**를 만났다. 강인했던 영웅은 고모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통곡했다.
"천황께서는 제가 죽기를 바라시는 겁니까? 서쪽의 흉적을 치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군사도 없이 다시 동쪽 끝으로 가라 하십니다. 이는 필시 제가 그곳에서 죽어 돌아오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까?"
야마토히메는 조카의 눈물을 닦아주며, 신궁에 보관되어 있던 신물(神物) 두 가지를 내주었다.
하나는 스사노오가 머리가 여덟 달린 뱀(야마타노 오로치)을 죽이고 얻은 전설의 검, 쿠사나기의 검(초치검, 草薙剣).
또 하나는 작은 주머니였다.
"위급한 상황이 오면 이 주머니를 열어보거라. 그리고 이 검이 너를 지켜줄 것이다."
고모의 사랑과 신검을 품에 안고, 야마토 타케루는 눈물을 삼키며 동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4장: 불타는 들판과 쿠사나기의 검
동쪽으로 가는 여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사가미(오늘날의 시즈오카/카나가와 접경) 땅에 도착했을 때, 그곳의 국조(지방관)가 그를 속였다.
"이 들판 너머에 큰 사슴과 멧돼지가 사는 늪이 있습니다."
사냥을 즐기던 타케루는 의심 없이 억새가 우거진 들판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판 한가운데에 이르렀을 때, 국조는 사방에서 불을 놓았다. 가을의 마른 풀은 순식간에 불타올랐고, 타케루는 거대한 화염의 감옥에 갇히고 말았다.
뜨거운 열기와 연기 속에서 그는 자신이 죽게 되었음을 직감했다. 그때, 고모가 준 주머니가 생각났다. 열어보니 그 안에는 부싯돌(화타금)이 들어 있었다.
'맞불이다!'
타케루는 허리에 찬 전설의 검, 쿠사나기를 뽑았다. 검을 휘두르자 신비한 힘이 깃들어 주변의 풀들이 저절로 베어져 나갔다(이때부터 이 검은 '풀을 베는 검'이라는 뜻의 쿠사나기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검으로 풀을 다 베어내 공간을 만든 뒤, 부싯돌로 맞불을 놓았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며 불길은 오히려 그를 죽이려던 적들을 향해 덮쳤다. 화염 속에서 살아나온 타케루는 배신자들을 모두 베어 죽이고 시신을 불태웠다. 그곳은 훗날 '야이즈(조가비 타는 곳 혹은 불타는 항구)'라 불리게 되었다.
제5장: 오토 타치바나 히메의 희생
육로를 지나 이제 바다를 건너 카즈사(치바 현)로 가야 했다. 우라가 수도에 이르렀을 때, 타케루는 바다를 바라보며 농담을 던졌다.
"이 바다는 작구나. 저 건너편 쯤은 뛰어서도 건너겠다."
이 오만한 말은 바다의 신을 분노하게 했다. 배가 바다 한가운데에 이르자, 갑자기 폭풍이 몰아치고 파도가 산처럼 일어났다. 배는 뒤집힐 위기에 처했고, 나아가지도 물러가지도 못한 채 며칠이 흘렀다.
그때, 타케루와 동행했던 아내 오토 타치바나 히메(弟橘比売)가 일어났다. 그녀는 타케루를 바라보며 슬프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은 해신의 노여움입니다. 비천한 제가 황자님을 대신하여 바다에 들어가 신의 노여움을 달래겠습니다. 부디 황자님은 임무를 완수하시고 천황께 보고하십시오."
말릴 새도 없이 그녀는 뱃머리에 섰다. 거친 파도 앞에서 그녀는 마지막으로 노래(와카)를 읊었다.
> "사네사시 사가무노 오노니 모유루 히노 호나카니 타치테 토히시 키미와모"
> (사가미의 들판,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도 저의 안부를 물어주셨던 당신이시여.)
>
그녀는 겹겹이 입은 옷과 돗자리를 파도 위에 던지고 그 위로 뛰어내렸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폭풍이 멎고 바다는 잠잠해졌다.
타케루는 훗날 동쪽 정벌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우스이 고개에 서서 떠나온 동쪽 바다를 바라보며 세 번 탄식했다.
"아즈마 하야(아아, 나의 아내여)..."
이 탄식에서 동쪽 지방을 '아즈마(吾妻 - 나의 아내)'라고 부르는 유래가 생겼다.
제6장: 이부키 산의 재앙과 몰락
동방 원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오는 길, 야마토 타케루는 오만해져 있었다. 그는 수많은 신과 귀신을 베었고, 이제 두려울 것이 없었다.
오와리 땅에 머물며 미야즈 히메라는 여인과 결혼을 약속한 그는, 이부키 산(伊吹山)에 사는 거친 신을 맨손으로 잡겠다며 호언장담했다. 그리고 가장 큰 실수를 저지른다.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신검 쿠사나기의 검을 아내에게 맡겨두고 맨몸으로 산에 오른 것이다.
산 중턱에서 그는 거대한 흰 멧돼지 한 마리를 만났다. 소만큼이나 큰 멧돼지였다. 타케루는 비웃으며 말했다.
"이놈은 산신의 심부름꾼이구나. 내 돌아오는 길에 잡아먹어 주마."
하지만 그것은 심부름꾼이 아니라 산신 그 자체였다. 신을 모욕한 대가는 참혹했다. 산신은 즉시 엄청난 우박과 차가운 비를 퍼부었다. 안개가 자욱해져 앞을 볼 수 없었다.
타케루는 길을 잃고 헤매다 겨우 산을 내려왔지만, 이미 신의 저주(독기)가 몸에 퍼져 있었다. 고열과 피로가 그를 덮쳤다. 의식은 흐려지고 다리는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지팡이에 의지해 간신히 한 걸음씩 옮겼다. 그 모습이 마치 지팡이를 찌르며 걷는 것 같다 하여 그곳의 이름이 '츠에츠키자카(지팡이 고개)'가 되었다.
제7장: 백조(白鳥)가 되어 날아가다
병든 몸을 이끌고 그는 고향 야마토를 향해 필사적으로 걸었다. "살아서 아버지에게 보고하고 싶다", "고향의 산을 보고 싶다"는 일념뿐이었다.
노보노(오늘날의 미에현)라는 곳에 이르렀을 때, 그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는 소나무 아래 쓰러져 고향 쪽 하늘을 바라보며 마지막 노래를 불렀다.
> "야마토는 나라의 으뜸,
> 겹겹이 둘러싸인 푸른 산 울타리,
> 아름다워라, 야마토여..."
>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들과 자신이 쓰던 칼을 그리워하며 또 노래했다.
> "소녀들의 옷자락 같은
> 구름이 떠가는 하늘 위를 걷고 싶구나..."
>
이 노래를 끝으로, 전설적인 영웅 야마토 타케루는 숨을 거두었다. 그의 나이 겨우 30세 가량이었다.
비보가 야마토 조정에 전해졌다. 그토록 아들을 경계했던 게이코 천황조차 땅을 치며 통곡했다. 아내들과 자식들이 노보노로 달려와 그의 시신을 안고 울부짖었다. 그들이 무덤(능)을 만들고 장사를 지내려던 순간,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무덤 속에서 거대한 하얀 새(백조)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백조는 슬픈 울음소리를 남기고 야마토를 향해 날아갔다. 사람들은 울며 그 새를 쫓아갔다.
백조는 야마토를 지나 카와치(오사카) 땅에 잠시 내려앉았다가, 다시 하늘 높이 날아올라 영원히 사라졌다. 사람들은 백조가 내려앉았던 곳들에 무덤을 만들고 '백조의 능(시라토리노 미사사기)'이라 불렀다.
비극적인 운명 속에서도 황실을 위해 검을 휘둘렀던 영웅,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고독한 아들 야마토 타케루의 이야기는 이렇게 백조가 되어 전설로 남게 되었다.
[후일담 및 해석]
이 이야기는 단순한 영웅담을 넘어, 고대 일본의 중앙집권화 과정을 상징합니다.
* 쿠마소와 이즈모: 서쪽 세력의 복속.
* 동방 원정: 관동 지방의 개척.
* 비극적 죽음: 강력한 무력을 가진 영웅은 평화로운 통치 시대에는 불필요하거나 위험한 존재로 인식되어 제거되거나 사라지는 '토사구팽'의 원형을 보여줍니다.
특히 **'쿠사나기의 검'**은 오늘날까지도 일본 천황가를 상징하는 삼종신기 중 하나로 남아, 야마토 타케루의 무용담과 신성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 스토리를 바탕으로 화보집의 구성을 잡는다면 다음과 같은 하이라이트 장면들을 추천합니다:
* [서막] 붉은 달 아래, 형을 살해하고 무표정하게 서 있는 소년 오우스.
* [잠입] 화려한 여장으로 쿠마소의 연회에서 춤추는 모습 (칼자루가 살짝 보임).
* [결투] 쿠마소 타케루를 찌르는 역동적인 유혈 장면.
* [고독] 이세 신궁 앞, 고모에게 검을 받으며 눈물 흘리는 뒷모습.
* [화염] 불타는 들판 한가운데서 신검을 휘둘러 불길을 베어내는 초현실적 장면.
* [희생] 폭풍우 치는 바다, 바다로 뛰어드는 아내의 휘날리는 옷자락.
* [저주] 이부키 산, 거대한 흰 멧돼지(신)와 병들어가는 타케루의 대비.
* [승화] 무덤 위로 날아오르는 거대한 백조와 그를 쫓는 사람들의 실루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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