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중화학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제 성장을 이뤄왔습니다. 2020년 기준, 제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며, 중화학공업은 제조업 전체 출하액의 3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수요 감소와 경쟁 심화로 인해 몇몇 산업은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성장 모델이 필요합니다.
1. 산업 구조 개편
1.1. 공급 역량 최적화를 통한 산업 자생력 제고
수요 대비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산업은 자산의 합리화, 기업 간 포트폴리오 교환 및 통폐합 등을 통해 공급 역량을 최적화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산업 전반의 자생력을 높이고, 기존 인력의 재교육을 통해 타 산업으로의 유연한 재배치를 고민해야 합니다. 중국은 2017년부터 5년간 철강, 석탄, 조선, 시멘트 등 기간 산업의 과잉 생산능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한 산업 재개편을 단행했습니다.
1.2. 정유 및 석유화학 산업의 대응 필요
정유 및 석유화학 산업은 2022년 기준 한국 GDP의 약 5%를 기여하고 약 17만 명을 고용하는 국가 기간산업입니다. 그러나 글로벌 탄소중립 추진에 따른 에너지 대전환으로 대대적인 수요 감소가 예상됩니다. 일본은 인구 고령화, 자동차 연비 개선, 전기차 전환 등으로 연료 소비가 감소하며 정유산업의 건전성이 악화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2. 비즈니스 모델 개편
조선, 자동차/모빌리티, 가전 등 대한민국 경제의 주력 제조 산업들은 지난 30년 동안 대기업1차2차 협력사라는 수직계열화된 비즈니스 모델 하에서 성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기술 및 고객의 요구 사항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 개편이 필요합니다. 특히 모빌리티, 조선 산업 등에서는 다양한 기술과 고객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요구됩니다.
식품, 패션/뷰티 등 소비재 산업은 내수 시장 중심의 현지화된 비즈니스 모델로 글로벌 선도 기업 대비 높은 내수 시장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인구 감소 등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추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따라서 발 빠른 비즈니스 모델 개편이 요구됩니다.
2.1. 모빌리티 산업 최선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개편
공유화, 전동화, 자율주행 등 메가트렌드로 대변되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가 곧 도래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대한민국의 모빌리티 산업이 보유한 높은 글로벌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면서 세계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생태계 내 기존신규 기업 간 수평적 협업이 적극 추진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 대기업, 그리고 이종 산업 내 주요 기업 등 각 주체들의 협업이 다방면에서 요구됩니다.
2.1.1. 미래 모빌리티 시대 핵심 역량 확보 위한 파트너십 추진
전기차 시대의 핵심 산업으로 대두되는 배터리 산업의 가치사슬 확장을 통해 핵심 소재·부품·장비를 내재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배터리 팩 기준 이차전지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160조 원에서 2035년 약 815조 원까지 매년 약 15%의 고성장이 전망됩니다. 이 과정에서 생태계 내 참여자들의 활발한 수평적 협업은 공급망 확보, 자본 확보 및 투자 리스크 축소 등에 유리합니다.
또한,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한민국은 완성차 판매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솔루션 구독 등 제품 및 서비스를 다각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생태계 내 주요 기업들은 파트너십을 활성화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2.1.2. 영세한 Tier 2 및 일부 Tier 1 부품사의 과감한 포트폴리오 전환
내연기관 산업의 규모가 계속 축소되는 상황에서 기존 부품 산업의 Tier 1 및 Tier 2 기업들 가운데 시대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도태될 수 있습니다. 부품사는 기존 대기업에 종속된 공급망에서 벗어나 전동화 트렌드 및 부품 전문성을 활용해 자동차 개발의 초기 단계부터 다양한 글로벌 OEM과 협업하는 신규 사업 모델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합니다.
2.1.3. 주요 글로벌 기업들과의 긴밀한 협업
국내 OEM사, 부품사, 솔루션 사업자들은 견고한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일본, 동남아시아, 인도 등의 글로벌 기업들과도 긴밀하게 협업해야 합니다. 각 가치사슬의 제품 및 서비스 제공자들은 생태계 내 협업을 활발히 하면서 EndtoEnd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입지를 확대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2.2. 신규 활로 개척을 위한 조선 산업의 과감한 개편
조선 산업도 아직까지는 선도적 입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산업 내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종 산업과의 수평적 협력 관계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로의 개편이 필수적입니다. 조선사 및 조선 기자재 공급사들은 심화되는 가격 경쟁에서 탈피하기 위해 자율운항 선박 시장, 해상풍력, 빅데이터 산업 등으로 수평적 확장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2.2.1.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조선산업, 출구는 다양한 수평적 협력 기반 사업 확장
조선사들이 미래 조선 산업의 핵심 고부가가치 산업들로 여겨지는 자율운항 선박 및 해상풍력 시장으로 진출을 고려할 경우, 기존 생산 역량만을 내세워서는 생태계 내 핵심 주체가 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한 기업이 기술력 전부를 유기적으로 확보하기보다는 글로벌 선도사들과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2.2.2. 기존 조선사와 수직계열화되어 있던 부품사들의 발 빠른 전환 필요
기존 조선사와 수직계열화되어 있던 부품사들 또한 조선업체들의 포트폴리오 전환에 맞춰 기존 포트폴리오를 전환해야 합니다. 그러지 못할 경우, 조선업체들은 포트폴리오 확장을 한 이후에 극심한 인력 및 수급난에 시달릴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기둥 산업 역할을 수행해 온 조선, 모빌리티 등이 경쟁력을 구축해 온 성공 방정식은 이제 보완이 절실합니다. 기술 수준이 격상되고 고객의 요구 사항이 늘며 다양한 산업의 참여로 기존 산업의 정의가 무색해지는 지금, 국내외 스타트업, 대기업, 이종 산업 간의 활발한 협업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이 같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들은 활발한 수평적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2.3. 소비재 산업의 내수 시장에서 벗어난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로의 개편
K팝, K뷰티 등 문화적 메가 트렌드가 존재하지만, 패션, 뷰티, 식품 등 국내 소비재 기업들 가운데 유의미한 글로벌 입지를 확보한 경우는 제한적입니다. 세계 시장 점유율 관점에서 상위 150개 뷰티 브랜드 중 대한민국 기업은 7개, 패션 브랜드는 1개, 식품 브랜드는 2개에 불과합니다. 또한, 시가 총액 기준 전 세계 상위 3,000개 기업에 속하는 대한민국 소비재 기업은 4개에 불과해 국가별 소비재 기업 수 기준 공동 16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에 따른 내수 시장 축소가 예상되는 만큼 국내 소비재 기업들은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전 세계적으로 입지를 확장하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K팝, K푸드, K콘텐츠 등을 통해 향유하고 있는 문화적 관심도를 이용해 이를 발빠르게 상업화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시도를 확대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수준의 소비재 기업을 다수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소비재 산업의 수출 비중이 반도체, 자동차 등 대한민국의 기둥 산업 수준으로 높아지고 소비재 산업 내 업체들의 규모가 전반적으로 확대되어야 합니다. 즉, 대한민국은 반도체, 자동차를 수출하는 것처럼 패션/뷰티, 식품을 활발히 수출하는 구조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현재 국내 소비재 산업 중 해외 매출 비중이 유의미한 기업은 제한적입니다.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의 경우 해외 매출 비중이 2022년 기준 각각 95%, 59%를 넘어서지만, 국내 뷰티 산업은 34%, 패션 산업은 1%, 식품 산업은 32% 정도에 불과합니다.
일부 선도 소비재 기업들이 최근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현상은 고무적입니다. 소비재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을 꾸준히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CJ제일제당은 미국의 식품업체인 Schwan’s Company 인수를 통해 글로벌 식품 사업을 빠르게 성장시켰습니다. 국내 식품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해외 식품 분야 매출 5조 원을 넘어서며 글로벌 진출의 성과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농심은 미국, 캐나다 등에서 프리미엄화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2022년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이 약 30%로, 2020–2022년 연평균 성장세가 한국에서는 6%인데 반해 해외에서는 17%에 달했습니다.
효과적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 기업들과의 글로벌 협업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소비재 기업들의 글로벌 확장에 작용하는 걸림돌은 현지화된 제품 개발 및 마케팅에 대한 어려움, 현지 팀 등 글로벌 인재 활용 미진 등입니다. 향후 국내 소비재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에 대한 활발한 지분 투자, 인수·합병, 파트너십 등을 고려하고 적극적인 비유기적 성장을 통해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3. 고부가가치 포트폴리오로의 전환
한국이 제조업 중심 경제의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국가 전체 경제의 관점에서 3차 산업의 비중을 확대해야 합니다. 특히, 정보통신업 등 지식집약적 서비스업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확대가 필요합니다. 동시에 지금까지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해 온 전통 산업도 고부가가치 제품, 서비스 및 솔루션 사업으로의 과감한 포트폴리오 대전환에 착수해야 합니다.
3.1. 국가 산업 포트폴리오 전환: 고부가가치 산업 비중의 증대 필요
대한민국은 1960년대 이후 철광석에서 철강판, 이를 활용한 선박, 자동차, 반도체 제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꾸준한 전환을 통해 괄목할 성장을 달성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간 제조업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경제구조가 고착되는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대한민국은 두 번의 Scurve(상승 곡선)를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수출 주력 품목으로 진입하는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2020년대 주력 수출 품목과 20년 전인 2000년대의 주력 수출 품목을 비교해 보면, 신규 진입 품목은 디스플레이가 유일해 수출 제품 변화가 정체되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더불어, 현재 주력 수출 제품들 역시 여러 위기에 당면해 있습니다. 정유/석유화학 산업 내 수요 감소로 인한 산업 규모 위축과 디스플레이, 선박 등의 기간산업 내 중국 업체 경쟁 심화 등은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수출 경쟁력 위기를 보여주는 단편일 뿐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전체 생산 중 고부가가치 산업의 비중을 확대하고 이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는 것이 긴요한 시점입니다.
현 상황을 조망해 보면, 대한민국의 서비스업은 제조업 대비 국가 성장에 기여하는 비중이 미흡한 편으로, 2022년 기준 한국의 GDP 중 58%로 주요 제조 강국인 독일(63%), 일본(70%) 대비해서도 낮습니다. 제조업 대비 취업자당 서비스업 노동생산성 또한 절반도 안 되는 49.6%로 독일(70.5%), 일본(70.4%) 보다 낮습니다. OECD국가 중에서는 34위에 해당합니다. 한국의 서비스업 일자리는 도소매 및 숙박, 음식업 등 저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주요국에 비해 서비스업 영세성이 높음을 보여줍니다.
서비스업 내에서도 고부가가치로 분류되는 산업의 적극 육성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정보통신업, 전문 과학/기술 서비스업이 국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5%, 6.2%로 OECD 조사대상국 중 각각 22위, 28위로 하위권에 속합니다. 대한민국 기업이 지출하는 전체 R&D 비용 가운데 서비스업 기업이 지출하는 R&D 지출 규모의 비중은 2019년 10%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OECD 조사 대상국 중 35위로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으며, 연구원 1인당 연구개발 비용 또한 2020년 기준 17.7만 달러로 미국(39.1만), 독일(27.3만), 일본(24.2만), 프랑스(19.1만) 등의 선진국 대비 저조한 수준입니다.
3.2. 고부가가치 산업 비중 증대를 위한 우선적 고려 대상
국내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보유한 국내 빅테크를 비롯한 IT 플랫폼,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의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은 수요가 정체된 내수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성장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 산업
2023년 소프트웨어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글로벌 전체 시장 규모의 1.5% 수준에 불과합니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성장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그러나 2022년 조사에서는 조사 대상 3만여 개의 기업 중 해외 진출 기업은 2.9%에 불과하며, 이 중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는 기업도 78%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Fortune 500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한국 IT 스타트업의 강점으로 '핵심기술 경쟁력'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미진한 영역은 '글로벌 진출 준비도'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미국의 경우, 글로벌 입지를 보유한 대형 IT 기업들이 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들과의 조기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며 상호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및 플랫폼 산업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며 고성장 중인 콘텐츠 시장에서는 국경이 사라지면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직접적인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콘텐츠 기업 중 하나인 Netflix는 향후 4년간 한국이 제작하는 K콘텐츠에 2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로컬 콘텐츠 제작사 투자 비중을 확대해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IP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시장 내 독점적인 입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OTT 기업의 '외주제작 업체'로 전락할 것이 아니라 K콘텐츠를 활용해 산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K콘텐츠 IP에 대한 보호, 제작 가이드라인, 기술 가이드, 예산 운용 등 정형화된 콘텐츠 제작 체계의 선진화 및 제작 환경 개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콘텐츠 제작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강력한 소비자 흡입력을 보유한 다양한 지적 재산권을 중심으로 내수 시장에서의 신속한 생태계 활성화, 이후 글로벌 현지 기업 투자,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현지화 전략에 착수해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합니다.
리테일 산업
리테일 산업은 전통적 리테일 사업에서 리테일 기반 디지털 플랫폼 사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해야 합니다. 각국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이 강화돼 서드파티 데이터 기반 소셜미디어 광고가 위축되고, 소매업체의 보유 채널을 통해 광고를 하는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Retail Media Network, RMN)가 급부상했습니다. 또한, 검색 엔진에서 상품을 검색하던 온라인 커머스 패러다임이 소매업체에서의 상품 검색으로 변화하며 해당 사업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고부가가치 사업으로서, 최근 미국의 Amazon 등 대표 리테일 기업들이 집중하고 있는 영역입니다. 2023년 Amazon의 광고 분야 수익은 같은 해 Amazon 프라임 서비스의 수익으로 보고된 금액보다 높았습니다. 전통적 리테일 산업의 해외 확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으나, 리테일 기반 디지털 플랫폼은 향후 글로벌 진출도 가능한 고부가 신성장 동력이 될 것입니다. 국내 소매 업체들 또한 RMN 생태계 전략을 갖추어 적극적 수익 다각화의 기회를 포착해야 할 것입니다.
3.3. 기존 산업의 제품 포트폴리오 전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 필요
국내 제조업은 지금까지 높은 공정 기술력과 양산 능력 중심의 제조 역량으로 글로벌 입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으나, 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로의 전환 측면에서는 선도국에 비해 미진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속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신흥국들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2020년 기준 한국의 수출시장 1위 품목은 77개로 세계 10위권이지만, 중국(1,798개), 독일(668개), 미국(479개), 일본(154개)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입니다. 특히 2020년 한국 수출시장 1위 품목 개수는 2002년 대비 7개 증가에 그친 데 반해, 중국은 1,193개가 1위로 신규 진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근간을 유지하는 산업들은 미래 먹거리로의 대담한 포트폴리오 전환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조선 산업
조선 산업의 경우, 중국 등 후발 주자들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벌크, 탱커선 등은 이미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태이며, VLCC(Very large crude carrier), LNG, LPG 제품군에서도 압박이 계속 존재할 것임을 감안할 때 선별 수주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대해야 합니다. 추가로 LNG, FPSO(Floating production, storage, and offloading) 운영 솔루션 등 조선 산업 내 고부가가치 설계 솔루션 영역에서 한국 업체의 입지는 미미하며, 1% 수준을 하회하고 있는 영업이익률 또한 고부가가치 영역 내 한국 조선 산업의 현 경쟁력 수준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LNG 화물창 설계 기술 등 원천기술을 보유한 선도사들이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기존 역량을 활용한 솔루션 사업으로의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고려해볼 필요성이 존재합니다.
건설기계 산업
건설기계 산업 또한 선도 기업들과의 점유율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으나,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들이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고부가가치 전동화 제품을 확대하고 무인, 원격 제어 등의 솔루션 사업을 동시에 전개해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기타 산업
그 외 철강, 무선, 가전, 디스플레이 등 양적 성장으로 선도적인 글로벌 입지를 확보한 대한민국의 주요 산업 또한 고수익 중심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해 내실 있는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3.4. 전환 방안: M&A 및 JV 활성화
기존 산업들의 고부가가치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방안으로 기보유한 자본력을 활용한 M&A 및 우수한 역량을 확보한 기업들과의 JV를 통한 신속한 역량 강화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선도국 및 기업들은 이미 기존 산업에서의 신속한 M&A, JV 등을 통해 양적 성장과 시장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선도업체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합니다.
석유화학 산업
석유화학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평가받는 전자소재,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은 개발에 장시간이 소요됩니다. 이로 인해 소수의 전문화된 업체들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으며 대규모 화학 선도사들은 M&A를 통한 시장 진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형 기업 간 JV 활동도 가속하고 있습니다. 석유화학 산업 선도사인 SABIC 사와 국내 SK지오센트릭이 합작 법인을 설립해 고기능성 화학제품 시장에 진입한 것과 에쓰오일과 사우디 Aramco가 합작 프로젝트인 샤힌프로젝트를 통해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
한편 석유화학 산업 내 글로벌 M&A 현황 분석 결과,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2015년 M&A 거래 건수는 5위에서 2019년 6위로, 거래 금액 면에서는 5위에서 8위로 하락했으며 이는 일본의 16%, 독일의 18% 수준에 불과합니다.
건설기계 산업
건설기계 산업 부문에서도 선도사들은 장비 운영 솔루션, 커넥티비티 서비스 등 디지털 솔루션 업체 및 스페셜티 장비 업체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며 고부가가치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HD현대 그룹의 HD현대건설기계와 SKT 간 스마트 건설 솔루션 개발을 위한 협력으로 상호 경쟁력을 강화한 사례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
반도체 산업의 선도 기업 또한 최근 JV 활동을 가속 중입니다. 한 예로 반도체 밸류체인 내 신성장 고부가가치 영역인 첨단 패키징(Advanced packaging) 시장의 선점을 위해 파운드리 선도사와 글로벌 선도 패키지 기반 업체 간 합작 생산라인이 구축되기도 했습니다.
4. 원천기술 기반 신사업으로의 전환
대한민국은 대규모 제조 양산 및 응용 기술력을 통해 빠른 경제 성장을 달성했습니다. 예를 들어, 세계 제조업 경쟁력 지수인 CIP(Competitive Industrial Performance Index) 지수 순위에서 2000년 11위에 위치했던 한국은 2021년 4위를 기록하며 명실상부 제조 강국의 입지를 공고히 했습니다. 하지만 주력 제조업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을 비롯한 후발국들의 추격을 받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물결 하에 선도국이 주도하는 질서 재편에 대한 신속한 대응도 강하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4.1. 원천기술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대한민국
기존에 추구해 오던 생산 주도의 성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초격차’를 이루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시장의 판도를 바꿀 원천기술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사업을 다수 창출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한국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여전히 응용 기술 중심의 Fastfollower 전략입니다.
대한민국이 향후 중장기적으로 집중 육성해야 할 원천기술 중심의 중점과학기술 120개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주요 5개국(한국, 중국, 일본, EU, 미국)의 기술 수준 및 격차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이 ‘선도’하는 기술 분야는 2012년 36개에서 2020년 4개로 급감한 반면, 연구개발 능력이 ‘후발’로 평가된 기술분야는 2012년 1개에서 2020년 13개까지 증가했습니다. 이에 반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은 분야는 전무했습니다. 반면 미국은 여전히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분야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었으며, EU 또한 지속적인 기술력 확보를 통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다수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전체 기술 격차 측면에서는 2012년 기준 한국이 중국에 비해 1.9년 앞섰으나, 2020년에는 양국 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령 반도체, 디스플레이, 빅데이터, 컴퓨팅 등 17개 기술 분야를 비롯한 ICT, SW 분야에서는 한국이 2012년 기준으로 중국 대비 2.4년 앞선 기술 격차를 확보하고 있었으나, 2020년에는 오히려 0.3년 뒤처졌습니다. 이와 흡사하게 기계/제조 분야에서도 한국이 2012년에 중국 대비 2.3년 앞섰으나, 2020년에는 0.3년까지 격차가 좁혀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선도국들과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등의 후발국이 빠르게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이 ‘선도’ 및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지 않는다면 국가 차원의 경쟁력을 실기할 수 있는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단기 성과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원천기술에 대한 R&D 투자를 확대해야 합니다. 2021년 12월 말 기준, 기업별 R&D 투자 금액 규모 상위 2,500개 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은 53개로 9위, 투자 규모는 6위를 기록하였으나, 대상 기업들의 전체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3.5%로 투자 금액 상위 30개국 중 16위에 불과했습니다. 이스라엘이 8.4%로 1위, 스위스가 8.2%로 2위, 미국이 7.9%로 3위였습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대한민국의 R&D 투자가 한 기업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한국 R&D 전체 투자 금액 중 49%를 차지합니다. 그 외 기업들의 투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미미합니다. 반면 미국은 1위 기업의 집중도가 6%에 불과했으며 중국 10%, 독일 17%, 일본 8%였습니다. 국가별 투자 규모 1위 기업을 제외하고 비교할 경우, 한국의 R&D 투자 금액 순위는 10위까지 하락했습니다. 또한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2.3%로, 순위는 금액 상위 30개국 중 19위로 떨어졌습니다. 이스라엘은 1위를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이 9.3%로 상승했습니다. 한국은 1위 기업뿐 아니라 국가 경제를 이루고 있는 모든 기업이 R&D 투자를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합니다.
4.2. 미래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필요
정부도 R&D와 인재 육성을 위해 신성장 원천기술 영역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 정책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주요국들은 기술 기반의 전략산업 대상 R&D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은 기업이 총액 기준의 연구개발 소득공제 방식을 통해 R&D 조세지원을 제공하며 중소기업, 대기업 모두 75%의 공제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제조업의 법인세에서 추가공제 받을 수 있는 연구개발 비율을 75%에서 100%로 상향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R&D 투자 규모 기준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중국 기업은 2012년 18개에서 2022년 97개로 5.4배 증가한 데 반해 한국 기업은 10개에서 11개로 정체됐습니다.
4.3. 원천기술 확보를 가속화하는 글로벌 선도 기업
해외의 유수 기업들 역시 주력 산업 내에서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자 노력할 뿐 아니라 거시적인 산업 트렌드에 대응하며 미래 유망 산업에 대한 조기 투자 및 핵심 기술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가속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산업: 에너지 산업의 선도업체인 Shell은 친환경 에너지 대전환 트렌드에 대응하고자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결정하고 재생산천연가스 및 수소 기술 등 그린에너지 관련 원천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친환경 솔루션에 100–15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집행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EV 충전 인프라 기술을 보유한 Volta 인수, 풍력 발전 기술을 보유한 WestWind Energy 인수,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보유한 BlueAlp 지분 투자 등 비유기적 전략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산업: 바이오 산업에서는 글로벌 선도사들 뿐 아니라 바이오 벤처 기업들도 신성장 영역인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3세대 신약(CGT)을 위한 원천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있으며, 내부 연구 인력을 충원하고 JV, M&A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2020년 기준 바이오 기업들의 M&A, 라이센싱, 지분 투자 등 활동에서의 거래 금액의 중위값은 500만 달러로 10년 전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바이오 선도 기업인 Sanofi는 2023년 1월 기업 벤처 부문에 7억 5000만 달러 이상을 투입, 장기자본 펀드를 통해 생명공학 및 디지털 건강 관련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한국의 경제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산업 구조 개편과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통해 2040년을 향한 새로운 성장 모델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도전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살펴보았습니다. 산업 구조 개편, 비즈니스 모델 혁신, 고부가가치 포트폴리오 전환, 원천기술 기반 신사업으로의 전환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한국 경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4.4. 원천기술 확보 방향성 및 기회 영역
원천기술을 확보하려면 자체 개발 및 내재화는 물론 M&A 및 파트너십을 통한 외부 역량 확보의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전개해야 합니다. 기업은 전략적으로 R&D 예산의 일부를 원천기술 투자 재원으로 설정해야 하며, 장기적인 관점으로 기초연구부터 점진적으로 기술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더불어, 핵심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가치사슬 내 핵심적인 ‘조임목(Choke point)’이 되기 위한 과감한 M&A 또한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맥킨지가 선정한 유망기술 중 국내 산업 구조와 관련성이 높은 고성장 기술 영역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고성능 컴퓨팅 반도체 기술: 미래 신세대 컴퓨팅 기술인 Novel computing 영역에서 차세대 반도체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양자 컴퓨팅(2035년까지 1.3조 달러 규모 형성)이 그 예인데, 이러한 고성능 컴퓨팅 기술에서 사용되는 반도체 또한 고집적, 고성능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선도국들은 양자기술, 신경망처리장치(Neural processing unit) 등 핵심 원천기술 개발 영역에 이미 진입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민관 공동투자, 전문 인력 육성 및 글로벌 인재 확보를 통해 중요한 부품 가치사슬에서 조임목으로서의 입지를 다져야 합니다.
2. 미래 모빌리티 기술: 고성장이 전망되는 AAM(Advanced Air Mobility 미래항공모빌리티) 시장에서는 AAM 기체 제조사에게 요구되는 비행체 제어 등의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합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기보유한 대규모 양산 능력을 적극 접목해 빠른 규모의 경제 달성, 확보한 경제성을 기반으로 신성장 시장 내에서 선도 입지를 확보해야 합니다. AAM 시장은 2040년 2,500–4,000억 달러 규모로 고성장할 전망입니다. 대한민국 기업이 이미 모빌리티 플랫폼 생산 역량에서는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수준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고속 자율비행, 비행체 제어 등의 원천기술도 내재화하여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조합해 시장 선점을 시도해야 합니다.
3. 탈탄소 및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이미 친환경 트렌드에 대응해 유망한 친환경 관련 사업에 조기 투자하며 핵심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국내 에너지 기업들도 미래 성장 동력인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탄소 포집 활용 저장 기술), SMR(Small Modular Reactor 소형모듈원자로), 해상풍력 기술 등에 대한 투자를 적극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은 설계 단계부터 패키지 상품화를 통한 한국형 수출모델을 육성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4. 바이오제약 기술: 바이오 산업의 경우, 한국의 업체들은 원천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3세대 CGT 시장에서 경쟁력을 제고할 기회를 포착해야 합니다. 바이오 벤처에 대한 벤처캐피탈 투자를 늘리고 바이오 벤처가 성공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의 선도C(D)MO(위탁생산개발기업)가 제공할 수 있는 양산 역량, 운영 효율성 등을 소구점으로 바이오 벤처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5. 대체 식품 개발 기술: 지속가능성 및 웰빙 등에 대한 트렌드로 대체 식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체 단백질 식품 시장은 2020년 기준 육류 및 유제품으로 구성된 동물성 단백질 식품시장의 2% 수준이었지만 2035년에는 11%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글로벌 확장을 위해서는 독자적인 원천 기술을 빠르게 확보하고, 이에 기반한 차별화된 상품을 출시함으로써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6. 친환경 재활용 소재 개발 기술: 글로벌 선도 패션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을 위해 생물적 작용만으로도 물, 이산화탄소, 유기물 등으로 생분해되는 친환경 소재, 재활용 플라스틱 등을 활용한 패션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국내의 대형 소재 제조 기업 또한 바이오 및 생분해 소재 영역에 대한 투자를 강화 중입니다. 친환경 소재 개발, 패션 브랜드들과의 협업, 친환경 패션 스타트업 대상 투자 등의 활동이 활발합니다.
5. AI 전환
5.3.1. 데이터 규제
AI 기술 활용에 관한 기존 규제를 개선할 여지가 있는 사업 영역들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기술과 법률 서비스를 접목한 AI 활용 법률 검색, 서류 자동 작성, 법률 자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걸테크(Legal Tech)는 전 세계적으로 약 7천 개 이상 존재하나, 한국에는 30여 개 남짓입니다. 미국, 유럽 등은 재판 이후의 빠른 판례 공개와 전자증거개시제도(eDiscovery 제도) 덕분에 분석할 데이터가 충분해 관련 서비스들이 빠르게 발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한국에는 공개되지 않는 법률 데이터가 많으므로 리걸테크와 관련된 전반적인 규제의 재점검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AI를 활용한 발명품, 창작물, 예술 작품들이 증가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지식재산권의 소유 주체는 모호하며 AI의 예술작품 창작을 위한 학습용 작품을 둘러싼 저작권도 아직 불명확합니다. 물론 위법적 데이터 수집 행위에 대한 규제는 마련되어 있으나, 일반 대중에 공개된 데이터의 수집 및 이용에 관해서는 위법성의 경계가 불분명합니다.
선도적으로 AI 관련 법을 마련해 온 EU의 경우 AI의 이용 및 개발과 관련된 위험 수준을 4가지로 구분해 수준에 따라 규제를 부과하는 구체적 접근법을 고안했습니다. 한국도 기존 산업과 스타트업이 법적 테두리를 명확히 인식하고 그 안에서 적극적으로 서비스나 기능을 개발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려면 대대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AI 분야 전문가 및 종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AI로 인한 사고나 분쟁을 최소화하고 서비스 수요 증대 및 이에 따른 공급 활성화를 촉구해야 할 것입니다.
5.3.2. 인력 부족
한국에는 숙련된 AI 개발자나 연구 인력이 부족합니다. 한국의 AI 인력 부족률은 17%(약 8천 명에 해당)에 달하며, 기업들의 최대 80%가 AI 인력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 기관을 보강하거나 인재 양성 아카데미 등을 설립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정부 주도의 AI 산업 육성 정책 및 활발한 투자로 2022년 상대적 AI 기술 보급률(Relative AI skill penetration rate) 5위를 달성한 캐나다는 2017년, 세계 최초로 범국가 AI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전략에는 연구 인재 풀과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 국립연구소의 설립 및 연구 활동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후 이민 개방 정책 등을 활용하면서 온타리오주에 AI 기술 개발 관련 인재를 확보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그 결과 2022년 기준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AI 관련 일자리는 전년 동기 대비 210% 증가한 2.2만 개가 창출됐습니다. 범 국가 인공지능 전략 2단계에 들어선 캐나다는 2022년, 향후 10년간 투자와 지원을 지속한다고 밝혔습니다. 전략 2단계의 주요 골자 3가지 중 한 축은 ‘인재 및 연구’이며, 연구인재 유치 및 유지·강화, 선진 연구 및 교육 등 관련 자체 프로그램을 갱신하고 캐나다 전역의 AI 연구자들에게 전용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렇듯 국가 정책, 연구 기관, 산업과의 협업을 통해 한국도 단기간 내 실질적 효과를 창출해야 할 것입니다.
5.3.3. AI 시장 규모/투자 생태계
2022년 기준, 새롭게 투자 받은 한국의 AI 기업은 숫자 면에서 세계 13위이며, 2013–2022년까지 AI 기업에 대한 민간 투자 누적 규모는 세계 9위(56억 달러 규모)입니다. 누적 투자 규모는 이스라엘 대비 50%, 인도 대비 70%에 해당하는 수준이나, 2022년 한 해 기준으로는 세계 6위로, 최근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입니다. 민간 투자 생태계를 보다 활성화한다면 현재 추세를 발판 삼아 AI 관련 시장 규모 확장을 노려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 대상의 Growth 투자가 부족한 것은 스타트업의 투자비 회수 방식 중 하나인 인수·합병 비중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데 기인하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인수·합병 활성화 노력이 필요합니다.
5.3.4. 한국 기업 문화
한국 기업의 운영방식 특성상 완전히 검증되어 사용하기만 하면 되는 수준의 솔루션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개발되는 AI 기술이나 서비스들이 기업들의 실제 도입으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AI는 구축 후에도 데이터를 지속해서 학습시켜, 모델을 고도화함으로써 성능을 개선합니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도입 직후부터 높은 품질을 기대하는 경우, AI를 도입하더라도 품질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 기업들은 선도국 대비 시범 사업이나 제품 운영에 소극적입니다. 성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업에 대해 결정하고 책임지기 어려운 거버넌스, 또는 합리적인 성과 보상 체계 등 기업 문화를 점차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장기적 관점에서의 대대적인 AI로의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Foundation model이나 AI 반도체 역량 확보, 적극적인 시범 사업 시도, AI 투자 생태계 활성화 및 관련 규제 개선 등을 통한 AI 관련 역량 확보는 AI를 활용한 로보틱스, 메타버스 등 새로운 산업 물결이 오는 시점에 Timetomarket을 최소화하는 데에 필수적입니다. 생성형 AI라는 새로운 물결이 도래했을 때 AI 역량이 뛰어났던 국가들이 가장 빠르게 올라탔듯이 말입니다. 가령 로보틱스의 경우, 정해진 궤도에 따라 움직이던 로봇에서 벗어날 것입니다. 로봇 공학 기술이 강화 학습 기술과 결합해 더욱 자율적인 움직임을 구현하는 로봇의 상용화가 가능할 것입니다. 또한 생성형 AI의 등장 덕분에 메타버스 내의 각종 요소를 구현하고 생성하는 데 로우 코드(Low code) 및 노코드(No code)가 가능해집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 공간 내 창작자가 될 수 있게 돼 참여자가 많아지고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로보틱스나 메타버스 산업 외에도 생성형 AI 이후 등장할 새로운 형태의 AI 기술을 도입하는 데에도 해당 역량들은 크게 활용될 것이므로 이를 빠르게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5. AI 전환
5.3. 전반적 AI 관련 역량 향상을 위한 노력
최근 생성형 AI에 관심이 쏠려 있지만, 단기적으로 더 큰 시장 기회는 여전히 기계 학습, 딥러닝 등을 포괄하는 개념인 분석적 AI(생성형 AI와 구분되는 전통적 AI 영역을 나타내기 위한 개념, 이하 ‘AI’)에 있습니다. 생성형 AI의 등장 이전부터 존재했던 AI 기술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연간 약 4.0–6.7조 달러의 글로벌 경제적 효과가 예상됩니다. AI는 기계 학습, 딥러닝 등 기술로 소비재 산업에서 소비자 행동 데이터 기반 시장 기회 식별, 정보 통신 산업에서 네트워크 성능 저하 및 운영 중단 사전 예측 및 예방, 금융 산업에서 지점 환경이나 어드바이저(자동화된 투자자문) 활동과 고객 전환 결과 간 유의미한 관계를 확인하는 활용 사례 등을 통해 생산성을 증대할 수 있습니다. 2021 Global AI Vibrancy Ranking에 따르면 한국의 AI 관련 종합 지수는 전 세계 6위로 꽤 높은 수준이나, 한국의 도입률은 앞서 언급했듯 22%로 생산성 증대의 여지가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5.4. AI 인재 양성 및 생태계 구축
AI 기술의 발전과 도입을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 양성과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한국은 AI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 간의 협력을 통해 실무 중심의 교육을 제공해야 합니다. 또한, AI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대기업과의 협업을 촉진하여 AI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정부는 AI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AI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여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촉진해야 합니다. 또한, AI 기술의 윤리적 사용을 보장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데이터 보호와 프라이버시를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5.5. 글로벌 AI 협력 강화
한국은 글로벌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 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주요 AI 선도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 교류와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글로벌 AI 표준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한국의 AI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6. 산업 혁신 기반 구축
6.1.2. 전국 각지에 흩어진 클러스터의 집중으로 각 요소 개선 필요
현재 한국에도 바이오 클러스터들이 존재하지만 전국에 산재해 있으며, 바이오 클러스터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한 5대 요소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실정입니다. 서울, 인천, 오송 등 지역별로 15개 이상의 클러스터가 있지만 지역마다 세부 산업이나 특정 가치사슬 단계에 특화된 양상을 보이며, 규모의 한계로 네트워크 효과 형성이 제한적입니다. 시스템이 잘 구축돼 연구 개발, 상업화, 투자 등을 담당하는 주체가 한 곳에 운집하여 바이오 기업들의 인허가, 전임상, 상업화 등을 단계별로 지원하는 글로벌 선진 바이오 메가 클러스터와는 기능적으로 차이가 큽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는 바이오 의료 R&D 클러스터, 송도에는 C(D)MO들의 생산 거점 중심 클러스터, 원주에는 의료기기 클러스터, 익산에는 식품 산업 클러스터가 존재합니다.
규모와 네트워크 효과의 한계로 벤처캐피탈, PE, 대기업 등의 자금 투자나 지원이 줄어드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분산된 클러스터의 집중화가 필요합니다. 클러스터의 5대 요소를 선도적인 수준으로 개선하여 바이오 클러스터를 성공으로 이끌기까지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1. 집중화된 클러스터 구축: 전국에 분산된 바이오 클러스터를 하나의 메가 클러스터로 집중화하여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연구 개발, 상업화, 투자 등의 모든 단계를 한 곳에서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2.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부는 바이오 클러스터의 성공을 위해 인프라 구축, 연구 개발 지원,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규제 완화와 행정 절차 간소화를 통해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3. 산학연 협력 강화: 대학, 연구소, 기업 간의 협력을 강화하여 지식과 기술의 교류를 촉진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상업화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4. 전문 인력 양성: 바이오 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전문 인력의 양성이 필수적입니다. 교육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바이오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5.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와의 협력을 통해 기술 교류와 공동 연구를 추진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한국의 바이오 클러스터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7. 선순환적인 자본시장 구축
7.1. 외국인 직접 투자 확대
우선 외국인 투자 비중 확대를 위한 지원 정책을 마련해 선진국 입지에 걸맞는 수준의 외국 자본을 확보해야 합니다. 2022년 기준 대한민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23위에 불과합니다. 대한민국의 FDI 규모는 미국, 중국, 일본 등 GDP 상위권 선진국 및 외국 자본을 기반으로 성장한 싱가포르 등 금융허브국가에 비해 미미하며, 칠레, 말레이시아 등 국가들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대한민국 대비 노동인구가 15% 수준인 이스라엘의 FDI 규모는 2012년 기준 대한민국의 96%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고부가가치 IT, 서비스업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해외투자를 적극 유치해 2022년까지 대한민국의 155% 수준까지 규모를 확대했습니다. 또한, 현재와 같이 글로벌 경기 둔화, 공급망 재편, 국내 경제 활력 저하 등 대내외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를 통해 고용시장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간 한국으로 유입된 FDI는 전체 노동자 고용을 29.5만 명, 청년 고용을 7.5만 명 증가시키며 경제 성장 촉진의 주요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우리나라 경제 주체의 자생력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고려할 때, 정부와 민간이 공조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추가적인 자본력 확대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법인세 등 조세 환경을 점검할 필요가 있으며, 민간은 이에 상응하는 기업 매력도 제고를 지속적으로 시도해야 합니다. 싱가포르 등 선진국의 경우 조세 면제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며, 현금 지원 및 임대료 감면 등 기업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는 지원 정책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경제개발 초기 단계부터 FDI 유치를 통한 경제발전을 추진했던 싱가포르는 통상산업부 산하 경제개발청이 외국인 투자 유치 관련 업무를 전담, 외국인 투자자의 문의에 대한 신속한 처리, 투자인센티브 신청 평가, 공장 부지 물색 및 인력과 관련된 원스톱 서비스 제공 등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속한 서비스를 통해 투자 개시 후 최소한 3개월 이내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내에 유사한 사업을 행하는 기업이 없거나 해당 산업의 평균 수준 이상의 기술, 노하우를 도입하는 사업은 개척자 지위가 부여되며 5–10년간 법인세를 20% 감면하고 있습니다.
모험자본시장의 경우, 한국의 벤처투자 제도는 선진국 대비 펀드 종류나 소관 법률의 다양성 측면에서 복잡한 체계를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됩니다. 이로 인해 해외 벤처캐피탈은 한국 벤처투자 시장 진입 시 국내에서 펀드를 결성하기보다는 본사에서 직접 투자처를 발굴해 투자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벤처투자 생태계의 글로벌화를 촉진하기 위해, 벤처투자 관련 제도의 일원화 및 단순화, 펀드 구조 설계의 자율성 확대를 통해 해외 투자자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공동 출자 지원, 세제 혜택 등 지원 정책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7.2. 다양한 기업가치 제고 활동을 통한 투자자의 신뢰 강화
Bloomberg 등은 한국 증시에 대해 “한국 기업들은 취약한 기업 지배 구조와 소액주주에 대한 비우호적 태도로 인해 낮은 평가를 받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주식 장부가치 대비 1/3 수준으로 저평가되는 현상을 일컫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나 ‘박스피’ 같은 용어에서 나타나듯, 한국 자본시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배당, 자사주 매입 비중 확대를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소극적인 주주환원 기조를 탈피하여 투자자 신뢰도를 강화하고 기업가치 증진 및 한국 자본시장 선진화에 적극 일조해야 합니다.
7.2.1. 적극적 주주환원 활성화
주요국 10년 평균 주주환원율을 비교하면 한국은 29% 수준으로 92%인 미국에 비해 매우 저조한 수준이며, 중국의 32%보다도 낮습니다. 미국의 경우 2022년 S&P500 지수 소속 기업들의 자사주 총 매입액은 9,430억 달러(한화 약 1,220조 원)에 육박하지만, 한국의 동 기간 자사주 매입액은 4조 원대 수준에 불과합니다. S&P500 지수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 규모를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배당 성향은 지속 유지하면서 분기 배당, 월 배당 등 배당 주기를 단축하고 실질적인 주주가치 제고 효과를 제공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S&P500지수의 주가 수익률은 169%를 기록했으나, 한국 코스피 지수의 동 기간 주가 수익률은 25%에 불과했습니다.
7.2.2. 글로벌 선도 거버넌스 체계 구축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투명한 이사회, 기업 거버넌스 체계 구축을 가속해 주주가치 제고에 노력해야 합니다. 2021년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DSJI) 분석 결과, 한국 기업의 평균 ESG 점수는 70.9점으로 글로벌 기업 평균인 76.5점보다 낮았으며, 지배구조는 36.0점으로 글로벌 기업 평균 대비 26.4점, 윤리 강령은 75.3점으로 글로벌 기업 평균 대비 8.2점 낮아 차이가 더 컸습니다. 선진 경영 체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유럽 최대 기업 가문 중 하나인 Wallenberg(발렌베리) 소유 기업들은 다른 기업의 전현직 이사나 CEO 등으로 이사회 중심 체제를 구성, CEO와 이사회 간 견제와 균형 확보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기업을 운영함으로써 투자자 신뢰도를 제고하고 있습니다.
7.2.3. 기업가 정신 및 성장 마인드셋 필요
마지막으로, 국내 기업들은 새로운 도전과 혁신 활동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성장 마인드셋을 함양해야 합니다. 기존 사업의 안정성 확보뿐만 아니라 신사업, 혹은 잠재력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대한 과감한 자본 투자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기업들의 이러한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상속세 개편 등 다양한 제도적 유인책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3년 30–40대 벤처 및 스타트업 CEO를 대상으로 ‘우리 상속세제에 대한 3040 CEO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높은 상속세율이 ‘기업인의 기업하려는 의지와 도전정신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응답이 93.6%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2020년 2월 중견기업 1,4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업 승계 계획이 없다’라고 응답한 경영인은 81%에 달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상속 및 증여세 부담을 주된 사유로 꼽았습니다. 대한민국의 상속 및 증여세율은 최대 60% 수준으로 OECD 평균인 25%를 크게 상회합니다. OECD 38개국 중 19개국은 이미 상속세가 존재하지 않으며, 상속세가 높은 국가 또한 한국 대비 공제 혜택이 다양해 실질적인 기업 경영 관점에서의 이점을 다수 제공하고 있습니다.
7.3. 모험자본시장 자본 다각화
미래 신성장 동력이 될 스타트업을 육성하려면 모험자본시장에서의 자본 다각화 또한 중요합니다. 스타트업 등 소규모 기업을 위한 모험자본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벤처투자 실적 분석 결과 2017년 2.4조 원에서 2021년 7.7조 원까지 늘었으며 투자 건수는 같은 기간 2,400건에서 5,600건, 피투자기업 수는 1,300개 기업에서 2,400개까지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모험자본시장은 타국 대비 공적 연기금, 정책금융 기관의 출자 비중이 높으며 벤처투자펀드의 약 2/3가 모태펀드 등 정책금융 출자를 받아 결성되는 등 정부 주도형 양적 성장 모습을 보입니다. 일반 기업으로부터의 모험자본 유입은 미흡한 실정입니다. 이미 경제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한 자본력이 풍부한 전통기업들이 전략적 및 재무적 투자자 역할을 담당해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 발굴을 지원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새로운 기업을 육성하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자본의 원천으로서 CVC(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CVC는 전 세계 모든 벤처캐피탈 투자 건수의 25%에 이릅니다. 미국의 경우 2020년 기준 전체 투자 건수 중 26%가 CVC로부터 출자되었으나 투자 총액 관점에서는 48%에 육박해 대형 자본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2022년 한국의 CVC 투자 금액은 전체 VC 투자 금액 중 31%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기업 사내 유보금을 과감하게 CVC로 재투자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유인책이 요구됩니다. 한국 100대 기업 사내 유보금은 2022년 1,000조 원을 돌파했으며, 그 중 10대 기업의 유보금은 448조 원 수준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기업의 자유로운 투자 활동이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대한민국 자본법 상 일반지주회사 CVC가 조성하는 펀드는 외부자금 비중이 40%로 제한되며, CVC 펀드가 해외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비중도 펀드 조성액의 최대 20%로 제한됩니다. 공정거래법, 지주회사법 등의 기존 법체계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불가피한 면이 있을 수도 있지만, 외부 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자유롭게 출자받을 수 있는 대부분의 다른 국가들과 같이 규제 개선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2009년 Google이 자체 CVC 조직인 ‘Google Ventures’를 통해 Airbnb 등 기업에 대해 초기 단계에서 자본과 경험, 네트워크를 연결해 주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자본력을 제공한 사례를 볼 때, 규제개선을 통해 기업들의 모험자본시장 참여를 촉진해 그들이 보유한 안정적 경영 노하우와 벤처기업의 혁신적 역량 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8. 핵심인재 양성체계 구축
8.3. 글로벌 인재 유치
대한민국은 글로벌 전문인력 유치 노력을 확대해야 합니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외국인 근로자 수는 정체되었으며 외국인 전문인력은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반면 경제활동 가능 인구 비중이 지속 감소하는 문제에 당면했던 일본은 적극적인 해외 인재 채용 정책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 수를 대거 늘리는 양적 성장뿐 아니라, 주력 산업 내 전문인력을 대폭 확대하는 질적 성장을 동시에 달성했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 발표 기준 한국의 해외 고등 교육자 유입률은 2.8%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33위에 그쳤으며, 한국보다 낮은 유입률을 보인 국가는 터키,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였습니다. 또한 2021년 기준 한국의 85.5만 명 외국인 노동자 중 숙련 노동자 비중은 10% 수준에 그쳤습니다. 전문인력 수급을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반면 일본은 2016년 일본재흥전략을 통해 고급 인력 인정 요건 완화, 고급 인력 재류 기간 무제한 자격 등 정책을 시행해 성공을 거뒀습니다. 2012년 전체 외국인 근로자 중 18.5%를 차지하던 전문인력이 2021년 22.8%까지 확대됐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외국인 유학생 중 약 42%만이 한국에서 취업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해외 고급 인력 유치를 위해 명확한 전문인력 및 필요 기술 구체화, 이에 따른 수준별 비자 우대 등 외국 전문인력의 한국 체류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산업계의 경우 외국인 전문인력 채용을 확대하기 위한 내부 인프라 및 사내 지원 제도 등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외국인 커뮤니티 조성, 교육 시설 등 생활 인프라에 관련된 국가적 소프트파워를 적극 강화해 외국인 유입 매력도를 제고해야 합니다.
앞서 설명했듯 대한민국은 국내외로부터 현재 수준을 상회하는 인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산업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실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보다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인력 육성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8.4. 인재 유출 방지 및 유턴 인재 유치
글로벌 인재 유치와 더불어, 국내 인재의 유출을 방지하고 해외에서 활동 중인 한국 인재를 유턴시키는 방안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국내 연구 환경과 근무 조건을 개선하고, 해외에서 활동 중인 한국 인재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1. 연구 환경 개선: 국내 연구 환경을 글로벌 수준으로 개선하여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연구비 지원 확대, 연구 시설 개선, 연구 성과에 대한 공정한 평가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합니다.
2. 근무 조건 개선: 근무 조건을 개선하여 국내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경쟁력 있는 급여, 복지 혜택, 근무 환경 등을 제공하여 인재들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3. 유턴 인재 유치: 해외에서 활동 중인 한국 인재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유턴 인재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유턴 인재들에게 연구비 지원, 주거 지원, 가족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야 합니다.
4.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해외에서 활동 중인 한국 인재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해외 인재들이 국내로 돌아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글로벌 인재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끓는 물 속 개구리를 냄비 밖으로 꺼내야 할 때
한국 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위해 필요한 것은 과감한 변화와 혁신입니다. 앞서 언급한 8대 과제를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한국은 경제 성장의 새로운 Scurve를 그려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2040년에는 세계 7대 경제 대국으로 도약하고, 인당 GDP 7만 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산업 구조 개편
한국은 기존의 제조업 중심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서비스업과 첨단 기술 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산업 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합니다.
2. 비즈니스 모델 혁신
기업들은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고,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들이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3. 고부가가치 포트폴리오 전환
기업들은 고부가가치 제품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4. 원천기술 기반 신사업으로의 전환
한국은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R&D 투자를 확대하고, 산학 협력을 강화하여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5. AI 전환
AI 기술을 적극 도입하여 전 산업의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향상시켜야 합니다. 이를 통해 글로벌 AI 경쟁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합니다.
6. 산업 혁신 기반 구축
산업 혁신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스타트업과 중견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규제 당국과 산업계가 협력하여 산업 특화 생태계 기반 메가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합니다.
7. 선순환적인 자본시장 구축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고, 자본 원천을 다각화하여 모든 기업이 자본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자본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강화해야 합니다.
8. 핵심인재 양성체계 구축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고,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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