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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산업

[시론] 미국 자동차 빅3과 catl의 협력 강화와 한국 배터리 3사의 위기

by 지식과 지혜의 나무 2024.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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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자동차 ‘빅3’로 불리는 포드(Ford),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Stellantis)가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컨템포러리 애믹스 테크놀로지)과의 협력 강화에 적극 나서면서, 기존에 이들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어온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가 절감과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대응이라는 미국 완성차 업체의 전략적 선택, 그리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 판도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주력해온 하이니켈(NCM) 배터리 전략이 재검토될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미국 빅3, CATL과의 협력 확대

스텔란티스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스페인 사라고사 지역에 대규모 LFP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CATL과 최대 41억 유로(약 6조원) 규모의 합작 투자를 결정했다. 2026년 말부터 생산을 시작할 이 공장은 최대 50GWh의 LFP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출 전망이다. LFP 배터리는 코발트나 니켈 함량 없이 철과 인을 사용,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을 확보해 전기차 대중화 시대에 각광받는 유형의 배터리다.

이뿐 아니라 포드는 이미 지난해 2월, 미국 미시간주에 CATL의 LFP 기술을 적용한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약 35억 달러(약 5조원)를 투자해 100% 지분을 소유하되, CATL은 기술 라이선스 형태로 참여하는 협력 모델을 택했다. 이는 CATL이 직접 지분 참여 없이도 북미 생산거점을 활용해 IRA 요건을 충족하는 전략적 해법이다. GM 역시 CATL과 유사한 형태의 협력을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GM은 올 초 미국 정부에 “기술 라이선스 계약의 주체가 FEOC(해외우려기관)로 지정되지 않도록 고려할 요소”를 문의하는 등, 규제 문턱을 넘어 CATL과 안정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섰다는 평가다.

IRA와 LFP 배터리의 부상


CATL이 미국 자동차 업체와 지분 없이 ‘기술 투자’ 형태로 협력하는 것은 명확히 IRA를 겨냥한 움직임이다. IRA는 북미산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 사용, 그리고 북미 내 최종 조립을 전제로 전기차 1대당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선 CATL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북미 내 공장에서 LFP 배터리를 생산함으로써 원가 절감과 보조금 혜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전기차 시장 대중화에 따른 ‘가격 경쟁력’ 강화 요구와 맞물린다. 미국 빅3는 고가의 고성능 전기차만으로 시장 선점을 이어나가기 어려워지고 있으며, 대량 생산 체계 및 중저가 모델 확대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가가 낮은 LFP 배터리에 대한 수요 증대는 당연한 귀결이다.

한국 배터리 3사의 고민

현재 GM은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삼성SDI, 포드는 SK온과 협력 중이다. 그러나 하이니켈 배터리에 집중해온 한국 업체들은 중국 CATL·BYD 등 기업이 LFP 배터리로 이미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 대응이 늦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고가의 니켈·코발트를 사용하는 NCM 배터리는 에너지밀도가 높은 장점이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안정성 측면에서 LFP 대비 불리한 면이 있다.


미국 빅3가 CATL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현실은 한국 배터리 기업에게 악재로 작용한다. 예컨대 포드는 지난 4월부터 SK온 배터리를 장착하는 전기 트럭 F-150 라이트닝 생산 인력을 대폭 감축했다. GM은 LG엔솔 배터리를 탑재할 예정이던 신모델 출시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등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한국 업체들의 우선순위가 낮아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점유율 하락과 실적 부진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매출액 기준 CATL의 시장 점유율은 28.5%로, 한국 배터리 3사가 합산한 23.4%보다 크게 높다. 이는 CATL이 내수 시장을 넘어 아시아와 유럽은 물론, 미국 시장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와중에 한국 배터리 3사의 실적도 녹록지 않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LG엔솔이 전년 대비 50% 이상 줄어든 8009억 원, 삼성SDI는 6199억 원으로 50% 감소, SK온은 여전히 누적으론 7676억 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변동성, IRA 시행 초기 대응 비용 등이 한꺼번에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CATL의 글로벌 진출 확대 및 한국 입지 축소 우려

CATL은 연말 한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할 계획을 밝히며, 한국을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 내 법인 설립은 동아시아 공급망을 강화하고, 아시아에서 확보한 생산능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럽·북미 시장 진출까지 노리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는 한국 기업들에게는 이중·삼중의 압박으로 작용한다. 국내 업체는 IRA 대응을 위한 북미 공장 투자, 원자재 조달 체계 재편에 수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CATL이 간접적·직접적으로 북미로의 진출 경로를 확보하며 가격전쟁을 유도한다면 한국 측의 투자 회수 기간은 길어지고 수익성 확보도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

위기감을 느낀 국내 배터리 3사는 대미 투자 속도 조절과 함께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과거 삼성SDI만 각형 배터리를 공급하던 구조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도 각형 배터리 개발·생산에 합류하고 있다. 또한 LFP 배터리 개발·투자 확대를 통해 CATL·BYD와의 기술·가격 경쟁력 격차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고성능 하이니켈 배터리 외에 저가형·보급형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LFP 배터리 라인업 강화가 필수적이다.

여기에 더해 복잡한 글로벌 정세도 변수다. 12·3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기사에 언급된 가상 또는 정치적 불안정 상황)로 인한 원·달러 환율 불안정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투자 비용 증가로 이어져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수익성 회복을 더욱 어렵게 한다. 또한 트럼프 2기 출범 가능성과 미중 기술패권 경쟁 심화 등 정치·외교적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중국 모두와 적절한 외교·통상 전략을 펼치면서, IRA의 원산지 규정 충족, 안정적인 핵심 광물 확보, R&D 투자 강화 등을 통해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결론

미국 완성차 빅3와 중국 CATL의 협력 강화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게 커다란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LFP 배터리로의 전환 가속, 원가 절감 압박, IRA 대응 전략 등 복합적 요인들이 결합하면서 한국 업체들의 전통적 우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한국 배터리 3사는 포트폴리오 다양화, 공정 혁신, 해외 생산 거점 최적화, 핵심 광물 확보 전략 재정립 등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대응을 통해 이번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전환해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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