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레거시 반도체 성장과 미국의 제재 강화 (그리전기의 자체 칩 구현)

1. 중국 레거시 반도체 성장 배경 및 현황

중국 반도체 굴기의 특징
중국은 오랜 기간 ‘반도체 굴기’ 기조 아래 대규모 투자와 정책 지원을 바탕으로 반도체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첨단 공정 장비 수출 제한, 핵심 기술 제재, 서방 국가들의 반도체 동맹 강화 등으로 인해 최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이 즉각적인 성과를 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레거시(구형) 반도체 분야 집중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상대적으로 기술 진입 장벽이 낮고, 활용 범위가 넓은 레거시(구형) 반도체 분야로 전략적 초점을 옮기고 있습니다. 레거시 반도체는 가전제품, 자동차, 통신장비, 심지어 일부 무기 체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쓰이며, 최첨단 반도체 대비 제조 난도가 낮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들은 레거시 칩 영역에서 빠른 자립도를 확보하며, 글로벌 공급망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리전기의 사례
세계 선두 에어컨·공조(HVAC) 기업으로 알려진 그리전기는 연매출 약 40조 원 규모의 대형 가전회사입니다. 이 기업은 2018년부터 스마트홈 제품군 확장을 목표로 반도체 내재화에 나섰으며, 약 6년 만에 반도체 연구·설계·제조 역량을 확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동밍주 회장은 정부 지원 없이 이룬 성과임을 강조하였고, 실리콘 카바이드(SiC) 칩 공장 건설 계획도 밝히며 가전용·전력용 반도체 분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들의 반도체 내재화 추세
그리전기뿐만 아니라 샤오미, 메이디 등 중국 주요 가전·IT 기업들도 공급망 안정성과 자립도 제고를 위해 자체 칩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중 기술 패권 다툼 속에서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2. 미국의 규제 강화 배경 및 전략 변화

미국의 기존 반도체 규제 초점
미국은 첨단 반도체 기술을 중국이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 EUV 노광장비, EDA 소프트웨어, 고성능 반도체 수출 제약 등 강력한 제재를 시행해왔습니다. 이를 통해 중국이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최첨단 반도체 접근을 차단하고자 했습니다.

레거시 반도체로 규제 범위 확대 검토
그간 첨단 반도체에 집중된 규제는 레거시 반도체 분야에는 비교적 느슨하게 적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레거시 칩 생산 능력을 빠르게 키우면서, 미국은 이제 구형 반도체 영역에서도 제재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는 레거시 칩이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 통신 인프라, 무기 체계 등 다양한 제품에 필수 부품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미국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무역 조사로 이어지는 정책 전환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구형 반도체 생산에 대한 무역 조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조사는 관세 부과, 수입 금지, 부품 관세 적용 등 다양한 무역 제재 조치로 이어질 수 있는 사전 단계로 해석됩니다. 만약 중국이 보조금을 통한 대량 생산 및 저가 공세로 글로벌 시장을 교란한다고 판단되면, 미국은 이를 불공정 무역행위로 간주하고 대응할 근거를 확보하게 됩니다.

3.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및 산업 영향

중국 의존도 심화 우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향후 3~5년 동안 전 세계 신규 레거시 칩 공장의 절반가량이 중국에서 건설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내에서 중국 의존도가 더욱 커질 것임을 의미합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칩이 시장을 잠식할 경우, 여러 국가와 기업들은 중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안보·사이버보안 우려
레거시 반도체는 단순한 부품을 넘어 무기나 군사 인프라에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중국산 칩이 광범위하게 확산된다면, 미국은 사이버보안 및 정보유출, 백도어 위험 등 안보적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를 갖게 됩니다. 이는 미국이 레거시 반도체 분야까지 규제를 확대하려는 핵심 동기 중 하나입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 재정비 필요성
이러한 지정학적 긴장과 무역 분쟁 가능성 확대는 글로벌 기업들로 하여금 공급망 전략을 재검토하도록 압박합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반도체 동맹국들은 자국 및 우방 중심의 공급망을 재편하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생산 다변화, 연구개발 투자 강화, 재고 관리 전략 등을 새로이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4. 향후 전망 및 정책 함의

정책 불확실성 장기화
바이든 행정부가 구형 반도체 분야에 대한 무역 조사에 착수하더라도 결론 도출에는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이는 정치적 변동 가능성(2025년 차기 미 행정부 출범), 국제 정세 변화, 동맹국 및 산업계 로비 등 복잡한 요인들이 얽혀 있음을 의미합니다.

트럼프 2기 가능성과 대중 압박 강화
만약 내년 이후 출범할 미국 행정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통해 더욱 강경한 대중 제재 정책을 취한다면, 레거시 반도체 분야에서도 한층 강력한 제재가 가해질 수 있습니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더 큰 혼란을 야기하고, 기업들은 새로운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 전략을 확보해야 합니다.

산업 생태계 재편 및 R&D 투자 확대 필요
첨단 반도체뿐만 아니라 구형 반도체 역시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세계 반도체 산업은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기업들은 대체 공급원 발굴, 안전 재고 확보, 품질 및 신뢰성 인증 프로세스 강화, 사이버보안 강화, 대체 소재·기술 개발 등에 집중하여 불확실성에 대응해야 합니다.

종합 결론

중국 가전기업 그리전기의 자체 칩 개발 성공은 중국이 레거시 반도체 분야에서 생산 자립도를 빠르게 높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이는 미국이 기존에 첨단 반도체 중심으로 유지해온 제재 전략을 레거시 칩 분야로까지 확장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미·중 반도체 경쟁은 최첨단 공정뿐 아니라 구형 칩 영역으로도 전선을 넓혀가는 양상입니다.

앞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정치·외교, 기술, 안보, 경제적 요인들이 중첩되며 계속해서 재편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과 국가들은 이러한 복잡한 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기술 역량 강화, 신속한 정책 대응 등 다차원적 전략을 마련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