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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산업

우크라이나발 외교 혼선과 국회 답변, 조현 장관의 ‘함량’을 묻는다

by 지식과 지혜의 나무 2026.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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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통령은 비공개 합의를 어겼다고 말한다. 상대국 대통령실 인사는 그런 합의가 없었다고 반박한다.


북한군 포로 두 명의 한국행이라는 의미 있는 결과가 국가 간 진실 공방으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합의를 어떻게 확인하고 관리했는지, 공개 가능성을 전달받은 뒤 무엇을 했는지 외교부의 설명이 필요하다. 그 책임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이 비켜설 수는 없다.

지난 9월 23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두 명을 한국으로 보냈다고 공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양국이 비공개에 합의했던 사안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한국 정부는 당사자와 가족의 안전, 외교·안보상 파장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yna.co.kr)

그런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드미트로 리트빈 소통담당 고문은 비공개 합의 자체를 부인했다. 반면 주영 우크라이나 대사의 미디어 고문 옥사나 토로프는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설명이 엇갈리고 있다. (v.daum.net)

공개된 자료만으로 합의의 정확한 내용이나 조 장관의 구체적 과실을 확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합의의 실체와 대응 경위를 검증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누가 누구와, 무엇을, 언제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했는가. 송환 과정의 보안을 뜻했는지, 한국 도착 이후에도 송환 사실 자체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비공개를 요청한 것과 상대가 수용한 것은 다르다. 실무 차원의 양해와 최종 의사결정권자까지 공유된 약속도 구별해야 한다. 그 차이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이 전문 외교관의 일이다.

명확한 합의를 우크라이나가 일방적으로 어겼다면 일차적인 책임은 우크라이나에 있다. 반대로 합의 범위나 상대 측 수용 여부가 불분명했다면 한국 측 협의 과정도 검증해야 한다.

조 장관은 이 사안의 주변인이 아니다. 지난 6월 30일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 만나 북한군 포로 문제를 직접 논의했던 당사자다. 협의를 진행해 온 외교 수장에게 이후 경위를 묻는 것은 당연하다. (yna.co.kr)

더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가 발표 가능성을 사전에 전달받았다는 점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외교 채널을 통해 포로 관련 언급이 있을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내용이 명료하지 않았고 실제 표현은 확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행 공개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우크라이나가 발표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nocutnews.co.kr, yna.co.kr)

그렇다면 사전 연락을 받은 시점, 장관에게 보고된 시점, 공개 범위를 확인하기 위한 접촉, 발표 이후의 보호 조치까지 설명해야 한다.

외국 정상의 발언을 한국 장관이 통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전 징후를 전달받고 무엇을 했는지는 장관의 평가 대상이다. 상대국의 책임을 지적하는 것만으로 한국 정부의 대응까지 적절했다고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한동훈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도 같은 문제가 드러난다.

지난 8월 1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한동훈 의원은 한미 연합훈련 축소 방침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문제를 따졌다. 외교부가 사전에 정보를 파악하고 조율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였다.

조 장관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한 의원의 외교 실패 지적에는 표현이 지나치다고 맞섰다. (v.daum.net, newjournalist.today)

물론 조 장관은 사전 협의가 있었으며 발표 이후에도 미국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서술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v.daum.net)

그러나 미국 관계자들도 몰랐다는 설명은 당시 상황을 이해하는 단서일 뿐, 한국 외교의 대응을 평가하는 질문에 대한 충분한 답이 되지는 않는다.

질문의 핵심은 미국 관리들의 정보력이 아니었다. 한국의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어떤 역할을 했으며, 기존 협의가 왜 사전 조율로 이어지지 못했느냐는 것이었다.

이 질문에 필요한 것은 협의 경과와 한계, 보완책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다. 비판의 표현 수위에 맞서는 답변은 정부 대응의 적절성을 입증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이 답변은 국회의 검증 요구에 충분히 응하지 못한, 무성의한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이 납득할 설명보다 장관 자신에 대한 평가를 방어하는 데 무게가 실린 것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대기석에서 팔짱을 낀 모습도 같은 맥락에서 비판받을 대목이다.

팔짱을 낀 장소는 질의에 답하는 발언대가 아니라 국회 대기석이다. 두 장면은 구별해야 한다.

그렇다고 대기석에서의 태도가 아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답변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장관은 정부를 대표해 국회에 출석해 있다. 다른 질의와 답변을 듣고, 관련 쟁점을 파악하며, 자신의 설명을 준비하는 자리다.

자세 하나로 능력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회 대기석의 팔짱과 질의 과정의 방어적인 답변이 함께 놓이면, 국민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목에 깁스한 듯 뻣뻣하게 비치는 태도는 장관의 권위를 높이지 못한다. 설명이 부족한 자리에 자의식만 앞서면 자신감보다 오만함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외교관 경력은 국회의 검증을 면제받는 자격이 아니다. 오히려 전문성을 인정받아 장관이 됐다면 일반적인 해명 이상의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캄보디아 사건에서도 보고와 대응의 간극이 문제로 제기됐다.

2025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외교부 영사안전국장은 한국인 대학생 사망 사건을 같은 해 8월 장관실에 서면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조 장관은 당시 보고를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접수되는 전문의 규모를 설명하면서 나중에 전문을 읽었다고 사과한 것으로도 보도됐다. (v.daum.net, newspim.com)

장관에게 모든 보고서를 외우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정보가 제때 판단과 조치로 이어지도록 조직을 운영하고, 그 결과를 책임 있게 설명하라는 것이다.

‘영혼 없는 외교관’이라는 비판은 바로 이 지점에 닿아 있다. 경력과 전문성은 충분하다고 내세우면서 중요한 순간의 판단과 책임이 선명하지 않다면, 그 전문성이 누구를 위해 작동하고 있는지 묻게 된다.

우크라이나와의 비공개 합의는 어떻게 확인했는가. 사전 통보 이후 어떤 조치를 했는가. 한미 간 사전 조율의 한계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국민 안전과 관련한 보고체계는 무엇이 달라졌는가.

조 장관이 답해야 할 질문들이다.

공개하기 어려운 내용은 국회 비공개 보고 등 적절한 방식으로 검증받으면 된다. 외교적 비밀을 보호하는 일과 장관의 책임을 검증하는 일은 양립할 수 있다.

조현 외교가 ‘함량 미달’이라는 비판을 피하려면, 경력보다 판단을, 뻣뻣한 자의식보다 성실한 설명을, 사후 해명보다 책임지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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