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의 유래를 설명하는 여러 기록과 해석이 전해진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오늘날 우리가 지내는 추석 차례의 의례적 틀에 중국식 유교 예법이 깊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명절의 날짜를 정하는 달력과 달을 노래하는 문학까지 함께 살펴보면, 지금의 추석은 중국 문화의 영향이 깊게 배어 있는 한국의 명절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영향은 역법의 수용, 유교 제례의 정비, 한문 문학의 전승이라는 구체적인 경로를 통해 확인된다. (encykorea.aks.ac.kr, ihchina.cn, dbpia.co.kr)

가장 먼저 눈여겨볼 것은 날짜다. 추석은 매년 음력 8월 15일이다. 우리가 흔히 음력이라고 부르는 전통 달력은 달의 움직임과 계절의 변화를 함께 반영하는 태음태양력이다. 한반도에서는 역사적으로 중국계 역법을 받아들여 사용했고, 명절의 날짜도 이러한 시간 체계 안에서 정해졌다. 중국과 한국이 같은 음력 8월 보름을 특별하게 보내는 배경에는 오랫동안 공유해 온 역법의 전통이 놓여 있다. (ihchina.cn)
중국계 역법의 수용은 고대 사료에서도 확인된다. 『수서』 권81의 백제 관련 기록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行宋元嘉曆,以建寅月為歲首。
“송나라의 원가력을 시행하고, 인월을 한 해의 시작으로 삼았다.”
— 『수서』 권81, 백제조. 번역은 원문을 옮김(zh.wikisource.org)
여기서 송은 남조의 송나라를 가리킨다.(위진남북조 시기 송-제-양-진의 그 송나라)이 기록은 중국에서 마련된 역법이 한반도 국가의 달력 운용에 실제로 사용되었음을 보여 준다. 추석을 둘러싼 문화적 영향을 살필 때, 명절의 날짜를 계산하는 체계 자체가 중요한 검토 대상이 되는 이유다.
추석의 중요한 풍습인 차례에서는 중국의 영향을 더욱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조선에서 가정의 제례를 정비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된 것은 중국 송나라 주희의 『가례』였다. 이 책에는 조상의 신주를 모시고 정해진 날에 예를 올리는 절차, 명절에 제철 음식을 바치는 규정 등이 담겨 있다. 『가례』 권1 「통례」의 사당 관련 조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正至朔望則參。
“정월 초하루와 동지,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는 참례한다.”
俗節則獻以時食。
“속절에는 그 절기에 맞는 음식을 올린다.”
— 『가례』 권1, 「통례」의 사당 조항. 번역은 원문을 옮김. (zh.wikisource.org)
이는 특정한 날에 조상에게 예를 올리고 시절 음식을 바치는 행위를 유교 예법의 체계 안에 명문화한 규정이다. 한국의 차례를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이러한 규범이 조선의 예서와 생활 관행에 수용되었다는 점이다. 오늘날 전통 차례의 의례적 형식을 설명하는 데 중국 유교의 영향이 핵심적인 근거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ncykorea.aks.ac.kr, encykorea.aks.ac.kr)
그 수용 과정은 조선의 『사례편람』에서도 드러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차례상차림」 항목이 인용한 『사례편람』의 번역문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차는 중국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습속에서는 차를 쓰지 않기 때문에 차를 진설하고 따르는 등의 문장은 모두 삭제하였다.”
— 『사례편람』, 김미영의 「차례상차림」에 수록된 번역문 재인용. (encykorea.aks.ac.kr)
이 대목은 중국의 예법을 받아들이면서 조선의 관습에 맞게 절차를 조정했음을 보여 준다. 차를 올리는 절차를 삭제했다는 설명에는 수정의 기준이 된 중국 예서의 존재가 전제되어 있다. 중국의 예법을 기준으로 삼되, 실제 생활에 맞게 바꿔 적용한 것이다. 『사례편람』이 『가례』의 내용을 수정하고 보완하여 실용성을 높인 예서라는 점에서도 이러한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encykorea.aks.ac.kr)
추석의 밤하늘을 바라보는 문화에도 중국의 흔적이 남아 있다. 특히 조선 문인들이 추석에 남긴 시에서는 중국 당나라와 송나라의 시, 달과 관련된 신화와 전설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정연학은 「한국 추석과 중국 중추절 풍속 비교 고찰」에서 양국 풍속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면서, 문학적 영향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조선시대 문인들의 추석 詩에는 중국 당송 시의 영향을 받아 달과 관련된 신화, 인물, 전설 등을 소재로 다루었다.”
— 정연학, 「한국 추석과 중국 중추절 풍속 비교 고찰」, 2021, 초록. (dbpia.co.kr)
달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달 속의 세계를 상상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문학적 전통이 한문 문화를 통해 이어진 것이다. 여기서 확인되는 것은 달을 소재로 삼는 표현과 이야기의 전승이다. 추석의 달을 설명하고 노래하는 방식에도 중국의 문학과 신화가 구체적인 영향을 남겼다.
이러한 자료들을 종합하면, 중국의 영향은 추석 주변에 붙은 작은 장식으로 보기 어렵다. 언제 명절을 보낼지 정하는 달력, 조상에게 예를 올리는 규범, 달을 바라보며 떠올리는 문학과 이야기까지 걸쳐 있기 때문이다. 추석 문화의 중요한 구성 요소에 중국에서 받아들인 제도와 관념, 표현 방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한국에서 이어진 풍습과 생활 방식도 이 과정에 함께 작용했다. 중국의 예법을 받아들인 뒤 차를 올리는 절차를 바꾼 사례에서 보듯, 전해진 문화는 그대로 머무르지 않았다.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방식에 맞춰 달라지고, 세대를 거치며 익숙한 전통이 됐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 문화가 한국 사회 안에서 수용되고 정착한 과정을 보여 준다.
추석을 설명할 때는 이러한 역사도 충분히 드러나야 한다. 송편과 성묘, 가족 모임이라는 익숙한 풍경과 함께, 그 명절을 둘러싼 시간의 체계와 의례, 문화적 표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추석에 남아 있는 중국 문화의 영향은 깊고, 그 영향은 우리가 전통이라고 부르는 풍경 안에 이미 들어와 있다.
본문에 사용한 주요 원전과 연구 자료는 다음과 같다.
* 『수서(隋書)』 권81, 백제조. 중국계 역법 수용에 관한 기록. 한문 원문
* 주희, 『가례(家禮)』, 『사고전서』본 권1 「통례」. 사당의 참례와 속절 음식 봉헌 규정. 한문 원문
* 이재, 『사례편람(四禮便覽)』, 1844년 간행. 본문의 차 관련 구절은 아래 김미영의 항목에서 번역문을 재인용했다. 규장각 서지정보
* 김미영, 「차례상차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2022년 집필, 2023년 수정. 항목 전문
* 정연학, 「한국 추석과 중국 중추절 풍속 비교 고찰」, 『한국사학보』 제84호, 2021, 125–174쪽. DOI: 10.21490/jskh.2021.8.84.125. 서지정보와 초록
* 江晓雯, 「海上生明月,天涯共此时——各地中秋习俗」, 중국 비물질문화유산망, 2016. 중국어 전문
#추석 #추석문화 #중국문화의영향 #주자가례 #차례 #동아시아문화
'histor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Hàn Quốc và Việt Nam: Quốc gia nào từng mạnh hơn? (0) | 2026.09.26 |
|---|---|
| 한반도 2천 년간 이어진 '진짜 자주' 실험, 그리고 주한미군 축소 논의가 묻는 것 (0) | 2026.08.17 |
| 한국어에서 쓰이는 대표적 일본식 한자, 중국식 한자(사실상 한국어화) 100선 (0) | 2026.07.14 |
| 한(漢)나라 최고의 책사, 장량(張良, ?~기원전 186년)의 처세술 (0) | 2026.07.04 |
| 송나라 충신 조빈의 처세 (0) | 2026.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