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21일, 코스피 지수가 4,832.71로 약 1% 하락하며 거래를 마친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의 모습.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던 코스피가 주춤하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투자 수요 부족 현상이 지적되고 있다.
역대급 코스피 랠리와 수요 부족 논란
2025년 한국 증시는 사상 유례없는 강세장을 연출하며 코스피 지수가 연간 76% 상승하는 폭발적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 이는 1987년(연간 +93%)과 1999년(+83%)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연간 상승률로, 2025년 코스피 상승률은 주요 글로벌 시장 중 가장 높았습니다 . 코스피는 2025년 말 4,214.17로 장을 마쳐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고, 2026년 1월에는 꿈의 5000선 돌파를 눈앞에 둘 정도로 지수가 치솟았습니다 . 그러나 이러한 역대급 랠리 이면에 *“거의 아무도 한국 주식을 사지 않는다”*는 역설적인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 다시 말해 시장 전체를 떠받칠 광범위한 매수 주체가 부재한 상승장이라는 비판적 분석입니다 .
글로벌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SG)의 프랭크 벤짐라(Frank Benzimra) 아시아 주식전략 헤드는 2026년 1월 발표한 보고서 **「누가 한국 주식을 사고 있는가? 거의 아무도 없다」**에서 현재 코스피 상승장의 수급 불균형 문제를 짚었습니다 . 벤짐라는 코스피의 가파른 상승에도 불구하고 “한국 주식시장에서 순매수 주체는 국내 기관투자자뿐”이라며, 그마저도 증권사 주도의 구조화 상품 발행 증가에 따른 기계적 매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 반면 “외국인은 순매도 상태이고 개인투자자는 뚜렷한 방향성이 없는 거래를 보이고 있다”며, 사실상 광범위한 투자 수요가 부재한 상황임을 강조했습니다 . 요컨대 **코스피만 상승할 뿐 대부분 투자자가 빠진 ‘수요 없는 상승장’**이라는 것입니다 .
국내 기관만 순매수…구조화 상품이 부추긴 기계적 매수
SG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국내 기관투자자만이 유일하게 한국 주식을 순매수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국내 기관은 약 130억 달러(약 17조 원)어치를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40억 달러, 개인은 140억 달러 규모로 순매도를 기록했습니다 . 놀랍게도 개인과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 합계가 기관의 순매수 규모를 웃도는 수준이었습니다. 벤짐라 헤드는 이 같은 수급 데이터가 “시장의 높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투자자들의 매수 참여가 부족함을 시사한다”고 평가했습니다 . 즉, 코스피 상승에 돈을 넣은 주체가 국내 기관 일부에 국한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국내 기관투자자는 어떤 이유로 순매수에 나섰을까요? 벤짐라는 그 배경으로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구조화 상품’(Structured Product) 발행 급증을 지목했습니다 . 구조화 상품이란 ELS와 같은 파생 결합증권으로, 기초자산이 되는 주가나 지수가 일정 범위 내 움직이면 수익을 주는 금융상품입니다. 증권사는 이러한 상품을 발행할 때 기초자산인 주식이나 지수를 헤지(hedge)하기 위해 대규모 현물 매수를 해야 합니다. SG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구조화 상품 발행량이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하여, 이를 헤지하기 위한 증권사의 주식 매수가 크게 늘었다는 것입니다 . 특히 구조화 상품 중 단일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비중이 2024년 35%에서 2025년 45% 이상으로 급증하여 , 특정 대형주에 대한 기계적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는 구조화 상품 판매를 늘린 국내 증권사들이 해당 기초자산인 주식을 대량 매입하면서 코스피 상승을 견인한 측면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시 말해, 시장 상승의 상당 부분이 투자자들의 자발적 매수보다는 금융상품의 헤지 수요에 따른 기술적 상승이라는 진단입니다 .
한편, 국내 기관 중 전통적 큰손인 연기금의 역할은 제한적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의 경우, 국내주식 비중이 전략적 자산배분(SAA) 상한인 17.4%에 거의 근접하여 추가 매수余力이 크지 않았습니다 . 주가 급등으로 이미 목표 비중에 도달했거나 초과하여 국내 주식 추가 매입보다는 오히려 비중 조절에 나설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2025년 랠리 국면에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수요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지 못했고, 코스피 상승을 이끈 기관 수요는 주로 증권사 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외국인과 개인, 코스피 랠리에서 이탈한 두 축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개인투자자는 이번 코스피 랠리에 소극적이거나 등을 돌린 모습을 보였습니다. 우선 외국인 투자자는 2025년 한 해 동안 한국 주식을 약 40억 달러 순매도하며 오히려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특히 외국인들의 관심은 한국 증시 내에서도 일부 반도체 대형주에만 국한되었습니다. SG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은 반도체 업종만 순매수했고, 그마저도 2025년 순유입 규모가 20억 달러 미만”에 불과했습니다 . 실제로 외국인 순매수의 절반 이상이 삼성전자 한 종목에 집중되었으며, 삼성전자 다음의 2위 반도체주인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 보유비중은 과거 고점 대비 5%p 감소했다고 합니다 . 이는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선택적 매수를 했을 뿐, 한국 주식 전반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외국인들은 2025년 코스피 대세 상승장에서 사실상 빠져 있었다는 평가가 가능합니다.
개인투자자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020~2021년 이른바 ‘동학개미’ 운동을 통해 국내 증시를 떠받쳤던 개인들은, 최근 몇 년간 투자의 무게중심을 해외주식으로 이동시켰습니다. 벤짐라 전략가는 “최근 5년 간 개인들의 해외주식 비중이 4배 이상 증가했다”며, 개인이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거나 소극적 거래에 그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 실제로 2025년 한 해 개인투자자는 약 140억 달러에 달하는 국내주식 순매도를 기록하며 상당 규모 자금을 빼냈습니다 . 이는 국내 개인들이 국내 증시 랠리에 적극 참여하기보다는 차익 실현 혹은 해외 유망주 투자로 방향을 틀었음을 시사합니다. 그 결과 한국 증시의 사상 최고치 경신 국면에서 개인 자금이 빠져나가거나 밖으로 향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졌습니다. 실제 2025년 말 원화 환율이 약세를 보인 것도 개인들의 해외투자 증가로 달러 수요가 높아진 영향이 있었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입니다 .
이처럼 외국인과 개인이라는 두 주요 수급 축이 코스피 랠리에 동참하지 않은 채 시장을 관망하거나 이탈한 상황은 코스피 상승장의 내구성에 의문을 갖게 합니다. Bloomberg에 따르면, 코스피가 5000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주춤한 배경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관망세와 소수 종목에 쏠린 편중 상승에 따른 부담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 실제 지수 상승 폭과 달리 **시장의 하락 종목 수가 상승 종목보다 많은 ‘약한 체력’**이 관찰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을 제외할 경우 코스피 지수는 현재 수준보다 20%가량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 이는 지수 상승이 극히 일부 종목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시장 전반의 체감 랠리는 지수 숫자만큼 강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반도체 편중 심화 – 좁은 상승 동력의 위험성
2025년 코스피 대세 상승을 이끈 종목들을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에 편중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의 주가는 작년 한 해 각각 +125%, +300% 이상(4배 가까이) 폭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고, 이들 **두 종목의 시가총액 합이 코스피 전체의 약 35%**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 코스피 시총 상위권에서도 반도체 호황에 편승한 AI 테마주나 방위산업주 등이 급등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습니다  . 그 결과 지수의 상승폭 대비 시장 내 종목 간 편차가 크게 벌어지는 상황이 전개되었습니다. 일부 주도주가 지수를 끌어올리고 대다수 종목은 소외되는 장세는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불안 요소로 지적됩니다. 실제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지수는 올랐지만 내 포트폴리오는 별로 올리지 않았다”는 체감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이렇듯 상승 동력이 소수 종목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향후 그 주도주들의 모멘텀이 약해질 경우 시장 전체가 흔들릴 위험이 큽니다. 예컨대 글로벌 AI 반도체 수요가 둔화되거나 반도체 업황 사이클이 꺾일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집중된 코스피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6년 초 코스피 5000 돌파를 앞두고 일부 헤지펀드와 공매도 세력이 반도체주 쏠림 현상에 베팅해 차익 실현을 노린다는 관측도 있었습니다 . SG 보고서 역시 현재 랠리가 “삼성전자에 집중된 기계적 수요”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광범위한 투자층의 지지가 없는 랠리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
개인투자자 귀환과 정책적 유인이 열쇠
벤짐라 전략가는 *“지속성 있는 랠리를 위해서는 개인투자자의 행동 변화와 정책적 유인, 그리고 국내 주식 비중 확대를 위한 환경 조성이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 결국 국내 개인투자자의 귀환이 코스피 랠리의 지속 여부를 좌우할 결정적 변수라는 진단입니다 . 지난 5년간 해외주식 투자에 열중한 개인들이 다시 국내주식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 촉매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 이를 위해 정책적 인센티브가 한 방안으로 제시됩니다. 예를 들어 벤짐라는 **“해외주식 양도차익을 국내 주식에 재투자할 경우 양도세를 면제”**해주는 세제 혜택 등을 아이디어로 제안했습니다 . 이런 조치가 시행되면 해외로 빠져나간 개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되는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국내 기관 자금의 지속 유입을 위한 여건 조성도 과제로 언급됩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정책 변경 없이 현 체제에서는 더 이상 국내 주식을 살 수 없는 구조라면 , 전략적 자산배분 한도 상향 조정과 같은 제도 개선을 통해 연기금을 비롯한 장기 자금의 국내주식 투자여력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확대나 배당 정책 개선 등을 통해 국내 주식의 매력도를 높이고, 투자자 저변을 확대하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맺음말: 수요 기반 없는 랠리의 명암
2025년의 코스피 초강세장은 겉으로는 화려했지만 속으로는 불안한 명암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기계적 수요와 몇몇 종목에 의존한 상승은 단기적으로 지수를 밀어올릴 수 있어도 , 지속 가능한 장기 랠리가 되기 위해서는 보다 폭넓은 투자자층의 참여와 건전한 수급 구조가 필수적입니다. 현재 한국 증시가 직면한 과제는 ‘수요 없는 상승장’에 어떻게 실질적 수요를 불어넣을 것인가 입니다. 개인투자자의 신뢰와 관심을 국내 시장으로 되돌리고, 기관 자금이 국내에 머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시장 중심축을 폭넓게 다변화해야만 코스피의 꿈의 5000 시대가 지속성과 내구력을 갖춘 현실로 정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와 업계의 정책적 노력 그리고 투자자들의 인식 전환을 통해, 한국 증시가 명실상부한 모두가 참여하는 건전한 강세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봅니다.
Sources: 소시에테제네랄 보고서 내용 인용  ; Busan일보 보도  ; Bloomberg 통신 ; Korea Herald 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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