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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산업

국내 주요 대기업 및 공기업 본사 지역별 분포 분석

by 지식과 지혜의 나무 2025.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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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된 지도: 국내 주요 대기업 및 공기업 본사의 지역별 분포를 나타낸 지도 (수도권에 집중된 분포와 지방 거점들을 보여준다).

위 지도와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의 주요 대기업과 공기업 본사 또는 핵심 거점의 지역 분포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였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기업 입지 편중 현상, 기업 유형 및 업종별 분포 특성,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지역균형발전 측면의 시사점을 도출한다. 분석 범주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충청권, 강원권, 호남권, 영남권(대구·부산·울산·경상), 제주권으로 구분하였다.

지역별 본사 분포 현황


우리나라 주요 기업 본사는 수도권에 매우 집중되어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상위 100대 기업 중 약 84%인 84개 기업 본사가 수도권에 위치하며 , 지방에 위치한 본사는 16개에 불과하다. 이를 권역별로 보면, 영남권(부산·대구·경북·경남·울산)에 12개, 충청권에 4개, 호남권에 1개, 강원권과 제주권에는 거의 없다  . 특히 서울은 단일 도시로 100대 기업 중 71개의 본사를 차지해 압도적이며, 경기도 8개, 인천 5개 등 수도권 내에서도 서울 집중이 두드러진다 .
• 수도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한화 등 대부분의 대기업 집단 본사가 서울 및 경기권에 몰려 있다. 인천에도 일부 제조 대기업(예: 현대제철 인천공장, GM코리아 등)과 물류 기업 본사가 위치한다.
• 충청권: 수도권 다음으로는 충남·충북 및 대전 등에 소수의 주요 기업이 분포한다. 예를 들어 충남 서산에는 정유·석유화학 기업인 현대오일뱅크 본사가 위치해 있고 , 대전에는 옛 전매청 계열 KT&G 본사가 자리하는 등 일부 기업이 있다. 다만 전체 비중은 낮다.
• 영남권: 경북 포항의 포스코(철강), 울산의 현대중공업(조선) 등 전통 제조업 거점들의 본사가 분포한다. 경남 창원에는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 등이, 거제에는 삼성중공업 본사가 있다 . 부산과 대구는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HMM 등 해운사나 지역은행을 제외하면 대기업 본사가 많지 않다.
• 호남권: 호남 지역에 본사를 둔 전국적 기업은 드문 편이다. 한때 전북 군산에 한국GM 공장이 있었으나 본사는 인천에 있고, 광주에 기아자동차 공장이 있지만 본사는 서울에 있다. 전남 나주에는 예외적으로 한국전력공사 본사가 이전하여 입지하고 있다(하단 공기업 부분 참고). 전북 익산의 하림그룹(식품산업)처럼 일부 중견기업이 지역 기반을 두고 있다.
• 강원권: 강원도에는 전국 규모 기업 본사가 거의 없다. 원주 혁신도시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전했고 정선에 강원랜드(공기업 성격)가 있으나, 민간 대기업 본사는 전무한 수준이다.
• 제주권: 제주도 역시 대기업 본사는 드물지만, 특기할 만한 사례로 카카오가 초창기부터 제주에 법인 본점 주소지를 두고 성장했다. 카카오는 세제 혜택 등을 이유로 본사를 제주에 두었으나 주요 개발 조직은 경기 성남시(판교)에 위치한다. 이처럼 제주에는 IT 기업 일부가 본사를 등록해 놓는 사례가 있다.

요약하면, 주요 기업 본사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고 영남권 일부 공업도시에만 소수가 분산되어 있다. 호남, 강원, 제주 등은 본사 입지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다.

기업 유형별 분포 (공기업 vs 대기업 vs 중견·스타트업)


공기업의 지역 이전과 분산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에 따라 많은 공기업·공공기관 본사가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전했다. 2012년 이후 추진된 혁신도시 정책으로 2019년까지 수도권 소재 153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완료되어 혁신도시 10곳에 112개 기관, 세종시에 19개, 기타 지방도시에 22개 기관이 옮겨갔다 . 예컨대 한국전력공사는 2014년 본사를 서울에서 전남 나주 혁신도시로 이전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진주 혁신도시로, 한국가스공사는 대구로, 한국석유공사는 울산으로 각각 이전하였다. 이 밖에도 국민연금공단(전북 전주), 도로공사(경북 김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경남 진주) 등 다수의 공기관이 전국으로 분산되었다. 그 결과 현재 공기업 본사들은 수도권뿐 아니라 세종시와 전국 혁신도시에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 과거 서울에 집중되었던 공기업 입지는 세종(행정도시)과 지방 혁신도시로 상당 부분 분산된 양상이다.

대기업 (민간 대규모 기업집단)


삼성, 현대차, SK, LG 등 자산 규모 상위 대기업집단 본사는 대부분 수도권에 남아 있다. 주요 그룹 총수의 거주지와 정부와의 접근성 등을 고려해 서울에 본사를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00대 기업 본사 중 서울 71곳에 달하는 통계가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 다만 일부 제조 대기업은 사업 연고지에 본사를 둔 사례도 있다. 포항제철로 출발한 포스코는 본사를 경북 포항에 두고(서울에도 글로벌 업무차원의 사무소를 운영) 있으며, 현대중공업그룹은 울산에 주요 계열사 본사를 두어 지역과 밀접한 경영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등을 제외하면 대다수 민간 대기업은 여전히 서울 강남, 중구 등 도심이나 경기 성남시 판교 등에 본사를 유지하고 있다.

중견기업 및 지방 기업


전국적으로 중견규모 기업들은 일부 지역 기반으로 성장한 경우가 눈에 띈다. 예를 들어 호남권의 하림그룹은 전북 익산에서 육가공 식품업으로 시작해 성장한 중견기업으로, 지역에 본사를 두고 전국구 기업으로 발돋움한 사례다. 광주광역시의 중흥건설, 호반건설 등 건설사들은 호남 지역 주택사업을 기반으로 크게 성장하여 본거지를 광주에 두고 있다. 영남권에서는 SM그룹(삼라그룹)이 부산·울산 지역을 중심으로 해운·건설업 기반으로 성장했고, 대구에서는 섬유산업 기반 중견기업들이 전성기를 누린 바 있다. 이처럼 일부 중견기업은 지역 특화산업을 발판으로 해당 지역에 본사를 두고 성장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이들 기업도 규모가 커지면서 수도권으로 본사를 이전하거나 주요 거점을 옮기는 사례도 있어, 중견기업의 지역안착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IT/플랫폼 기업


IT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본사는 수도권, 특히 경기 성남시 판교 및 서울에 밀집해 있다. 네이버,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대표 IT기업들은 판교 테크노밸리에 HQ를 두고 있으며, 서울에도 카카오게임즈 등 다수의 IT기업 본사가 있다. 이는 우수 인력 확보와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수도권에 모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다. 한편 카카오는 앞서 언급했듯 법적 본사를 제주에 두었고, 게임사 넥슨의 지주회사(NXC)도 한때 제주에 본사를 두는 등 일부 사례가 있으나, 실제 핵심 개발조직과 경영활동은 수도권에서 이뤄진다. 대전의 경우 옛 ETRI 연구인력 기반으로 탄생한 한컴等 소프트웨어 기업이 있었고, 최근 광주는 AI산업 육성을 내세워 관련 스타트업을 유치하고 있으나, 아직 수도권 IT클러스터 규모에 비하면 미미하다. 결론적으로 IT/플랫폼 분야 기업 본사는 수도권 편중 현상이 더욱 심하며, 타 지역에 예외적으로 등록된 경우도 실질 활동은 수도권 중심인 경우가 많다.

업종별 분포 특성


산업별로 어떤 기업들이 어느 지역에 몰려 있는지 살펴보면, 각 업종별로 지역 특화 현상이 일부 존재한다. 제조업처럼 생산시설 입지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은 관련 공장이 있는 지역에 본사를 둔 사례가 있고, 서비스업은 인력과 시장이 밀집한 수도권에 본사가 집중된다. 주요 업종별 분포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제조업 (자동차, 조선, 철강, 전자 등): 자동차·조선·철강 같은 중화학 공업 분야는 영남권 공업도시에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울산은 자동차(현대차 공장), 조선(현대중공업), 석유화학(SK에너지, S-Oil 정유공장) 3대 산업이 집적된 국내 최대 산업도시이다 . 이러한 제조 거점에는 기업 공장이 위치하지만, 그룹 본사는 서울에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 그룹 본사는 서울에 있지만 자동차 생산공장은 울산 등에 분산되어 있다. 철강 산업의 포스코는 포항에 본사를 두어 예외적으로 제조 거점과 본사가 일치하는 사례다. 전자산업의 경우 삼성전자 본사가 경기 수원에 (생산단지 연계), SK하이닉스가 경기 이천에 본점을 두고 있지만, LG전자 등 다수 전자기업 본사는 서울에 있다. 요컨대 무겁고 대규모 설비가 필요한 제조업일수록 지방 생산거점이 발달해 있으며, 일부 기업은 해당 지역에 법인 본사를 두나 상당수는 서울 본사-지방 공장 구조다.
• IT/소프트웨어/플랫폼: 지식기반의 IT 산업 본사는 거의 모두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인터넷 포털, 게임, 소프트웨어 등 업종의 주요 기업들은 서울 및 경기 판교에 밀집해 있어, 판교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수도권에는 IT인프라와 인재풀이 풍부하여 카카오,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다. 일부 IT 기업이 제주 등지에 분점을 두거나 데이터센터를 건립하지만, 이는 특별법상의 혜택이나 부지 확보 차원일 뿐 핵심 본사 기능은 서울·판교에 몰려 있다. 한편 공공기관 이전으로 대전에 정보통신 관련 기관들이 자리하면서 해당 분야 중견기업·연구소가 존재하지만 민간 대형 IT기업 본사는 없다.
• 에너지 (정유, 석유화학, 가스, 발전 등): 정유·석유화학 업종은 주요 공장이 있는 해안 산업단지 근처에 거점을 형성했다. SK에너지, S-Oil의 정유공장은 울산에, 현대오일뱅크와 한화토탈 등은 충남 대산(서산)에, GS칼텍스는 전남 여수에 각각 대규모 단지를 이루고 있어 해당 지역 경제를 떠받친다. 다만 이들 기업의 경영본부는 대부분 서울에 위치한다. 에너지 공기업들은 정부 정책으로 전국에 분산되었다. 한국전력은 전남 나주로 이전 후 그 주변에 에너지 관련 중소기업을 다수 유치하여 ‘에너지밸리’ 산업 생태계를 조성했고, 337개 기업 입주와 3,600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두었다 . 한국가스공사는 대구로 이전하여 경북지역 천연가스 공급망 중심 역할을 수행 중이고, 석유공사는 울산 이전으로 석유비축기지 운영과 해양플랜트 산업과의 연계를 꾀하고 있다. 발전 자회사들도 남동·중부·서부 등 5개 발전 공기업이 각기 울산, 충남 등 지역에 본사를 두고 발전소와 연계 운영 중이다. 요약하면 에너지 산업은 정유·화학의 민간 본사는 수도권에 모여 있으나, 공기업 전력·가스 부문은 전국 각 에너지 생산거점에 분산된 양상이다.
• 유통/물류: 대형 유통기업(예: 이마트, 롯데쇼핑)과 물류기업(CJ대한통운 등) 본사는 대체로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전국 유통망을 거느린 유통 대기업들은 소비시장 중심지인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각 지역에 지사나 물류센터를 운영한다. 물류 거점으로서 인천항, 부산항이 있지만 정작 해운·항만 물류 기업 본사는 서울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최근 부산이 국제물류도시로 도약하며, HMM 등 해운회사 일부 부서를 부산으로 이전하거나 부산에 글로벌 물류기업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추세다. 택배 및 e커머스 분야는 쿠팡, SSG닷컴 등 본사가 수도권에 있으며, 지방에는 주로 풀필먼트 센터 등 시설만 분포한다. 전통적으로 부산은 국내 2대 도시임에도 유통 대기업 본사는 거의 없지만, 롯데그룹이 부산에서 출발한 인연으로 호텔 및 일부 계열사가 부산에 거점을 두고 있고, 지역 기반의 부산은행(BNK금융) 등이 존재한다.
• 건설/부동산: 건설 대기업 본사(현대건설, 삼성물산 등)는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건설업은 전국을 무대로 사업을 전개하지만 금융조달과 인력 수급상 본사를 수도권에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지역 건설사들은 해당 지역에 기반을 두고 성장하여 지역 중심으로 활동한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중흥건설, 호반건설(광주), 아이에스동서(부산) 등이 그런 사례다. 최근 지방 건설사들이 대형화되며 수도권 사업에 진출하는 경우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거나 이원화하기도 한다. 부동산 개발 관련 공기업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주택 개발사업의 전국 균형을 도모하기 위해 경남 진주로 본사를 옮겨 경남지역 부동산 개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부동산개발 및 건설 업종 역시 본사 입지는 서울 위주, 일부 지역 건설사만 지방 본사인 구조다.
• 금융/투자: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 산업 본사는 거의 모두 서울 영업권에 있다. 5대 시중은행과 주요 금융지주(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는 모두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대형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도 마찬가지다. 금융 중심지는 여의도와 을지로 등으로 특정되어 지방 대도시조차 지주 본사가 없다. 예외적으로 지방은행들이 각 지역 거점으로 남아 있어, 부산은행·경남은행(BNK금융지주, 본사 부산), 대구은행(DGB금융지주, 본사 대구), 광주은행(본사 광주) 등이 지역 금융을 담당한다. 또한 정부는 부산 문현동에 금융혁신센터를 건립하고 한국거래소(KRX) 본사를 부산으로 두는 등 부산을 제2 금융중심지로 육성 중이다. 그 결과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일부 금융 공기업이 부산으로 이전하여 금융업의 지역 분산을 꾀했다. 그러나 자본시장과 인력풀의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민간 금융회사 본사의 지방 이전은 전무한 상황이며, 금융업 역시 서울 편중이 가장 심한 업종 중 하나다.

수도권 편중 현황과 특징


앞서 살펴보았듯 한국의 기업 본사는 수도권에 현저히 몰려 있다. 수도권은 전체 인구 대비 경제력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특히 서울은 전국 본사 기능의 핵심 집중지다. 2019년을 기점으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처음으로 추월하였는데, 이는 지역경제 침체로 인한 인구 유출과 수도권 집중이 맞물린 결과다 . 기업 분포도 마찬가지여서, 상위 100대 기업 중 지방 소재 본사는 10곳 남짓에 불과해 수도권 쏠림이 심화되고 있다 . 이러한 수도권 편중의 배경과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산업 및 업종의 다양성 측면에서 수도권은 독보적이다. 서울에는 전통 제조업 본사를 비롯해 금융, IT, 유통, 건설, 서비스업 본사가 두루 포진해 있다. 예컨대 서울 여의도는 금융업의 중심지, 강남은 IT벤처와 제조 대기업 본사가 밀집한 업무지구다. 경기 남부의 판교·분당은 IT와 게임 산업 클러스터로 성장했고, 인천 송도에는 무역·물류 관련 기업과 바이오산업 단지가 형성되고 있다. 수도권은 이처럼 다양한 업종의 기업 생태계가 공존하여 서로 시너지를 내는 구조다. 반면 지방은 특정 산업 외에는 주력 기업이 없는 경우가 많아 산업 구조가 단순하다.

둘째, 우수 인력과 인프라의 집중으로 수도권 선호 현상이 지속된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대기업들은 정부와 금융권이 인접한 서울에 HQ를 둠으로써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전문인력을 채용·유지하기 용이하다. 연구개발 인력이나 소프트웨어 인재들도 수도권에 몰려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수도권에 본사를 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러한 선호 때문에 정부의 분산 노력에도 민간기업 본사의 “서울 집중도”는 좀처럼 완화되지 않고 있다.

셋째, 수도권 내에서도 서울 중심-경기 위성 분포 형태가 나타난다. 서울 도심(종로·중구)에 전통 대기업 본사가 밀집하고, 강남권에 IT기업과 신생 대기업들이 모이는 양상이다  . 일부 대기업은 경기권(과천, 용인 등)으로 본사를 이전하거나 추가 캠퍼스를 짓는 추세도 있지만, 이는 사업장 확장에 따른 것이지 서울 집중을 완전히 탈피한 것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수도권 편중은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곧 지역 간 경제력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 산업 특화 사례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특정 산업이 지역 경제를 이끄는 사례가 뚜렷하다. 각 지역은 역사적·지리적 여건에 따라 주력 산업이 발달했고 그에 연관된 기업들이 집중되어 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지역산업 특화 사례는 다음과 같다.
• 울산 – 조선·석유화학 중심 산업도시: 울산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3대 산업이 집결된 공업도시다 .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미포·온산 국가산단의 정유공장들이 위치하여, 이들 기업이 울산 지역경제의 근간을 이룬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조선해양 분야 협력업체가 다수 있고, 정유·화학 단지 주변으로 소재·부품 업체들이 모여 완성형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한다. 이러한 조선·석유 산업 호황기에 울산은 높은 1인당 GDP를 기록하며 “산업수도”로 불릴 정도였다 .
• 전라권 – 농식품 산업 및 에너지: 호남권은 타 지역 대비 농업과 식품가공 산업이 발달해왔다. 전북 익산에는 국가 식품클러스터(푸드폴리스)가 조성되어 100여 개 이상의 식품기업이 입주, 식품산업 혁신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익산의 하림, 순창의 장류식품 업체들처럼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식품기업들이 호남 곳곳에 위치한다. 한편 전남 지역은 한전 본사 이전 이후 에너지산업 특화를 추진하여, 나주 혁신도시에 전력공기업 집적 및 에너지밸리 조성으로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이 모여들었다 . 이처럼 호남권은 전통적으로 식품가공에 강점을 보이고, 최근에는 에너지신산업을 새로운 특화 분야로 육성 중이다.
• 경북 포항 – 철강: 포항은 철강 도시로, 1960년대 제철소 건설 이후 포스코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포스코와 관련 계열사(포스코케미칼 등) 공장이 포항에 밀집해 있고, 철강 부품·소재 중소기업들이 포항·경주 일대에 퍼져 있다. 철강 경기 변동에 따라 지역경제가 크게 영향을 받을 만큼 포항은 철강산업에 특화되어 있다. 최근에는 포스코가 2차전지 소재사업을 키우면서 포항을 배터리 소재 중심지로도 육성하고 있다.
• 경남 창원 – 기계·중공업: 창원은 1970~80년대 조성된 기계공업단지를 기반으로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 현대로템 등 중공업 및 기계제조 산업의 메카로 성장했다. 정밀기계, 방위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관련 기업과 협력업체들이 창원 국가산단에 모여 있다. 인근 거제에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조선소가 위치하여 경남 지역은 조선·기계 산업벨트를 이룬다. 이처럼 창원·거제는 조선경기와 중공업 산업동향에 따라 지역경제가 좌우되는 특성이 있다.
• 대구 – 섬유산업 및 첨단부품: 대구는 한때 “섬유산업의 수도”로 불릴 만큼 섬유·염색업으로 유명했다. 20세기 후반 섬유산업이 쇠퇴하며 대구 경제가 어려움을 겪었으나, 최근 자동차 부품, 기계, 로봇산업 등으로 업종 전환을 모색 중이다. 대구경북자유구역 등에 첨단부품 제조 기업들이 입주해 있고, 정부 차원에서 대구를 미래차 부품·의료기기 등의 신산업 거점으로 키우고 있다. 또한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 이전으로 관련 산업 기반도 일부 조성되었다.
• 부산 – 해양물류 및 금융: 부산은 국내 제1의 무역항을 보유한 해양물류 도시다. 항만을 기반으로 한 해운회사, 물류기업, 조선기자재 업체 등이 있었으나, 해운기업 본사의 서울 이전과 조선업 침체로 예전만 못하다. 대신 최근 부산은 국제금융도시를 표방하며 한국거래소 본사를 유치하고 금융 공기업을 이전받았다. 이에 따라 파생상품 거래 등의 금융 산업과 해양물류 산업이 융합된 도시로 특화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또한 영화·콘텐츠 산업 육성 등 서비스산업 다각화 노력도 진행 중이다.

각 지역은 주력 산업의 흥망에 따라 지역경제의 부침을 겪고, 특정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는 곧 지역산업 구조의 취약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산업 다변화와 혁신이 지역경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공기업 위치 변화와 혁신도시 효과 분석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하나로 공기업과 공공기관 본사를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는 혁신도시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앞서 언급한 대로 많은 공기업이 2010년대에 전국 10개 혁신도시와 세종시로 터전을 옮겼다. 이러한 공기업 이전이 지역에 미친 영향과 혁신도시와의 연계를 살펴본다.

① 혁신도시별 공기업 집적과 시너지: 공공기관 이전은 해당 지역에 인구 유입과 일자리 창출을 가져왔다. 예를 들어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는 한전 이전 이후 전력거래소, 한전KPS 등 전력 공기업들이 함께 옮겨와 전국 최대의 전력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되었다 . 한전은 현지에서 협력기업을 유치하여 앞서 언급한 에너지밸리를 구축, 지역 중소기업 337개를 끌어들이고 3,600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 경남 진주 혁신도시도 LH(토지주택공사)와 주택금융공사 등 국토·주택 분야 기관들이 모여 경남 서부권 개발의 거점이 되고 있다. 이처럼 이전 공기업과 연관 산업의 동반 이전이 이루어진 곳에서는 지역산업 육성에 일정 성과가 있었다.

② 세종시와 행정기관 이전: 세종특별자치시는 중앙부처(행정기관) 이전을 통해 형성된 행정중심도시로, 공기업이라기보다 정부부처의 집합체다. 세종으로 국무조정실 등 대부분의 부처가 이전하면서 수도권 과밀 완화와 행정 효율을 도모했으나, 수도 서울과 120km 떨어져 있어 민간기업 접근성은 떨어진다. 다만 세종에는 일부 정부 산하 공단·연구기관이 입주하여 행정·연구 기능의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세종은 수도권이 아닌 충청권에 위치하지만, 생활권적으로 대전 등 인근 도시와 연계되어 새로운 경제권을 형성 중이다.

③ 지역 정착의 어려움과 개선 과제: 공기업 이전 정책은 지역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줬다는 평가와 함께 한계도 노출했다. 이전 공기업 직원의 소비로 혁신도시 상권이 활성화되고 지방세 수입이 늘어나는 등 이점이 있었으나, 기대만큼 민간 기업의 추가 이전이나 창업 붐으로 이어지지 못한 곳도 있다  . 일부 혁신도시는 이전기관 단지와 주변 원도심 간 교류가 부족해 ‘섬처럼’ 떠있는 신도시가 되었다는 지적도 받는다. 또한 공기업의 지역 채용 확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핵심 인력은 여전히 수도권 출신이 많아, 지역 인재 육성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고급 서비스업이나 대규모 민간투자가 뒤따르지 않으면 공기업 이전만으로 지역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④ 혁신도시 시즌2 논의: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추가적인 공공기관 지방이전(이른바 혁신도시 시즌2)을 검토하고 있다. 수도권에 남은 공기업·공공기관(예: KDB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이나 일부 공공기관)을 추가 이전하거나, 민간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는 인센티브 등이 논의된다. 대통령 직속 균형발전위원회 등을 통해 지역 혁신클러스터와 기업 유치를 연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특히 지방 대학과 연계한 산학협력단지 조성, 스타트업 육성 등을 통해 공기업 이전 효과를 극대화하고 지역에 민간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요컨대, 공기업의 지역 이전은 지역균형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했으나 이를 지역경제 자생적 성장으로 연결하는 데는 추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역균형발전 측면 평가 및 시사점


기업 본사 분포를 통해 본 한국의 지역경제 균형 정도는 여전히 불균형이 심한 것으로 평가된다. 수도권 집중이 일부 완화되는 정책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최근 수도권 인구·경제 비중은 전체의 과반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증대되었다 . 이는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민간경제의 수도권 집중은 지속되고 있어 지역 불균형 해소에 한계가 있다. 공공부문의 지방 이전으로 일정 부분 균형발전에 기여했지만, 결정적으로 민간 대기업과 신성장 산업의 분산이 뒤따르지 않았다. 지역에는 공기업 몇 곳이 이전했어도 민간 기업 투자 없이는 경제 파급효과가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민간 분야까지 포함한 포괄적 균형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세제 혜택, 규제자유특구 확대 등으로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거나, 지역별로 유망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여 기업이 자발적으로 찾아가게 해야 한다.

둘째, 수도권과 지방의 산업 다양성 격차를 줄이는 노력이 중요하다. 수도권은 IT부터 금융까지 다변화된 산업구조로 안정적이지만, 지방은 단일 산업 의존도가 높아 경기 변동에 취약하다.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에도 첨단 제조, 디지털 서비스, 바이오 등 신산업 클러스터를 육성해 산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역별 특성에 맞는 권역별 전략산업(예: 광주 AI, 대구 미래차부품, 충북 바이오헬스 등)을 선정하여 집중 투자하고, 해당 분야 앵커기업과 연구기관을 유치하는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셋째, 인재와 자본의 지역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교육·연구 인프라가 수도권에 치중되어 우수 인력이 서울로만 향하는 구조에서는 지역경제 성장에 한계가 있다. 지방 거점국립대학을 경쟁력 있게 육성하고, 지역 혁신도시에 청년 인재가 정착할 일자리와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균형발전의 핵심 과제다. 또한 지역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 금융 활성화와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지역에 벤처캐피탈과 금융기관의 관심이 높아져야 지방 유망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고 성장할 수 있다.

넷째, 지속적인 정책 모니터링과 조정이 요구된다. 공기업 이전 이후에도 수도권 과밀이 이어지는 현실을 직시하고, 무엇이 부족한지 점검해야 한다. 앞서 연구에서는 혁신도시 이전으로 지역 고용은 늘었으나 인구 유출 억제 효과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한다  .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향후 정책은 단순히 기관을 이전하는 것을 넘어 지역 혁신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가령 지역 스타트업 지원, 지방세 인센티브, 생활문화 인프라 확충 등 사람과 기업이 머물고 싶은 지역을 만드는 정책적 뒷받침이 중요하다.

종합하면, 기업 본사 분포를 통해 본 우리 경제의 지역 편중은 수도권 1극 체제가 굳건함을 보여준다. 공기업 분산과 몇몇 지역특화산업 육성으로 균형발전에 일시적 진전이 있었으나, 여전히 수도권과 지방의 경제적 격차는 크고 구조적이다. 향후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종합 대책, 지역별 강점에 맞춘 산업육성, 그리고 인재·자본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결국 국가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 통합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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