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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Tech 정보

대만의 세계 반도체 밸류체인 지배력

by 지식과 지혜의 나무 2025.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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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대만


대만은 전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필수 불가결한 허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만은 전 세계 반도체 칩의 60% 이상을 생산하며, 첨단 공정(최신 미세공정) 반도체의 90% 이상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 이 같은 압도적인 생산 역량은 TSMC(타이완반도체제조)와 폭스콘(Hon Hai Precision Industry) 등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제조·조립 기업들이 대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견고한 산업 생태계 덕분에, 대만은 칩 설계부터 제조, 패키징, 최종 전자기기 조립에 이르는 반도체 가치 사슬(value chain) 전반에 걸쳐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본 보고서에서는 대만 반도체 산업의 지배력 요인을 주요 기업 현황, TSMC의 기술 우위와 글로벌 의존도, 대만 생산 부품 및 수요처, 글로벌 기업과의 공급망 연결, 폭스콘의 역할 변화, 그리고 미국·한국·중국 등 타 국가와의 비교 관점에서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대만 반도체 주요 기업의 역할과 시장 점유율


대만에는 TSMC와 폭스콘을 필두로 한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TSMC는 전 세계 파운드리(foundry) 시장에서 단연 1위로, 2024년 4분기 기준 67.1%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2위 이하 업체들을 크게 따돌리고 있습니다 . 같은 기간 2위인 삼성전자(한국)의 점유율은 약 8.1%에 불과했으며 , 3위 중국 SMIC가 5.5%, 대만의 UMC가 약 4.7%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 이를 통해 TSMC 한 기업이 전 세계 파운드리 매출의 과반 이상을 차지함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폭스콘(Foxconn)은 아이폰 조립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 전자기기 위탁생산(EMS) 기업으로, 전 세계 EMS 시장 매출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압도적 1위 업체입니다 . 폭스콘은 광범위한 생산시설과 인력으로 애플, 소니 등의 소비자전자 제품부터 서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자제품 조립을 담당해왔습니다.

두 기업의 규모와 사업 특성은 크게 대조적입니다. TSMC는 웨이퍼 가공을 통한 첨단 반도체 제조를 전문으로 하여 2024년 약 900억 달러의 매출과 45% 이상의 영업 이익률을 기록했습니다 . 반면 폭스콘은 전자기기 조립 위주의 사업으로 2,000억 달러 수준의 매출을 올리지만 영업 이익률은 3% 내외로 제조 서비스업 특유의 저마진 구조를 보입니다  . 아래 표는 2024년 양사의 주요 지표를 비교한 것입니다.

TSMC의 직원 수는 약 7만 명으로 고부가가치 공정 중심의 효율적인 인력 구조를 갖춘 반면, 폭스콘은 약 120만 명에 달하는 방대한 인력을 바탕으로 노동집약적 생산을 수행합니다. 이처럼 TSMC와 폭스콘은 각각 첨단 반도체 제조와 전자기기 조립 분야를 대표하며, 대만이 반도체 가치 사슬의 양 극단(최첨단 칩 생산부터 최종 제품 조립)을 모두 장악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 밖에도 대만에는 UMC(세계 4위 파운드리)와 미디어텍(MediaTek)(모바일 AP 등 설계 분야 세계 선두권 팹리스) 같은 주요 기업, 그리고 ASE 그룹(세계 1위 반도체 패키징·테스트 기업) 등 후공정(OSAT) 분야 강자들도 포진해 있어, 설계-제조-패키징-조립으로 이어지는 종합 생태계를 국내에 구축하고 있습니다 .

TSMC의 파운드리 기술 경쟁력과 글로벌 의존도


TSMC의 기술적 우위는 대만 반도체 지배력의 근간입니다. TSMC는 미세공정 노드 도입에서 경쟁사를 앞서 나가며, 현재 3nm 공정의 양산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업계 조사에 따르면 TSMC는 5nm 공정에서 약 70~80%의 시장점유율, 3nm 공정에서는 90% 이상을 차지하여 사실상 첨단 파운드리 공정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 이는 삼성전자 등 다른 업체들보다 앞선 수율과 양산능력에 힘입은 것으로, 전 세계의 첨단 칩 설계기업들이 TSMC에 제조를 의존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실제로 TSMC의 7대 주요 고객은 애플, NVIDIA, AMD, 퀄컴, 미디어텍, 브로드컴, 인텔 등으로 모두 TSMC의 최신 공정을 활용해 칩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 이 중 **애플과 NVIDIA는 TSMC 매출의 각각 약 25%, 11%**를 차지할 정도로 최대 고객이며, AMD도 약 7%로 3위권을 형성합니다 . 애플의 아이폰/맥용 A시리즈·M시리즈 칩(3~5nm), NVIDIA의 AI GPU(H100 등)와 AMD의 서버·GPU 칩 등이 모두 TSMC의 첨단 공정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 전 세계적으로 최신 AI 가속기 칩의 거의 전량이 대만에서 만들어지는 상황입니다.

TSMC는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 순수 파운드리 모델과 엄격한 IP 보호, 그리고 막대한 설비 투자를 통해 이러한 글로벌 신뢰를 얻었습니다. 2024년 TSMC의 설비투자(CAPEX)는 380420억 달러에 달해 경쟁사를 압도하며, 지속적인 첨단 공정 개발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 또한 TSMC는 단순한 웨이퍼 제조를 넘어 첨단 패키징 기술(COWoS 등)에도 집중하여,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통합한 AI칩 패키징 수요를 대응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4년 TSMC는 고성능 AI칩 패키지 생산능력을 전년 대비 2배 이상으로 확대(월 1.3만매 → 3만3.5만매)할 계획을 밝혔는데 , 이는 폭증하는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처럼 TSMC의 기술 리더십과 투자 규모는 동급 최강이며, 글로벌 팹리스 기업들의 첨단 칩 생산을 사실상 대만에 의존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입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7nm 이하 첨단 로직 반도체 생산능력의 100%가 대만과 한국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 미국이나 기타 국가에는 이러한 최첨단 생산 기반이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말은 곧 첨단 칩 분야에서 대만(및 일부 한국)에 대한 글로벌 의존도가 절대적임을 의미합니다.

대만에서 생산되는 주요 반도체 부품과 수요처


대만의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나오는 주요 칩들의 용도는 크게 스마트폰, 데이터센터/AI, PC 및 기타 소비자전자 분야로 구분됩니다. 우선 스마트폰용 AP(System-on-Chip)는 오랫동안 대만 파운드리 생산의 주력으로, 애플의 아이폰용 A시리즈 칩이나 퀄컴/미디어텍의 스마트폰 프로세서 등이 대표적입니다. 2024년 4분기 TSMC 매출의 약 35%는 스마트폰용 칩에서 발생했을 정도로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며 , 아이폰을 비롯한 전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고성능 모바일 프로세서 수요를 대만이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AI 및 HPC(고성능 컴퓨팅) 분야 칩 비중이 급상승하여, 2024년 4분기에는 TSMC 매출의 53%가 HPC 관련 칩에서 발생해 스마트폰을 추월했습니다 . 여기에는 데이터센터 CPU/GPU, AI 가속기, 클라우드용 ASIC 등이 포함되며, 예를 들어 엔비디아의 A100/H100 GPU, AMD의 EPYC 서버 CPU 및 Instinct MI300 시리즈 AI 가속기, 각종 클라우드 업체의 AIチップ 등이 모두 대만에서 제조되는 대표 사례입니다  . 이러한 HPC/AI 칩 수요는 Chat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붐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TSMC의 HPC 부문 매출은 2024년에 전년 대비 58% 성장한 반면 스마트폰 부문은 23% 성장에 그쳤습니다 . AI 시대를 맞아 고성능 칩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폭증하고, 이를 생산해 낼 수 있는 곳이 사실상 대만의 TSMC뿐이라는 점이 대만의 위상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또한 서버용 프로세서와 네트워크 칩 등의 분야에서도 대만 생산 비중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AMD의 **데이터센터 CPU(EPYC)**와 구글의 TPU 등도 TSMC에서 제조되고, 브로드컴이나 마벨의 클라우드 네트워킹 ASIC들 역시 대만산 반도체에 속합니다 . 반면 메모리 반도체(DRAM, NAND) 분야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대한민국), 마이크론(미국) 등이 주도하고 있어 대만 기업의 존재감은 적지만, 마이크론은 대만 현지에 첨단 DRAM fab를 운영하는 등 일부 메모리 생산시설도 대만에 위치해 있습니다. 대만에서 만들어진 DRAM이나 낸드플래시 칩들은 스마트폰, PC, 서버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수요가 있으며, 패키징 및 테스트 단계에서 대만 OSAT 업체들을 거쳐 완제품에 탑재됩니다. 요컨대 스마트폰 AP, AI/서버용 고성능 칩, PC/콘솔용 프로세서까지 전방위 분야의 핵심 칩셋들이 대만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이것이 글로벌 IT 기기들의 경쟁력을 떠받치는 숨은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IT/AI 기업들과의 공급망 연결


대만의 반도체 생태계는 애플,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ICT 기업들의 공급망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애플의 사례가 단적인데, 아이폰·아이패드·맥에 들어가는 핵심 칩은 모두 TSMC가 제조하고 있으며, 완제품 조립은 대만계 폭스콘이나 페가트론 등이 맡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TSMC 매출의 약 25%가 애플 단일 고객에서 발생할 만큼 애플의 의존도가 높고 , 폭스콘 역시 2021년에는 전체 매출의 54%를 애플 등 소비자전자 부문에 의존했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였습니다 . 엔비디아(NVIDIA) 또한 AI 시대의 최대 수혜 기업이지만, 자사의 최신 GPU 칩(A100, H100 등)을 모두 TSMC에 위탁생산하고 있습니다 . 더불어 폭스콘을 비롯한 대만 ODM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AI 서버용 시스템을 생산하고 있는데, 폭스콘은 과거 2000년대 초부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 레퍼런스 디자인 생산을 맡아왔고 2010년대부터는 주요 클라우드 업체의 서버 ODM 생산을 진행하여, AI 붐이 본격화된 2023년 이후 엔비디아의 최대 서버 생산 파트너로 부상했습니다 .

AMD의 경우에도 x86 CPU와 GPU 설계를 전문으로 하지만 제품 생산은 전적으로 TSMC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AMD는 2023년 TSMC 매출의 약 7%를 차지하는 3위 고객이었고 , 자사의 PC 및 서버용 프로세서(Zen4/5 아키텍처)와 최신 GPU, 그리고 데이터센터용 AI 가속기까지 모두 TSMC 5nm, 7nm 공정 등을 통해 제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AMD와 NVIDIA의 칩들은 다시 퀄컴, 브로드컴 등과 함께 대만의 첨단 패키징 업체를 거쳐 실리콘 다이와 메모리를 통합한 형태로 완성되고 , 최종적으로는 위스트론, 콴타, 폭스콘 등 대만계 ODM들이 조립한 서버나 그래픽카드, 각종 전자기기에 탑재되어 전 세계로 공급됩니다 .

위 그림은 AI 서버 공급망 상에서 대만 기업들의 역할을 보여주는 도식입니다. 로직 반도체 칩(프로세서/가속기)은 대만의 TSMC와 UMC 같은 파운드리가 글로벌 팹리스 기업(엔비디아, AMD, 애플 등)의 설계대로 생산하며,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의 제품이 사용되는데 이 중 일부는 대만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거나 대만에서 패키징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생산된 칩들을 조합한 최종 서버 완제품은 폭스콘, 위스트론, 콴타와 같은 대만계 ODM/EMS 업체들이 조립합니다. 결과적으로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장비, AI 인프라에는 대만에서 제조된 반도체와 대만업체의 조립 공정이 필수적으로 포함됩니다  . 이러한 상호의존적 공급망 관계 때문에 대만 해협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대두될 때마다, 글로벌 IT 기업들과 각국 정부가 긴장하는 상황이 벌어지곤 합니다. 현재 미국, 유럽 등은 TSMC의 해외 투자(미국 애리조나 및 일본 구마모토 공장 건설 등)를 지원하고 애플 등은 폭스콘의 중국 외 생산기지(인도, 베트남 등) 확보를 추진하는 등 공급망 다변화 노력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핵심 첨단칩 생산과 최종 제품 조립 역량의 중심은 여전히 대만에 있으며, 단기간에 이를 대체하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폭스콘의 역할 변화와 AI 분야 성장


한때 아이폰 제조사로 널리 알려졌던 폭스콘(훙하이정밀)은 최근 사업 포트폴리오를 AI 인프라 쪽으로 급속히 전환하며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폭스콘은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 둔화를 예상해 2019년부터 당시 회장 류양웨이(Young Liu) 주도로 데이터센터 서버, 네트워킹 등 B2B 사업 강화 전략을 추진해왔습니다 . 그 결과 2025년 들어 AI 수요가 폭발하면서 성과가 가시화되었는데, 2025년 2분기 폭스콘 매출에서 클라우드 및 네트워킹(주로 AI 서버) 부문 비중이 41%로 급증하여, 처음으로 스마트폰 등 소비자전자(35%) 부문 비중을 추월했습니다 . 이는 불과 몇 년 전인 2021년 폭스콘 매출의 54%가 애플 등의 소비자전자에 집중되어 있었던 것과 대비되는 변화입니다 . 아래 그래프에서 보이듯, 폭스콘의 AI 서버 사업 매출 비중(빨간선)은 2024년 말 26%에서 2025년 2분기 41%까지 상승하며 **애플 등 소비자 제품 조립 매출(파란선)**을 넘어섰습니다. 이러한 전환으로 폭스콘의 2025년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27% 증가하였고, 엔비디아 등의 고성능 AI 장비 수요에 힘입어 AI 서버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170%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 폭스콘은 이러한 성장세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휴스턴과 멕시코 등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며 북미 AI 데이터센터 고객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 필요 시 선제적으로 투자하여 고객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폭스콘뿐만 아니라 위스트론(Wistron), 콴타(Quanta) 등 다른 대만 제조업체들도 AI 특수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2025년 상반기 위스트론과 콴타의 서버 등 기업용 하드웨어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92.7%, 65.6% 급증하는 등 대만 ODM 업계 전반이 AI 수요에 힘입어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 업계 분석가들은 “2025년 상반기 대만 ODM들의 월간 매출 급증이 이러한 추세를 방증한다”고 평가하며, 생산 역량과 품질관리 측면에서 대만 업체들이 변화하는 고객 수요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 그 결과 현재 전 세계 서버 완제품의 약 80%가 대만 기업들을 통해 출하되며, 특히 AI 서버의 경우 90% 이상이 대만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 폭스콘을 비롯한 대만 제조사들의 공급망 장악력이 소비자 가전에서 기업용 AI 인프라로까지 확대되면서, 대만 기술 생태계는 소비자 중심에서 AI·클라우드 중심으로 무게추를 옮기는 산업 전환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습니다  . 이러한 변신은 폭스콘 등 개별기업의 성장뿐 아니라 대만 전체 기술 제조업의 업종 포트폴리오 다변화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향후 폭스콘은 AI 인프라 뿐만 아니라 전기차(EV) 등 신규 분야로도 영역을 확대하고자 하나, 현재로서는 AI 서버가 가장 큰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주요 국가와의 비교 (미국·한국·중국)


대만의 반도체 가치사슬 지배력을 더욱 분명히 이해하기 위해, 미국, 한국, 중국 등 주요 국가들과의 역할 분담 및 경쟁 양상을 비교해보겠습니다.
• 미국: 미국은 팹리스(fabless) 설계 및 장비 분야의 강자입니다. 엔비디아, AMD, 퀄컴, 브로드컴, 애플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설계 기업 대부분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고, 이들의 혁신적인 칩 아키텍처가 글로벌 반도체 발전을 견인해왔습니다. 또한 노광장비의 ASML(네덜란드) 등을 제외하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램리서치 등 핵심 반도체 제조장비 기업도 다수 미국에 소재합니다. 그러나 제조 측면에서의 미국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입니다. 인텔(Intel)이 x86 CPU 자체 생산을 지속하고 일부 파운드리 사업을 추진 중이나, 기술 난이도가 높은 최신 공정(5nm 이하)에서는 TSMC와 삼성에 뒤처진 상태입니다. 실제로 2022년 당시 전 세계 7nm 이하 첨단 로직 생산능력은 거의 전부 대만과 한국에 집중되어 있었고 , 미국 내에서는 양산이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2022년 CHIPS Act를 제정하여 대규모 제조 투자 지원에 나섰고, TSMC와 삼성전자가 미국 현지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입니다. 그러나 해당 공정이 양산 가동되기까지 시일이 필요하며, 단기적으로 미국 팹리스 기업들은 여전히 대만 TSMC에 생산을 의존하고 있습니다 . 요약하면 미국은 설계와 장비는 미국, 제조와 조립은 대만이라는 상호 보완적 관계 속에 대만과 깊이 얽혀 있으며 , 이러한 협력 구조가 미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 한국: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DRAM 시장의 70% 이상, NAND 플래시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합니다. 이처럼 데이터 저장용 메모리 분야는 한국이 주도하고, 대만은 상대적으로 소규모 메모리 업체(Nanya 등) 외에는 역할이 크지 않습니다. 한편 한국도 파운드리 및 로직반도체 분야에서 일정 역할을 가지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TSMC에 이어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이자 자체 모바일 AP(Exynos)를 설계·생산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입니다. 삼성은 3nm GAA 공정을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등 기술 개발을 선도하기도 했으나, 시장 점유율에서는 TSMC에 크게 뒤져 2024년 현재 약 10% 내외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 이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용 AP 등 자체 제품과 일부 고객사 물량을 병행 생산하는 구조로 TSMC 대비 고객 저변이 좁고, 수율 문제 등으로 주요 고객(애플, 퀄컴 등)의 첨단칩 수주를 얻지 못한 데 기인합니다  . 다만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로직 양쪽 분야에서 기술 역량을 보유한 유일한 기업으로서, 향후 기술격차 축소 및 파운드리 확대를 노리고 있습니다. 한국의 반도체 가치사슬은 요약하면 첨단 메모리는 한국 주도, 첨단 로직은 대만 주도로 구분되며, 양국은 경쟁인 동시에 상호보완적인 관계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스마트폰이나 AI 서버는 TSMC의 로직칩 + 삼성/SK의 메모리 조합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고, 이는 곧 대만과 한국이 함께 완성품의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이라는 의미입니다.
• 중국: 중국은 전자기기 최종 조립에서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성장했으며, 정부 주도의 반도체 굴기 전략을 통해 자체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습니다. 현재 중국은 SMIC, HuaHong 등을 통해 파운드리 역량을 키우고 있으나 기술 수준은 대만보다 수 세대 뒤져있는 상황입니다. SMIC의 경우 28nm 등 성숙 공정에서 내수 고객을 확보하고 7nm급 공정을 독자 개발했다고는 하나, 첨단 EUV 공정 장비 수입 제한 등으로 5nm 이하 최신 공정에는 진입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2024년 기준 SMIC의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은 약 5% 수준에 그치며 , 대만(70% 내외)과는 격차가 큽니다. 팹리스 분야에서 중국은 하이실리콘(화웨이 계열)이 과거 스마트폰 AP 분야 3위까지 올랐으나 미국 제재로 설계도 생산도 정지되었고, 그 외 알리바바, 바이두 등 빅테크의 AI칩 설계나 중소 팹리스들이 등장하고 있으나 시장 지배적 플레이어는 아직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중국은 전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 시장으로서, 매년 대만으로부터 막대한 규모의 칩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입 의존을 탈피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수십조 원 규모의 반도체 펀드 조성, 국산 장비·소재 육성 등에 나서고 있으나, 미·중 기술 분쟁으로 첨단기술 접근이 어려워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한편 중국은 최종 조립 분야에서는 폭스콘을 비롯한 대만 기업들이 다수 진출해 있어 대만의 제조기술이 중국 현지에서 활용되는 독특한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폰 조립의 상당 부분은 폭스콘의 중국 공장에서 이루어지고, HP/델 등의 노트북도 콴타, 폭스콘 등이 중국 공장에서 생산합니다. 즉, 제품 생산지로서의 중국과 생산 네트워크를 지휘하는 대만 기업이 결합된 형태로 글로벌 IT 밸류체인이 운영되어 왔습니다 . 중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대만 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역량을 높이는 것이 목표이지만, 아직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서는 대만의 기술적 우위를 따라잡지 못한 상황입니다.

결론: 대만 반도체 생태계의 위상과 향후 전망


대만은 기술, 인프라, 인적자원의 삼박자가 어우러진 독보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세계 반도체 밸류체인의 정상에 자리잡았습니다. TSMC로 대표되는 첨단 파운드리 제조력과 폭스콘 등 대만계 ODM의 글로벌 생산망이 결합되어, 스마트폰에서 AI 서버에 이르는 다양한 최첨단 제품들이 **“대만산 심장”**으로 구동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배력은 숫자로도 확인되는데, 대만 기업들이 전 세계 파운드리 매출의 70% 이상을 벌어들이고 AI 서버 등 첨단 ICT 하드웨어의 대부분을 생산해내는 현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습니다  . 물론 미국과 유럽의 재역량화 노력, 한국의 메모리 분야 견인, 중국의 국산화 드라이브 등 도전 요소가 존재하지만, 수십 년간 축적된 대만의 전문성과 공급망 네트워크는 하루아침에 모방하거나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TSMC의 공정 기술력과 고객 신뢰, 그리고 폭스콘을 비롯한 제조업체들의 유연한 대규모 생산능력은 대만 반도체 업계가 가진 최대 강점으로, 당분간 글로벌 경쟁자들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요약하자면, 대만이 세계 반도체 가치 사슬에서 차지하는 지배적 위치는 첨단 칩 제조의 독점적 역량과 폭넓은 밸류체인 장악력에 기인하며, 이러한 지위는 현재의 AI 시대 흐름 속에서 더욱 공고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대만은 지속적인 혁신과 투자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축 역할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참고 자료: TSMC 실적 발표 자료, TrendForce 리포트, 대만 중앙통신 등    (각주 번호는 본문에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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