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은 자녀의 집중력과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 학원 여러 곳을 전전하거나 각종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곤 합니다. 하지만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자 몰입 전문가인 황농문 교수는 “학원 4~5개를 보내는 것보다 집에서 한 번의 몰입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훨씬 더 아이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합니다. 황 교수는 자신의 연구와 저서를 통해, 아이들의 뇌 발달을 촉진하고 창의성을 키우는 학습법에 대해 새로운 통찰을 제시합니다. 본 분석에서는 황농문 교수가 말하는 핵심 원리 – 전두엽 발달의 중요성, ‘슬로우 싱킹’(Slow Thinking), 몰입을 위한 학습 방법(한 과목 깊이 파기와 자기주도 학습), 수면과 창의적 아이디어, 그리고 성취감(전두엽 도파민)과 진정한 창의성 – 을 최신 뇌과학 및 교육 연구와 함께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전두엽 발달의 중요성: 스마트폰 vs. 생각하는 뇌
전두엽은 인간의 이성과 고차원적 행동을 관장하는 뇌 부위로, 흔히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뇌”라고 불립니다 . 이 영역은 집중력, 인내심(충동 억제), 감정 조절, 계획 및 문제 해결, 의사 결정 등 우리의 행동과 판단을 총괄 조율하는 지휘본부 역할을 합니다 . 전두엽의 기능이健全하게 발달한 아이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하고 감정을 잘 다스리며 문제 해결에 창의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 미래의 성공과 행복을 좌우하는 핵심 역량을 갖추게 됩니다.
그런데 오늘날 아이들이 자주 접하는 스마트폰과 자극적인 디지털 콘텐츠는 이러한 전두엽 발달에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폭발적인 색상과 빠른 화면 전환, 즉각적인 보상으로 가득한 스마트폰 콘텐츠는 주로 뇌의 편도체와 같은 원시적 감정 중추를 강하게 자극하지만, 논리적 사고와 자기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활동은 상대적으로 억제시킵니다 . 실제 황농문 교수는 저서에서 “자극적인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뇌의 편도체가 활성화되고 전두엽은 비활성화된다”고 지적하며, 스마트폰 과사용이 이러한 뇌 반응 패턴을 굳어지게 하여 전두엽 발달에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경고합니다 . 마찬가지로 뇌과학 연구에서도 “짧고 빠른 스마트폰의 자극에 익숙해지면 뇌가 강렬한 자극에만 반응하고 현실 세계의 약한 자극에는 무감각해지는 현상”이 나타나며, 여러 알림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태스킹 습관은 뇌자원을 분산시켜 한 가지 일에 깊이 집중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보고합니다 .
이처럼 전두엽을 덜 쓰고 편도체만 자극하는 습관이 계속되면, 아이들은 깊이 생각하는 능력과 자기통제력이 약화되어 충동적이거나 감정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 반대로, 전두엽을 자극하고 강화하는 교육은 아이들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감정을 적절히 관리하며 사회적으로 적응하는 데 필수적인 고차원 기능을 길러줍니다 . 황농문 교수는 전두엽을 활성화하는 자극은 “새롭고 복잡하며 목표지향적인 자극”이라고 설명하며 , 아이들에게 이러한 의미 있는 도전 과제를 주는 것이 두뇌 발달에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요컨대, 스마트폰 등의 수동적·자극적 콘텐츠는 감정의 뇌만 과잉 활성화시키고 생각의 뇌를 게으르게 만들 수 있으므로, 아이 두뇌 건강을 위해 사용을 절제해야 합니다. 대신 전두엽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능동적 사고 활동을 늘려야 합니다. 다음에서 살펴볼 ‘슬로우 싱킹’ 훈련은 바로 이러한 전두엽을 단련하는 구체적인 방법입니다.
‘슬로우 싱킹’(Slow Thinking)을 통한 깊은 사고 훈련
모르는 문제가 나왔을 때, 바로 답을 보지 않고 느긋하게 오랜 시간 궁리하는 것 – 황농문 교수가 강조하는 슬로우 싱킹의 핵심입니다. 현대 사회는 즉각적인 정답과 빠른 해결을 중시하지만, 황 교수는 일부러 속도를 늦춘 ‘느린 생각’이야말로 뇌를 깊게 쓰는 훈련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슬로싱킹”(Slow Thinking) 개념은 몸과 마음은 편안히 이완된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머릿속에서는 단 1초도 생각의 끈을 놓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습관을 의미합니다 .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조급해하지 않고 어려운 문제를 풀릴 때까지 1분 1초도 쉬지 않고 계속 생각하는 것이라고 정의됩니다 .
예를 들어, 아이가 수학 문제를 풀다가 막혔을 때 정답이나 해설을 즉시 알려주기보다는 아이 스스로 5분, 10분, 길게는 몇 시간 이상 천천히 생각하도록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답답해하고 포기하고 싶어할 수 있지만, 부모는 조급해하지 말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실마리를 떠올릴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황 교수는 이러한 “생각하는 시간” 자체가 전두엽을 자극하는 훈련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 황농문의 몰입법에서는 수학, 과학, 코딩 등 정답이 명확한 문제를 끝까지 해설 없이 풀어내는 연습을 권장하는데, 이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문제해결력과 창의성을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 아이가 혼자 힘으로 고민 끝에 문제를 풀었을 때 느끼는 “내가 해냈다!”는 성취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경험입니다. 오랜 고민 끝에 스스로 답을 찾아냈을 때 뇌의 전두엽이 활성화되고, 그동안 풀지 못했던 난제를 해결하며 얻는 쾌감과 자신감이 두뇌 보상체계에 각인됩니다. 이는 아이로 하여금 더 어려운 문제에도 도전해보려는 힘을 길러줍니다. 연구에 따르면, 어려운 도전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과정 자체가 아이의 뇌를 성장시키고, 새로운 문제를 만났을 때 물러서지 않는 끈기와 창의적 해결 능력을 키워준다고 합니다  .
실제로 아이를 모든 어려움에서 즉각 구해주는 것은 장기적으로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엄마, 모르겠어요!”라고 할 때 바로 답을 알려주거나 문제를 대신 풀어주는 것은 단기적으론 좌절을 줄여주지만, 아이가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빼앗을 수 있습니다  . 적당한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겪는 생산적 난관 부딪히기(productive struggle)는 아이의 문제해결력, 창의적 사고, 인내심을 기르는 필수 요소로 지목됩니다. 아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해결 전략을 모색하고, 한 가지 방식이 통하지 않으면 다른 길을 찾는 융통성을 배우며 분석적 사고 근육을 단련하게 됩니다 . 실패와 좌절도 값진 배움이라는 것을 체득한 아이는 다음 번 도전에서 오히려 흥미와 의욕을 보이며, 문제 해결에 필요한 성장형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갖추게 됩니다  .
물론, 슬로우 싱킹을 지도할 때 중요한 점은 난이도가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는 문제를 주고 지나치게 좌절하지 않도록 적절히 격려하는 것입니다. 완전히 불가능한 문제를 주어 오랜 시간 방치하면 오히려 학습된 무기력에 빠질 수 있으므로, 아이가 스스로 조금씩 힌트를 발견할 수 있는 수준의 과제를 선택하고, 중간중간 긍정적 피드백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한 번만 더 생각해볼까?”, “지금 좋은 아이디어 떠오르고 있는 것 같아, 조금만 더 해보자” 같은 말로 용기를 북돋아 주세요. 충분한 시간을 주었는데도 아이가 풀지 못하면 그때 같이 해결책을 논의하되, 먼저 아이의 접근과 생각을 인정하고 칭찬한 후 해설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핵심은 정답 자체보다 그 정답에 이르는 사고 과정을 아이 스스로 경험하게 하는 데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 아이는 이후 학습에서 어떤 과목이든 스스로 탐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자기주도적 태도를 갖게 될 것입니다.
몰입 학습 전략 ①: 한 과목 깊이 파기 (과목 분산 금지)
많은 학부모들은 방과 후 아이에게 여러 과목을 고루 학습시키려 합니다. 하루에 수학 문제도 풀고, 영어 단어도 외우고, 과학 실험도 하는 식으로 다양한 과목을 조금씩 시도하는 것이 흔한데요. 그러나 황농문 교수는 과목을 분산하지 말고 한 과목을 진득하게 파고드는 것이 진정한 몰입을 유도한다고 조언합니다. 예컨대 방학 기간에 수학 한 과목만 집중적으로 공부하게 해본다면, 아이는 그 과목에 푹 빠져 깊이 몰입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
여러 가지를 동시에 진행하면 뇌는 지속적으로 과제 사이를 전환하느라 에너지와 시간을 소모합니다. 실제 인지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전환할 때마다 인지적 “전환 비용이 발생하여 처리 효율이 떨어지고 실수가 늘어나며 시간이 지연된다고 합니다  . 특히 과제가 복잡할수록 전환에 따른 시간 손실과 오차가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아이들의 학습에서도 마찬가지로, 수십 분 단위로 국어-영어-수학-과학을 옮겨 다니며 공부하면 각 과목에 충분히 몰입하기 전에 다음 것으로 주의를 바꾸게 되어 깊이 있는 이해에 이르기 어렵습니다. 반면, 오랜 시간 하나의 주제에 몰두하면 “몰입의 흐름”(flow)에 진입하여 학습 효율이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 실제 블록 수업(block scheduling) 방식으로 한 번에 한 과목만 심도 있게 가르치는 교육실험에서, 학생들이 더 높은 개념 이해도와 지식 유지율을 보였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 한 간호대 학습자의 경우, “한 번에 한 과목에 깊이 집중하는 블록 수업 덕분에 암기력과 자신감이 향상되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황농문 교수의 말처럼, 한 가지 과목을 깊게 파면 아이는 그 분야에서 연결된 지식들을 연속적으로 습득하며 스스로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학의 경우, 방학 내내 수학만 공부하면 어제 풀었던 개념이 오늘 새 단원과 연결되고, 며칠 전 틀렸던 문제가 오늘 배운 원리로 해결되는 등 지식 간의 유기적 통합이 이뤄집니다. 이러한 깊이 파기 학습은 아이 두뇌에 지식의 거대한 구조를 구축하게 해, 이후 해당 과목을 훨씬 높은 안목에서 볼 수 있게 합니다. 또한 하나의 분야에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성취를 이루면 아이는 자신감과 주도성을 얻게 되어, 다른 분야의 도전에 대해서도 나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물론 학교 교육 현실상 모든 과목을 순차적으로만 공부할 수는 없지만, 방학이나 주말을 활용해 특정 과목 몰입 기간을 갖게 하거나, 하루 중 한 과목을 집중 학습하는 시간 블록을 만들어주는 식으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짧게 쪼개진 공부에서 벗어나 충분한 시간 동안 한 주제에 생각을 이어가는 경험을 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몰입 경험이 쌓이면 아이의 집중력 근육이 강화되고, 동시에 하나의 주제를 다각도로 파고드는 창의적 사고 능력이 발전합니다.
몰입 학습 전략 ②: 자기주도 학습 – 스스로 깨치는 힘
학원이나 과외 등 성인이 주도하는 사교육에서는 아이가 비교적 수동적으로 지식을 전달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황농문 교수는 학교 정규수업만으로 지식 습득은 충분하다. 그 외 시간에는 학원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도록 하라”고 조언합니다  . 아이가 혼자 힘으로 교과서나 참고서를 읽고 개념을 소화하려 애쓰는 과정 자체가 두뇌의 고차원 활동이며, 학원 숙제를 기계적으로 풀거나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것보다 훨씬 적극적인 뇌 사용이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어린이들이 방과 후에 보내는 시간 중 성인이 이끄는 체계적인 활동(학원, 레슨 등)을 많이 할수록 자신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하는 “자기주도적 실행기능”이 오히려 낮아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합니다 . 반대로, 자유 놀이, 독서, 가족과의 소풍 등 덜 구조화되고 아이 주도로 이루어지는 활동 시간이 많을수록 아이들의 자기주도적 집행능력(self-directed EF) 점수가 유의미하게 높았습니다 . 쉽게 말해, 정해진 커리큘럼 속에서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시간이 많은 아이는 스스로 계획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뇌 회로가 덜 발달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자유 시간이 많은 아이는 전전두엽 기반의 실행 기능이 더 향상된다는 것입니다. 학원에서 여러 문제를 많이 풀었다고 해서 반드시 사고력이 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혼자 궁리하면서 교과 내용을 이해하려고 애쓴 시간이 아이의 사고력과 전두엽을 발달시키는 양질의 두뇌 운동인 셈입니다  .
또한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은 내적 동기부여와 연결됩니다. 학원에서는 숙제나 시험 점수 등 외부 보상과 통제로 학습하게 되지만, 자기주도 학습을 하는 아이는 호기심과 목표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배움에 책임지게 됩니다. “이번 단원은 내가 한번 완전히 이해해볼 거야”, “이 문제를 꼭 내 힘으로 풀어보고 말겠어” 하는 마음이 들 때, 아이의 뇌는 능동적 학습 모드로 전환됩니다. 이때 전두엽을 비롯한 여러 인지 기능이 총동원되어 복잡한 개념을 논리적으로 구조화하고 기억하게 되며, 이러한 능동 학습 경험은 아이 두뇌에 깊이 각인됩니다  .
물론 모든 아이가 처음부터 자기주도 학습을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의 적절한 코칭과 환경 조성이 필요합니다. 먼저, 과도한 사교육 스케줄을 조정하여 아이에게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세요. 그리고 아이 수준에 맞는 교재 선택, 학습 목표 세우기 등을 함께 의논하며 계획 수립을 도와주세요. 중요한 것은 결과에 대한 간섭보다는 과정에서의 지원입니다. 아이가 혼자 공부하는 동안 궁금증이나 어려움이 생기면 언제든 편하게 질문할 수 있게 격려하고, 질문을 받으면 바로 답을 주기보다는 함께 생각해볼 단서를 제시하여 아이가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유도합니다. 예를 들어 “이 부분이 헷갈리는구나? 앞 페이지에 비슷한 사례가 있었던 것 같은데 같이 찾아볼까?”처럼 말이지요. 그리고 아이가 혼자 공부한 내용을 부모 앞에서 가르치듯 설명해보게 하면 이해가 정확했는지 점검도 되고, 전두엽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아이들이 스스로 계획 세우고 모니터링하며 공부하는 자기조절 학습 과정이 실행 기능과 깊이 연관되어 있고, 이러한 고차원적 인지훈련이 두뇌 발달에 긍정적인 것으로 보고됩니다 .
요약하면, 학원 4~5개 보내며 시간표를 빼곡히 채우기보다, 스스로 공부할 틈을 주어 아이 주도의 깊이 있는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두뇌 발달과 창의성 향상에 훨씬 이롭다는 것입니다. 황농문 교수의 표현대로, 학교 수업만으로 지식은 충분하니, 방과 후에는 아이의 전두엽을 진짜로 쓰게 하는 자기주도 학습을 시켜라 – 이것이 아이를 창의적 인재로 키우는 비결인 셈입니다.
수면과 창의적 아이디어: “잘 때 뇌에서는 무슨 일이?”
하루 종일 풀리지 않던 문제가 밤잠을 자고 일어나면 불현듯 해결된 경험을 한 번쯤 해보셨을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머리가 식어서”가 아니라, 수면 중 뇌의 작용 덕분입니다. 황농문 교수는 자는 동안 이완된 뇌에서 ‘아세틸콜린’이 분비되어 장기기억을 끄집어낸다고 설명하며, 깨어있는 동안 풀지 못했던 문제가 잠자는 동안 해결 실마리를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합니다. 과학적으로 살펴보면, 수면은 기억을 공고히 하고 정보를 재구성하는 시간입니다  . 특히 꿈을 꾸는 렘(REM) 수면 단계에서 뇌는 낮에 학습하고 경험한 내용을 재생(replay)하고, 서로 관련 없어 보이던 기억 조각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연구에 따르면 REM 수면이 창의적 과정에 촉매 역할을 하여, 뇌가 관련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들 사이에 다리를 놓게 한다고 합니다 . 실제 미국 UCSD의 한 실험에서는, 복잡한 단어 문제를 푼 참가자들이 90분 낮잠을 자고 난 후 문제를 다시 풀었을 때 REM 수면을 경험한 그룹만이 깨어 있는 동안 풀지 못했던 문제를 크게 향상된 성적으로 해결했다고 합니다  . 반면 비(非)REM 수면이나 그냥 휴식만 취한 사람들은 큰 향상이 없었습니다 . 이는 문제 해결에 있어 단순 휴식이 아닌 “질 좋은 수면”, 그 중에서도 꿈꾸는 수면 단계의 역할이 중요함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수면 중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길래 창의적 문제 해결력이 높아지는 것일까요? 수면 연구자들은 수면이 뇌의 인지적 유연성을 높인다고 설명합니다 . 깨어 있을 땐 논리적으로 억제되던 생각들이 수면 중에는 신경전달물질 분비 변화(노르에피네프린 감소 등)와 함께 기존 기억들 간에 자유로운 연합이 일어납니다 . 특히 REM 수면 시 아세틸콜린 수치는 평소와 달리 독특하게 변화하여 뇌의 회상 및 연상 작용에 영향을 주는데 , 한 이론에 따르면 REM 수면 중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아세틸콜린 환경이 해마(hippocampus)의 기억 재생을 도와 새로운 통찰을 촉진한다고 합니다 . 이러한 뇌 속 “정보 재정렬” 과정 덕분에, 낮에 풀리지 않던 문제가 자고 난 후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보이거나 아하!”하는 순간적 통찰(insight)이 떠오르는 것이지요. 독일의 한 고전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숨은 규칙이 있는 수학 퍼즐을 풀게 한 뒤 8시간 수면을 취하게 했더니 자지 않고 깨어 있었던 대조군에 비해 두 배나 많은 사람들이 잠든 후 퍼즐의 숨은 규칙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 하룻밤 자고 나면 문제 해결 확률이 두 배 높아졌다는 것은 “잠이 창의적 문제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유명한 증거로 자주 인용됩니다 .
중요한 점은, 단순히 잠을 많이 자는 것보다 잠들기 직전까지 그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문제를 품고 자라는 말처럼, 평소에 어떤 문제를 의식적으로 깊이 고민하다 잠들면 뇌가 수면 중에도 그 미해결 과제를 계속 처리하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인지적 부화(incubation)” 효과라고 하는데, 문제에서 잠시 벗어나 있는 동안(특히 수면 중) 오히려 해결의 실마리가 떠오르는 현상입니다 . 수면은 가장 강력한 부화 시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된 연구들에서도, 모두 잠들기 전까지 해당 문제를 충분히 고민했던 사람들에게서 수면 후 뛰어난 성과가 나타났습니다. 예컨대 비디오게임 퍼즐 실험에서 한 번 막힌 뒤 잠든 그룹이 깨어 있는 그룹보다 두 배 이상 퍼즐을 많이 해결했고 , 수학 지름길 문제에서도 잠든 그룹이 깨어있는 그룹보다 숨은 지름길을 발견한 비율이 60% vs 23%로 크게 차이났습니다  . 결국 수면 전 “노력+좌절과 수면 중 “무의식적 재처리”가 맞물려 새로운 해결책을 도출한 것입니다.
따라서 아이의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높이고 싶다면,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늦은 밤까지 억지로 풀게 하기보다 적절한 시점에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자게 한 뒤 다음날 다시 도전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이 문제는 오늘 열심히 생각해봤으니, 우리 푹 자고 내일 다시 한 번 풀어볼까?”라고 제안해보세요. 자는 동안 아이의 뇌는 겉으로 보기엔 쉬고 있지만, 내면에서는 오늘 마주쳤던 복잡한 수학 문제나 글쓰기 주제를 계속 곱씹으며 정보들을 재배열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상쾌한 아침, 아이가 “아하,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아!” 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지도요.
전두엽의 도파민(성취감)을 맛보게 하라 – 진짜 창의성을 위한 열쇠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종합하면, 아이들의 창의성과 집중력을 키우는 핵심 비결은 단순히 지식을 많이 주입하는 게 아니라,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몰입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학교 수업과 기본 교과 공부만으로 사실 지식 습득은 충분합니다. 황농문 교수의 말처럼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아이가 스스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을 통해 뇌의 “보상回路”를 활성화시키는 일입니다. 아이가 어려운 문제를 마침내 풀어냈을 때 뇌의 쾌감 중추에서 도파민이 분출되고, 이는 엄청난 성취감과 행복감을 가져다줍니다  . 뇌과학적으로 도파민은 어떤 행동에 대해 “잘 했으니 또 하라”고 뇌에 신호를 주는 물질로, 보상과 동기부여의 핵심입니다 . 작은 목표를 성취했을 때 분비되는 도파민이 그 행동을 강화하고 또 반복하도록 만드는 것이죠 . 따라서 학습에서의 도파민은 일종의 “내적 엔진” 역할을 합니다. 아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고, 이루어냈을 때 분출되는 도파민이 학습의 즐거움과 성취의 기쁨을 각인시켜 줍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아이는 문제를 푸는 쾌감에 중독되어, 게임이나 유튜브 같은 즉각적이고 피상적인 즐거움보다 스스로 사고하고 창조하는 깊은 즐거움을 추구하게 됩니다.
황농문 교수가 강조하는 전두엽 연합령의 도파민이란, 결국 전두엽을 써서 얻은 성취의 보상(도파민)을 의미합니다. 아이에게 이런 성취의 맛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창의성 교육입니다. 창의성은 단순히 엉뚱한 생각을 해내는 능력이 아니라, 어려운 문제를 끝까지 파고들어 새로운 답을 찾아내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그런 능력은 한 번의 번뜩임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 꾸준한 몰입과 실패-성공의 학습 경험 속에서 길러집니다. 결국 창의성의 씨앗은 아이 스스로 땀 흘려 무언가를 성취해본 경험 속에 심어집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긴 시간 몰두 끝에 수학 문제를 해결했다면, 그 과정에서 논리적 추론과 문제해결 전략이 향상된 것은 물론이고 “나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뿌리내립니다. 이 자신감과 내적 동기가 바로 새로운 창의적 도전을 향한 에너지가 됩니다  .
반면 학원 숙제만 척척 해내고 문제풀이 기술만 익힌 아이는 지식은 있을지언정 스스로 생각하는 근육이 약하고, 남이 준 문제만 풀었기에 새로운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거나 만들어내는 창의성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지식을 채워넣을 그릇을 준비시키기보다 스스로 지식을 요리해보는 주방을 마련해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부모는 환경을 세팅해주고 재료(기본 개념)를 제공하되, 요리(문제 해결)는 아이 손으로 하게 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부엌을 엉망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그 시행착오 과정에서 진짜 배움과 창의성이 꽃피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기억할 것은, 아이들의 뇌는 무한한 잠재력을 지녔고 매우 가소성(plasticity)이 높다는 사실입니다. 지금이라도 올바른 몰입 경험을 시작한다면, 스마트폰과 영상 자극에 길들여져 떨어졌던 집중력도 다시 회복될 수 있습니다. 뇌는 나쁜 습관으로 일시적으로 기능이 저하될 수 있어도, 스스로 변화하고 적응하는 능력(neuroplasticity)이 있어 충분히 되돌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 그러니 너무 늦었다고 걱정하기보다는, 오늘부터라도 아이와 함께 작은 성취 경험을 쌓아보세요. 예를 들어 가족이 함께 30분간 아무 전자기기 없이 책 읽기 도전을 하거나, 하루 한 개 수수께끼를 두고 각자 답 생각해보기 같은 작은 것부터 실천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작은 몰입과 성취의 반복이 쌓이면, 아이의 전두엽은 활짝 깨어나고 도파민 보상 회로는 건강하게 강화되어, 아이는 스스로 동기부여되어 학습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즐거움을 알게 될 것입니다. 결국 학원 4~5개를 보내는 외부 자극보다, 집에서의 한 번 깊은 몰입 경험이 아이 두뇌에 남기는 긍정적 각인이 훨씬 크다는 황농문 교수의 조언은 현대 부모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해아이의 참된 성공과 행복을 바란다면, 이제 ‘공부’를 관리해줄 학원을 찾기 전에, 아이의 전두엽을 깨울 몰입의 장을 집에서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속에서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과 창의성의 날개를 활짝 펼치게 될 것입니다.
참고 자료: 황농문, 몰입 및 슬로싱킹 저서 내용 요약  ; 건강의학 기사 및 연구 (전두엽 기능과 스마트폰 자극의 영향  , 자기주도적 활동과 실행기능 , 수면과 창의적 문제 해결에 관한 연구   등); Big Life Journal 등 아동 교육 전문 자료 (아이의 생산적 어려움 겪기의 중요성  ); 도파민과 학습 동기에 관한 신경과학 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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