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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엔터테인먼트

중국에서의 슬램덩크 인기: 역사와 현황

by 지식과 지혜의 나무 2025.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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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슬램덩크의 인기 흐름 및 역사적 배경


일본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슬램덩크》**는 1990년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를 시작해 1996년 완결된 인기 농구 만화입니다 . 1993년에는 일본에서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방송되었고, 이후 아시아 전역에 퍼져나갔습니다. 중국에는 90년대 중반 처음 소개되었는데, 만화는 1994년 대만을 통해 번역본이 들어왔고(《篮球飞人》 등 제목으로), TV 애니메이션은 1995년부터 홍콩과 대만에서 방영된 후 중국 본토의 지역 방송사들을 통해 1996~1997년경 전국으로 전파되었습니다  . 당시 광둥성의 한 유통사가 애니메이션의 중문 더빙판을 들여와 VCD와 방송 판권을 공급하였고, CCTV가 아닌 지역 채널별로 방송이 이루어지면서 지역마다 방영 시기가 조금씩 달랐다고 합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램덩크》**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단숨에 전국적인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 1997년 중앙방송 등 주요 채널에서도 정식으로 애니메이션이 전파를 탔고, 이 작품은 **“중국 80/90후(后) 세대의青春(청춘)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 실제로 중국에서는 《슬램덩크》 만화책이 신중국 60년 역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도서 600선에 포함될 정도로 큰 문화적 영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

특히 《슬램덩크》가 등장한 1990년대 중반은 중국 내 농구 열기가 뜨겁던 시기였습니다. 마이클 조던이 이끄는 시카고 불스가 NBA 챔피언에 오르고 있었고, 중국 자체 프로농구 리그인 CBA가 1995년 출범했으며, 중국 남자농구 대표팀도 1994년 세계 선수권에서 8강에 드는 성과를 내는 등 농구 스포츠의 인기가 급상승하던 시대였습니다 .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슬램덩크》는 젊은 층에게 농구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킨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슬램덩크》를 보고 농구공을 잡기 시작했고, 만화를 통한 간접체험이 실제 농구 팬덤과 플레이 인구의 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 말 그대로 당시 현실의 농구 붐과 가상의 만화가 시너지를 이루며, 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세대의 기억에 깊이 각인된 것입니다 .

이후 2000년대에도 《슬램덩크》 애니메이션은 수차례 재방영되고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면서 새로운 팬을 끌어모았습니다 . 2004년에는 비로소 일본 측에서 승인한 정식 중문 번역 만화 단행본(간체자판)이 발매되었고, 2013년에는 일본에서 나온 HD 리마스터 판이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으로 전해져 화제를 모았습니다 . 유쿠(Youku) 등에서 서비스된 HD 리마스터는 평점 9점 이상의 호평을 받았는데, 이는 **《슬램덩크》**라는 IP가 세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 만화 연재 종료 후 주요 스토리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음에도 (원작은 전국대회 이야기를 끝맺지 않고 1996년에 마무리됨), 팬들은 20여 년간 작품을 잊지 않고 추억 속에 간직해왔습니다. 작중 **“이번엔 전국대회에서 보자”**라는 마지막 대사가 남긴 여운처럼, 팬들 사이에는 언젠가 후속 이야기가 나오길 바라는 집단적 기대가 쌓여왔던 것입니다 . 이러한 긴 공백에도 불구하고 식지 않는 인기 덕분에, 《슬램덩크》는 중국에서 몇 세대에 걸쳐 회자되는 전설적인 IP로 자리했습니다 .

중국 내 슬램덩크 인기 연표 (요약)
• 1990년: 일본에서 만화 연재 시작 (이노우에 다케히코 작품) 
• 1993년: 일본에서 TV 애니메이션 방영 시작 (전101화) 
• 1994~1995년: 만화 해적판 번역본과 TV 애니가 홍콩·대만을 거쳐 중국 본토에 소개, 학생층 중심으로 폭발적 인기  
• 1997년: 중국 내 지상파 채널에서 애니메이션 본격 방영 (전국적 인기 확산) 
• 2004년: 《슬램덩크》 만화 공식 간체자 번역판 출간 (정식 라이선스) 
• 2013년: 애니메이션 HD 리마스터 판 공개 (중국 동영상 플랫폼에서 높은 조회수와 평점) 
• 2023년: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개봉 – 추후 상세 기술 예정

2. 중국 내 슬램덩크 팬덤 규모, 연령층 및 커뮤니티 활동

《슬램덩크》의 중국 내 팬덤은 세대를 아우르며 매우 광범위합니다. 정확한 인원 수치를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90년대 후반 이 작품에 열광했던 80허우(80后)·90허우(90后) 세대가 수억 명에 이르는 만큼 잠재적 팬덤도 수천만 명 규모로 볼 수 있습니다. 한 지표로, 2021년 중국농구협회의 보고에 따르면 중국의 농구 인구(직접 농구를 즐기는 인구)가 1억 2,500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 이는 《슬램덩크》가 겨냥했던 농구와 청춘이라는 소재가 워낙 대중적 기반이 크다는 뜻이며, 실제로 농구를 좋아하는 중국인 중 상당수가 이 만화를 접했거나 최소한 그 존재를 알고 있을 정도로 《슬램덩크》는 대중문화의 교과서 같은 입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팬들의 연령층은 특징적으로 현재 30~40대가 주축입니다. 1990년대에 청소년기였던 이들이 이제 중장년층이 되었는데, 이들이 바로 《슬램덩크》의 가장 열성적인 팬들입니다. 2023년 극장판 개봉 전 예매 관객 분석에 따르면, 《슬램덩크》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 중 30~39세 비중이 52.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 실제 개봉 후 관객의 **주력 연령대도 30대 중반 전후(30~34세 약 30%)**인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 영화 관객층이 20대 이하가 가장 많은 것과 대비되는 이례적인 분포입니다 . 이는 당년의 팬들이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충성도 높은 핵심 팬층으로 남아있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2000년대 이후 태어난 젊은 층도 부모 세대나 인터넷을 통해 《슬램덩크》를 입문하고 있습니다. 실제 극장에서는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와 함께 관람하는 모습도 흔했는데, 부모에게는 향수를, 자녀에게는 신선함을 주며 세대교감의 매개체 역할을 했습니다  .

팬덤 커뮤니티 활동 역시 다양합니다. 과거에는 잡지나 비공식 팬클럽 형태로 교류했다면, 현재는 온라인 공간에서 활발히 소통합니다. 웨이보(微博) 같은 SNS에는 슬램덩크 관련 해시태그와 화제가 자주 등장하는데, 영화 개봉 직후에는 각종 소셜 플랫폼 실시간 검색 1위를 무려 사흘간이나 휩쓸었습니다 . 팬들은 “중년 아저씨들이 새벽에 극장에서 눈물바람” 같은 웃픈 후기를 남기며 추억에 젖었고, “#爷青回#(나의 청춘이 돌아왔다)” 같은 유행어를 달며 향수를 공유했습니다 . 웨이보, 샤오홍슈, 틱톡(도우인) 등에는 팬들의 코스프레 열풍도 불었습니다. 특히 재미있는 현상은, 90년대엔 강백호(사쿠라기)나 류초풍(루카와) 같은 고등학생 주인공 캐릭터를 코스프레하던 팬들이 이제 나이가 들자 백발의 안산教练(안즈이 코치) 분장을 하고 등장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된 것입니다 . 흰 셔츠에 배 나오게 분장하고 하얀 가짜 수염을 붙인 ‘안산 코치 아저씨’들이 몰려다니는 모습은 개봉 전후 중국 SNS에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추억 공유 외에도 끊임없는 정보교류와 2차 창작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 최대 평점 사이트인 **더우반(豆瓣)**에는 《슬램덩크》 만화책, 애니메이션, 영화 모두 평점 9점 내외의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고 수십만 명의 유저가 리뷰를 남기며 토론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 지식 Q&A 커뮤니티 **즈후(知乎)**에도 “灌篮高手” 관련 토론이 수만 건 등록되어 있고, 등장인물들의 농구 실력 비교나 결말 이후 이야기에 대한 가설 등 팬들의 토론이 수십 년째 이어지는 중입니다  . **빌리빌리(Bilibili)**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서는 팬들이 직접 미완결로 남은 전국대회 이야기를 가상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실제 애니메이션에 담기지 못했던 “북산 vs 산왕공고” 전국대회 경기를 팬들이 NBA2K 게임을 활용해 시뮬레이션 영상으로 제작하거나, 만화컷을 이어 붙여 **“나만의 102화 이후 이야기”**를 올리는 등 다양한 2차 콘텐츠가 인기였습니다  . 한 예로 2020년경 한 팬이 업로드한 NBA2K 모드로 구현한 북산 대 산왕전 영상은 영화 제작 소식이 전해지자 조회수 500만 회를 넘기며 화제가 되었고, 영화 개봉 무렵에는 800만 뷰를 돌파했습니다  .

또한 농구 팬덤과의 교차도 두드러집니다. 《슬램덩크》는 단순한 만화가 아니라 농구에 대한 관심을 키운 매개체였기에, 중국의 실제 농구 선수나 코치들도 이 작품을 추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02년 NBA 휴스턴 로케츠에 입단한 **야오밍(姚明)**의 당시 단장도 “야오밍의 스승이 혹시 안즈이 코치처럼 생기지 않았냐”고 농담을 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 2023년 중국 농구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중국의 전설적 선수 **후웨이동(胡卫东)**이 연설 도중 **“9살 때 코치님께 나 농구하고 싶어요라고 말했습니다”**라는 《슬램덩크》 미츠이(송태섭) 대사를 인용해 청중들의 환호를 얻는 일도 있었습니다 . 이처럼 중국 농구계에서도 세대 아이콘으로 회자될 만큼 슬램덩크는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또한 앞서 언급한대로 중국 팬들은 성지순례 격으로 일본 가나가와 현 가마쿠라의 에노시마 전철 건널목(애니 엔딩 장면의 실제 배경지)을 방문해 사진을 찍고 Xiaohongshu(샤오홍슈)에 공유하는 등, 여행과 성지순례 문화까지 파생시키고 있습니다 . 정리하면, 《슬램덩크》 중국 팬덤은 규모 면에서 방대하고 연령 분포는 다소 높지만, 그 충성도와 열정은 세월을 넘어 지속되고 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추억을 나누고 2차 창작을 즐기는 커뮤니티 문화, 그리고 현실에서 농구를 직접 즐기고 세대 간에 추억을 전승하는 모습 모두가 활발한 것이 중국 슬램덩크 팬덤의 모습입니다.

3. 최근 개봉한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The First Slam Dunk)》**의 중국 내 반응


그림 1: 2023년 4월 20일, 상하이의 한 극장에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개봉 첫 상영을 관람하는 팬들. 중년 관객들이 극장 측에서 제공한 슬램덩크 캐릭터 포스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 27년 만에 공개된 이번 극장판은 중국에서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과 흥행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개봉 전부터 기록적인 열풍이 감지되었습니다. 예매(预售) 시작과 동시에 티켓 판매량이 치솟아 개봉 전날 이미 예매액 1억 위안(약 180억 원)을 돌파했고, 이는 중국 역대 수입 애니메이션 중 최고 예매 기록이었습니다  . 특히 4월 20일 자정에 편성된 **“零点场(영점장)”**이라 불리는 첫 상영회차는 전국에서 26만 명 이상의 팬들이 몰리면서 박스오피스 2,132만 위안을 기록, 애니메이션 영화로서는 중국 사상 최고 수준의 0시 흥행 기록을 세웠습니다 . 많은 극장이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만석을 기록했고, 이 0시 상영의 흥행수입만으로도 중국 애니메이션 영화 역사상 TOP10에 드는 수치였습니다 . 한 언론은 “영화 시작 전부터 중년 관객들이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극장 스크린을 영상으로 담으며 개봉의 순간을 기록했다”고 전했는데, 오프닝 타이틀이 올라가자 극장에 모인 수백 명의 팬들이 일제히 함성과 박수를 보낼 정도로 열광적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

개봉 후 성적은 더욱 눈부셨습니다. 공식 개봉일인 4월 20일 하루 동안 1.15억 위안(약 2100억원)의 박스오피스를 올리며 단숨에 일일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습니다 . 개봉 첫날이 평일(목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거둔 성과로, 같은 기간 상영 중이던 대작들을 제치고 압도적인 흥행세를 보였죠. 개봉 3일째인 4월 23일까지 누적 3억 5천만 위안을 돌파하며 순항했고 , 일주일 만에 4억 4천만 위안(4월 28일 누적)을 넘어섰습니다 .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중국 내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1위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 (이전 기록은 2015년 **《도라에몽: 스탠바이미》**의 5.3억 위안이었는데, 이를 가뿐히 추월할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 최종적으로 영화는 중국 본토에서 6.63억 위안(약 1,200억 원 이상)의 누적 매출을 올리며, 같은 해 개봉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에 이어 중국 역대 일본 영화 흥행 2위 수준의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 일본 현지 이상의 열기 덕분에, 개봉 당시 주중 기자회견에서 중국 주재 일본 대사가 “슬램덩크가 일본보다 중국에서 더 인기인 것 같다”고 언급했을 정도였습니다 .

흥행 성적만큼이나 관객 반응과 평가도 뜨거웠습니다. 중국 최대 리뷰 사이트 **더우반(Douban)**에서 영화 평점은 9.1점으로 출발하여 개봉 직후 수만 명의 관객이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남겼습니다 . 이는 최근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중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로, 전문 평론가들보다 일반 관객들 사이에서의 폭발적인 호응을 입증하는 지표였습니다. 실제 관객 연령대를 보면 앞서 언급한 대로 30~40대가 주류였는데, 이들은 단순한 영화 관람을 넘어 자신들의青春(청춘)을 다시 체험하러 온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 개봉 첫날 밤, SNS상에는 “앞뒤 줄의 중년 남성들이 나와 함께 펑펑 울었다”, “엔딩곡이 흐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같은 후기들이 추천 순위 상위를 차지했고 , 영화 상영 내내 울먹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는 관객 증언도 나왔습니다. 웨이보에는 중국의 한 인기 가수가 **“눈물… 《슬램덩크》가 바로 내가 농구를 사랑하게 된 이유”**라는 감상평과 함께 눈물 이모티콘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 상영관 직원들은 관객들을 위해 캐릭터 포스터, 스티커 같은 굿즈를 나눠주었는데, 이마저도 조기 소진될 만큼 인기가 높았습니다 . 어떤 극장에서는 팬들이 가져온 북산(쇼호쿠) 고교 빨간색 농구 유니폼을 입고 단체 관람을 하여, 마치 응원단이 경기장에 모인 듯한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 영화가 클라이맥스인 산왕공고와의 경기 장면에 돌입하자 객석 여기저기서 숨죽이고 지켜보다가, 명대사나 명장면이 나오면 박수와 환호성을 보내는 관객들도 많았습니다. 그야말로 극장이 추억의 스포츠경기장으로 바뀐 듯한 특별한 경험이었다는 후문입니다.

중국 언론들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27년 늦게 찾아온 전국대회의 약속, 집단적 향수 현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 평론가들은 《슬램덩크》 영화의 성공 요인으로 단순한 팬심을 넘어 세대 공감과 이야기의 힘을 꼽았습니다. “유년기의 결핍을 채워주는 27년만의 꿈의 완성”이라는 정서가 관객들을 열광적으로 극장으로 이끌었다는 분석입니다  . 또한 작품 자체의 완성도도 호평받았습니다.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각본·연출을 맡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스토리 전개(예를 들어, 전국대회 묘사를 북산의 포인트가드 미야기 료타 시점에서 풀어내며 과거 회상을 삽입한 구성)에 대해 원작 팬들도 신선하게 받아들였고 , 경기장의 긴장감과 박진감을 살린 3D 셀 애니메이션 연출은 젊은 신규 관객에게도 어필했습니다. 덕분에 관객평점과 추천지수 모두 높게 유지되었고, 개봉 후 입소문을 듣고 재관람하거나 나중에 합류한 관객층도 많았습니다.

요약하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중국 성공은 추억과 현대적 완성도가 만나 일군 결과였습니다. 90년대를 풍미했던 IP가 여전히 통한다는 것을 입증함과 동시에, 그 팬덤의 두터운 저력을 과시한 셈입니다. 흥행 성적은 물론이고, SNS 상에서 수천만 건의 관련 포스팅과 해시태그 열풍, 극장에서의 이례적 광경 등은 2023년 중국 영화계의 하나의 사회문화적 사건으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

4. 슬램덩크 관련 굿즈, 협업 상품, 테마 카페/전시 등 산업적 영향

《슬램덩크》의 오랜 인기는 다양한 사업적 기회로도 이어져 왔습니다. 다만 이 작품의 IP 권리를 가진 일본 측(토에이 애니메이션 등)이 비교적 상업화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와서, 그동안 중국 내 정식 라이선스 상품은 많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 90년대~2000년대에 중국 팬들이 손쉽게 구할 수 있던 공식 굿즈는 한정적이었고, 그 빈자리는 수많은 비공식·팬메이드 상품들이 채웠습니다. 예를 들어 북산 고교의 빨간 농구 유니폼(10번 강백호, 11번 서태웅 등)은 수십 년간 중국 길거리 농구장과 패션씬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베스트셀러입니다 . 비록 정품이 아닌 복제품이라 할지라도 팬들은 이 유니폼을 입는 것만으로도 작품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고, 이러한 자발적 소비가 오히려 슬램덩크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홍보해주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 한 언론은 “붉은 색 북산 유니폼과 흰색 산왕 유니폼은 중국의 농구장, 거리공연, 예능 프로그램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팬들이 계속 입어주는 것 자체가 슬램덩크에 대한 살아있는 광고와 같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

2023년 영화 개봉을 전후하여 드디어 다양한 공식 굿즈와 협업 상품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일본 토에이 애니메이션은 중국에 자사 공식 온라인몰을 통해 영화 기념 상품을 한정 판매했는데, 499위안(약 9만원)짜리 북산 10번 유니폼 레플리카는 판매 시작과 동시에 순식간에 매진되어 버렸습니다 . 이 유니폼은 수량 2000장 이상이 준비됐었지만, 불과 몇 시간 만에 동이 나며 약 100만 위안 이상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 또한 영화 배급사인 텐안촨치(天岸创奇) 문화 측에서도 각종 프로모션 굿즈를 제작하여 온라인과 극장에서 판매했습니다. 예를 들어 캐릭터 일러스트 타월, 티셔츠, 손목밴드 등의 품목이 있었는데, 준비된 수십만 개 물량이 이틀 만에 완판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 담당자는 “굿즈 재고를 몇 백만 위안 어치 준비했지만 순식간에 동났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이러한 판매 열기는 공식 굿즈가 오랫동안 귀했던 데 대한 갈증, 그리고 영화 개봉으로 인한 팬심 폭발이 맞물린 결과로 보입니다.

협업 마케팅도 이어졌습니다. 패션 브랜드 Uniqlo는 슬램덩크 UT 컬렉션 티셔츠를 중국 시장에 출시하여 큰 인기를 끌었고, 일부 디자인은 발매 당일 품절되었습니다. 중국의 스포츠용품 브랜드나 음료업계에서도 슬램덩크를 모티브로 한 콜라보 상품을 내놓았는데, 예를 들어 한정판 농구화나 슬램덩크 캐릭터가 그려진 음료수 패키지 등이 그 사례입니다 (※일부는 비공식 오마주 형태). 대만의 모스버거는 슬램덩크 세트 메뉴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중국 본토에서의 공식 IP 콜라보는 일본 측의 엄격한 통제로 많지 않았고, 오히려 팬들의 자발적 이벤트가 두드러졌습니다 . 예를 들어, 영화 개봉 전후로 상하이, 베이징 등의 카페에서 팬들이 모여 **“슬램덩크 컨셉 카페”**처럼 꾸미고 OST를 틀며 함께 만화를 보는 자리를 가지기도 했습니다 (비공식 팬 이벤트). 또한 상하이나 홍콩 등지에서는 영화 개봉 기념 팝업 스토어와 전시 이벤트가 열려 팬들의 발길을 모았습니다. 홍콩 타임스퀘어에 마련된 팝업스토어의 경우 2023년 3월 한 달 동안 수천 평방피트 규모의 전시 공간에 슬램덩크 대형 피규어와 일러스트 전시, 한정 상품 판매대를 운영하여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 상하이에서도 비슷한 팝업 이벤트가 열려, 팬들이 긴 줄을 서서 굿즈를 구매하고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이 언론에 소개되었습니다.

산업적 영향 측면에서, 《슬램덩크》 신드롬은 여러 방면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주었습니다. 먼저 극장가 흥행 성공으로 중국 영화시장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경쟁력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2023년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주춤한 반면 《스즈메의 문단속》,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등이 잇달아 흥행하면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가 강세를 보였는데 , 특히 《슬램덩크》의 선전은 추억 마케팅의 잠재력을 재확인시켰습니다. 오래된 IP라도 탄탄한 스토리와 팬층이 있다면 충분히 신작 못지않은 시장성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 이러한 성공은 중국 애니메이션 업계에도 시사점을 주었는데, 중국 관영 매체와 평론가들은 “슬램덩크의 흥행은 이야기의 힘과 감성 자산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다”고 논평했습니다  . 한편으로, 중국 창작진들은 자국의 IP에도 이런 세대교체형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 가령 2015년 이후 중국 애니메이션 영화로 큰 성공을 거둔 《나타(哪吒)》나 《서유기: 대성귀환》 등이 있었지만, 여전히 스토리텔링 면에서 해외 작품과 격차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슬램덩크처럼 관객 정서를 관통하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국 애니메이션의 과제라는 평가입니다 .

또 스포츠 산업으로 눈을 돌리면, 슬램덩크의 인기는 농구 참여 인구와 용품 소비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슬램덩크 세대가 자녀들을 농구교실에 보내는 등 신규 스포츠 인구 창출에도 한몫하고 있는데, 실제로 중국의 유소년 농구 교육 시장은 2021년 기준 연 640억 위안(약 12조원) 규모로 성장했다고 합니다 . 이는 농구를 포함한 스포츠 문화의 세대 전승이자, 슬램덩크가 촉발한 “운동하는 청춘”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는 사례라 볼 수 있습니다. 패션 분야에서도 슬램덩크 영향이 보이는데, 조던 농구화(AJ 시리즈)가 중국 밀레니얼 부모들 사이에서 아이들에게 사주는 인기 아이템이 되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 이처럼 《슬램덩크》는 단순한 만화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이자 문화 현상으로서, 굿즈 판매, 콜라보 상품, 테마 체험 공간, 스포츠 참여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 파급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중국 현지 언론 보도 및 통계 (신화망, 펑파이신문, 재경매체 등)    , SNS 반응 (웨이보 등)  , 그리고 중국 영화 박스오피스 집계 데이터  등을 종합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슬램덩크》의 중국에서의 인기는 30년 전 시작된 열풍이 세대를 넘어 현재까지 지속된 독보적인 사례이며, 향후에도 그 문화적·산업적 영향력이 꾸준히 회자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거(大哥)들과 샤오펑요(小朋友)들이 함께 “안산 코치, 저도 농구가 하고 싶어요!”를 외치는 한, 슬램덩크의 전설은 중국에서 현재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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