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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산업

한국경제 전망과 대기업 정년보장의 가능성

by 지식과 지혜의 나무 2025.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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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저성장과 고령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기업에서 정년(定年)까지 안정적으로 근무를 보장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특히 제조업과 금융업을 중심으로 고용 구조와 정년제도의 변화, 미래 경제성장률 전망, 정년보장의 비용 및 경쟁력 영향, 청년고용과 세대 간 일자리 배분 문제, 그리고 노동시장 유연화 및 고령화 대응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제조업과 금융업의 고용 구조와 정년제도 변화 추이


한국은 2013년 고령자고용법 개정을 통해 2016년부터 기업의 법정 정년을 만 60세 이상으로 의무화하였습니다 . 이로써 이전까지 관행적으로 많았던 55세 전후의 조기퇴직 관행에 변화가 생겼고, 많은 대기업들이 정년 연장에 대비해 임금피크제 등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2016년 당시 조사에서 대상 기업의 42.7%만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중소기업 등은 애초에 공식 정년제도가 없는 경우가 많아, 정년 연장의 혜택은 주로 대기업 등 안정된 일자리에 집중되는 양상이 있습니다 .

제조업 대기업의 경우 대체로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강하고 연공서열형 임금체계(호봉제)가 뿌리깊어 정년까지 고용되는 문화가 비교적 강합니다. 법정 정년이 60세로 높아진 후에도 자동차·조선·철강 등 전통 제조업에서는 정년까지 근무하는 사례가 많으며(일부 연구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업 대기업에선 61~62세 정년퇴직이 집중적으로 발생 ), 정년 이전에 희망퇴직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노조의 반발로 제한적인 편입니다. 이에 비해 금융업 대기업(은행·보험 등)은 사무직 중심이라 겉보기엔 업무 강도가 높지 않지만,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명예퇴직(조기퇴직)이 흔합니다. 실제 금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정년이 60세로 정해져 있어도 이미 55세 전후에 명예퇴직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하며, 정년까지 전원 근무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음을 지적했습니다 . 이는 금융업의 성과-pressure 문화와 인력 구조 조정이 비교적 유연한 현실을 반영합니다.

최근 정년 연장(만 65세) 논의와 관련해서는 업종별 온도 차가 뚜렷합니다. 기술 변화가 빠른 제조업 분야에서는 정년 연장에 부정적 의견이 많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반도체 업종의 75.0%, 자동차 업종의 62.5%의 기업이 **정년 65세 연장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했고, 철강·조선업도 절반 이상이 부정적이었습니다 . 이들은 기술 적응력 저하와 인사 적체를 우려하는데, 실제로 반도체 기업의 66.7%는 반대 이유로 “인사 적체 및 직급 정체”를, 자동차 기업의 50.0%는 “청년층 신규 채용 여력 축소”를 꼽았습니다 . 조직에 고령 인력이 오래 남아 있으면 새로운 인력 충원과 인재 순환이 어려워지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 것입니다 . 반면 금융업 분야는 비교적 정년 연장에 긍정적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금융업 응답기업 중 84.2%가 정년연장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 그 이유로 “고령 인력의 숙련도 유지”를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금융권 업무는 오랜 경험과 전문성이 중요한 여신 심사, 감사, 리스크 관리 등의 비중이 높아 숙련된 고령 인력이 조직에 기여할 여지가 크다는 설명입니다 . 금융업의 한 관계자는 “정년을 늘리면 숙련된 인력을 좀 더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도 정년 전에 인력이 나가는 상황이라 오히려 정년 연장이 인력 활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한편, 정년제도 운영 현황을 보면 대기업이라 해도 정년 이후 고용연장을 보장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8.4%는 만 60세 정년 도달 시 별도 재고용 없이 퇴직 처리하며, 35.6%만이 정년 후 일정 기간 계약직 재고용을 운용하고 있었습니다. 60세 초과 정년을 운영하는 기업은 3.0%, 정년이 아예 없는 기업은 1.0%에 불과했습니다 . 이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60세까지만 고용을 보장하고 그 이후에는 추가 고용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향후 5~10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과 고용시장 변화


향후 한국 경제는 성장률 둔화와 인구구조 변화라는 이중의 도전에 직면할 전망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0년대 후반 1%대 중반 수준에서 2030년대에는 0%대로 추락할 것으로 경고했습니다  . 구체적으로, 현재 잠재성장률을 올해 1.8%, 내년 1.6%로 추정한 뒤 2025~2030년 평균 1.5%, 2031~2040년에는 평균 0.7%, 2041~2050년에는 0.1%로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 이는 급속한 고령화로 노동 투입과 생산성 증가세가 둔화한 결과로서, 청년층 비중 감소로 새로운 기술 도입과 혁신이 느려지는 등 생산성 향상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 KDI는 이러한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등 과감한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고용시장 역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労働供給의 제약이 가시화될 전망입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15세 이상 인구) 감소로 추세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점차 둔화되어 2030년경부터는 취업자 수 자체가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즉, 별다른 경제 위기가 없어도 노동공급 부족으로 일자리 총량이 줄어드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경제 성장에 직접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1인당 GDP 증가세도 둔화시킬 것으로 우려됩니다 . 또한 고령층 인구 비중 확대로 부양 부담(연금·의료 등 복지비용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 생산연령 인구 한 사람이 부양해야 할 몫이 커질 전망입니다.

이러한 전망 속에서 노동력 확보와 성장률 방어를 위해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를 높이는 것이 불가피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 현재 60세 정년 이후 국민연금 수급 개시까지 최대 5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 건강이 허락하는 고령층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개인의 소득안정뿐 아니라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한국은행은 “고령층이 더 오래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만드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밝히며 , 시뮬레이션 결과 정년 또는 계속근로 가능 연령을 65세까지 늘릴 경우 향후 10년간 경제성장률을 약 0.1%p씩 높여 총 0.9~1.4%p 상승시킬 수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습니다 . 이는 노동공급 감소로 인한 성장 둔화를 일부나마 완화할 수 있는 효과로서, 고령층 고용 활성화가 거시경제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만 이러한 효과를 온전히 얻으려면 노동시장 제도 전반의 정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전제가 뒤따릅니다.

정년보장이 기업 인건비 및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대기업 차원에서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것은 인력 운영 측면에서 장점도 있지만, 상당한 인건비 부담과 경쟁력 이슈를 수반합니다. 한국의 전통적인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하에서는 근속 연수가 늘어날수록 임금이 높아지는데, 정년을 연장하거나 보장하면 고임금의 고령 직원들이 늘어난 기간만큼 회사에 재직하게 됩니다. 법정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5년 연장할 경우, 대부분의 직원이 임금 최고점에서 추가 5년을 받게 된다는 의미인데,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로 인한 추가 인건비 부담이 연간 30조 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습니다 . 인건비 지출 파이가 한정된 상황에서 이런 급증하는 비용은 기업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재정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습니다. 결국 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상쇄하기 위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제도로 정년이 연장되더라도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축소하거나, 오히려 조기퇴직을 더 적극 유도하는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 실제 고용현장에서 2016년 정년 60세 의무화 이후 많은 기업들이 추가 부담을 줄이고자 명예퇴직(조기퇴직)을 늘리는 전략을 취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고령층 고용 증가 효과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연공서열 임금체계와 고용 경직성이 유지된 채 정년만 연장되면 기업들이 이러한 부작용을 상쇄하려 하기 때문에 기대했던 고용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합니다 . 다시 말해 임금체계 개편 없이 정년보장만 이루어지면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 증가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이를 만회하려는 과정에서 정년 연장의 순기능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년보장이 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업종 특성과 밀접한데,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우려가 큽니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산업에서는 인적 구성의 신진대사가 중요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조직을 혁신하기 위해 젊은 인력 채용과 배치전환이 수시로 필요하지만, 고령 인력이 장기간 자리를 지킬 경우 이러한 흐름이 막힐 수 있습니다 . 반도체, 자동차 등 첨단 제조업 기업들이 정년 연장에 신중한 것도 “고령 인력의 숙련도는 인정하지만, 기술 적응력과 구조 개편의 유연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업계의 설명이 있습니다 . 즉, 제품 및 기술주기가 짧은 산업에서는 고령 근로자가 높아진 인건비 대비 충분한 생산성 향상을 보여주지 못하면 기업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력 구조 측면에서도, 고령자들의 높은 인건비로 인해 기업의 인건비 구조가 경직되면 연구개발(R&D) 투자나 신사업 인력 충원에 투입할 여력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통해 일정 연령 이후 임금을 조정하거나, 정년 연장 시 임금체계 개편을 병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정년보장은 기업 입장에서 숙련된 인적자원을 오래 활용하는 이점이 있는 반면, 임금 비용 증가와 조직 활력 저하라는 리스크를 가져와,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임금체계 개편 등)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년고용 및 세대 간 일자리 배분 문제


정년보장과 정년연장 이슈에서 가장 예민한 부분 중 하나가 청년층 일자리와의 관계입니다. 한정된 일자리 속에서 고령층의 고용연장은 곧 청년층의 채용 기회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6년 정년 60세 의무화 시행 후 실제로 청년 고용 위축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한국은행 분석에 의하면 고령 근로자 1명이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약 0.4~1.5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특히 이러한 현상은 대기업처럼 청년층이 선호하는 안정된 일자리일수록 두드러졌는데, 법으로 정년이 늘자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 이는 정년보장이 세대 간 일자리 배분에 긴장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데이터입니다.

기업 현장의 인식도 이와 맥락을 같이합니다. 앞서 제조업 분야에서 많은 기업이 정년연장에 반대한 이유로 청년층 신규 채용 여력 축소”를 들었고, 이는 곧 기존 일자리의 세대간 점유 문제가 부각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 즉 고령층이 자리를 오래 지킬수록 그만큼 청년들의 진입이 어려워지는 구조인 것입니다. 대기업의 한 인사담당자는 “정년이 보장되면 젊은 직원들의 승진 정체와 사기 저하도 우려된다”고 토로하기도 합니다. 조직 내 인사 적체는 단순히 청년 신규채용뿐 아니라, 이미 재직 중인 젊은 층의 경력 발전에도 장애가 되어 세대 간 갈등으로 비화할 소지가 있습니다.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정년 연장의 혜택이 전 계층에 골고루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년제도가 존재하는 기업은 전체의 20% 남짓에 불과하며 주로 규모가 큰 기업들입니다 . 그렇기 때문에 법정 정년 연장이 이루어지면 이미 고용이 안정된 정규직 중심의 고령 근로자들에게 주로 혜택이 돌아가고,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등 원래 정년과 무관한 불안정한 일자리에 있는 다수의 청년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게 됩니다 . 이 경우 노동시장 이중구조, 다시 말해 안정된 일자리와 불안정한 일자리 간 격차가 더욱 벌어져 세대 간·계층 간 일자리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청년실업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양질의 일자리 수가 청년 인구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어 왔습니다. 다행히 인구 감소로 청년층 인구 자체는 줄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20~30대들은 원하는 일자리를 얻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정년보장이 강화되어 고령 세대가 오래 자리를 지키면, 청년 세대는 더욱 기회 부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결국 정년 연장 정책을 추진하면서 청년고용 대책과 연계하지 않으면 세대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실제 정치권에서도 정년을 65세로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청년 고용 확대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는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감된 인건비로 청년을 추가 채용한다든지, 세대간 멘토링 및 직무재설계를 통해 고령층과 청년층이 일자리를 나누는 프로그램 등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됩니다. 정년보장이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세대간 일자리 배분의 형평성을 높이는 보완책이 필수적입니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고령화 대응 전략: 국내외 비교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노동시장 대응 전략으로는 두 가지 큰 축이 있습니다. 하나는 정년을 연장하여 고령층 고용을 늘리는 방안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를 통해 연령에 따른 경직성을 완화하는 방안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후자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실제 해외 사례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우선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보면,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민간 부문에 법정 정년제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 기업이 인력 운영의 자율성 속에서 필요에 따라 고령 근로자를 계속 활용하거나 계약을 종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영국 등은 연령차별금지 법제 하에 일정 연령을 이유로 강제퇴직을 시키지 못하도록 하면서도, 업무 능력이나 기업 사정에 따라 해고나 계약만료가 비교적 자유로운 노동시장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도 정년 자체보다는 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늦추고(프랑스는 최근 연금 개시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상향 추진) 고령자의 부분 은퇴(part-time)나 재고용제도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즉, 고령자가 계속 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되 꼭 한 직장에서 정년까지 일하지 않아도 여러 형태의 고용으로 전환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해외 사례로는 일본을 들 수 있습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나라로서, 지난 수십 년간 단계적으로 고령자 고용 연장을 시행해왔습니다. 일본은 1998년부터 2025년까지 약 30년에 걸쳐 60세 정년 → 65세까지 고용확보 → 70세까지 취업기회 확보”로 이어지는 계속고용 로드맵을 추진해왔습니다 . 특히 2013년에 개정된 고령자고용안정법을 통해 기업이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세 가지 방식 중 하나를 의무적으로 택하도록 했습니다 . 그 세 가지란 ① 정년연장(정년 자체를 65세로 올림), ② 계속고용제도 도입(정년퇴직 후 재고용), ③ 정년폐지입니다. 이 중에서 기업들의 선택이 가장 많았던 것은 계속고용제도였는데, 실제 2022년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약 70.6%가 정년퇴직자를 재고용하는 계속고용제도를 선택했습니다 . 계속고용제도 하에서는 정년퇴직한 직원을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되 임금은 퇴직 전의 60~70% 수준으로 조정하는 유연성을 발휘합니다 . 이러한 임금·고용의 탄력적 운용 덕분에 일본의 60~64세 고령층 취업률은 2012년 57.7%에서 2022년 73.0%로 크게 상승하였습니다 . 즉, 법정 정년은 그대로이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임금과 고용형태를 조정하며 고령 인력을 적극 활용한 결과, 실제 고령층 고용률이 크게 높아진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현재 65세를 넘어서 70세까지 계속고용을 권고하는 방향으로 더 나아가고 있는데, 이 역시 정년을 일률적으로 70세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상황에 맞게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 일본 사례의 시사점은,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된 탄력적 재고용이 없다면 정년연장만으로는 부작용이 크지만, 유연한 제도를 병행하면 고령자 고용률을 높이면서도 기업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노동시장 유연화는 단지 고용 형태뿐 아니라 임금체계와 인사관리 전반의 유연성을 의미합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한국에서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정년연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 따라서 전문가들은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이 선행되어야 고령자 계속고용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 아울러 기업이 자율적으로 다양한 고용 형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예컨대 정년 이후 계약직/파트타임 재고용, 외부 전문인력 활용, 순환보직 등) 제도적인 유연성을 높여주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 한국은행 역시 법정 정년연장보다는 퇴직 후 재고용 활성화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제언하면서, 재고용을 기업에 바로 의무화하기보다는 인센티브를 통해 점진적으로 확산시키고 장기적으로 의무화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이는 기업이 임금체계 개편과 근로조건 조정을 병행하면서 고령층 고용을 늘리도록 유도하자는 것입니다 . 정부 차원에서도 고령자 계속고용 기업에 대한 재정·세제 지원을 검토하고 있어, 임금피크제를 통한 인건비 보전이나 고용장려금 지급 등의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

또한 고령화 대응 전략으로 외국인 노동력 활용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국은행은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은퇴연령층의 계속 고용과 함께 외국인 노동자 유입 확대를 제안했습니다 . 실제로 산업현장 일부에서는 청년인구 감소로 인력난이 나타나고 있어, 이를 해외 인력으로 메우는 추세입니다. 다만 외국인 노동력은 주로 제조업과 일부 서비스업의 단순노무 및 기능직 수요를 충당하는 역할이 크고, 고숙련 일자리나 사무직 분야에서는 여전히 국내 인재 육성과 활용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청년층의 직무역량 강화와 고령층의 재교육 등을 통해 국내 인적자본의 활용도를 높이는 전략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정리하면, 한국경제의 미래 여건을 고려할 때 대기업에서의 정년보장은 그대로 시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과제입니다. 제조업과 금융업 간에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결국 임금체계와 노동시장 구조 개선 없이 정년만 연장하거나 보장하는 것은 청년고용 위축과 기업부담 증가라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됩니다  . 가능한 해법은 일본 사례처럼 점진적이고 유연한 접근을 통해 고령 인력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즉, 정년을 획일적으로 늘리기보다는 임금피크제 등으로 임금 부담을 조절하고, 정년 이후에는 계약직 재고용이나 파트타임 전환 등의 방식으로 탄력적으로 계속 고용하는 제도를 확산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숙련된 인력을 유지하면서도 인건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고령 근로자도 사회에 기여하며 소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성과급·직무급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청년 신규채용 장려와 병행하여 세대 간 상생을 도모해야 합니다. 노동시장 유연화는 단순히 해고를 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연령에 따른 경직된 관행을 바꾸고 생애주기에 맞춘 고용관리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궁극적으로 한국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고령층과 청년층이 조화를 이루는 노동시장, 그리고 기업 경쟁력 유지와 사회적 연대를 모두 달성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번 분석을 종합하면, 대기업 정년보장은 가능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조건과 제도를 갖출 때 지속가능해질 수 있는가의 문제이며, 그 해답은 노동시장 구조 혁신과 세대간 균형에 달려있다고 하겠습니다.

참고 자료: 정부·연구기관 보고서 및 언론기사 등에서 인용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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