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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26년 이집트 7박 9일 문화유산 여행기: 그랜드 이집드 박물관과 고대문명과의 대화

by 지식과 지혜의 나무 2026.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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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2026년, 이집트 여행의 전환점


2026년은 이집트 여행에 있어 결정적인 전환점으로 손꼽힙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기자(Giza) 피라미드 옆에 위치한 그랜드 이집션 뮤지엄(GEM)이 2025년 11월 마침내 전면 개관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 이 박물관은 21세기의 가장 큰 문화 프로젝트로 불릴 만큼 현대적 세련미 속에 고대 이집트의 웅장한 역사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 카이로는 더 이상 유럽이나 아프리카로 가는 경유지가 아니라, 이 새로운 박물관을 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주요 여행지로 부상했습니다. 실제로 2024년 이집트 방문객은 사상 최고인 1,570만 명을 기록했고, 이집트 정부는 GEM 개관이 촉발한 관광 붐을 통해 2028년까지 방문객을 3천만 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 영국여행업협회(ABTA)는 2026년 이집트를 꼭 가봐야 할 세계 10대 여행지로 선정하며, 특히 그랜드 이집션 뮤지엄의 개관을 계기로 이집트가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이 되었다고 전했습니다 . 7박 9일 동안 펼쳐진 저의 이집트 문화유산 여행 이야기를 통해, 왜 지금이 이집트를 찾아야 할 최적의 순간인지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직항과 여행 준비: 한국 여행자를 위한 팁


한국에서 이집트로의 하늘길은 이전보다 한층 가까워졌습니다. 대한항공이 인천-카이로 직항편을 주 1회 운항 중이며, 평균 비행 시간은 약 12시간 25분 정도입니다 . 시차는 서울보다 7시간 느려, 밤비행기를 이용해 현지 아침에 도착하면 비교적 수월하게 시차 적응을 할 수 있습니다. 이집트 입국을 위한 비자도 크게 어렵지 않은데, 한국 국적자는 전자비자(e-visa) 신청이 가능합니다 . 온라인으로 미리 발급받거나 카이로 공항 도착 후 도착 비자(US$25)를 받으면 되는데, 미리 e-비자를 받아가면 입국 심사대에서 수월합니다 .

숙소 선택에서는 가능하면 기자 지구(Giza)에 머무르길 추천합니다. 하루 종일 박물관과 피라미드 유적을 돌아보고도 숙소에서 피라미드를 조망하며 쉴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19세기 말부터 외국 귀빈들이 찾았던 유서 깊은 메나 하우스 호텔(Marriott Mena House) 같은 곳은 정원 너머로 대피라미드가 보이는 환상적인 전망을 자랑합니다. 예산이 한정적이라면 피라미드 근처에 발달한 게스트하우스들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이집트는 전반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편이어서, 넉넉하게 잡은 여행 경비로도 현지에서 리조트급 호텔 숙박이나 전용 가이드 투어 등을 비교적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관광지에서는 가격 흥정을 해야 할 상황이 많으니 바르깥(바크쉬쉬) 문화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작은 팁을 주고받는 일은 일상적이니 미리 잔돈을 준비하고, 시장에서 흥정할 때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지인의 삶과 문화를 존중하는 마음가짐도 잊지 마세요. 이집트는 이슬람권 국가이므로 너무 노출이 심한 옷차림은 피하고, 모스크 방문 시 여성은 스카프를 준비하는 등 현지 복장 예절을 지키면 좋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도 허락을 구하는 배려를 보인다면 이집트 사람들의 환대를 한층 더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랜드 이집션 뮤지엄 3일 완전 정복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던 그랜드 이집션 뮤지엄에서 저는 무려 3일을 보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문명 박물관이라는 명성 그대로, 방대한 유물과 최첨단 전시기법이 어우러진 공간은 하루로는 부족했고 볼수록 더 보고 싶은 매력이 있었습니다 . 매일 다른 테마로 일정을 짜서, 박물관을 깊이 있게 탐험해보았습니다.

1일차: 건축적 경이와 거대한 계단


첫째 날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GEM의 정문을 통과하자마자 람세스 2세의 거대한 석상이 우리를 맞이했습니다. 3,200년의 세월을 견딘 높이 11미터의 이 붉은 화강암 상은 원래 카이로 시내 람세스 광장에 세워져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온 것이라 하는데  , 현대적인 거대 아트리움 한복판에서 찬란한 태양빛을 받으며 서 있는 파라오의 위용이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이집트 전역에서 모아온 수많은 대형 유물들이 이처럼 한자리에 모여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지요. 투명한 유리 패널과 모래빛 석재로 이루어진 박물관 건물은 전체 윤곽이 피라미드 형태를 닮았는데, 실제 기자의 삼대 피라미드와 축을 맞춰 설계된 독특한 건축미를 자랑합니다 . 현지에서는 그 규모와 모양 때문에 이 건물을 일찍이 기자의 네 번째 피라미드라고 부르기도 했다지요 .

람세스 2세 상을 지나 내부로 들어서면 박물관의 백미 중 하나인 그랜드 계단(Grand Staircase)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무려 6층 높이에 이르는 이 웅장한 계단은 양옆으로 약 60여 점의 유물이 층계 따라 전시되어 있어,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느낌을 줍니다 .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오를 때마다 각기 다른 시대의 거대한 조각상, 파라오들의 석관, 신들에게 바친 비문이 새겨진 석비 등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제가 계단 중턱에서 뒤돌아보니, 들어왔던 입구 방향으로는 람세스 2세 석상이 내려다보이고 위쪽으로는 끝없이 높이 치솟은 천장이 보여 그 규모감에 압도당했습니다. 드디어 계단 꼭대기에 이르렀을 때, 눈앞에는 거대한 통유리 창을 통해 고대의 피라미드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습니다 . 마치 박물관 건축 자체가 방문객을 고대에서 현대로, 다시금 고대 문명과 조우하게 이끄는 한 편의 연극 무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날은 주로 박물관의 이런 건축적 아름다움과 전시 공간의 구성에 초점을 맞추어 둘러보았습니다. 개관 준비에만 20여 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 그 세월이 아깝지 않을 만큼 세심하게 설계된 공간 구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널찍한 전시 갤러리 사이사이에 휴게소와 정원이 있어 동선에 따라 쉬어가기 좋았고, 첨단 조명과 디지털 안내판이 관람을 도와주어 쾌적한 관람 환경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2일차: 투탕카멘의 세계에 푹 빠지다


둘째 날은 투탕카멘 왕의 보물에 온전히 몰입한 하루였습니다. 그랜드 이집션 뮤지엄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투탕카멘 전용 전시관일 것입니다. 1922년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에 의해 발견된 투탕카멘의 왕묘에서 나온 5,000여 점에 달하는 유물 컬렉션이, 발견 1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두 전시되었기 때문입니다 . 이전까지는 카이로 시내의 이집트 박물관 등에 일부만 전시되고 많은 유물이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투탕카멘의 황금 세계 전체가 이곳 GEM에서 완벽히 재현된 것입니다. 전시관에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와 관이었습니다. 순금 11kg으로 만들어진 투탕카멘의 유명한 장례용 가면은 진열 케이스 한복판에서 영묘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고, 옆에는 정교한 세공의 화려한 왕좌와 침대, 황금 장식이 빼곡한 관들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특히 투탕카멘의 미라를 감쌌던 금박 관과, 관 속에서 발견된 아름다운 석영으로 만든 내장 보관함(캐노픽 제)”, 그리고 왕이 생전에 쓰던 금장 장식품들을 한곳에서 차례로 관람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스러웠습니다. 이전 박물관에서는 공간 부족으로 투탕카멘 유물 일부만 교대로 전시했지만, 이곳에선 5,000여 점 전체가 두 개 홀을 가득 채운 채 전시되어 있습니다 . 그중에는 이전까지 일반에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미공개 유물들도 많았습니다 . 예를 들어 투탕카멘의 단명한 두 딸의 작은 석상이라든지, 어린 왕이 허리에 두르고 다녔던 장식용 금 태석(띠), 무덤에 함께 묻혔던 음식과 꽃다발까지도 전시되어 있어 마치 “투탕카멘의 삶과 죽음” 속으로 시간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전시품 각각에는 최신 멀티미디어 설명과 조명이 어우러져 있어, 유물의 쓰임새와 의미를 알기 쉽게 전달해주었습니다. 저는 한나절 넘게 투탕카멘 전시관에 머무르며, 하나하나의 유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였습니다. 왕의 황금 마스크 앞에서는 한참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3천 년 전 열아홉 살로 요절한 소년 파라오의 얼굴이 이렇게 생생하게 내 앞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고, 그 눈동자에 비친 나 자신의 모습이 마치 현대인이 고대인과 조우하는 한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보물들이 모조리 무덤 속에 함께 묻혔다가 극적으로 세상에 나온 사연을 떠올리니, 투탕카멘 컬렉션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하나의 역사 드라마처럼 다가왔습니다. 투탕카멘 전시관에서 나오는 길에는 선물가게에 들러 왕의 마스크를 본뜬 기념품도 하나 샀습니다. (진열된 실제 황금 마스크는 박물관을 나와서도 제 머릿속에 강렬히 각인되어 한동안 잊히지 않았답니다.)

3일차: 시대별 전시관과 태양의 배


셋째 날은 박물관의 나머지 상설 전시관들을 둘러보고, 특별한 전시품인 태양의 배(Solar Boat)도 관람한 날이었습니다. GEM은 선사시대부터 고대 왕조 시대, 그리스-로마 시기까지 이집트의 5천 년 역사를 연대기별 12개 갤러리에 걸쳐 전시하고 있습니다 . 저는 시간 순서대로 전시실을 누비며 마치 역사를 따라 걷는 기분을 만끽했습니다. 이른 선사시대 갤러리에서는 약 70만 년 전의 석기 도끼 같은 인류 초창기의 도구들도 전시되어 있어 놀라움을 줬습니다 . 고왕국 시대 방에서는 피라미드를 건설했던 왕들의 석관과 벽화 조각들이 눈길을 끌었고, 중왕국·신왕국 시기로 넘어가면서는 람세스 대왕을 비롯한 위대한 파라오들의 거대한 좌상, 정교한 신상(神像)들, 각종 보석류와 파피루스 문서들까지 다양했습니다. 각 전시품에는 조명이 섬세하게 비춰져 있어 세세한 부분까지 관찰할 수 있었고, 유물 주변에는 당시 역사적 배경과 쓰임새를 설명하는 디지털 패널이 한국어를 포함한 여러 언어로 제공되어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리스-로마 시대관에 이르면 이집트와 외래 문명이 융합된 독특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미이라에 그려넣은 그리스풍 초상화라든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시대의 대리석 조각상 등 이국적인 매력이 넘쳤습니다. 이처럼 시대별 전시관을 모두 둘러보는 데만도 하루가 모자랄 정도였지만, 전날까지 주요 볼거리를 거의 보아두었기에 여유롭게 관람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GEM 관람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바로 쿠푸 왕의 태양의 배 관람이었습니다. 태양의 배란 고대 이집트 왕들이 죽은 후 태양신과 함께 하늘을 항해하도록 피라미드 곁에 매장한 거대한 배를 말합니다. 기자 대피라미드 옆 지하에서 출토된 쿠푸 왕의 배는 길이 44미터에 달하는 4,600년 된 목선으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되고 큰 목조 유물 중 하나입니다 . 이 배를 전시하기 위해 박물관 단지 내에 별도의 보트 전용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 저는 야외에 있는 보트 전시관으로 이동하여, 거대한 목조 왕실 배를 직접 눈으로 마주했습니다. 수천 년 전 이 나무배를 만들었을 장인들의 손길과, 그것을 타고 영원의 여행을 떠날 것이라 믿었던 고왕국 시대 사람들의 상상력을 떠올리니 묘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배 옆 전시패널에는 1954년 이 배가 모래 속에서 처음 발굴되던 순간의 사진과 복원 과정이 상세히 나와 있어, 유물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의 깊이를 더해주었습니다. 현재 이 쿠푸 태양정 외에도, 1987년에 추가로 발굴된 두 번째 태양의 배가 복원 작업을 거쳐 향후 전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 저는 유리 너머 복원실에서 보트 파편을 이어붙이는 고고학자들의 작업 모습도 잠시 엿볼 수 있었는데, 현대의 기술로 고대 유물을 되살리는 그 장인정신이 경이로웠습니다. 이렇게 3일에 걸친 GEM 탐방을 끝마칠 즈음에는 다리가 무척 피곤했지만, 마음만은 이집트의 수천 년을 모두 여행하고 나온 듯 벅차올랐습니다. 이 박물관 하나로도 이집트에 온 보람이 충분하다 싶었지요. 세계 최대 규모답게 상설 전시 외에도 어린이 박물관, 보존과학 센터, 정원 등 부대시설도充실하여 가족 여행객부터 연구자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 무엇보다 이 거대한 공간에 담긴 고대 문명의 숨결이 제게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감동으로 남았습니다.

박물관 밖: 사카라와 멤피스, 카이로의 옛 도시들, 그리고 NMEC


박물관에서 3일을 보낸 후, 남은 일정 동안에는 카이로와 주변의 대표적인 유적지들을 차례로 둘러보았습니다. 이집트의 매력은 박물관 실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광활한 야외 유적 현장 곳곳에도 살아 숨쉬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방문지는 카이로 남쪽으로 약 1시간 거리의 사카라(Saqqara)였습니다. 사카라는 고대 이집트 최초의 수도 멤피스의 광대한 공동묘지로, 이곳에서 인류 역사상 최초의 피라미드인 죄세르 왕의 계단 피라미드를 만날 수 있습니다. 끝이 뾰족한 완전한 형태의 피라미드가 아니라 층층이 단을 이루고 있는 이 독특한 피라미드는 기원전 27세기경 지어져 피라미드 건축의 시작을 알린 기념비적인 구조물입니다. 황금빛 사막 한가운데 우뚝 솟은 계단 피라미드는 멀리서 보아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거대한 석회암 블록들이 정교하게 쌓여 있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마침 이른 아침이라 관광객이 많지 않아, 한적한 가운데 피라미드와 주변의 고분들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무너진 피라미드 내부 구조를 엿보고, 피라미드 주변에 산재한 귀족들의 무덤 벽화와 부조를 관찰했는데, 4,000년이 넘은 벽화의 색상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어 놀라웠습니다. 사카라 유적지 내 작은 이미호텝 박물관(Imhotep Museum)에도 들렀는데, 이곳에는 사카라 일대에서 출토된 미라, 파피루스, 석상 등이 아담하게 전시되어 있어 지역 유적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었습니다.

사카라에서 역사 속 첫 피라미드를 본 후에는 인근의 멤피스(Memphis)로 향했습니다. 멤피스는 고대 왕국 시대 이집트의 최초 수도였던 도시로, 지금은 작은 야외 박물관 형태로 유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누워 있는 거대한 람세스 2세의 석상이었습니다. 높이 10m가 넘는 이 거상(巨像)은 원래 서 있었던 상태로는 발 부분이 소실되어 현재는 누운 모습으로 보존되어 있는데, 실내 전시공간 바닥에 기대어 있어 바로 코앞에서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박물관에서 당당히 서 있던 람세스 2세의 석상을 보다가, 이곳 멤피스에서 쓰러진 채로지만 원형을 간직한 또 다른 람세스 대왕의 상을 보니 흥미로운 대조를 이루었습니다. 이밖에 멤피스 유적지에는 거대한 알라바스터 스핑크스가 있습니다. 기자의 스핑크스보다 작지만 잘 보존된 이 스핑크스 상은 파라오 아메노피스 2세 시절의 것으로 추정되며, 새하얀 석회암으로 만들어져 독특한 아름다움을 풍깁니다. 주변에는 옛 신전의 기둥 조각과 왕들의 조각상 파편 등이 야외에 펼쳐져 있어, 한때 이곳이 융성했던 고대 도시였음을 짐작하게 했습니다. 사카라와 멤피스를 돌아보는 하루는, 박물관 실내 전시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유적 현장의 공기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모래 바람을 맞으며 광대한 옥외 유적을 거닐자니, 마치 직접 고고학자가 되어 발굴 현장에 서 있는 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카이로로 돌아온 다음 날은 도시 자체의 역사에 초점을 맞추어 올드 카이로(Old Cairo)와 이슬람 카이로(Islamic Cairo) 지역을 둘러보았습니다. 먼저 올드 카이로는 이집트에서 기독교가 꽃피웠던 콥트 지구(Coptic Quarter)를 가리킵니다. 로마 시대 요새의 흔적 위에 지어진 **행잉 처치(Hanging Church)는 나무로 만든 천장과 고풍스러운 이콘(icon)들로 가득한 콥트 교회의 중심지인데, 현지 신자들의 미사가 진행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1세기에 이집트를 찾아온 성가족의 발자취가 어린 아부 세르가 교회(Abu Serga), 그리고 이집트에서 가장 오래된 유대교 회당인 벤 에즈라 시나고그 등 올드 카이로의 성지들을 천천히 걸으며, 이 땅의 종교와 문화가 얼마나 다층적인 역사를 가졌는지 깨달았습니다. 점심으로 올드 카이로의 현지 식당에서 코샤리(Koshari)와 같은 이집트 전통 음식을 맛본 뒤, 오후에는 이슬람 카이로 지구로 이동했습니다. 천 개의 첨탑의 도시”*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카이로의 이슬람 지구에는 수없이 많은 회교 사원과 역사 건축물이 밀집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언덕 위의 살라딘 성채(Citadel)에 올라 카이로 전경을 바라본 순간이 잊히지 않습니다. 성채 내부에 있는 무함마드 알리 모스크의 우뚝 솟은 두 개의 첨탑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매우 인상적이었고, 화려한 돔 천장과 샹들리에 장식은 오스만 제국풍의 이색적인 아름다움을 뽐냈습니다. 모스크 안 뜰에서 내려다본 카이로 시내는 혼란스럽고도 역동적인 대도시 그 자체였는데, 저 멀리 희뿌연 대기 너머로 기자의 피라미드 윤곽까지 어렴풋이 보여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해질 무렵에는 칸 엘 칼릴리 시장(Khan el-Khalili Bazaar)으로 향했습니다. 14세기부터 이어져온 이 전통 시장은 미로 같은 골목마다 황동 램프, 향신료, 카펫, 보석, 수공예품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고, 상인들의 흥정 소리와 향긋한 차이(차) 냄새로 오감을 자극합니다. 좁은 시장 골목을 걷다 보면 어깨를 스칠 듯 가까이에 각종 진귀한 상품들이 걸려 있고, 현지인과 관광객이 뒤섞여 흥겨운 활기로 넘칩니다. 저는 작은 가게에 들어가 아름다운 아라비아식 램프를 구경하고 있으려니 가게 주인이 “카리무!”(한국인에게 인기 많은 미녀 가수 이름을 부르며 호객)라고 익살스럽게 말을 걸어 한바탕 웃기도 했답니다. 노천 카페에 앉아 박하차 한 잔을 시켜놓고 시장 풍경을 감상하노라니, 어느새 하늘은 어둑해지고 가게마다 조명이 켜져 골목이 천 개의 별빛으로 반짝였습니다. 낮에 봤던 고대의 유물들과 대비되어, 이곳 시장의 생생한 일상 풍경은 현대 이집트의 살아있는 유산처럼 느껴졌습니다. 여행자의 눈에는 모든 것이 이색적이었지만, 수백 년째 이어져온 그 일상의 지속성 자체가 어쩌면 가장 감동적인 유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카이로에서의 마지막 날, 저는 이집트 국립 문명 박물관(NMEC, National Museum of Egyptian Civilization)을 찾았습니다. NMEC는 카이로 구도심인 푸스타트(Fustat)에 2021년 개관한 비교적 새로운 박물관으로,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이집트의 모든 시대를 아우르는 전시를 갖춘 종합 박물관입니다. 특히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바로 왕가의 미라 홀(Royal Mummies Hall) 덕분입니다. 2021년 4월, 이집트는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화려한 파라오들의 황금 행렬 퍼레이드를 통해 이집트 박물관에 있던 22구의 왕과 왕비 미라를 이곳 NMEC로 이송했습니다 . 람세스 2세, 하트셉수트 여왕 등 이름만 들어도 위대한 파라오들의 미라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에 저는 입장 전부터 두근거렸습니다. 미라 전시실은地下로 내려가 어둑한 조명 속에서 차분하고 경건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관람객들이 속삭이는 소리마저 삼가며 유리관 속 미라들을 바라보았습니다. 람세스 2세의 미라 앞에 섰을 때, 저는 숨조차 크게 쉬기 어려울 만큼 긴장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3천 년 전 세상을 떠난 강대한 왕의 미라가 눈앞에 누워 있다는 사실, 그리고 염료로 검게 변한 파라오의 머리카락과 꼬스란히 보존된 손톱까지 마주하니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마치 시간의 장막을 걷고 고대인과 직접 대면한 듯한 전율이 일었습니다. 다른 전시실들에는 파라오들이 사용한 전차, 판화, 이슬람 시대의 도자기와 직물 등 다양한 시대별 유물이 있었지만, 제겐 왕들의 미라가 남긴 인상이 가장 강렬했습니다. GEM이 찬란한 유물의 세계를 보여주었다면, NMEC의 미라 홀은 이집트 역사 속 인간 그 자체를 마주하게 해준 셈입니다. 참고로 카이로 구시가지 타흐리르 광장에 있던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1902년 개관)은 투탕카멘 보물과 왕실 미라들을 모두 GEM과 NMEC로 옮긴 후에도 여전히 운영 중입니다. 다만 과거에 비해 주요 유물 상당수가 이전되어 전시 수준이 예전 같지는 않다고 합니다 . 저희는 일정상 옛 이집트 박물관은 들르지 못했지만, 대신 GEM과 NMEC를 집중적으로 본 것에 큰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여행 팁: 예산, 문화 예절, 그리고 GEM·NMEC·구 이집트박물관의 차이

• 예산과 물가: 이집트는 한화 환율 기준으로 전반적인 물가가 저렴한 편입니다. 현지 음식 한 끼는 몇 천 원대에도 먹을 수 있고, 우버(Uber) 등 차량 호출 서비스를 이용하면 피라미드처럼 거리가 있는 곳도 저렴하게 이동 가능합니다. 다만 관광지 주변에서는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는 경우도 있으니 흥정을 염두에 두세요. 이집트 파운드(LE)는 2020년대 들어 크게 평가절하되어 외국인 여행자에겐 유리하지만, 환전은 공항이나 시내 은행에서 공식 환율로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주요 관광지 입장료(피라미드 내부 입장, 왕가의 계곡 등)는 누적되면 꽤 나가니 미리 예산에 반영하세요. 학생증이 있다면 국제학생증으로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 현지 문화 예절: 이집트 사람들은 대체로 친절하고 외향적이어서, 먼저 웃으며 다가가면 호의를 베풀어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인사말로 “아살람 알레이쿰”(안녕하세요) 혹은 “슈크란”(고마워요) 같은 아랍어 한두 마디를 써 보면 금세 분위기가 부드러워집니다. 사진을 찍고 싶을 때는 상대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예의이며, 특히 여성이나 종교인, 군인 등은 촬영을 피하는 게 좋습니다. 복장은 관광객에게 아주 엄격하지는 않지만, 이슬람 사원이나 교회 등에서는 노출을 자제하고 남녀 모두 긴 바지를 입는 것이 권장됩니다. 모스크 입장 시에는 신발을 벗어야 하고, 여성은 머리카락을 가리는 스카프를 준비하세요. 치안 측면에서는 관광지에는 경찰이 많아 비교적 안전했지만, 사람이 많은 시장 등에서는 소지품에 주의하고 밤 늦게 혼자 다니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집트에서는 작은 도움에도 팁을 주는 박쉬쉬 문화가 일반적입니다. 호텔 포터나 화장실 안내인 등에 5~10파운드 정도의 팁을 준비해두면 감사의 표시로 좋습니다.
• 박물관 선택 가이드: 카이로에는 현재 세 곳의 주요 박물관이 있어 기능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랜드 이집션 뮤지엄(GEM)은 기자 피라미드 인근에 위치한 최신 박물관으로, 고대 이집트 파라오 시대 유물을 중심으로 10만 점 이상을 수용한 세계 최대 규모의 고고학 박물관입니다 . 무엇보다 투탕카멘 컬렉션 5,400여 점 전체를 비롯해 람세스 2세 거대석상, 쿠푸왕 보트 등 이집트 고대왕국의精華를 한곳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 전시 공간이 현대적으로 잘 꾸며져 있어 관람 동선이 쾌적하고, 피라미드를 바라보는 창이 있을 만큼 입지적 아름다움도 뛰어납니다 . 국립 문명 박물관(NMEC)은 카이로 구도심에 있으며, 선사시대부터 이슬람 시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집트의 모든 역사 시대를 다룹니다. 특히 앞서 언급한 왕실 미라 22구가 이곳의 백미이며, 고대부터 근대까지 문화유산을 통합적으로 조망하기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구 이집트박물관)은 1902년 개관 이래 오랜 세월 이집트 유물의 보고 역할을 해온 곳으로, 카이로 중심 타흐리르 광장에 위치합니다. 현재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나 미라 등 주요 유물들은 거의 이전되었지만 , 고풍스러운 100년 된 박물관 건물 자체의 정취와 아직 남아 있는 방대한 유물 컬렉션(예: 아마르나 시대 유물, 유물 창고실 등)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전시 환경은 낡고 비좁아 최신식인 GEM·NMEC와 비교하면 확연히 옛 박물관 스타일입니다 . 시간이 넉넉하다면 세 곳 모두 가보는 것을 추천하지만, 일정이 빠듯하다면 GEM과 NMEC 위주로 보되 구 박물관은 선택 관광으로 고려하셔도 됩니다.

마무리: 고대 문명과의 일생일대의 대화


9일간의 이집트 문화유산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저는 마치 고대와 대화를 나눈 듯한 벅찬 느낌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기자 피라미드 앞에서 올려다본 4,500년의 위용, 그늘진 왕가의 묘실에서 마주한 벽화의 속삭임, 그리고 박물관 유리 너머 람세스 2세 미라의 잠든 얼굴까지 – 이 모든 경험이 제게는 살아있는 고대 이집트인과 나눈 대화의 조각처럼 느껴졌습니다. 2026년 지금, 이집트는 과거와 현재가 유례없이 가까워진 순간입니다. 최신식 박물관(GEM)의 개관으로 우리는 고대의 보물들을 더욱 생생히 접할 수 있게 되었고, 복원된 유적들은 옛 문명의 이야기를 속삭입니다. 이는 곧 인류 문명에 관한 거대한 대화에 참여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12시간을 날아와 만난 이집트는 제게 왜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고 여행하는가에 대한 답을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넘으며, 우리 자신의 기원을 묻고 또 인류 공통의 유산을 느껴보는 일이니까요. 여행 마지막 날 밤, 나일강변 호텔 옥상에서 카이로의 불빛과 멀리 보이는 피라미드를 바라보며 저는 조용히 다짐했습니다. “언젠가 다시 이 땅을 찾아오리라.” 한 번의 방문으로는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깊고 풍요로운 문명의 세계가 바로 이집트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7박 9일간의 여정은 끝났지만, 제 마음 속에서는 여전히 고대 문명과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일생일대의 특별한 여행이 선사한 감동은 아마 평생토록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만 보던 피라미드와 파라오의 보물이 현실이 되는 곳, 2026년의 이집트로 여러분도 떠나보세요. 아마 저와 같은 감탄과 깨달음을, 그리고 인류의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경이를 직접 경험하시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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