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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ie

8세기 당나라 시에 나타난 여성과 신앙의 신비

by 지식과 지혜의 나무 2025.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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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8세기는 도교와 불교가 융성하던 시기로, 시문학에도 여성과 신앙, 종교적 신비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등장했습니다. 특히 여성 도사(女冠)나 비구니처럼 종교적 수행자로서의 여성, 혹은 여성을 신비로운 존재(선녀나 요괴 등)로 그리며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표현을 한 시들이 주목됩니다  . 아래에서는 이러한 특징을 지닌 8세기 당나라 시 다섯 편을 선정하여, 각 작품의 제목, 시인, 주요 주제와 시적 특징을 정리하고 일부 원문과 번역을 소개합니다.


이예(李冶) – 〈팔지(八至)〉
• 제목: 팔지(八至)
• 시인: 이예(李冶, 자는 계란季蘭) – 8세기 당대의 여류 시인으로 도가 수행자(여도사) 
• 주요 주제: 세속을 초월한 사랑과 인생에 대한 통찰. 이예가 친분이 있던 승려 교연(皎然)을 연모하여 지은 시로, 사랑의 동경과 인생의 모순을 철학적으로 노래했습니다  .
• 시적 특징: 한 행마다 “至”(이를 지) 자를 반복하여 여덟 번 사용한 6언 절구 형식으로, hence 제목이 「팔지」입니다 . 동서, 천지, 심원(深淺), 친소(親疏)와 같이 대조적인 이미지를 병렬하여, 겉으로는 평이한 언어로 심오한 진리를 드러냅니다. 마지막 구에서 가장 친밀하면서도 때로는 가장 소원해지는 것은 부부라는 역설을 통해 인간 관계의 아이러니를 날카롭게 표현했습니다 .

至近至遠東西,至深至淺清溪。 
至高至明日月,至親至疏夫妻。 

가장 가깝고도 가장 먼 것은 동쪽과 서쪽이요,
가장 깊고도 가장 얕은 것은 맑은 시냇물이라네.
가장 높고도 가장 밝은 것은 해와 달이요,
가장 친하고도 가장 소원해질 수 있는 것은 부부로다.

이예의 「팔지」는 짧은 형식 속에 삶의 모순적 진실을 담아낸 수작으로 평가됩니다 . 이 시는 당대에 사랑에 대한 동경을 담았으면서도, 세속의 영욕이 무상함을 깨달은 도가적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이예는 속세를 떠나 도관(道觀)에 들어간 여성으로, 평생을 자유분방하게 시를 지으며 살았습니다. 그녀의 대담하고 섬세한 표현은 전해지는 시 16수만으로도 높이 평가받아, 당대의 대표적 여류 시인으로 꼽힙니다 .

교연(皎然) – 〈답 이계란(答李季蘭)〉
• 제목: 답 이계란(答李季蘭)
• 시인: 교연(皎然) – 본명 Xie Lingyun의 후손으로 알려진 당대의 승려 시인, 이예와 교유함 
• 주요 주제: 여성의 유혹과 종교적 정신의 대결. 이 시는 교연이 이예(계란)의 방문을 받고 지어 보낸 답시입니다 . 시 속에서 여성 도사를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에 비유하며, 그녀가 가져온 꽃의 유혹을 묘사하지만, 끝내 *승려로서의 참선 마음(禪心)은 흔들리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
• 시적 특징: 5언 절구 형식의 매우 짧은 시로, 함축된 이미지와 불교적 은유가 돋보입니다. 꽃으로 옷을 물들인다”는 묘사는 유혹의 상징으로 쓰였고, 선심(禪心)이 일지 않았다는 구절을 통해 속세의 유혹을 이겨낸 정신을 담담하면서도 재치 있게 그렸습니다 .

天女來相試,將花欲染衣。 
禪心竟不起,還捧舊花歸。 

하늘 나라 선녀가 와서 나를 시험하려 하고,
꽃을 가져와 내 가사에 향기를 물들이려 하였네.
그러나 내 선심(禪心)은 끝내 움직이지 않았기에,
그녀는 결국 그 꽃을 고스란히 안고 돌아갔도다.

교연의 「답 이계란」은 당시 여성 도사와 승려 시인의 교류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이예의 빼어난 아름다움과 자유분방한 행적은 주변 시인들에게도 많은 화제가 되었는데, 교연은 친구인 그녀를 선녀에 빗대어 칭송하면서도 승려로서의 정각(正覺)을 지켜냅니다 . 이 짧은 시를 통해, 여성의 신비로운 매력과 이에 대응하는 종교인의 정신적 엄숙함이 극적으로 대비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 시는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정서를 엿볼 수 있게 해주어 후대에까지 회자되었고, 시 평론가들은 그 촌철살인의 표현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

이백(李白) – 〈옥진선인사(玉真仙人詞)〉
• 제목: 옥진선인사(玉真仙人詞)
• 시인: 이백(李白, 701–762) – 도교적 상상으로 유명한 당대의 최고 시인
• 주요 주제: 여성 도사의 신비로운 승천. 이백은 당 현종의 누이로 도가에 몸담았던 옥진공주를 위해 이 시를 지었습니다 . 시에서 옥진공주는 선계의 선인(仙人)으로 묘사되는데, 이른 새벽 천궁의 북을 울리며 두 마리 용을 타고 승천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 나아가 번개와 구름을 몰고 허공을 달리며, 마침내 서왕모(西王母)를 만나러 가는 여성 신선의 모습을 그립니다 .
• 시적 특징: 5언 율시 형태의 8구로 이루어진 이 시는, 웅장한 상상력과 찬미의 어조가 특징입니다. 실제 인물인 옥진공주를 이상화하여 불사의 선녀로 그렸고, 도교의 신화적 요소 (태화산, 쌍룡, 왕모娘娘 등)을 풍부하게 동원했습니다 . 언어는 간결하면서도 장쾌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신선 세계의 장면을 눈앞에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玉真之仙人,時往太華峰。
清晨鳴天鼓,飆欻騰雙龍。 

옥진의 그 선인(仙人)은 때때로 태화봉에 올라가니,
이른 새벽 하늘의 북을 울리면 회오리바람 속에 쌍룡이 치솟아 오르네.

(이백, 「옥진선인에게 바치는 노래」 중에서)

이백의 「옥진선인사」는 여성인 옥진공주를 도교적 영웅으로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현실의 공주를 선계의 신비로운 여인으로 승화시켜 찬양함으로써, 당대 도교를 숭상하던 분위기와 궁정의 맥락을 엿볼 수 있습니다 . 특히 마지막에는 옥진 선인이 도교 여성들의 수호신인 서왕모를 만나게 되리라는 암시로 끝나는데, 이는 여성의 종교적 권위를 최고의 신격까지 연결시키는 상징적 장면입니다 . 이 시의 풍부한 이미지(선녀, 비천(飛天), 용, 서왕모 등)는 이후 시대에도 회자되며, 여성과 신비주의를 노래한 당나라 시의 백미로 손꼽힙니다.

한유(韓愈) – 〈화산녀(華山女)〉
• 제목: 화산녀(華山女)
• 시인: 한유(韓愈, 768–824) – 유교적 입장에서 불교를 비판한 중당(中唐)의 문인
• 주요 주제: 도가 여자 교주의 설법과 종교 논쟁. 「화산녀」는 한유가 당대 도가와 불교의 경쟁 상황을 풍자적으로 그린 서사시입니다 . 내용은 이렇습니다: 도성 곳곳 거리의 승려들이 경전을 설법하며 종을 치고 법라(法螺)를 불어대자 궁궐에까지 소란이 퍼집니다 . 이때 화산에서 온 한 젊은 여자 도사가 나타납니다. 집안 대대로 도를 신봉해온 그녀는 이국의 종교(불교)를 몰아내고 사람들을 선계로 돌려보내겠다는 포부를 품고  , 곱게 화장을 지운 뒤 도사의 관모와 법의(法衣)를 갖춰 입습니다. 희고 고운 목덜미, 붉은 뺨, 길고 짙은 눈썹으로 단정한 자태의 이 도사는 마침내 연단에 올라 진리의 비법을 펼쳐 보입니다 . 그녀의 아름다움과 달변에 군중이 몰려들어 승려들의 청중을 모두 빼앗고, 황궁의 귀족들까지 그녀를 뵙길 원할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칩니다 .
• 시적 특징: 7언 고시(古詩) 형태로 총 15행에 걸쳐 서사적으로 전개됩니다 . 한유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풍자와 현실 비판의식이 담겨 있는데, 흥미롭게도 여기서는 유교적 관점에서 도가를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실제로는 도가 여성도가 **교묘한 술책과 매혹적인 색공(色空)**으로 불교를 누른다는 내용을 통해, 당시 불교 승려들의 부패와 민중 현혹을 꼬집고 있습니다 . 한유는 이 시에서 과장과 대비의 수사를 활용하여, 종교 경쟁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생생하고 통렬하게 그려냈습니다.

華山女兒家奉道,欲驅異教歸仙靈。 
洗妝拭面著冠帔,白咽紅頰長眉青。 

화산 고을 집안의 그 처녀 도사는 대대로 도를 받들어 왔기에,
이교(異敎)를 몰아내고 모든 이를 신선의 세계로 되돌리고자 하네.
곱던 화장을 지워내고 얼굴을 닦은 뒤에, 관모 쓰고 법의를 걸쳐 입으니,
새하얀 고운 목에 붉은 뺨 돋보이고, 길고 짙은 눈썹이 늠연하도다.

한유의 「화산녀」는 여성 도사의 카리스마를 통해 당대 도교의 위상을 드러낸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화산녀는 단순한 신비주의적 여성상이 아니라, 종교 담론의 주체로 그려졌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 그녀가 불교 승려들을 설복시키는 장면은, 당시에 황실이 도교를 특별히 후원하면서도 한편으로 불교와 경쟁하던 상황을 문학적으로 반영한 것입니다 . 작품 전반에 깔린 풍자는 날카롭지만, 한유는 이 여성 도사의 활약을 통해 현세의 속화된 불교를 비판하고 전통 사상(유교·도교)의 정통성을 주장하고자 했습니다 . 결과적으로 「화산녀」는 여성, 종교적 권위, 신비주의가 한 데 어우러져 당대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걸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백거이(白居易) – 〈장한가(長恨歌)〉
• 제목: 장한가(長恨歌)
• 시인: 백거이(白居易, 772–846) – 중당 시기의 대표 시인으로 현실비판과 서정시 모두에 능함
• 주요 주제: 절세의 여인에 대한 영원한 사랑과 한(恨). 「장한가」는 당 현종과 양귀비의 생사를 초월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장편 서사시입니다 . 당 현종이 총애하던 귀비 양옥환(楊玉環)이 안록산의 난 중에 비극적으로 죽임을 당하자, 현종은 깊은 상심에 빠집니다  . 궁중 생활의 사치도 버리고 하루종일 그녀를 그리워하던 현종은 도술에 의지해 양귀비의 혼을 찾고자 도사를 불러들입니다 . 임천(臨邛)의 한 도사가 불러져와 정성 어린 법술로 귀비의 혼을 찾아 나서지요. 그 도사는 하늘 위로는 끝간데 없이, 땅 아래로는 저 황천까지 온 천지를 샅샅이 뒤지지만 결국 찾지 못합니다 . 그러다 바다 위의 삼신산에 봉래의 선경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에서 수많은 선녀들 사이에 있는 태진(太真)이라는 이름의 여인을 발견하는데, 바로 양귀비의 혼이 불사의 선계에 들어간 것이었습니다 . 도사는 선계의 궁전에서 양귀비를 만나 황제의 전갈을 전하고, 둘은 이별 후 전하지 못했던 말을 나눕니다  . 양귀비는 임금에게 주던 금침향합(금비녀 한 쌍과 향기가 남은 합)을 반으로 나누어 도사에게 맡기며, *마음이 황금처럼 굳게 변치 않으면 천상에서든 지상에서든 반드시 다시 만나리라”는 맹세의 말을 전합니다  . 그녀는 생전에 두 사람이 나눴던 맹세를 상기시키며, 칠월칠석 밤 은밀히 맺은 사랑의 언약을 이야기하지요 . 하늘에서는 날개를 나란히 하는 한 쌍 새가 되고, 땅에서는 가지를 맞대는 한 그루 나무가 되기를 원하였다는 이 맹세는 지금도 회자되는 명구입니다. 시의 마지막은 하늘과 땅은 언젠가 끝나겠지만, 이 한은 영원히 끝나지 않으리”라는 구절로 마무리되어, 두 사람 사랑의 영원한 애수(哀愁)를 노래합니다 .
• 시적 특징: 「장한가」는 전문 120구에 달하는 장편 서사시로, 우아한 운율과 생생한 묘사로 유명합니다 . 백거이는 이 시를 통하여 한편으로 황제와 귀비의 비극적 사랑을 심도 있게 그렸고, 다른 한편으로 안사의 난 이후 민중과 역사의 비판을 은은히 담아냈습니다  . 그러나 무엇보다 이 작품이 뛰어난 점은 서정성과 환상성의 조화입니다. 현실의 역사적 비극을 배경으로 하면서, 후반부에 도입된 도교적 신비주의 (도사가 귀비의 혼을 찾아 선계를 여행하는 부분)는 작품에 환상적인 색채를 더해주며, 읽는 이를 매혹합니다  . 백거이의 언어는 평이하면서도 우아하고, 운율은 자연스러우면서도 균제하여, 마치 한 편의 노래처럼 귀에 감깁니다 (제목의 ‘歌’가 의미하듯).

在天願作比翼鳥,在地願為連理枝。 
天長地久有時盡,此恨綿綿無絕期。

하늘에서는 날개를 나란히 하는 한 쌍의 새가 되기를 원하고,
땅에서는 가지를 이어 붙인 한 그루 나무가 되기를 원하였네.
하늘과 땅도 언젠가는 끝이 있을지언정,
이 한만은 끊이 없이 길고 길 것이라.

「장한가」의 이 유명한 결구는 영원불멸한 사랑의 정서를 압축적으로 전달합니다 . 전체적으로 볼 때, 백거이의 「장한가」는 여성(양귀비)을 중심 소재로 삼아 황실 로맨스와 인간의 비애, 그리고 영적 세계를 아우른 걸작입니다. 양귀비는 여기서 단순한 요부(妖婦)가 아니라 신성화된 사랑의 화신으로 그려지며, 도사는 인간과 신선을 이어주는 매개자 역할을 합니다  . 이러한 구도는 독자로 하여금 깊은 연민과 환상적 감흥을 느끼게 하며, 작품이 전하는 애상의 미는 수세기를 넘어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립니다 . 특히 “천장지구유시진, 차한면면무절기”(天长地久有时尽,此恨绵绵无绝期)라는 구절은 후대 문학과 대중문화에서 숱하게 인용될 정도로 불멸의 사랑을 상징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

以上의 작품들에서 보듯, 8세기 당나라 시에는 여성의 존재를 신비화하거나 종교적 맥락 속에 배치함으로써 독특한 서정과 상징미를 창출한 예가 많습니다. 도가(道家)의 영향으로 여성 도사나 선계의 여인이 시에 등장하고, 불교의 영향으로 여승(女僧)이나 전생/윤회의 이미지가 암암리에 배어들기도 했습니다 . 이러한 시들은 당대의 문화적 흐름—이를테면 황실의 도교 숭배, 불교와 도교의 경쟁, 사회의 개방적인 분위기—을 반영하는 동시에, 보편적인 인간 감정(사랑, 그리움, 슬픔)을 탁월한 상상력으로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까지도 이들 작품은 신비주의적 낭만의 전형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당송팔대가 한유의 「화산녀」 작품 소개  , 소후(搜狐) 문화 칼럼  , 백거이 「장한가」 번역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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