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대규모 시장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락해 1,449.80원을 기록한 모습. 24일 서울의 한 딜링룸 전광판에 1450원대로 내려온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외환당국이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는 고강도 구두 개입 경고와 함께 역대급으로 달러를 쏟아내자 이날 환율은 하루 만에 30원 넘게 떨어졌다 . 정부는 이를 두고 시장에 대한 ‘완승’이라며 성과를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이러한 환율 방어가 과연 정부의 능력 발휘인지 일시적 허세에 불과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역대급 개입으로 환율 33원 급락, 정부 “시장에 완승” 자평
12월 24일 아침, 정부는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의 구두 개입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장이 개장 직후 발표되자마자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 실제로 당국은 막대한 달러 매도 개입을 통해 원화값을 끌어올렸고(환율 하락), 불과 몇 시간 만에 원·달러 환율을 전날보다 33원80전이나 급락시켜 1,449.80원에 장을 마감시켰습니다 . 이는 2022년 11월 이후 최대 폭의 하락으로, 당국이 작심하고 개입한 결과였습니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과거와 차원이 다른 개입”이라며 놀라워했고,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에 완승을 거뒀다”는 평가까지 내놓았습니다 . 정부 입장에서는 급등하던 환율을 단숨에 진정시킨 성과를 거둔 셈이고, 이를 두고 스스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줬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 성과 뒤에는 여러 의문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습니다. 우선 시장 안정의 대가입니다. 당국은 이날 5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 하루 만에 수십 억 달러의 외환을 소진하는 방식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은 한정된 자원이며, 무리한 개입은 향후 대외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 관계자들은 연말까지 환율 종가를 1450원 아래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 연말 환율이 각종 경제지표(예: 1인당 국민소득)에 영향을 미치기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 숫자 관리를 위해 무리한 개입을 남발하는 것은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민연금까지 동원한 ‘마지막 카드’, 공적 자산 남용 논란
눈에 띄는 점은 이번 환율 방어전에 국민연금까지 사실상 동원되었다는 것입니다. 외환당국의 개입과 더불어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에 나섰다는 관측도 제기되었습니다 . 국민연금은 약 1,200억 달러(한화 798조원 상당)의 해외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보유 달러를 선물환 등으로 시장에 내놓는 식의 환헤지를 하면 상당한 달러 공급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 정부는 실제로 최근 기획재정부·한국은행·보건복지부·국민연금을 아우르는 4자 협의체까지 꾸려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로 인한 달러 수요를 조절하고 필요시 시장안정에 협조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왔습니다  .
하지만 연금 동원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큽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을 환율 방어에 동원하는 것은 국민 노후자산을 정책 목적으로 공공재처럼 사용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합니다 . 국민연금은 어디까지나 국민의 노후 생활을 위한 기금이므로 운용의 최우선 목표는 수익률 제고와 안전한 운용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환율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연금을 동원하여 환헤지를 할 경우, 연금 자체의 수익성이 훼손될 위험이 있습니다. 실제로 환헤지를 하면 원화 가치 상승기에 얻을 수 있는 환차익을 포기하게 되고, 향후 환율이 다시 오르면 헷지한 만큼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이는 결국 연금의 장기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려 연금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 한마디로, 국민의 노후자금을 환율 조정 수단으로 삼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며 정책 대응의 범위와 한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정부와 한국은행 측은 “국민연금을 동원해 노후자산을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히며 논란을 진화하려 합니다  .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국민연금의 환헤지가 노후자산 희생이 아닌 보호 차원이라고 강조했고 , 수익성 훼손 없는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웠습니다 . 하지만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급하면 연금까지 동원한다”는 인식이 퍼지며 국민들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거대한 연금기금이 사실상 외환시장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상황에서, 연금을 통한 환율 방어는 일시적 효과에 그칠 뿐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
단기 효과에 불과한 환율 방어, 지속 가능성에 의문
정부의 이번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거뒀지만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붙습니다. 시장에서는 당국 개입의 효과가 연말까지는 유지될 수 있겠지만 그 이후에는 다시 환율 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습니다 . 서강대 이윤수 교수는 “연말까지 환율을 억누르는 데는 성공하더라도 내년 초 환율이 다시 되돌려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 결국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린 주요인은 미국의 견고한 경제와 높은 금리, 글로벌 달러자금 수급 상황 등 대외적인 구조적 요인들입니다 . 한미 금리 격차가 큰 상황에서 한국만 인위적으로 환율을 낮춘다고 해서 추세를 거스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정부의 개입이 계속되면 시장 메커니즘 왜곡과 외환보유액 감소, 그리고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 저하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각에선 정부 정책실장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각종 조치를 쏟아내는 현 상황을 두고, 상황이 다급하다 보니 인디언 기우제식으로 마구잡이로 던지는 것 같다는 냉소적인 지적도 나옵니다 . 땜질식 처방으로는 환율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더군다나 이번 조치 중에는 해외 투자자금의 환류를 유도하기 위한 세제 혜택까지 포함돼 있었는데, 이러한 전방위 대책 남발은 자칫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습니다. 정부는 해외주식을 팔고 국내에 재투자하면 양도세를 한시 면제해주는 이례적인 세제지원 방안까지 내놓았고  , 개인이 직접 환헤지에 참여할 수 있는 파생상품까지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 이는 환율 안정을 위한 총력전이라 할 만하지만, 동시에 한국 시장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질 위험이 있습니다. 시장 안정에 자신감이 있었다면 이처럼 동시에 여러 비상대책을 내놓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과신과 불안이 뒤섞인 개입이라는 것이 시장의 냉정한 평가입니다.
근본 처방은 구조 개선…정부 능력, 보여주기 아닌 내실로
결국 환율 문제의 근본 해법은 거시경제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입니다. 이번처럼 비상수단을 동원해 일시적으로 환율을 끌어내리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반복하기도 어렵습니다  . 연금을 동원하거나 세제 특례를 남발하는 식의 대응은 어디까지나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외환보유고를 소진하는 개입은 매우 위험하고, 국민연금 동원도 일시적 효과에 그친다”고 지적하며, 결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 세제나 노동제도, 기업 체질 개선 등을 통해 해외 자금이 국내로 들어오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다시 말해 외국인 투자 매력을 높이고 경상수지를 개선하는 구조적 대책 없이는 환율 상승 압력을 근본적으로 완화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정부가 진정으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고 싶다면, 단기 성과에 취해 자화자찬할 것이 아니라 이런 근본적인 정책 역량을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일시적으로 숫자를 맞추는 데 급급하기보다, 국내 경제 펀더멘털을 강화하고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노력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원화 가치 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환율은 정부 의지만으로 좌우할 수 없는 시장지표이며, 과도한 자신감은 자칫 시장에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보여주기식 환율 방어로 ‘승리’를 거뒀다고 자찬하는 지금의 태도는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정부 개입의 허상과 한계를 직시하고, 겸허한 자세로 지속가능한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능력의 발휘일 것입니다.
참고 자료: 정부의 환율 개입 및 국민연금 동원 관련 보도  , 국민연금 환헤지 논란에 대한 비판적 시각  , 전문가들의 분석 및 조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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