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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들의 스테이블코인 실험 심층 분석

by 지식과 지혜의 나무 2025.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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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과 전략적 의도


국내 주요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가치 연동형 디지털자산) 실험에 속속 뛰어드는 데는 디지털 화폐·가상자산 환경 변화에 선제 대응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2023년 미국에서 연방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규율 법안인 ‘지니어스 법(GENIUS Act)’이 통과되는 등 글로벌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자, 국내에서도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가속화되어 은행권에 기회이자 위기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 특히 미국의 움직임은 스테이블코인 산업 전반에 *‘제도화·시장 확대·리스크 관리’*라는 변곡점을 형성하여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의 통화 패권 논쟁과 혁신 경쟁을 촉발했습니다 .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 은행들은 향후 등장할 디지털자산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서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상용화되면 국가 간 송금과 지급결제 등 전통 금융영역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는데  , 자칫 대응이 늦을 경우 민간 코인이나 해외 사업자에게 시장을 빼앗길 우려가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국회 세미나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지적과 함께, 해외로 유출되는 거대한 국내 자금을 붙잡기 위한 수단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 세미나 제목부터 *“131조 국부유출을 막아라”*였을 정도로, 해외 가상자산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국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입니다 . 은행 입장에서도 예금과 고객 이탈 방지 차원에서 자체 스테이블코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동기가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배경으로, 한국 정부와 규제당국의 기조 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가상자산 육성 기조 아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추진 중이며, 2025년 6월 국회에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이 발의되어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토대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 현재까지 여야에서 3건 이상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제출되어 있는데, 세부 내용엔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권 편입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 이러한 법제화 신호가 보이자마자 은행들은 즉각 대응에 나서, 스테이블코인 연구 협의체 구성, 관련 상표권 선점(예: KB국민은행의 ‘KBKRW’, 하나은행의 ‘HanaKRW’ 등 상표 출원) , 기술 PoC 착수 등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 요컨대 **“법만 정비되면 바로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자세로 선제적 실험을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

무엇보다 은행들은 향후 디지털화폐 시대 생존을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전략적 사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 움직임과 더불어,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와 금융 인프라를 재편할 가능성이 대두되자 금융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상표권 출원 정도만 하고 있지만, 규제 방향이 나오면 관련 부서에서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이는 은행들이 디지털자산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포석을 두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보험사까지 이 대열에 합류하는 등 (아래 5번 섹션 참조) 금융권 전반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확장에 관심을 갖고 있어, 은행들도 발빠른 실험으로 미래 먹거리 선점을 노리고 있습니다 .

주요 은행 및 참여 기관들의 실험 방식 비교


국내 은행들은 공동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준비하면서도, 각기 다른 아이디어와 분야에 적용한 실험으로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 아래에서 은행별 시도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 NH농협은행: 세계 최초 음악 저작권 조각투자 플랫폼인 뮤직카우(Musicow) 및 블록체인 보안기업 아톤(Aton)과 협력하여,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으로 K-팝 음원 저작권 지분을 거래하는 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 2025년 8월 체결된 3자 업무협약을 통해, 뮤직카우 플랫폼의 음악 저작권을 결제 수단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붙여 해외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지를 가상 환경에서 검증하고 있습니다 . 예컨대 해외 K-팝 팬이 현지 거래소에서 협의체가 발행한 원화 코인을 구매한 뒤 뮤직카우 지갑으로 전송해 블랙핑크 등의 음원 지분을 사는 시나리오를 테스트합니다 . 실제 법정통화가 오가는 것은 아니며, 클라우드 상에서 토큰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법적 허용 전까지는 모의실험 형태로 진행됩니다 . 농협은행은 이처럼 K-콘텐츠를 앵커 자산으로 삼아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활용 가능성을 타진함으로써, 규제 정비 후 적용할 혁신적 서비스 모델을 미리 확보한다는 전략입니다  .

NH농협은행과 뮤직카우, 아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K-팝 투자 생태계 조성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모습 (2025년 8월 25일). 농협은행은 K팝 저작권을 활용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해외 수요를 검증하는 실험에 나섰습니다 .
• 신한은행: 자체 개발한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 땡겨요’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적용하는 기술검증(PoC)을 시작했습니다 . 가입자 550만 명에 달하는 땡겨요 앱은 은행이 직접 운영하는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서, 실제 리테일 결제에 코인을 접목할 시험장으로 적합하다는 평가입니다 . 신한은행은 현재 내부 클라우드 테스트 환경에서 소규모 결제 시나리오에 스테이블코인을 연결해보며 정산 효율성, 리워드 지급, 가맹점 정산 등의 개선 효과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 예컨대 배달 주문 결제에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고, 주문 완료 시 리워드를 같은 코인으로 지급하며, 가맹점 정산도 코인으로 처리하는 전 과정을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입니다 . 이는 실생활 서비스와 디지털화폐를 접목해 실제 소비자 수요를 검증하려는 시도로, 단순히 기술 확보를 넘어 금융서비스의 실질적 활용에 초점을 맞춘 신한은행의 차별화된 접근이라고 평가됩니다 . 신한 측은 향후 지자체와 제휴 중인 지역화폐 결제 서비스의 효율화에도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법적 근거만 확보되면 곧바로 사업화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
• KB국민은행: 2023년 그룹 차원에서 ‘국민지갑’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 리워드 서비스를 테스트했습니다 . 당시 약 60만 명에게 총 230억 개에 달하는 리워드 토큰을 발행·유통하여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하는 대규모 실험을 완료했는데요 . 이를 통해 자체 디지털자산 발행 및 관리 역량을 점검하고, 대량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소멸시키는 기술적 안정성과 운영 절차를 사전에 습득했습니다. 국민은행은 이러한 파일럿을 기반으로, 향후 그룹 통합 플랫폼에서의 리워드 코인 활용이나 고객 마일리지 연계 등 상용 서비스 적용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대고객 서비스에 직접 코인을 도입하기 전, 내부 실험으로 문제점을 보완하며 경험을 축적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
• 우리은행: 우리은행은 디지털자산 전담팀을 중심으로, 업계 협의체 활동과 신규 사업 모델 발굴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 현재까지 뚜렷하게 공개된 자체 서비스 PoC보다는, 은행권 공동 대응에 적극 참여하며 전반적인 전략 수립에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예를 들어 은행연합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협의체에서 우리은행은 타 금융사·핀테크들과 정보 공유 및 표준화 논의를 주도하는 한편, 관련 스타트업 투자 검토 등 사업 기회 발굴도 함께 추진 중입니다. 즉 우리은행은 “팔로어”보다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준비된 상태에서 적기 진입하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
• 하나은행: 하나은행은 스테이블코인 그 자체보다는 그 인프라 및 제반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글로벌 가상자산 커스터디 업체인 비트고(BitGo)와 합작으로 ‘비트고코리아’ 수탁법인을 설립하여, 디지털자산 수탁(Custody) 사업 인허가를 추진 중입니다 . 이는 장차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예치자산 보관·관리나, 스테이블코인 이용 고객의 디지털 지갑 보관 서비스 등에 필요한 신뢰 인프라를 미리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은행은 향후 국내 규제에 맞는 커스터디 역량을 확보함으로써, 기관 투자가 요구하는 안전장치를 제공하고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 핵심 후방 지원 역할을 맡겠다는 전략입니다 . 나아가 하나은행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와의 연계를 염두에 두고, 비트고의 국제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스테이블코인 수탁/결제 사업 진출 가능성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 케이뱅크 (Kbank):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핀테크·이커머스와의 제휴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활용도를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무신사의 선불충전금인 ‘무신사머니’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 중입니다 . 현재는 무신사머니와 케이뱅크 계좌의 연동, 충전/정산 편의 개선 등에 집중하고 있으나, 향후 무신사머니를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연결하는 방안도 열어둔 상태입니다 . 예컨대 무신사머니 잔액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해 외부 사용성을 부여하거나, 반대로 스테이블코인으로 패션상품 결제 시 혜택을 주는 식의 융합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케이뱅크는 플랫폼사와의 협업 경험을 축적하는 한편, 규제 변화에 따른 상품 기획 작업을 사전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은행 특유의 디지털 친화적인 고객층을 기반으로 초기 스테이블코인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포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각 은행은 자신들의 강점 분야에 스테이블코인을 접목한 실험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농협이 K-팝 콘텐츠라는 문화금융 영역을 개척하고, 신한이 자사 플랫폼에서 결제 서비스 혁신을 모색하며, KB가 기술 인프라와 리워드 운영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우리는 협의체 주도로 거시 전략을 세우고, 하나는 수탁 인프라로 근간 구축에 집중하며, 케이뱅크는 핀테크 제휴로 서비스 확장성을 높이는 형국입니다. 이러한 다양한 접근방식의 비교 실험을 통해 은행권은 향후 등장할 공동 원화코인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각자 미래 사업기회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 은행들의 아이디어 경쟁은 곧 스테이블코인의 실용화 모델 다변화로 이어져, 향후 제도화 시 다양한 Use Case가 마련되어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법적 규제와 제도화 논의


현재 한국에서는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앞서 언급한 은행들의 실험도 모두 상용화를 전제로 하지 않은 테스트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 현행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등에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직접 규정이 없고, 원화와 1:1로 교환 가능한 디지털 토큰을 민간이 발행하는 행위는 사실상 금지된 상태입니다. 이는 한국은행법(화폐 발행 권한)과 은행법(불특정 다수로부터 원화를 받는 행위 제한) 등에 저촉될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시중에 나온 원화 기반 코인은 일부 전자금융업자가 발행한 선불전자지급수단(예: 카카오페이포인트 등)에 불과하며, 엄밀한 의미의 블록체인형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출시 전 단계입니다. 농협은행 등이 뮤직카우 플랫폼에서 실제 자금이 오가지 않도록 클라우드 상에서 토큰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법적 제약 때문입니다 . 신한은행의 경우도 법이 정비되지 않은 현시점에서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우선 발행 허용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기술 검증에 착수한 상황입니다 . 즉 제도권 밖에서는 발행이 불가능하므로, 금융당국의 승인하에 제한된 환경에서라도 파일럿을 돌려보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스테이블코인 규율 마련이 급물살을 타면서, 관련 법적 불확실성도 조만간 해소될 전망입니다. 2025년 6월 발의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자산연동형 디지털자산(일명 스테이블코인)을 별도로 정의하고, 그 발행 및 유통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습니다 . 동 법안 및 국회 제출된 유사 법률안들(예: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 발행·유통법」, 「가치고정형 디지털자산 지급결제법」 등)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대한 인가제 도입이 공통적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 구체적으로 금융위원회에 사전 인가를 받고 발행하도록 하여, 발행자 자격 요건(예: 자기자본 요건), 준비자산 보유 및 관리(100% 현금 등 안전자산 보유, 상시 상환의무), 이용자 환매 절차, 파산 격리 장치 등을 법률로 확보하려는 것입니다  .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전자금융과 증권의 중간 성격으로 보고, 은행예금에 준하는 안전성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현재 발의된 법안들이 국회 정무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으며, 정부(금융위원회)도 올 4분기 중 별도 정부안 제출을 준비하는 등 입법에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

한국은행을 비롯한 규제기관 간 조율 이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비은행 민간의 원화코인 발행을 허용할 경우, 미국처럼 모든 유관기관의 만장일치 승인에 기반한 인가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 (미국 GENIUS법에는 신규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연준·통화감독청(OCC) 등으로 구성된 인증심사위원회(SCRC)의 만장일치 승인을 요구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 한은은 그간 민간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 왔으나, 최근 여당과 업계 주도로 법제화가 급물살을 타자 은행이 참여하는 형태만 우선 허용하자는 절충안을 내놓은 셈입니다  . 실제 이창용 한은 총재는 2025년 6월말 은행장들과 만나 유관기관 합의 기반으로 원화코인을 허용하는 방안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한국은행이 이렇게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통화당국으로서의 세 가지 우려 때문입니다 . 첫째, 원화코인의 무분별한 남발은 통화정책의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시중 통화량 통제와 금리정책이 힘을 잃고, 은행의 신용창출 기능도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 둘째, 국내에서 달러 등 외국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광범위하게 쓰일 경우 자본유출 및 환율 변동성 등 거시경제 리스크가 커질 수 있습니다 . 실제 테더(USDT)나 USDC 같은 달러코인이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 사이에 널리 통용되는데, 이는 국부 유출이자 경제 주권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은이 경계하고 있습니다. 셋째, 화폐 발행 이익(시뇨리지)의 민간 이전 문제입니다 . 원화 발행으로 발생하던 이익이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로 돌아가면 중앙은행 수입이 감소하고, 궁극적으로는 조세 재정 측면 영향까지 미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한은은 CBDC 기반 ‘예금토큰’ 등 대안을 모색해왔으나, 현실적으로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완전히 막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위험을 최소화하는 인가기준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

정리하면, 현재는 법적 제약으로 실제 원화코인 발행·유통이 불가능하지만, 머지않아 법제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 은행 및 공인된 기관만 발행을 허가받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법안들은 대부분 금융회사를 발행 주체로 상정하고 있어, 은행권에는 신사업 기회가 열리는 동시에 엄격한 준법 책임도 부여될 전망입니다. 발행 이후에도 준비자산 보고의무, 공시의무, 불공정행위 금지 등 다양한 행위규제가 따라붙을 것이며, 감독권한 배분에 있어서도 금융위·한국은행 간 협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 다만 이러한 명확한 규율이 시장 신뢰 확보와 제도권 수용에 기여하여, 스테이블코인이 본격적으로 결제수단으로 상용화되는 기반을 마련해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기대입니다. 현재 은행들은 “규제나 방향만 나오면 속도를 낼 것”이라며 법 개정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의 연계 노력


은행권은 국내 실험뿐 아니라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와의 연결 고리 확보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최근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금융그룹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서클(Circle, USDC)과 테더(Tether, USDT) 측과 연쇄적으로 미팅을 가졌습니다 . 그 목적은 국제 기준에 맞는 인프라 선점에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이후에는 해외 업체와의 연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미리 글로벌 사업자들과 협업 관계를 구축하려는 것입니다 . 예를 들어 서클이 추진하는 국제 송금망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편입하거나, 테더의 거래소 유동성 네트워크와 연결해 원화코인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방안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은행들이 직접 밝힌 바는 없지만, 업계에 따르면 이들 회동에서 해외 스테이블코인과의 교차 상장, 상호 교환성, 기술 표준 등이 폭넓게 협의되고 있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한국 원화코인이 등장했을 때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와 호환될 수 있도록 표준을 맞추고 제휴를 모색하는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도화 이후 초기엔 국내에서 원화코인을 쓰더라도, 결국 국경 간 거래로 확대되려면 달러 코인 등과 상호운용성이 중요하다”면서 “초반에 국내 표준만 고집하지 않고 국제 규격을 맞추려는 전략”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한국은행의 우려(외국 스테이블코인의 잠식)에 대응해, 국내용 원화코인이 국제무대에서도 통하는 통화로 자리잡도록 하겠다는 포석이기도 합니다.

이와 더불어 은행권의 글로벌 협력 프로젝트 참여도 활발합니다. 신한은행·하나은행·케이뱅크 등은 2023년부터 일본 메가뱅크들이 주도하는 ‘프로젝트 팍스(Project Pax)에 참여하여,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해외송금 테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 프로젝트 팍스는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해 일본과 해외은행 간 송금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시도로, 한국 은행들은 파일럿의 사전 검증 은행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 이를 통해 무역결제에 스테이블코인 활용 시 송금 수수료와 처리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는지를 함께 실험하고 있습니다 . 실제 초기 결과로 송금 비용과 소요 시간의 획기적 단축 가능성이 확인되어, 향후 국제무역 결제 분야에서 스테이블코인 표준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 이처럼 은행들은 글로벌 컨소시엄에 참여함으로써 해외 사례와 기술을 습득하고, 동시에 한국 원화코인의 국제 통용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은행은 외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에 직접 투자하거나 인프라 협력에 나서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하나은행은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수탁사 비트고와 합작하며 글로벌 커스터디 네트워크에 편입되었고, 신한은행은 디지털자산 수탁사(KDAC) 지분 투자와 더불어 해외 스테이블코인 사업자와 기술 협력을 지속 확대하고 있습니다 . KB국민은행의 경우 달러·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상표권까지 출원하며, 다통화 스테이블코인 시대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 정리하면, 국내 은행들은 **“글로벌 플레이어와 연결된 K-스테이블코인”**을 목표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국내 발행 + 해외 연계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향후 원화코인이 나오면 즉시 국제 거래에 활용하고 외국인 수요까지 흡수함으로써 초반 생태계를 빠르게 키우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됩니다 .

생태계 확장성과 향후 전망


초기에는 은행 중심으로 논의되던 원화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가 이제는 타 금융업권 및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는 추세입니다. 2023년 말 결성된 오픈블록체인·DID협회(OBDIA) 산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분과에는 기존 은행 13곳과 금융결제원(KFTC)은 물론, 보험사(교보생명), 결제 핀테크(다날핀테크), 유통·IT 기업 등이 새롭게 합류했습니다 . 이는 스테이블코인 활용 범위가 은행권을 넘어선다는 신호로, 은행 이외에도 결제대행사(PG), 전자상거래 플랫폼, 보험·증권사 등 다양한 주체들이 원화코인 생태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예컨대 교보생명의 참여는, 향후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보험료 수납이나 보험금 지급 등 보험 분야 적용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습니다. 또 다날핀테크는 자체 결제코인 경험(페이코인 등)을 바탕으로 스테이블코인 결제망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유통기업의 참여는 스테이블코인을 온·오프라인 상거래에 접목하려는 수요를 반영하며, IT기업들은 블록체인 인프라 제공 및 기술 표준화 측면에서 역할을 할 전망입니다 . 이렇듯 생태계 저변이 확대되면서 스테이블코인이 금융권을 넘어 빠르게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 협회 차원에서도 각 업권의 수요를 모아 상호운용성 높은 생태계를 설계하려 하고 있어, 향후 등장할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은행-결제-유통-보험이 연결된 거대한 네트워크에서 유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향후 상용화 시기와 수요 창출 전망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낙관적 기대를 표명합니다. 법률 제정이 2025년 내 가시화되고, 이후 시범사업을 거쳐 2026년경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발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은행 협의체에서는 공동 발행을 1차 목표로 삼고 이미 사업 모델 준비에 착수한 상태여서 , 제도만 마련되면 곧바로 시중 테스트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초기에는 은행 앱 내 송금·결제나 제휴 플랫폼 포인트 대체 등 제한적 사용으로 출발하겠지만, 규모의 경제가 붙으면 국내 결제시장 판도를 바꿀 잠재력도 있습니다. 신용카드 수수료의 절감, 실시간 송금, 지역화폐 대체 등 실생활 개선 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 예컨대 현재 수일 걸리는 해외송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몇 초 만에 완료되고 수수료도 10분의1 이하로 줄어든다면, 기업들의 무역거래 관행도 바뀌게 될 것입니다. 또한 간편결제 앱에서 원화코인으로 결제하면 카드망을 우회해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고, 소비자는 코인을 현금처럼 사용하면서도 보상(리워드)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등 새로운 소비 경험을 누릴 수 있습니다 . 이런 편의성 덕분에 장기적으로는 일반 소매결제, 월렛 간 P2P 송금, 디파이 연계 투자 등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다만 극복 과제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신뢰 확보와 리스크 관리가 중요합니다. 테라-루나 사태 등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붕괴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1코인=1원의 가치안정성을 철저히 담보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발행주체의 준비자산 실시간 공시, 제3자 회계검증 등을 의무화하고, 부정거래 방지 시스템을 갖추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 또한 해킹·도난 방지를 위한 보안 인프라와, 이상거래 탐지 등 내부통제 시스템도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은행권의 기존 역량(리스크 관리, 보안 투자)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술적으로는 확장성(트랜잭션 처리속도)과 상호운용성(다른 블록체인 및 코인과 교환성)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현재 은행 협의체에서는 전용 블록체인 vs 퍼블릭 블록체인 활용 등을 두고 연구를 진행 중이며, 국내표준 프로토콜 수립을 통해 참가 기관 간 호환성을 높이려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의 미래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이면서도, 초기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카이스트 류혁선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단순 발행이 아니라 실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 그는 한국이 세계적 수준의 플랫폼·콘텐츠 경쟁력을 갖춘 만큼, 이를 글로벌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며 *원스코(원화 Stablecoin)’ 시장을 제대로 만들면 기축통화에 준하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또한 샤드랩스 김호진 대표는 웹3 시대에는 스테이블코인을 선제 구축한 국가만이 새로운 유니콘을 배출할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이 마치 모바일 시장의 안드로이드/iOS 같은 운영체제가 되어 생태계 전반의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 이러한 만큼 스테이블코인은 반드시 국가가 주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 한편 입법을 주도한 민병덕 의원은 스테이블코인을 *“대한민국 디지털경제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로 규정하며, 비(非)기축통화국인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 요약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국내 금융혁신은 물론 아시아 지역의 자금 허브로 부상할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입니다 . 다만 그 전제는 건전한 제도화와 안정적인 초기 운영일 것입니다. 은행들이 진행해온 여러 실험들이 바로 그 토대를 마련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K-스테이블코인이 음원 투자부터 배달 결제까지 실생활 전반에 쓰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

Sources: 국내외 경제지 및 전문지 보도 내용    , 관련 법안 요지   , 한국은행 및 국회 논의 자료  , 업계 전문 인터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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