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는 오랫동안 국제 금융에서 패권적 지위를 누려왔으며, 전 세계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적극 매입해온 덕분에 미국 정부는 막대한 재정적자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이러한 달러 패권과 미국 부채(국채) 수요를 유지하는 새로운 경로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화폐나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으로 가치를 보증받는 디지털 자산으로서, 이미 수천만 명의 글로벌 사용자를 확보하며 24시간 국경을 넘나드는 결제와 송금을 가능케 하고 있습니다 . 특히 미국 의회와 규제당국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법제 정비에 나서면서,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은 향후 더욱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러한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전 세계에 디지털 형태의 달러 유통을 확대하고, 그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보유하는 준비자산을 통해 미국 국채에 대한 글로벌 수요를 유지하려 한다고 분석합니다 . 실제로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에서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성장을 통해 2030년까지 시가총액 2조 달러 규모로 확대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달러 지배력(dollar dominance)’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며,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으로 미국 국채에 대한 추가 수요가 창출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었습니다 . 이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논지를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와 발행 메커니즘, 주요 스테이블코인(특히 테더)과 미국 국채의 연계성, 미국 정부의 전략적 의도와 규제 움직임, 글로벌 유동성 및 달러 수요 구조, 그리고 이 경로를 통해 비트코인과 같은 대체 디지털 자산의 수요가 어떻게 확산되는지를 순차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스테이블코인 구조 및 발행 메커니즘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가치가 급등락하는 일반 암호자산과 달리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나 금과 같은 실물자산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암호자산입니다 . 가장 널리 쓰이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발행사가 달러화에 고정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동일한 가치의 준비자산을 보유하는 법정화폐 담보 방식을 채택합니다 . 이를테면 **테더(USDT)**나 서클의 USD코인(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기업이 은행 예금, 단기 국채, 상업어음 등의 안전자산을 1달러당 1코인 비율로 비축해 두고 그에 상응하는 토큰을 블록체인상에 발행합니다 . 1:1 준비금을 통한 이런 발행 메커니즘 덕분에, 스테이블코인 보유자는 언제든 토큰을 발행사에 반환하고 동등한 가치의 달러로 환급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갖게 됩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유형에는 발행사가 이러한 법정화폐 담보를 맡아 관리하는 중앙화 방식 외에도, 암호화폐를 담보로 한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예: 다이 DAI)이나 알고리즘으로 공급을 조절하는 무담보 스테이블코인(예: 과거 테라USD)도 있습니다  . 그러나 현재 글로벌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통화에 연동되고 법정화폐 자산으로 완전 담보된 형태입니다 . 이러한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블록체인 상에서 운용되는 디지털 형태의 달러로 볼 수 있으며, 안정적 가치 저장과 결제 수단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디파이(DeFi) 서비스나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결제 및 청산 통화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 특히 중앙화 거래소의 거래 데이터를 보면 전체 암호화폐 거래량의 80% 이상이 스테이블코인을 거래 쌍으로 활용하고 있을 정도로, 스테이블코인은 암호시장에 깊숙이 자리잡은 기축 통화입니다 .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변동성 높은 자산을 매도한 후에도 달러와 동일한 가치를 지닌 토큰 형태로 자금을 보유할 수 있고, 이를 다시 언제든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의 매수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신흥국 등에서는 전통 금융 인프라 없이도 디지털 달러 현금처럼 사용하거나 송금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인플레이션이 심한 국가의 국민들에게 재산 가치를 보전하는 생명줄로 쓰이기도 합니다 .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의 설계와 발행 메커니즘은 디지털 환경에서 달러화의 안정성을 구현함으로써, 암호화폐 생태계와 실물 경제 사이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국채와의 연계 구조 – 테더의 사례 중심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국채와 맺는 연결고리는 **테더(USDT)**의 사례를 통해 가장 분명히 드러납니다. 테더는 2014년 출시된 세계 최초의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으로서, 현재 시가총액 1위이자 유통 규모가 가장 큰 스테이블코인입니다 . 테더를 포함한 대다수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고객이 맡긴 달러 등을 바탕으로 준비자산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데, 초기에는 은행 예금과 단기 기업어음 등을 주로 활용하던 것이 최근에는 미국 국채 비중을 크게 늘리는 추세입니다. 그 결과 테더는 현재 세계 최대 수준의 단기 국채 보유자로 떠올랐습니다. 2025년 2분기 기준 테더가 보유한 미국 국채(Treasuries) 규모는 직접 보유 $1,055억 + 간접 보유 $213억을 합쳐 총 $1,270억(약 170조 원)에 달하며, 이 액수는 테더가 발행한 모든 USDT 토큰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담보자산을 이 거대한 미 국채로 채우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 테더의 국채 보유액은 분기 사이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25년 중반에는 독일 정부가 보유한 미 국채 규모($1,114억)를 뛰어넘어 전 세계에서 18번째로 큰 미 국채 보유 주체에 해당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 미국 재무부의 공식 통계에 잡히지는 않지만, 개별 국가들과 비교하면 테더는 캐나다, 브라질, 한국 등 대부분의 국가 중앙은행들보다 더 많은 미 국채를 들고 있는 셈입니다 . 이러한 사실은 곧 전 세계 USDT 수요가 커질수록 테더가 미국 국채를 그만큼 더 매입해야 함을 뜻합니다. 실제로 미국의 부채한도 상향으로 국채 발행이 폭증했던 2023~2025년 기간에, 스테이블코인으로 유입된 자금이 단기 국채를 대거 흡수하여 미 국채 금리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낳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 BIS(국제결제은행)는 관련 연구에서 “달러에 연동되고 미국 국채로 담보된 스테이블코인은 갈수록 머니마켓펀드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스테이블코인 자금 유입이 단기 국채 금리를 낮추고(수요 증가) 자금 유출이 금리를 높이는(매도 증가) 새로운 패턴을 관찰했다고 보고했습니다 . 다시 말해, 스테이블코인 시장으로 돈이 몰리면 그만큼 국채가 추가 매입되어 미국 정부의 단기 자금 조달에 숨통을 틔워주고, 반대로 암호자산 시장 침체로 스테이블코인 환매가 늘면 준비자산이었던 국채를 처분해야 해 국채 금리가 일시 상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테더의 사례에서 보듯,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구조는 자동적으로 미국 국채와 연결된 자금 파이프라인을 형성합니다. 전 세계 기업과 개인 투자자가 USDT를 획득하려고 달러를 지급하면, 테더는 그 달러로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을 매입하여 준비금으로 적립합니다. 이렇게 하면 테더 발행량이 늘어도 1 USDT당 1달러 가치가 유지되지만, 동시에 그 늘어난 발행량만큼 미국 국채에 대한 새로운 매수세가 생기는 효과가 있습니다 . Atlantic Council 등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정립하여 이 시장을 키우려는 움직임은 결과적으로 달러 기반 안전자산(미 국채 등)의 수요 확대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 이는 미국 입장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직접 국채를 사주지 않아도, 스테이블코인 보유를 통해 간접적으로 미국 국채를 대량 보유하도록 만드는 전략적 이점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테더는 “자사의 준비자산 구성이 공공의 통화정책 목표와 부합하여, 온체인에서 안정적인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 테더 경영진은 “$1,270억 이상의 미 국채 익스포저를 보유한 테더의 성장으로 전 세계에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고 글로벌 수요에 부응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시대의 달러 확산을 주도하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
테더뿐 아니라 대표적 스테이블코인인 USDC의 발행사 서클(Circle) 역시 준비자산 대부분을 미국 단기 국채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서클의 USDC 준비금은 “약 85%가 만기 3개월 이내 미국 재무부 채권(또는 이에 연계된 레포)에 투자되어 있고, 나머지만 현금으로 보유한다”고 밝혀져 있습니다 . 이렇게 스테이블코인들이 미 국채 위주의 보수적 준비자산 운용을 채택한 것은 토큰의 안정성을 높여 신뢰를 주기 위함이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사용자 증가 → 발행사의 국채 매입 증가 → 미국 재정에 자금 공급 증가라는 순환 구조가 굳어지고 있습니다  . 미국 재무부 입장에서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거대한 국채 투자자로 떠오른 덕분에, 국채 시장의 새로운 흡수력이 생긴 셈입니다 . 다만 이러한 연계가 가져올 잠재 리스크도 존재합니다. 예컨대 암호자산 시장 급락으로 테더나 USDC의 환매 압력이 커지면, 평소 미국 재정의 “보조 자금줄” 역할을 하던 스테이블코인들이 보유 국채를 급매도하며 국채 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 그럼에도 현재까지는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달러화와 미국 국채에 대한 글로벌 수요 기반을 지탱해주는 긍정적 측면이 부각되고 있으며, 이는 다음 장에서 살펴볼 미국 정부의 정책 대응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전략적 의도 및 금융 인프라 편입 움직임
미국 정부와 규제당국은 스테이블코인의 급성장이 가져올 기회와 위험을 모두 인식하면서, 이를 공식 금융 시스템의 틀 안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략적 의도 측면에서 보면, 미국은 달러 패권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기 위해 민간 부문에서 탄생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일정 부분 포용하려는 태도를 보입니다. 2023년 말부터 2025년에 이르는 사이 미 의회에서는 잇따라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이 발의·논의되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일명 GENIUS Act입니다 (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엄격한 예치자산 요건, 상시 1:1 상환의무, 공시 의무 등에 따라 감독하고, 모든 발행 유통 스테이블코인을 고품질 유동자산(예: 현금 및 단기 국채 등)으로 100% 담보하도록 규정했습니다 . 또한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기존 금융법 체계 안으로 편입하여 은행보안법(BSA) 등의 자금세탁 방지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하고, 해외 발행사의 미국 내 서비스도 자국 규제와 동등한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허용하도록 했습니다 . 종합하면,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결제 인프라의 한 축으로 성장시키되 은행 예금에 준하는 안전성을 갖추도록 유도하는 방향입니다. 이는 건전한 성장을 통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2천억 달러 규모 이상으로 키우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금융망에서 미국 달러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정책적 계산과 맥을 같이 합니다 . 실제로 미 의회 청문회에서 전문가들은 “연방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규율이 마련되면 2030년까지 시장이 $2조로 성장해 달러 디지털 패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
제도적 대응 면에서도 미국의 행보는 빨라지고 있습니다. 2021년 대통령 금융시장 실무그룹(PWG)은 스테이블코인을 은행 수준의 규제 하에 두어야 한다는 권고를 내놓았고, 2022~2023년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도 스테이블코인의 시스템 리스크를 거론하며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 결과 2023년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를 통과한 Stablecoin TRUST Act 등 여러 법안들이 조율을 거쳤고, 2025년에는 상원에서 GENIUS Act가 가결되며 스테이블코인 규제의 윤곽이 잡혔습니다  . (다만 최종 법제화 과정에서는 일부 정치적 이견으로 지연되기도 했습니다 .) 규제당국인 연준(Fed)과 통화감독청(OCC)도 은행들의 스테이블코인 취급 가이드라인을 모색하고 있으며, Fed는 연준의 즉시결제망(FedNow) 등 신규 결제 인프라와 스테이블코인의 연동 가능성도 실험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민간 부문에서는 페이팔(PayPal)이 자체 달러 스테이블코인(PYUSD)을 발행하는 등 거대 결제기업들도 이 흐름에 가세했고, 비자(Visa)와 마스터카드는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기존 네트워크에 통합하기 위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 중입니다 . 또한 JP모건, 시티그룹 같은 대형 은행들도 토큰화된 예금 또는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시험 도입하여 국제결제나 채권결제 시간을 단축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 이러한 움직임들은 스테이블코인이 전통 금융 인프라의 일부로 인정받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며, 미국 정부도 이를 공격적으로 전략화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물론 미국 당국이 스테이블코인을 일방적으로 장려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소비자 보호, 금융안정 및 불법자금 차단 측면에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세우려 하고 있습니다 . 예를 들어, 대부분의 규제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준비금에 대한 일일 보고와 회계 감사를 받도록 하고, 임의로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이자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무분별한 그림자은행화되거나 투자상품화되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자금세탁방지기구(FATF)나 금융안정위원회(FSB) 등도 국제 기준 차원에서 스테이블코인에 엄격한 자금세탁 방지 통제와 준비자산 투명성을 요구하는 권고안을 내놓았습니다  . 다시 말해, 미국 정부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통제하면서도, 그 혁신성과 글로벌 파급력은 활용하려는 투트랙 접근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달러의 디지털 국제화를 미국의 주도 하에 안정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중국과 EU 등은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미국 상원의 스테이블코인 법안 진전에 대해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하루빨리 추진해야 한다”는 관영매체 논평을 내보내는 등 견제에 나섰고 ,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정책 전달과 금융안정에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 BIS 역시 “스테이블코인이 각국 통화의 통화주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는데 , 이는 곧 미국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앞세워 글로벌 통화질서에서 우위를 지속하는 시나리오에 대한 견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 시점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미국이며, 제도화 속도나 활용도 면에서 미국이 한발 앞서 나가는 형국입니다 . 정리하면, 미국 정부의 전략은 안정적인 규율 아래 스테이블코인의 혁신을 흡수함으로써 달러 패권을 디지털 영역까지 확대하고, 동시에 그 이면에서 미국 국채 수요를 떠받치는 새로운 자금원으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
비트코인 수요 확대와 스테이블코인의 연결고리
스테이블코인의 부상은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다른 디지털 자산의 수요 확대와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거래의 윤활유 역할을 하면서, 비트코인 생태계의 성장을 측면 지원해왔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비트코인을 거래할 때 달러 현금 대신 USDT 같은 스테이블코인과 교환하는 거래쌍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 2025년 연준 이사회 월러(Waller) 이사의 연설에 따르면, 중앙화 거래소의 거래량 중 80% 이상이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쌍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며 , 이는 곧 비트코인 매매의 상당 부분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화대용으로 활용하여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투자자들은 현금을 입금하는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구매하여 거래소로 이동시킨 뒤, 그 스테이블코인으로 비트코인을 손쉽게 사고팝니다. 특히 전 세계 어디서나 24시간 송금이 가능한 스테이블코인의 특성상, 국가 간 자본 이동 제약이나 은행 인프라 부족을 뛰어넘어 누구나 비트코인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 예를 들어 터키나 나이지리아와 같이 자국 통화 가치가 급락한 나라들에서는 많은 국민들이 현지 통화를 USDT 등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어 가치 저장을 하고 있고, 동시에 그런 경로를 통해 비트코인 같은 자산에도 투자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 IMF 연구에 따르면, 환율 불안정성이 큰 국가일수록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급증하는데, 이는 사실상 디지털 달러화(dollarization) 현상이며 이와 함께 비트코인 등 암호자산 수요도 함께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
무엇보다 중요한 연결고리는, 암호자산 시장의 활황이 스테이블코인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미국 국채 수요로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뉴욕 연준 연구진은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같은 폭넓은 암호자산 시장 활황 국면에서 스테이블코인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 즉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을 사들이는 국면에서는 거래 결제수단인 스테이블코인이 대거 발행·유통되며(새로운 자금 유입), 반대로 암호자산 겨울이 오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잔액도 감소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 실제로 2021년 말 암호화폐 거품이 꺼지자 USDT와 USDC의 시가총액이 감소했고, 2023년 후반부터 2025년 초까지 이어진 암호시장의 회복 국면에서는 다시 USDT 발행량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 이처럼 스테이블코인과 비트코인의 시장 규모는 동조화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두고 연준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 수요는 넓은 의미의 암호자산 활동 수준과 연계되어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 이러한 동조화는 스테이블코인이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를 증폭시키는 매개임을 뜻합니다. 예컨대 어떤 투자자가 암호화폐 시장에 새로 진입하고자 할 때, 본인의 현지 통화로 직접 비트코인을 사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우선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구입한 뒤 이를 다시 비트코인으로 교환함으로써 쉽게 투자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 중동, 남미 등지의 신흥시장 투자자들은 미국 달러로 계좌 개설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구매해 달러자산을 보유하면서 동시에 비트코인 투자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 개인에게 달러 기반 투자 접근성을 제공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체 디지털 자산에 새로운 수요를 유입시키는 효과를 낳습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국채 연계 경로를 통한 비트코인 수요 확산이라는 흥미로운 관점도 제기됩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암호화폐 시장 활황 시기에 테더 등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늘어나는 발행량만큼 추가 국채를 편입하게 됩니다 . 표면적으로는 암호자산 투자 수요가 미국 국채 수요로도 연결되는 양상이며, 이는 전통 금융시장과 암호시장 간의 새로운 상호작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스테이블코인 증가로 국채시장이 안정되면, 거시경제 측면에서 유동성 환경이 완화되어 결과적으로 위험자산(주식, 암호자산 등)에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되는 피드백도 가능할 것입니다  . 다소 간접적이지만, 스테이블코인 → 국채 매입 → 금리안정 → 유동성 확대 → 비트코인 수요 재차 증가라는 순환 고리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 고리가 반드시 선순환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 불안 시에는 오히려 스테이블코인 환매 → 국채 매도 → 금융긴축 →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 급락이라는 악순환 위험도 존재합니다  . 따라서 스테이블코인을 매개로 한 비트코인 수요의 확산은 어디까지나 달러 기반 디지털 유동성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의 현상으로, 평시에는 달러 패권과 암호자산 시장의 공생을 보여주지만 위기 시에는 양측이 동반 위축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결론 및 전망: 달러 패권의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자산 흐름 변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부상은 20세기 이후 지속된 달러 패권이 21세기 디지털 경제 체제에서도 새로운 형태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미국은 민간이 주도한 스테이블코인 혁신을 자국 금융질서 안에 흡수함으로써, 달러화를 국제 디지털 플랫폼 상에서 통용되는 기축통화로 확고히 자리매김시키고 있습니다  . 전 세계 투자자와 기업들은 이제 은행을 통하지 않고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달러 표시 자산을 주고받으며 거래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미국 달러의 글로벌 사용량은 기존 금융망 밖에서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 이는 글로벌 유동성 흐름의 지형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Fed의 통화정책이나 국제 자본흐름에 의해 달러 유동성이 좌우되었다면, 이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환매에 따라 달러 유동성이 전세계로 확산되거나 회수되는 양상이 나타납니다  . 예컨대 신흥국의 경제 불안으로 현지 통화가치가 흔들릴 때 그 나라 국민들은 대거 스테이블코인을 매수하여 달러로 피신하고, 이는 다시 테더 등의 국채 매입으로 연결되어 미국 채권시장에까지 영향이 미치는 식입니다  . 이러한 달러화의 디지털 전환은 한편으로는 미국 국채에 대한 지속적 수요를 확보함으로써 미국 부채 구조의 안정을 도모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금융 시스템 바깥에서의 달러화 확산이라는 관리 과제를 안깁니다 . 미국 입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규율 정비를 통해 이 현상을 자국 이익에 부합하게 통제하려고 할 것이고, 실제로 GENIUS Act와 같은 입법이 그런 노력의 일환입니다 .
비트코인과 같은 대체 디지털 자산의 미래 역시 이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만들어낸 전 지구적 디지털 달러 유통망 위에서 비트코인은 더욱 손쉽게 거래되고 보급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스테이블코인과 비트코인의 공진화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볼 때 비트코인이 궁극적으로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가치저장 수단으로 부상할지, 아니면 달러 시스템 보완재로 남을지는 불확실합니다. 역설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이 성공적으로 디지털 시대의 달러 패권을 공고화할수록 비트코인의 대안 통화로서의 매력도는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습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달러화 확산이 각국의 통화 주권을 약화시키고 글로벌 금융 불균형을 키울 경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비트코인 등 탈중앙 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달러 패권 유지 전략이 이제 막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입니다. 현재까지의 지표를 보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며 전 세계 150여 개국에 걸쳐 디지털 달러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 미국 국채 시장에서도 스테이블코인 자금은 단기국채의 핵심 매입 세력으로 자리잡았고 ,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없이는 거래 자체가 어려울 만큼 결정적인 인프라가 되었습니다 . 이는 달러 패권이 전통 금융을 넘어 새로운 기술 플랫폼 위에서도 여전히 중심을 지키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앞으로의 전망으로는, 각국 중앙은행의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 경쟁과 민간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둘러싼 국제 공조/경쟁이 전개될 것입니다. 유럽과 중국이 자체 CBDC와 엄격한 스테이블코인 규제로 대응하고 있지만, 민간의 혁신 속도를 따라잡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 결국 당분간은 미국발(發)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미국은 달러 패권의 디지털 버전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국채에 대한 글로벌 수요기반을 유지하고자 할 것입니다. 다만 이 연결고리의 취약성도 경계해야 합니다. 암호자산 시장과 전통 금융시장의 연계가 깊어질수록 의도치 않은 위기가 전파될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 스테이블코인-국채-비트코인으로 이어지는 복합 시스템은 아직 역사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새 모델이므로, 규제당국과 투자자 모두 신중한 스트레스 테스트와 위험관리가 필요합니다 . 결론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패권 유지와 미국 부채 관리의 새로운 도구로 부상했으며, 이는 글로벌 자산 흐름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략적 대응과 국제 금융질서의 변화 속에서 달러의 디지털 패권은 어떤 형태로 굳어질지, 그리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탈중앙 자산은 그 틈바구니에서 어떠한 역할을 차지하게 될지 주목하여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참고자료
• Gita Bhatt, “How Stablecoins and Other Financial Innovations May Reshape the Global Economy,” IMF Blog (2025)  
• Victor Xing, “Stablecoins and Treasuries: A Fragile Funding Link Investors Can’t Ignore,” CFA Institute (2025)    
• Atlantic Council GeoEconomics Center, “The Stablecoin Race,” (Hung Tran & Barbara Matthews, 2025)   
• Tether, “Q2 2025 Attestation – One of Largest U.S. Debt Holders with $127B in Treasuries,” (July 31, 2025)  
• Cointelegraph, “Tether surpasses Germany’s $111B of US Treasury holdings,” (May 19, 2025)  
• Federal Reserve Board (Waller), “Reflections on a maturing stablecoin market,” Speech (Feb 2025) 
• McKinsey & Co., “Stablecoins: Payments Infrastructure for Modern Finance,” (2025)  
• Chainalysis, “The Road to Regulation Part 2: Stablecoins,” (Aug 2025)  
• IMF Working Paper, “Decrypting Crypto: How to Estimate International Stablecoin Flows,” (July 2025)  
• New York Fed (Liberty Street Economics), “Stablecoins and Crypto Shocks: An Update,”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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