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와 산업

위험가중자산 관리와 4대 금융지주 CFO의 핵심 역할

by 지식과 지혜의 나무 2025. 7. 28.
반응형


위험가중자산(RWA)Risk-Weighted Assets은 일반 투자자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은행주 투자자들에게는 익숙한 용어다. 이는 주주환원의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 산정에 쓰이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 CET1비율은 은행의 보통주자본(Common Equity Tier 1)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분모인 RWA 규모가 작을수록 CET1비율은 높아지는 구조다 . 실제 국내 4대 금융지주(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모두 CET1비율 13% 이상 유지를 주주환원 정책의 기준선으로 삼고 있으며, 이 비율을 넘는 자본은 배당·자사주 매입 등의 주주환원에 활용하고 있다 . 통상적으로 CET1비율이 13%를 넘어서면 추가적인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정책을 펼 여력이 생긴 것으로 평가된다 .

위험가중자산(RWA)과 CET1비율 관리의 중요성


은행 자산규모 대비 위험가중자산을 관리하는 일은 주주환원 여력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가 되었다. 위험가중자산이란 은행이 보유한 각종 자산에 자산별 위험도를 반영해 가중치를 곱하여 산출한 금액으로, 자산의 건전성을 고려한 지표다 . 쉽게 말해 위험이 큰 자산에는 높은 가중치가 부여되어 RWA를 빠르게 늘리고, 안전한 자산에는 낮은 가중치가 적용되어 RWA 증가 속도가 더디게 된다 . 따라서 두 은행이 동일한 규모의 대출을 내주더라도, 기업대출은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가중치가 적용되어 가계 주택담보대출보다 CET1비율을 더 많이 떨어뜨린다. 실제로 국내 은행권에서 중소기업대출의 평균 위험가중치는 주택담보대출의 3배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 이처럼 자산 포트폴리오의 위험도에 따라 CET1비율이 크게 좌우되므로, 위험가중자산 관리가 곧 자본비율 관리로 직결된다 .

다만 은행업의 특성상 자산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단순히 RWA를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 은행은 예대사업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기 때문에 무작정 자산을 줄일 수 없으며, 위험조정 자산 성장이 요구된다 . 이에 따라 은행 CFO들은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적절한 조절을 통해 RWA를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CET1비율을 높게 유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 최근에는 외환시장 변동성과 같은 대외 요인도 RWA 관리의 변수가 된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 달러자산 평가액 증가 등으로 RWA가 커져, 별다른 자본 확충 없이도 CET1비율이 하락하는 압박을 받는다 . 실제 강달러 현상과 맞물려 올 들어 국내 은행들은 RWA 관리에 애를 먹었고, 일시적으로 기업대출 취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 이는 밸류업(value-up) 정책으로 CET1비율 13% 유지 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경기 악화 시 기업 자금 공급 역할도 요구받는 이중 과제를 반영한 행보라 볼 수 있다 . 궁극적으로 은행들이 주주환원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려면 위험가중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여 CET1비율을 방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

‘밸류업’ 시대의 CFO 역할 변화


4대 금융지주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그룹 차원에서 이러한 자본 효율화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핵심 인물이다. 지주 CFO는 개별 계열사의 회계관리뿐 아니라 금융그룹 전반의 사업전략과 실적 계획을 수립하고, 계열사들의 경영 상황을 종합 조율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 특히 KB금융 양종희 회장이나 이환주 KB국민은행장처럼 CFO 출신으로 그룹 수장에 오른 사례도 있을 만큼, CFO는 전통적으로도 중요 보직이었다 . 그러나 밸류업 시대를 맞아 그 역할은 한층 더 부각되고 있다 . 과거 CFO가 단순히 그룹의 “곳간지기”로서 곳간에 얼마나 많은 곡물이 쌓여있는가(자본량)를 중시했다면, 이제는 곳간 속 곡물의 질(자본의 질과 활용도)까지 살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 다시 말해 지주 회장의 밸류업 구상을 숫자로 뒷받침하고, 자본의 효율적 운용과 주주환원 정책을 최전선에서 실행에 옮기는 역할이 바로 CFO에게 주어진 것이다 .

이러한 책임 강화와 더불어, CFO들은 대외 소통 창구로서의 역할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해외 선진국과 달리 CEO가 직접 실적발표(IR) 자리에 나서는 경우가 드문데, 그 빈자리를 CFO들이 메우고 있다 . 4대 금융지주 CFO들은 매 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경영실적을 설명하고 애널리스트·투자자들의 질의에 응답하며 시장과 적극 소통하고 있다 . 최근에는 이러한 실적발표 행사가 유튜브 생중계로까지 진행되고, 신한금융·하나금융 등은 질의응답(Q&A) 영상까지 다시보기로 제공하는 등 투명한 정보 공유에 힘쓰는 추세다 . 소통의 강도 또한 과거보다 높아져, CFO들은 자사만이 아니라 경쟁사의 상황까지 숙지하면서 언제 나올지 모르는 질문에 대비하고 있다 . 아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제 CFO가 공개 석상에서 투자자들과 활발히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신한금융지주 천상영 CFO가 2023년 4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애널리스트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CFO들이 실적과 자본정책에 관한 시장의 관심사에 직접 대응하면서 투자자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 실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요즘은 실적발표를 앞두고 시장 관심이 실적 자체보다 CET1비율과 주주환원 계획에 쏠리는 경향으로 변했다”면서, 각 금융사도 이를 잘 인지해 재무 담당 임원들의 대외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다시 말해 예전처럼 “이번 분기에 얼마 벌었다”는 식의 자랑보다는,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주주에게 얼마나 돌려줄 것인가가 경영 화두로 부상했고, 이에 따라 CFO의 역할과 역량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

4대 금융지주 CFO들의 면면과 공통점


현재 4대 금융지주 CFO로 활약 중인 나상록(KB금융), 천상영(신한금융), 박종무(하나금융), 이성욱(우리금융) 등 4인 4색의 리더들은 저마다 그룹 내 오랜 경륜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이다 . 이들은 모두 일선 은행 지점 영업 경험과 본점의 재무·경영관리 업무 경력을 두루 거쳐 CFO 자리에 올랐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 또한 학력 면에서 천상영·박종무·이성욱 CFO는 모두 연세대학교 학부 출신이고, 나상록 CFO는 서강대학교 출신으로 서로 인연이 다르지만 명문대라는 공통적 배경을 지녔다 . 전공을 보면 박종무 CFO(행정학)를 제외한 세 명이 경영학 또는 경제학 등 상경 계열을 전공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 이러한 학연·경력의 유사성은 CFO 역할에 요구되는 금융 전반에 대한 식견과 관리 역량이 공통적으로 강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각 CFO들의 연륜과 재임 기간에서는 차이가 있다. 이성욱 우리금융 CFO(1965년생)는 2020년 2월부터 CFO를 맡아 6년째 그룹 살림을 책임지는 최장수 CFO다 . 박종무 하나금융 CFO(1967년생)는 2023년 1월 부로 취임해 하나증권 경영관리그룹장을 지낸 경륜을 바탕으로 그룹 재무를 총괄하고 있다 . 천상영 신한금융 CFO(1969년생)는 2024년 1월 선임된 비교적 신임 CFO로, 신한금융 진옥동 회장의 발탁을 받아 속도감 있는 밸류업 추진을 뒷받침하고 있다 . 나상록 KB금융 CFO(1972년생)는 올해 새로 CFO에 올라온 막내 격으로, 다른 지주 CFO들이 부사장급인 것과 달리 상무 직급으로 발탁되어 눈길을 끌었다 . 각 사 CFO들이 지닌 경험의 깊이와 패기는 각기 다르지만, 모두 자사뿐만 아니라 타사 동향까지 폭넓게 파악하며 그룹의 재무전략을 조율하고 있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한다.

현재 이들 4명 모두의 임기는 올해 말로 종료될 예정이며, 관례상 지주 CFO는 최초 2년 또는 1년 임기로 선임되고 이후 연단위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 다시 말해 내년에도 계속 CFO 직을 수행하려면 올해 말 인사에서 연임에 성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올 한 해 밸류업 정책 성과에 따라 CFO들의 거취나 역할이 조정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행히도 상반기까지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 각 금융그룹 모두 밸류업 로드맵에 충실하면서도 안정감보다는 속도감 있게 주주환원을 이행해왔다는 것이다 . 실제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4대 금융 모두 이미 제시한 자본정책 로직을 충실히 따르면서, 안정감보다 속도감을 선택했다”며, 전례를 깨는 적극적 주주환원으로 인해 “은행주 재평가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 이는 CFO들이 주도한 신속한 자본 활용과 주주환원 확대 노력이 시장의 긍정적 재평가를 이끌고 있음을 보여준다.

밸류업 성과와 향후 전망


은행들의 이런 공격적인 자본 활용은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KB금융은 **올해 6월 말 CET1비율을 13.74%**까지 끌어올렸고, 13.5%를 초과하는 부분의 자본은 하반기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 아래 주당 920원의 중간배당과 8,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했다 . 나상록 KB금융 CFO는 이를 통해 “올해 총 3조100억원에 달하는 주주환원을 실행하여 역대 최고 수준의 총주주환원율을 달성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 다른 금융지주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하나금융은 CET1비율이 13%를 넘어선 데 힘입어 추가 자사주 매입과 분기배당을 단행했고,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역시 자체 기준 CET1 목표치를 달성하며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내놓고 있다  . 그 결과 4대 금융지주의 주주환원율은 모두 예년보다 크게 높아졌으며,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이러한 호조가 하반기까지 지속된다면, 연말 임원 인사에서 CFO들의 연임은 물론이고 일부는 더 중요한 보직으로의 역할 확대도 기대해볼 수 있다 . 결국 자본 효율화와 주주환원 확대를 핵심 아젠다로 내건 “밸류업 시대”에, 각 금융그룹 CFO들의 리더십이 빛나고 있는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 더 이상 (은행들이) 실적발표 자리에서 ‘이번에 돈을 얼마 벌었다’고 자랑하지 않는다”면서, 자본의 효율적 활용과 주주환원 극대화가 경영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최고재무책임자의 역할과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앞으로도 4대 금융지주 CFO들이 위험가중자산을 지혜롭게 관리하며 주주가치 제고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어떤 성과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