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타결 내용
2025년 2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회담 후 악수하고 있다. 양국은 이후 치열한 교섭 끝에 7월 23일 관세 협상 타결을 발표했다.
미국과 일본은 지속된 갈등 끝에 무역 관세 협상에서 합의를 이끌어냈다. 합의에 따르면 미국은 8월 1일부터 부과할 예정이었던 일본산 수입품에 대한 일괄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했다  . 특히 일본산 자동차에 대해서는 종전 27.5%에 달했던 관세율을 15%로 낮추고 수입 물량에 대한 상한(쿼터)은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 일본은 이에 대응하여 미국산 쌀 수입을 확대하기로 약속했는데, 이는 WTO 최소시장접근(quota) 범위 내에서 미국산 쌀의 비중을 늘리는 형태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 일본 정부는 국내 농산물 관세를 추가 인하하지 않고도 미국의 요구에 부응했다고 강조했다  . 이와 더불어 일본은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일본의 정부계 금융기관들을 통해 **약 80조 엔(미화 5,500억 달러 상당)**의 투자 및 대출 자금을 마련, 미국의 제조업 분야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 이 이니셔티브는 반도체, 에너지, 조선, 철강 등 미국이 산업 부흥을 목표로 하는 경제안보 핵심 분야에 투입될 예정이다 . 한편, 미국이 이미 인상한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 50%**는 이번 협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그대로 유지되었다 .
합의의 배경과 의미
이번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적 통상정책이 배경에 깔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25년 4월 2일을 일방적 관세 인상의 ‘해방의 날’로 선언하고, 동맹과 경쟁국을 막론한 수십 개국에 대해 최소 10%, 최대 50%의 관세 폭탄을 예고하며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 특히 자동차 분야에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여 EU, 일본, 한국 등 자동차 수출국들과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 일본의 경우 미국이 일본산 모든 수입품에 25% 관세를 매기겠다는 최후통첩 시한이 8월 1일로 다가오면서, 자국 경제에 막대한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 실제로 미국은 일본의 최대 수출시장이고, 경제 전문가들은 25% 관세 부과 시 일본 경제가 침체(Recession)에 빠질 위험을 경고해왔다 . 이러한 배경에서 일본 정부는 막판 협상을 통해 한시라도 빨리 관세 인상 폭을 낮추는 타협을 모색해왔고, 그 결과물이 이번 합의다. 15%로의 관세 인하는 당초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25% 일괄관세)을 피했다는 점에서 일본으로서는 급한 불을 끈 셈이다 . 이시바 총리는 합의 발표 자리에서 “관세율이 대미 무역흑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일미 양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하며, 베트남 등 다른 국가들과 미국 간 합의 사례(약 20%)보다 더 낮은 15%로 억제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또한 일본 측은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 자동차 관세 인하를 얻어낸 것을 일정한 성과로 내세웠다. 미국이 한때 약속했다 파기했던 자동차 관세 문제를 재협상하여 15%로 낮추고 수입량 쿼터까지 피한 것은 일본 산업계에 그나마 숨통을 틔워줄 여지가 있다.
시장 반응과 초기 평가
이번 합의 소식에 금융시장은 즉각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일본 증시는 급반등하여 니케이 평균주가가 3.5% 상승, 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 특히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주들은 10%가 넘는 폭등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안도감을 반영했다 . 이는 당초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피했다는 인식 때문으로, 실제 합의 발표 후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 미국 시장에서도 다우 지수가 1% 넘게 오르고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환영 분위기를 보였다  . 이러한 초기 반응은 합의의 긍정적 측면을 보여준다. 일본 입장에서는 25% 관세 충격을 15%로 완화하여 경제에 미칠 타격을 줄였고, 미국도 동맹국인 일본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을 두고 “사상 최대의 거래”라고 자평하면서, 일본이 자신의 지휘 아래 미국에 투자하고 미국은 그 이익의 90%를 얻는다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 실제로 백악관은 이번에 확보한 5,500억 달러 규모의 일본 투자가 “역대 최대의 대미 외국투자 약속”이며, 미국이 그 투자 수익의 90%를 가져갈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 미국으로서는 높은 관세 위협을 지렛대로 일본의 자본을 국내로 유치하고 자국 산업을 강화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일본 정부도 농산물 관세 양보 없이 미국과 타협점을 찾았다며 자국 농업 이익을 지켰다고 강조하고 있다  .
남은 문제와 우려 사항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의 내용이 일본의 국익을 충분히守った(지켰다)고 보기에는 의문과 우려가 많다. 우선 관세 15% 자체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비록 25%에서 낮췄다 하나 두 자릿수 관세는 일본 기업에 큰 부담으로 남는다. 참고로 미국은 과거 일본 자동차에 불과 2.5%의 관세만 부과해왔는데, 이번 합의 이후에도 그에 몇 배에 이르는 높은 관세 장벽이 지속되는 셈이다 . 더욱이 철강 제품에 대한 50% 관세 등 일본 주력 산업을 옥죄는 조치들은 여전히 그대로다 . 결국 일본 경제를 향한 역풍이 근본적으로 해소된 것은 아니다. 둘째, 일본의 양보 범위에 대한 논란이다. 일본은 관세 인하 폭을 줄이는 대가로 미국의 여러 요구 사항을 수용했다. 대표적으로 쌀 시장 개방이 그렇다. 일본의 쌀은 주식(主食)으로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민감한 품목인데, 일본 정부는 미국산 쌀 수입을 대폭 늘리기로 약속하며 미국의 압력에 사실상 굴복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 이시바 총리는 “일본이 지켜야 할 것은 지켰다”며 쌀 등 농산물에 대한 관세 인하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강조했지만  , 결과적으로 미국산 농산물의 시장 접근을 확대해준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쌀 수입과 관련해 일본은 WTO 협정상 매년 약 77만 톤의 쌀을 무관세로 의무 수입하고 있는데, 최근 연도에는 이 중 45% 가량을 미국산으로 들여왔다 . 이번 합의로 이 쿼터 내에서 미국산 비중을 더욱 늘리게 될 전망이다  . 쌀 생산량 감소와 물가 상승으로 일본은 최근 국내 소비량의 약 10%에 해당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쌀을 수입하기도 했지만 , 식량안보 측면에서 전략 품목인 쌀의 추가 개방 여부는 신중히 검토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셋째, 일본 기업의 대미 투자 강요 논란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높은 관세 압박을 지렛대로 일본 기업들에게 미국 현지 투자를 사실상 요구했고, 일본 정부도 이에 호응하여 막대한 정책금융 지원을 약속했다 . 일본 정부는 80조 엔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 미국이 지정하는 분야에 투자하도록 유도할 계획인데  , 이는 민간 기업 투자 결정에 정부가 개입하여 타국의 산업정책에 부응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은 나의 지휘 아래 미국에 투자한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로  , 이번 합의는 미국 측 요구에 일본이 상당 부분 끌려간 측면이 있다. 이러한 불합리한 협상 방식을 일본이 받아들임으로써 결과적으로 미국의 압박 외교에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정치와 경제에 미칠 영향
일본 정부는 이번 합의 이행에 따른 국내 영향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향후 대미 수출 감소로 자동차를 비롯한 제조업체들의 실적이 악화될 경우, 그 여파가 협력업체인 중소·중견 기업들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한 보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얼마 전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대패한 이후에도 “관세 협상을 마무리짓기 위해” 자신의 계속 집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번 합의 내용에 대해 국내외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기반이 약해진 정권이 과연 합의 결과에 책임을 다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민감한 농업 분야에서의 양보와 향후 산업계 피해 등에 대해 야당과 여론의 비판이 예상된다. 이시바 정권이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고 국익을 수호했다는 평가를 얻으려면, 합의 이후 일본 경제 주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약속된 미국 측 조치들을 성실히 이끌어내는 실행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자유무역 체제와 국제적 파장
이번 미·일 관세 합의는 세계 무역질서 측면에서도 중대한 함의를 가진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고율관세 남발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기본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WTO의 관세 상한 및 최혜국 대우(MFN) 원칙 등을 대규모로 위반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 WTO 측도 최근 미국-영국 간 관세 합의 등에 대해 다자무역의 근간인 최혜국 대우 원칙을 훼손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 이처럼 보호무역주의적 조치들은 세계 경제의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전후 일관되게 추진되어온 국제 자유무역 질서를 뒤흔드는 위험성을 갖는다 . 그동안 각국은 상호간 관세를 인하하며 무역을 확대해 경제 발전을 도모해왔고, 일본 역시 자유무역의 혜택을 크게 입어왔다. 하지만 미국의 이번 고율관세 정책에 굴복하여 양자 거래를 맺은 사례는 많지 않았다. 영국이 올해 5월 자동차 관세 10%와 수출량 제한 조건으로 미국과 가장 먼저 합의한 특例가 있었을 뿐이다 . EU, 한국 등 다른 동맹국들도 잇따라 미국과 협상을 모색하고 있으나, 자국 산업을 지키기 위한 막판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 일본만 앞서 나가 합의를 성사시켰다고 해서 문제 해결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일 같은 주요국이 고율 관세를 일부라도 용인한 전례를 남기게 되면, 이는 향후 국제통상 질서에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 일본은 자유무역 체제의 수호에 책임있는 국가다. 따라서 현 단계의 합의에 안주하지 말고, 관세 철폐를 향해 미국을 지속적으로 설득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각국이 힘을 모아 고율 관세에 대응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타협해버린다면, 다자무역체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결국 모두에게 손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론: 국익 수호를 위한 과제
이번 일미 관세 협상 타결은 양날의 검과 같다. 한쪽에서는 일본이 최악의 관세 폭탄을 피하고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일단 봉합했다는 안도감이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국익을 일부 희생한 타협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일본 정부가 **“지킬 것은 지켰다”**고 주장하는 대로 농업 등 민감 분야의 추가 양보를 억제한 측면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두 자릿수의 높은 관세 부담과 미국의 요구 수용이라는 대가를 치렀다. 더구나 이러한 합의가 글로벌 통상 질서에 주는 영향까지 고려하면, 단순한 양자 간 거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제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대응이다. 일본은 국내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미국의 약속 이행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장기적으로 관세 완전 철폐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가져올 부작용과 상호호혜적 자유무역의 가치를 거듭 강조함으로써, 동맹으로서의 설득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이번 합의는 끝이 아니라 과정의 한 단계에 불과하다. 일본이 진정으로 국익을 지키고 세계 자유무역 질서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끈질긴 협상과 국제 공조를 통해 미국의 부당한 고관세 철회를 이끌어내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전략적 대응이 앞으로의 평가를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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