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 스테이블코인 전쟁의 역사와 균열의 징후

블록체인 기반 경제에서 스테이블코인은 ‘기축통화’다. 모든 디파이 거래, NFT 결제, 탈중앙화 파생상품, 예치·차입 등 수많은 스마트컨트랙트 활동의 중추에는 통화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 자산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생태계의 숨은 근간이었으나, 2020년대 중반 들어 이 체계에 균열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 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의 규제 위협 (e.g. SEC, OFAC)
•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신뢰 붕괴 (e.g. 테라(UST)의 붕괴)
• 담보 기반 DAI의 확장성 한계와 중앙화 담보 비중 증가
이러한 맥락 속에서 ETHENA는 기존 스테이블코인 모델의 기술적·정치적·경제적 한계를 분석하고, 이더리움 기반의 탈중앙화·수익창출형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복원하고 확장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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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존 스테이블코인의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
2.1 테더(USDT), USDC: ‘중앙 은행’ 모델의 위험성
테더와 USDC는 가장 큰 스테이블코인이지만 중앙화 발행자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전제로 작동한다. 이들은 실제 달러나 국채 등 실물 자산을 오프체인에 보관하며, 사용자는 이 자산에 대한 청구권(claim)을 스마트컨트랙트가 아닌 발행사에 의존해 행사한다.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 특정 정부나 사법 당국의 명령에 따라 자산이 동결될 수 있음
• 실제 준비금의 존재 여부를 온체인에서 검증 불가능
• 스마트컨트랙트에서 신뢰할 수 있는 완전 자동화 결제 불가능
예시로, 2022년 미국 OFAC(해외자산통제국)은 Tornado Cash 지갑을 제재했고, 이에 따라 USDC와 USDT는 해당 지갑 주소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송금을 제한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탈중앙 네트워크 안에서조차 검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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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테라/루나 사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위기
테라(UST)는 알고리즘을 통해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는 실험적 모델이었다. LUNA와의 가격 연동 및 소각(mint/burn)을 통해 수요공급 균형을 유지하고자 했지만, 일단 신뢰가 무너지자 무한 발행–하락–추가 발행의 죽음의 나선에 빠져 폭락했다.
UST의 붕괴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두 가지 교훈을 남겼다:
• 내재가치 없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무너지기 쉽다
• 수익 보장이라는 허상은 시스템을 더 위험하게 만든다
ETHENA는 이 교훈을 받아들여, 알고리즘 모델이 아닌 현물 담보 + 오프체인 파생상품 + 이자수익 모델이라는 절충적 설계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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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DAI 모델의 한계와 중앙화의 역설
DAI는 메이커다오(MakerDAO)에서 발행한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의 대표주자다. ETH, WBTC 등의 담보를 예치해 생성되며, 스마트컨트랙트 기반으로 투명하게 운영된다.
하지만 DAI 역시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2023년 기준 DAI 담보의 50% 이상은 USDC였고, 이는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이 중앙화 자산을 담보로 유지되는’ 구조적 모순을 낳았다. 이는 다음과 같은 현상으로 이어졌다:
• DAI가 발행량을 늘릴수록 USDC에 의존도가 커짐
• USDC 발행사의 리스크가 그대로 DAI의 리스크로 전이됨
• DAI가 실질적으로 반탈중앙화된 스테이블코인으로 퇴행
ETHENA는 이러한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 ETH와 같은 온체인 자산을 기반으로 하되, 담보 자산 수익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추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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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더리움 생태계가 ETHENA를 필요로 한 이유
이더리움은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디파이 생태계의 허브로, 수많은 DApp과 자산이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구조적 문제들이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고 있었다:
3.1 디파이(DeFi)의 리스크 회피 수단 부재
디파이 활동은 대부분 고위험/고수익 상품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ETHENA는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했다:
• USDe 보유만으로 연 7~15% 수익률 제공
• 리스크 테이킹 없이도 디파이 진입 가능
• DAO, LP, 예치 플랫폼 등 다양한 곳에 USDe 통합 가능
이는 디파이를 보다 ‘보수적 투자자 친화적’ 생태계로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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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ETH 자산의 활용 효율성 개선
기존 이더리움 기반 담보 모델에서는 ETH를 예치해도 자산이 잠기기만 하고, 추가 수익은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ETHENA는 이 ETH를 활용해 다음과 같은 전략을 실현했다:
• ETH는 오프체인 파생 거래의 현물 포지션으로 활용됨
• 동시에 숏 포지션(선물)을 열어 델타 중립 유지
• 선물에서 발생하는 펀딩비 수익이 ETH 보유자의 간접 수익으로 귀결
즉, ETH의 ‘잠자고 있는 생산성’을 금융 구조로 다시 불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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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탈중앙 거버넌스의 필요성
ETHENA는 단순히 스테이블코인 발행 프로젝트가 아닌 커뮤니티 중심 거버넌스를 설계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차별화된다:
• ENA 홀더가 스마트컨트랙트 파라미터를 설정
• 수익 배분 비율, 담보 비율, 전략 구조 변경 등 핵심 사항을 커뮤니티가 결정
• 디파이 프로젝트들과의 연계 확장도 DAO 의사결정으로 추진
이는 탈중앙 생태계에 적합한 ‘경제 프로토콜’로서의 스테이블코인 모델이라는 점에서 이더리움 커뮤니티의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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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THENA 이전의 대안적 시도들과 그 한계
ETHENA가 처음 시도한 모델은 아니며, 과거에도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4.1 RAI: 오토노머스 머니의 실험
RAI는 ETH를 담보로 발행되며 달러에 고정되지 않고 자율적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스테이블코인이었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 입장에서 ‘기준점 없는 가격 안정’은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채택이 저조했다.
4.2 FRAX: 부분담보형 스테이블코인
FRAX는 알고리즘과 담보를 절충하여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이다. 그러나 담보 부족에 대한 시장의 불안, Frax Share(FXS) 토큰 의존도 등으로 인해 확장성에 한계가 있었다.
ETHENA는 이들 프로젝트의 장점을 일부 수용하되, 수익 모델(펀딩비) + 이중 토큰 + ETH 기반 담보라는 조합으로 진화된 구조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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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THENA의 미션 선언문과 비전
ETHENA의 백서와 커뮤니티 문서에서는 분명한 철학과 방향성이 드러난다.
“We envision a world where users have access to a censorship-resistant, yield-bearing, and capital-efficient digital dollar that is not beholden to centralized institutions.”
이 말은 다음의 핵심 가치로 정리할 수 있다:
1. 검열 저항성 (Censorship-Resistance)
→ 어떤 국가나 기관도 사용자 자산을 통제하지 못하도록
2. 수익 창출 구조 (Yield-bearing Mechanism)
→ 단순 저장 수단을 넘어 지속 가능한 수익을 제공
3. 자본 효율성 (Capital Efficiency)
→ 최소 담보로 최대 스테이블 자산을 생성하고 운용 가능하게
이러한 비전은 이더리움 커뮤니티가 추구하는 탈중앙, 투명성, 금융 혁신과 정확히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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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결론 – ETHENA는 이더리움 생태계의 금융 OS가 될 수 있는가?
ETHENA는 단순한 ‘또 하나의 스테이블코인’이 아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 테라 붕괴 이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려는 첫 실질적 시도
• ETH 기반 담보와 파생상품 수익을 결합한 정교한 경제적 구조
• 탈중앙 거버넌스와 DAO 기반 생태계 확장의 초석
• 이더리움 커뮤니티의 철학에 가장 가까운 스테이블코인 구현체
향후 ETHENA가 이더리움에서 디파이, 결제, NFT, 게임파이, DAU 등에 기축 디지털 달러로 채택된다면, 이는 단지 한 프로젝트의 성공을 넘어, 탈중앙 금융의 진정한 자립 선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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