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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서울 아파트 ‘불패신화’의 숨은 주역: 사업자대출과 전세대출

by 지식과 지혜의 나무 2025.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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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 수년간 가파르게 상승하며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불패신화’로 불려왔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낮은 금리, 수급 불균형, 투기 수요 등이 원인으로 거론됐지만, 그 이면에는 정책의 틈새를 파고든 특정 대출 형태들이 숨은 자금줄 역할을 했습니다. 바로 사업자대출과 전세자금대출(전세대출)입니다. 이 두 대출은 가계대출 규제를 우회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여 가격 상승을 부추긴 구조적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사업자대출과 전세대출이 어떻게 서울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고, 정책 변화와 그 한계를 분석합니다.

규제 피한 자금줄, 사업자대출의 부상


정부는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에 대하여 강도 높은 규제를 시행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40%로 낮추고 고가 주택(시가 15억 초과)에는 아예 담보대출을 금지하는 등 조치를 취했습니다 . 그러나 이러한 가계대출 규제의 빈틈을 파고든 것이 개인사업자대출입니다. 개인사업자대출은 형식상 기업대출로 분류되기 때문에 한때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나 차주별 DSR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고, 담보로 잡은 주택의 감정가 대비 **최대 85~90%**까지 대출이 가능했습니다 . 이는 일반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사실상 주택 구매 자금의 우회 통로가 되어왔습니다.

특히 **‘갭투자’**로 불리는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투자자들은 사업자대출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원하는 만큼 대출이 어렵게 되자, 일부 투자자들은 부동산 임대업 등 개인사업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 주택 매입 자금으로 전용하는 편법을 쓴 것입니다. 예컨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은 당초 사업 목적 자금으로만 쓰도록 되어있지만, 대출 이후 이를 주택 잔금 등의 용도로 유용하는 식입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율이 가계대출 증가율보다 1.8배 크다”**고 할 정도로 최근 개인사업자대출이 급증했는데, 금융권에서는 그 중 상당 부분이 부동산 투자 수요와 섞여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실제로 2020~2021년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된 시기에 가계대출이 막힌 자금이 개인사업자대출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뚜렷이 나타났습니다.

서울 용산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아파트 매물 가격표. 2025년 6·27 부동산 대책으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축소되자 사업자대출 등 다른 경로를 문의하는 사례가 증가했다(사진: 이데일리)

정부도 이러한 편법 대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뒤늦게 칼을 빼들었습니다. 2023년 이후 금융당국은 **“사업자대출을 이용한 주택구매는 안 된다”**며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사업자대출 용도 외 사용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습니다 . 2025년 7월에는 고강도 대출규제(6·27대책) 발표 직후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사업자대출 문의가 폭증하자, 금융감독원이 사업자대출 실행 건을 전수 점검하고 부동산 투기 용도로 쓰인 대출은 회수 및 신규대출 제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 그만큼 사업자대출은 한때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부동산 ‘불패 신화’의 숨은 자금줄 역할을 해왔으며, 이제서야 당국이 허점을 메우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입자 돈=집주인 돈’? 전세대출의 역설


한국 주택시장만의 독특한 임대차 방식인 전세제도는, 세입자가 거액의 보증금을 집주인에게 맡기고 그 대신 월세 없이 거주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때 세입자 상당수는 보증금 마련을 위해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을 받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 대출금이 집주인에게 흘러들어가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 전세대출은 애초에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한 정책적 대출로 장려되었지만, 역설적으로는 임대인(집주인)에게 유동성을 공급하여 주택 구매 여력을 높이는 간접적인 마중물이 되었습니다.

전세가격이 오르면 세입자 부담이 커지지만, 정부는 전세대출 한도를 지속 확대하여 세입자의 부담을 줄여주려 했습니다. 그 결과 전세대출 잔액은 2012년 약 23조원에서 2016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2019년에 100조원을 넘었고, 2021년 말에는 약 180조원에 달했습니다 . 아래 도표는 은행권 전세자금대출 잔액 추이와 연간 순증 규모를 보여줍니다. 특히 2017년 이후 서울 전셋값 급등기에 전세대출 공급이 크게 늘어난 모습이 뚜렷합니다.

전세자금대출 잔액 및 순증액 추이 (2012–2021년). 회색 막대는 전세대출 잔액(조원), 노란선은 연간 순증액(우측 축, 조원). 2016년 이후 전세대출이 급격히 늘어 2019년에 100조원을 돌파했고 2021년에는 약 180조원까지 증가했다 .

전세자금대출의 확대는 전세가 상승→추가 대출→더 높은 전세가의 상승 압력을 불러왔습니다 . 전세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게 되자 세입자들은 더 비싼 전세에도 뛰어들 수 있었고, 이는 전세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 전세가가 오르면 **매매가격과의 격차(LTV)**가 줄어들기 때문에 갭투자 환경이 유리해집니다 . 실제로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았던 최근 몇 년 동안 갭투자가 급증했습니다. 전세 보증금을 낀 매매의 경우 소액의 자기자본으로도 주택 매입이 가능하므로,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도 전세대출을 활용해 추가 주택 투자에 나서는 사례가 많아졌습니다 . 한 분석에 따르면, 전세대출 등으로 마련된 유동자금이 갭투자 형태로 주택시장에 재유입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

그 결과는 통계로도 확인됩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 중 갭투자 비율은 2018년 14.6%에서 2019년 27.2%로 뛰었고, 2020년에는 38.4%로 급증, 2021년에는 **무려 41.9%**에 달했습니다 . 다시 말해 2021년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10채 중 4채 이상이 전세를 끼고 매입된 것으로, 그만큼 집주인들은 세입자의 보증금을 활용해 집을 산 셈입니다. 전세대출의 저금리 자금이 이런 갭투자의 종잣돈이 되었고, 이는 서울 집값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세자금대출 확대로 인한 유동성 확대는 주택가격 안정에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과도한 전세대출에 대한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

한편 정부는 전세대출이 투기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뒤늦게 몇 가지 규제를 도입했습니다. 고가 주택에 대한 전세대출 제한이 그 하나입니다. 2020년 말부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 초과 주택을 담보로 한 전세대출을 조이고, 이어 15억 초과 초고가 아파트에는 전세대출(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대출 포함)을 전면 금지하였는데 , 이는 시가 15억 초과 주택은 주담대가 안 되니 전세를 활용해 우회 자금 조달을 하는 편법까지 차단하려는 조치였습니다. 또 다주택 보유자의 전세대출 이용 제한도 도입되어, 실제로 1주택 이상 보유자는 전세대출을 신규로 받기가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다만 이러한 규제들은 집값 급등 국면 한복판에서야 시행되었고, 그 전에 풀려나간 막대한 전세대출 자금은 이미 시장에 투입된 뒤였습니다.

대출 규제의 변화와 서울 집값과의 상관관계


서울 집값은 2017년 이후 4~5년간 큰 폭으로 상승하며 전국적인 부동산 광풍을 주도했습니다. 이 기간 정부는 여러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아 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정작 풍부한 유동성 자금이 어떻게 흘러들어가는지를 완벽히 통제하지는 못했습니다. 그 결과 가계대출 증가세는 한때 주춤하는 듯했으나, 규제 대상이 아니었던 사업자대출과 전세대출을 통해 우회 자금이 계속 공급되며 집값 상승 모멘텀이 유지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2021년 말 금융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도입 등으로 가계대출 증가율을 낮추는 데 주력했지만, 그 해 개인사업자대출은 전년보다 10% 안팎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가계대출이 막히자 “돈줄이 열린 곳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금융위원회 권대영 국장은 당시 “대출 규제의 성패는 풍선효과와 우회수단을 차단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데 달렸다”고 강조했습니다 . 이는 곧 정책 당국이 모든 자금 경로를 아우르는 거시적 시야의 중요성을 뒤늦게 인식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한 서울 아파트 가격과 전세대출 증가 사이의 상관관계도 여러 지표로 드러납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전세대출 잔액이 2016년 이후 급증한 시점과 서울 집값 폭등 시기가 상당 부분 겹칩니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전세대출 잔액 급증세가 시작된 20162017년을 전후하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도 가팔라지기 시작했습니다 . 특히 **2020년2021년**은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가 정점을 찍은 시기로, 전세대출 순증액이 연 30조원 이상으로 늘어난 동시에 서울 집값도 연 20% 안팎의 기록적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이는 전세대출을 통한 유동성 공급이 집값 상승과 동행했음을 시사합니다. 한편 사업자대출의 경우 직접적인 통계로 집값과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2020~2021년 부동산 폭등기에 많은 투자자들이 사업자대출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증언이 잇따랐습니다. 가령 **“일단 대부업체 등에서 잔금을 치른 후 수개월 뒤 연 4.5~5%대 사업자대출로 갈아탄다”**는 식의 갭투자 수법이 업계에 파다했고 , 이러한 행태가 집값 상승세를 떠받치는 동력이 되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허점을 남긴 정책과 그 반성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 정책은 강력한 듯 보였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대출을 제때 규제하지 못한 허점을 드러냈습니다. 먼저 개인사업자대출의 경우, 가계부채 관리라는 큰 틀에서 벗어난 틈을 노려 부동산 자금으로 흘러간 것을 감독당국이 뒤늦게야 직시했습니다. 가계대출 총량을 조이고 주택담보대출을 옥죄었지만, 제2금융권이나 P2P대출, 사업자대출은 한동안 규제의 그물망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이는 부동산 **투기 수요가 규제를 피해 새로운 통로를 찾아간다는 “풍선효과”**를 입증한 사례였습니다. 정책당국은 이제서야 개인사업자대출에 DSR 적용을 검토하고 편법 사용 시 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미 늦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전세자금대출 역시 초기에는 정책적 지원 수단으로만 여겨져 임대인 측면의 위험을 간과한 측면이 있습니다. 정부는 전세난 해소를 위해 청년층과 무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를 올리고 금리를 우대해주는 정책을 펴왔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전세대출이 결과적으로 집주인의 레버리지 투자를 돕는 역할을 했음에도, 당국의 인식과 대처는 한발 늦었습니다. 임대사업자 등록 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때 다주택자를 장기임대 사업자로 유도하면 전월세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일부 다주택자들이 세제 혜택과 대출 혜택을 누리며 매물 잠김과 가격 상승을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는 정책적 선의가 시장에서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결국 서울 아파트 불패신화 이면에는 정책의 빈틈을 노린 자금 조달 전략들이 큰 몫을 해왔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사업자대출과 전세대출은 원래 취지와 달리 부동산 **투기적 수요의 진입로가 되었고, 이는 정책당국의 규제 미스로 평가됩니다. 집값 안정 정책은 한 부문의 규제 강화를 넘어, 연관된 다른 부문의 풍선효과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효과를 발휘한다는 교훈을 이번 부동산 사이클은 남겼습니다. 최근 들어 정부는 뒤늦게나마 사업자대출 전수조사, 전세대출 DSR 포함 등 허점 보완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쓴소리가 나옵니다. 서울 집값 불패신화를 깨뜨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숨은 유동성 통로까지 차단하는 정교한 정책이 지속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참고자료 & 주석
•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6월중 가계대출 동향」 보도자료 (2025.07)  
•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전세자금대출 증가에 따른 시장 변화 점검」 (2022.04)  
• 이데일리, 「"사업자대출로 주택구매 안돼"…금융당국, 이달 전수조사 착수」 (2025.07.06)  
• 동아일보·뉴시스, 「“전세대출, 전세·주택가격 상승 요인…부작용 줄여야”」 (2022.04.10)  
• 한겨레, 「가계대출 막히니 개인사업자대출로 쏠려…규제 사각지대」 (2021.12.19)  (기사 내용 인용)
• 경향신문, 「더 불어난 빚… 개인사업자 대출, 액수도 연체율도 고공행진」 (2023.12.21)  (통계청 자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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