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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미국의 달러 부채 감축을 위한 '그랜드 플랜'인가?

by 지식과 지혜의 나무 2025.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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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동시에,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국가 부채를 짊어진 최대 채무국이기도 합니다. 천문학적인 부채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하는 잠재적 뇌관으로 지목됩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이 부채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듯합니다. 바로 '스테이블코인'입니다.
단순한 디지털 화폐로 여겨졌던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은 미국의 부채 부담을 완화하고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 도구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 분석은 스테이블코인이 어떻게 미국의 글로벌 금융 전략에 기여하고 있는지 심층적으로 탐구합니다.

1. 미국의 딜레마: 부채의 늪과 흔들리는 수요


미국 경제는 끊임없이 국채를 발행하여 재정 지출을 충당하는 구조에 의존해 왔습니다. 이 시스템이 유지되려면 누군가는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끊임없이 사줘야 합니다.
과거에는 중국, 일본 등 주요 무역 흑자국들이 미국 국채의 최대 구매자였습니다. 그들은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다시 미국 국채에 투자했고, 이는 미국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변하고 있습니다. 미-중 갈등 심화,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로 인해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탈(脫)달러화'를 외치며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있습니다. 또한, 미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양적 긴축(QT)을 진행하며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습니다. 미국은 자국의 막대한 부채를 소화해 줄 새로운 구매자가 절실히 필요해졌습니다.

2. 새로운 구원투수: 스테이블코인의 부상


바로 이 지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합니다. USDT(테더)나 USDC(서클)와 같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그 가치를 1달러에 고정하기 위해 발행량만큼의 준비 자산을 보유해야 합니다. 이 준비금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을까요?
놀랍게도, 대부분이 미국 단기 국채(T-bills)입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발행사들은 준비금을 늘려야 했고, 이는 곧 미국 국채에 대한 막대한 수요로 이어졌습니다.
* 거대 구매자의 탄생: 테더(Tether)는 이미 전 세계에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주체 중 하나로 부상했으며, 그 보유량은 어지간한 선진국을 능가합니다.
* 안정적인 수요: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과 상관없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는 미국 국채에 대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요를 창출합니다.
전통적인 구매자들이 이탈하는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미국 정부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들이 국채를 매입함으로써 미국은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곧 이자 부담의 실질적인 감소로 이어집니다.

3. 인플레이션 수출과 디지털 달러 헤게모니


스테이블코인이 미국의 부채 감축 플랜이라는 가설은 단순히 국채 매입 증가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 수출' 능력입니다.
국가 부채를 해결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을 통해 부채의 실질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입니다(부채의 화폐화). 하지만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자국 경제를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달러를 발행하여 부채를 충당하되,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미국 밖으로 내보내는 것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 전략을 수행하는 완벽한 도구입니다.
* 글로벌 달러 수요 증가: 아르헨티나, 튀르키예처럼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이 심각한 국가의 국민들에게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자산 가치를 보존하는 강력한 수단입니다. 또한, 국제 송금과 암호화폐 거래의 기축 통화로 사용됩니다.
* 인플레이션 분산: 전 세계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를 흡수함에 따라, 미국이 발행한 유동성은 미국 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전 세계로 퍼져나갑니다. 미국은 화폐 발행의 이익(세뇨리지)을 누리면서, 그 비용(인플레이션)은 전 세계 사용자가 분담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디지털 달러 헤게모니'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인이 자발적으로 달러 시스템에 편입되기를 원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요가 미국의 부채를 떠받치고 인플레이션 부담을 완화하는 거대한 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입니다.

4. 미국의 전략: 규제를 통한 양성화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왜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을 강력하게 금지하지 않는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하지만 이면에 숨겨진 전략적 이점을 이해하면 그 이유가 명확해집니다.
미국의 목표는 스테이블코인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통제 가능한 범위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 전략적 규제: 미국은 전면적인 금지보다는 투명성 강화, 자금 세탁 방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준비금 관리 감독(미국 국채 보유 의무화 등)에 초점을 맞춘 규제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 중국 CBDC 견제: 중국은 정부 주도로 디지털 위안화(CBDC)를 개발하며 금융 패권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여 이미 글로벌 디지털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중국의 시도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있습니다.
규제는 스테이블코인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도권 금융 시스템 안으로 편입시켜 신뢰도를 높이고 달러 시스템과의 연결고리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도입니다.
결론: 21세기 금융 질서와 스테이블코인의 역할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국제 금융 질서와 미국의 부채 전략이 맞물린 복잡한 지정학적 도구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존 금융 시스템에 도전하기 위해 탄생한 암호화폐 기술이 이제는 그 시스템의 핵심인 미국 달러와 국채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지지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천문학적인 부채에 직면한 미국에게 스테이블코인은 부채 부담을 완화하고, 인플레이션을 수출하며, 디지털 시대에도 달러의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숨겨진 무기'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달러 패권이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되는 새로운 금융의 역사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을 주시하는 것은 곧 미래 글로벌 경제 질서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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