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정부의 장기간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규제 기관 vs 플랫폼 기업의 싸움이지만, 현재까지 정황을 보면 정부가 밀릴 공산이 커 보인다. 몇 가지 이유에서 정부의 패배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첫째, 정부 제재의 실효성이 부족하다. 개인정보 3,370만 건 유출 사태 직후 정부는 범부처 태스크포스까지 꾸려 “영업정지”까지 검토했지만 실제 영업정지 처분은 실행되지 못했다 . 공정위도 쿠팡의 PB상품 검색조작·허위후기 건에 역대 최대 과징금 1,628억 원을 부과했으나 , 이는 쿠팡 연매출(약 10조 원대)의 1~2% 수준이라 타격이 제한적이다. 더욱이 쿠팡은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 등 법정 다툼으로 집행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 . 실제로 쿠팡은 공정위의 시정권고를 60일 넘게 버티고 이행하지 않거나, 개선안을 질질 끄는 전략으로 대응해왔다 . 이러한 시간벌기 전술 앞에서 정부 제재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강력한 제재 카드였던 영업정지나 형사처벌도 현실화되기 어려워 보인다. 결국 정부가 행사하는 과징금·시정명령 등은 쿠팡의 사업 근간을 건드리지 못하고, 오히려 쿠팡이 벌금 비용을 향후 수수료나 가격 인상으로 전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이 정권은 임기 4년짜리고, 모든 정책이 그렇듯 국민의 일상생활에 ‘매일 직접적으로’ 체감되는 효과가 적은 반면, 쿠팡은 매일 일상적으로 체감되는 효용이 - 국내 압도적 물류센터 및 로직, 인프라 구축에 힘입어 - 크다.
둘째, 쿠팡은 법률전과 여론전을 총동원해 정부 규제를 무력화하고 있다. 쿠팡 경영진은 전통적 한국 대기업들과 달리 사고 시 “죄송하다”는 사과보다 “법적 문제 없다”는 식의 대응을 고수해왔다  . 이는 책임 인정보다는 법리 다툼에 집중하겠다는 미국식 경영 전략으로, 한국 정부와 소비자들에겐 반성 없는 오만으로 비쳐 여론을 악화시켰다 . 그러나 쿠팡은 끝까지 법적 책임을 최소화하며 로펌식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회 청문회에서도 김범석 의장을 대신해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 임원(해럴드 로저스)을 내세워 호통식 질타를 피했고 , 정작 로저스 대표는 “미국 기준으로 법 위반 아니다”라는 취지로 답해 논란을 키웠다 . 이렇듯 쿠팡 측은 사과보다 법 논리로 맞서며, 정부 제재를 정면 돌파하거나 지연시키고 있다. 또한 쿠팡은 자사 뉴스룸과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외에 투트랙 홍보를 펼쳤는데, 한국어로는 사과문을 내면서 영문으로는 잘못된 보도에 유감 표명을 하는 식으로 투자자들에게는 안심 시그널을 보냈다. 이런 전략 덕분에 쿠팡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지위를 활용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유지하며 주가 급락을 방어했다 . 즉 한국 내 사업을 영위하는 미국 기업임을 내세워 국내 여론의 비판보다 미국 투자자들의 이익 보호를 우선한 셈이다 .
셋째, 쿠팡의 해외상장사 지위와 미국의 개입이 정부 손발을 묶고 있다. 쿠팡은 2021년 미국 NYSE 상장 후 미국 정치권 로비에만 약 1,075만 달러(한화 150억~159억 원)를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 그 결과 미국 의회에서는 쿠팡 사태에 대해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마녀사냥한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 미 하원 무역소위 청문회에서 스미스 의원은 “한국 규제당국이 미국 기술기업들을 표적 삼고 있다”며 쿠팡 사례를 콕 집어 비난했고 , 밀러 의원은 한국 국회의 쿠팡 규제를 “정치적 witch-hunt”에 비유하며 미국인 경영진 2명(쿠팡의 로저스·김범석)을 향한 마녀사냥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 심지어 미 의회에서는 한국이 한·미 공동팩트시트의 약속(디지털 규제 비차별)을 어겼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 이는 사실상 미국 정부·의회가 쿠팡의 ‘보호막’ 역할을 자처한 모양새다. 한국 대통령실이 “쿠팡 사태를 한미 통상 이슈로 비화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지만, 실제 정부 대응 수위는 미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렀다. 온플법(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도 애초 독점규제 조항을 담았다가 미국 측 반발에 결국 입점업체 보호 위주로 후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외압에 흔들린 정책 속에 정부 규제의 일관성은 깨졌고, 행정 신뢰성도 타격을 입었다.
넷째, 여론·정치 지형 역시 정부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2025년 정보유출 이후 여론조사에서 “쿠팡 영업정지에 찬성”이 58%로 과반이었지만 , 정작 2030 젊은층은 반대가 우세했다 . 이는 쿠팡 서비스 의존도가 높은 세대에서는 강경 제재에 신중하다는 뜻이다. 정치권도 여야로 갈려, 진보 진영은 “쿠팡 철퇴”를 외쳤지만 보수 진영은 “과도한 규제로 혁신을 옥죄면 안 된다”며 제동을 걸었다. 실제로 국회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쿠팡을 맹공했지만, 여당 의원들은 “예전 정부의 규제 실패가 쿠팡을 키웠다”며 책임을 과거에 돌리는 등 한 목소리를 못 냈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쿠팡 규제에 앞장선 정치인들이 뒤로는 자신의 의원실로 쿠팡 택배를 시키는 내로남불이 드러나 여론의 조롱을 사기도 했다 .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강경 조치를 밀어붙여도 정치적 동력이 약하고, 국민적 지지도 세대·성향별로 갈라져 정부 편만 드는 것이 아니다. 쿠팡의 편의성을 완전히 대체할 경쟁자가 없는 현실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나가면 국민 불편과 반발이 커질 우려도 있다  . 결국 정부로서도 여론 눈치와 정치적 부담 때문에 쿠팡에 대한 초강경 카드는 쓰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유들을 종합하면, 정부 패배, 쿠팡 승리의 전망이 현실성을 보인다. 물론 정부도 공정위 제재와 검찰 수사 등 최후의 칼을 만지작거리고 있고, 쿠팡도 이번 사태로 브랜드 이미지 실추와 일부 고객 이탈이라는 보이지 않는 타격을 입었다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쿠팡은 이미 국내 유통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만큼 공고한 입지를 구축했고, 현재의 위기 국면에서도 핵심 사업을 멈추지 않고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정부는 규제 공백과 늑장 대응으로 쿠팡을 거대화시킨 후, 뒤늦게 호통을 쳤지만 정작 결정적 한 방을 날리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이 싸움의 판세는 쿠팡 쪽으로 기운 지 오래다. 특별한 변수 없이 이대로 간다면, “쿠팡 vs 정부”의 충돌은 정부의 사실상 패배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의지가 아닌 시장과 자본의 힘이 승리하는 셈인데, 이는 규제 당국으로서도 뼈아픈 대목이다. 결국 정부가 이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면 보다 일관되고 강력한 제도 개선과 국민적 설득이 필요한데, 지금까지의 행보로 보건대 그 길은 험난해 보인다. 현실적으로 쿠팡의 판정승이 예견되는 가운데, 이 승부의 최종 피해자는 국민 신뢰와 공정한 시장 질서일 수 있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남긴다. 정부로서는 이번 경험을 뼈저리게 되새겨, 앞으로 제2의 쿠팡 사태를 막을 근본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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