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현대 산업의 필수 자원

희토류 원소 17종은 첨단 기술 제품과 군사 장비에 필수적인 소재로, 스마트폰, 전기차 모터, 풍력발전기, 레이더, 첨단 합금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됩니다  .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희토류는 지각 내 비교적 흔하지만 경제적으로 채굴 가능한 형태로 집중되어 있지 않아 추출과 정제가 매우 어렵습니다 . 특히 희토류 광산에서 채굴한 광석을 순도 높게 분리·정제하는 공정은 극도로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며, 환경 오염 처리 문제까지 수반합니다  . 이로 인해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에서 정제 기술과 역량이 희소한 핵심 요소가 되었습니다.
중국의 희토류 정제 분야 거의 독점적 지위
중국 내몽골 바오터우의 희토류 생산 공장 내부 모습. 중국은 희토류 원소의 분리·정제 공정에서 거의 독점적 기술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희토류 채굴뿐 아니라 정제·분리 분야에서 절대적인 글로벌 지위를 구축했습니다. 2020년대 중반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정제의 약 90% 이상이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 2025년 기준으로 중국이 세계 희토류 정제 능력의 92%를 담당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 특히 고순도(ultra-high purity) 희토류 산물의 정련에 있어서는 중국이 사실상 10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어, 이 분야를 중국이 독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이는 중국이 희토류 광산 자체를 모두 독점해서가 아니라, 희토류 광석을 고순도 희토류로 안정적으로 대량 분리해내는 정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실제로 지질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은 전 세계의 약 38~49% 수준에 불과하지만 , 중국은 자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채굴된 희토류 원료까지 수입하여 정제함으로써 공급망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의 마운틴패스(Mountain Pass) 광산 등에서 산출된 희토류 광산물도 최종 고순도 정제로는 중국 시설에 의존해온 실정입니다 . 결국 희토류 정제 기술력의 격차가 중국의 공급망 지배력의 원천이며, 희토류 원료를 확보한 다른 국가들도 최종 고순도 소재를 얻기 위해서는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었습니다 .
‘희토류의 아버지’ 쉬광셴과 용매 추출 혁신
중국이 이처럼 희토류 정제 분야에서 앞서나가게 된 배경에는 **쉬광셴(徐光憲, 1920~2015)**이라는 세계적 화학자의 공로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쉬광셴 박사는 미국 콜롬비아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후 희토류 화학 연구에 투신하여, 중국 과학계에서 “중국 희토류의 아버지“로 불릴 만큼 지대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 특히 용매 추출(solvant extraction) 기술을 체계화하여 여러 희토류 원소를 고순도로 분리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 1970년대에 쉬광셴은 추출 이론과 공정을 연구하여 희토류 원소의 용매 추출 연속분리에 대한 수학적 모델과 설계를 제시했고, 이로써 이전보다 추출 효율과 비용을 혁신적으로 개선했습니다  . 그의 연구는 중국이 수천 회에 이르는 다단계 추출 공정을 효과적으로 설계·운용할 수 있게 하여 희토류 정제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
쉬광셴이 확립한 용매 추출법을 적용하면 순도 99.999% (5N급)의 초고순도 희토류 소재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이는 항공우주 합금이나 정밀 전자재료에 요구되는 극한의 순도 기준을 충족하는 수준으로, 현재 전 세계에서 이러한 수준의 희토류 정제를 실현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고 평가됩니다  . 쉬광셴의 공헌으로 중국은 1980년대 이후 희토류 분리 기술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했고, 1980년대 말에는 희토류 화학 연구센터와 국가중점실험실을 설립하여 관련 인재를 양성하고 기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 이렇듯 한 과학자의 비전과 기술 혁신이 중국 희토류 산업 발전의 토대를 놓았으며, 중국 정부는 이후 국영기업들과 막대한 투자를 통해 이 우위를 공고히 했습니다  .
국가 안보 기술로 분류된 희토류 정제 기밀주의
중국은 희토류 정제 기술을 전략적 자산이자 국가 안보 사안으로 간주하여, 관련 기술을 대외적으로 철저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쉬광셴 원사가 확립한 용매추출 분리 공정의 상세 노하우는 중국 정부에 의해 국가기밀로 분류되어 외부에 공개되거나 특허로 출원되지 않았으며, 해외로 유출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 중국 당국은 이러한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법적·행정적 규제를 두어왔고, 최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희토류 정제에 사용되는 기술과 장비의 수출까지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예를 들어 2024년과 2025년에 중국 상무부는 희토류 광산 채굴 및 정련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를 수출하려면 특별 허가를 받도록 하는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여, 자국의 희토류 기술이 해외로 이전되지 않도록 막고 있습니다  . 2025년 10월 발표된 규정에서는 희토류 원소의 정제에 필요한 여러 장비와 공정 기술이 수출통제 목록에 추가되었으며, 중국산 기술이나 소재를 활용해 해외에서 생산하는 경우에도 중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강력한 통제를 가하고 있습니다  . 이러한 기밀주의와 통제 전략은 중국이 어렵게 쌓은 기술적 초격차를 지키기 위한 방어막으로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의 정제 기술과 중국과의 격차
중국 외에도 미국, 일본, 프랑스 등 몇몇 국가가 희토류 정제 기술 및 소규모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예를 들어 미국은 한때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캘리포니아 마운틴패스 광산)으로 활약했지만, 환경 규제와 경제성 문제로 2000년대에 생산을 중단했다가 최근에서야 재가동하는 등 공백이 있었습니다  . 호주의 라이너스(Lynas) 사는 말레이시아에서 정제공장을 운영하며 중국 외 희토류 공급처로 떠올랐고, 프랑스의 솔베이(Solvay)도 일부 희토류 분리를 수행하는 역사가 있습니다. 일본은 중국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재활용 기술 개발 및 호주 등과의 합작 투자로 일부 공급망을 확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기술 수준이나 생산 규모는 중국에 미치지 못하며, 특히 대량의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고순도로 분리해내는 연속공정 운용 능력에서 현격한 격차가 있습니다 .
이 격차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희토류 정제 공정의 극단적인 복잡성입니다. 희토류 원소들은 화학적 성질이 매우 유사해 한 가지 원소를 다른 원소로부터 완벽히 분리하려면 수많은 반복 분리가 필요합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각 원소 그룹별로 나누어 1차 분리를 한 후, 개별 원소별로 수백~수천 단계에 이르는 용매 추출 및 이온교환 과정을 거쳐야 원하는 고순도 산물을 얻습니다 . 이러한 다단계 공정에서는 단계마다 온도, pH, 용매 비율, 반응 시간 등 수많은 변수를 정밀 제어해야 하며, 조금만 오차가 생겨도 분리 효율과 품질이 떨어집니다 . 중국은 오랜 기간 축적된 방대한 실험 데이터와 현장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 변수들을 최적 관리하는 기술을 갖추고 있지만  , 다른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짧은 연구 역사와 제한된 운영 경험으로 인해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특히 환경 및 안전 규제가 엄격한 서방 국가들에서는 중국에서와 같은 대규모의 추출 공정을 운영하기가 더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경제성 확보를 위한 정부 지원 없이는 중국과 경쟁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 다시 말해, 기술 격차 + 경험 격차 + 비용 격차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중국이 희토류 정제 분야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 노력과 미얀마 사례
중국의 지배적 위치에 대응하여 미국과 동맹국들은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와 자립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 광물의 국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며, 국방부(DOD)는 2025년 7월 미국의 희토류 기업 MP머티리얼즈(MP Materials)와 파트너십을 맺어 직접 주주로 참여하는 등 적극 지원에 나섰습니다  . 이러한 공공투자는 미국 내 정제 시설 확충과 자석 제조까지 아우르는 가치사슬 구축을 목표로 하지만, 성과를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지속 투자가 필요할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희토류 정제 인프라를 재건하고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최소 5~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 일본과 유럽 역시 호주, 아프리카 등지에서 희토류 프로젝트를 발굴하거나 재활용을 통한 대체 공급원 확보에 힘쓰고 있지만, 단기간에 중국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한편, 미얀마와 같은 제3국의 희토류 자원을 활용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미얀마는 중국과 국경을 접한 카친(Kachin) 및 샨(Shan) 주 등에 풍부한 희토류 매장량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일각에서 미국 등이 대안 공급원으로 주목했습니다 . 그러나 미얀마의 희토류 채굴은 대부분 비공식적으로 중국 회사들과 현지 무장세력(예: KIA)이 결탁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채굴된 원료는 거의 전량 중국으로 반출되어 1차 가공됩니다 . 미얀마 자체에는 고순도 희토류로 분리 정제할 기술이나 시설이 전무하기 때문에, 설령 외국이 미얀마 원료를 확보한들 상업적으로 쓸 수 있는 형태로 정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 실제로 최근 미국 부통령실에 제출된 미얀마 희토류 접근 관련 제안들도, 기술·물류 인프라의 부재와 중국에 대한 현지 의존도 등을 이유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 이처럼 지정학적 야망보다 기술 현실이 앞서는 사례에서 보듯, 중국을 우회한 새로운 희토류 공급망 구축은 단순히 광산 매장지 확보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정제기술 확보와 현지 인프라 구축이라는 더 큰 과제를 필요로 합니다.
결론: 기술 격차 극복의 과제
중국은 희토류 정제 분야에서 오랜 연구개발과 산업정책의 결실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희토류 광산 개발과 정제 기술 개발에 착수하고 있지만, 중국이 쌓아온 수십 년의 경험과 규모의 경제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려운 형편입니다  . 희토류 정제 부문은 초기 투자비용이 막대하고 환경처리 비용도 높아 민간 기업만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으므로, 정부 주도의 장기적 전략 없이는 성과를 내기 힘듭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이 분야의 취약점을 극복하려면 당장의 경제적 손실을 감내하면서도 지속적인 기술 투자와 인력 양성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보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며 그 사이 중국의 우위는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신기술 혁신(예: 희토류 대체 소재 연구, 신환경 분리공정 개발, 재활용 기술 등)이 이루어진다면 판도를 일부 바꿀 여지가 있습니다.
결국 희토류 공급망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중국의 기술 독점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글로벌 협력과 기술 공유를 통한 생산 다변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중국이 갖춘 희토류 정제 기술의 초격차를 단숨에 좁히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꾸준히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향후 몇 년에서 수십 년 내에 일부 격차를 줄이고 보다 다극화된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상황은 중국에 유리하게 기울어 있지만, 미래 희토류 산업의 주도권 경쟁은 기술 개발 의지와 전략적 인내심에 달려있다고 하겠습니다.
참고 자료: 중국 관영 매체 및 스팀슨센터 보고 내용 요약  ; Saskatchewan Research Council 보고  ; Bipartisan Policy Center 분석 ; Reuters 통신 보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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