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조아인 연구원은 11월 5일 코스피가 장중 5%대 급락한 상황에 대해 "중장기 조정 국면으로의 진입은 아닐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일 뿐이며, 미국발 리스크 완화와 한국 기업의 견조한 이익 모멘텀이 하락을 방어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현재 시장이 직면한 복합적인 위기를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증권사 리포트가 고질적으로 보여온 '희망 회로'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조 연구원이 제시한 판단 근거들은 다음과 같은 심각한 모순과 위험 요소를 간과하고 있습니다.
1. 미국발 리스크의 과소평가: '해결 가능한 이슈'가 아닌 시스템 위기
조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셧다운을 "해결 가능한 이슈"로 치부하고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으나, 이는 현실을 심각하게 오도하는 분석입니다.
* 정치 시스템의 마비: 셧다운이 35일째 이어지며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고, 임시예산안 표결은 14번째 부결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교착 상태가 아니라 미국 행정 및 입법 기능의 마비를 의미합니다. '해결 가능'하다는 막연한 기대와 달리, 불확실성은 극대화되고 있으며 이는 시장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합니다.
* 즉각적인 유동성 경색: 조 연구원은 양적 긴축 종료로 유동성 확대 추세를 기대하면서도, 동시에 셧다운 장기화로 미 재무부 일반계정(TGA) 잔액이 높게 유지되어 유동성 경색 우려가 확산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모순입니다. TGA 잔액이 높다는 것은 시중에 풀려야 할 돈이 정부 금고에 묶여 있다는 뜻이며, 이는 연준의 미래 정책 방향과 무관하게 현재 시장에 심각한 유동성 압박을 유발합니다.
2. 반도체 편중의 함정: AI 거품 논란과 집중 리스크
한국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양호하다는 분석은 특정 섹터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라는 구조적 취약점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 위험한 쏠림 현상: 코스피200 기업의 예상 순이익 전망치가 18% 증가했는데, 이 중 반도체 업종이 17.2%포인트를 기여했다는 사실은 한국 증시의 강점이 아니라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이는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산업의 이익 모멘텀은 사실상 정체되어 있음을 의미하며, 반도체 업황이 꺾이는 순간 증시 전체가 붕괴할 수 있는 극도의 '집중 리스크(Concentration Risk)'에 노출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 상승 동력의 근간을 위협하는 AI 버블: 결정적으로 이번 급락의 방아쇠는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등 글로벌 IB CEO들의 "AI 주가 고평가 가능성" 언급이었습니다. 조 연구원은 AI 거품 우려로 시장이 폭락했다고 진단하면서도, 그 AI에 의존하는 반도체 이익 모멘텀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모순을 보입니다. 만약 AI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다면, 한국 증시의 조정은 예상보다 훨씬 깊고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3.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이라는 안일한 해석
코스피가 한 달간 20% 가까이 급등했으므로 차익 실현은 당연하다는 분석은 표면적입니다. 장중 5%대의 하락은 건전한 조정의 범위를 넘어섭니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적 공포가 임계점을 넘어선 '패닉 셀링(Panic Selling)'의 신호탄일 수 있습니다. 특히 급격한(Parabolic) 상승 이후 나타나는 급락은 추세 전환의 시작점인 경우가 많으며, 과열된 시장이 식는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습니다.
4. 경제연구소 연구원이나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의 예측의 구조적 한계와 신뢰성 문제
결정적으로, 우리는 연구원이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부정확했는지를 상기해야 합니다.
증권사 또는 유관연구소는 주식 거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며, 시장 활황을 유지해야 하는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습니다. 이로 인해 애널리스트들은 시장의 위험을 경고하는 '매도(Sell)' 리포트보다는 현재의 추세를 정당화하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경향이 있습니다.
2000년 닷컴 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역사적인 대폭락 직전까지도 대다수 증권사들은 낙관론을 유지했습니다. 그들은 시스템의 변곡점을 예측하기보다 현재의 데이터를 후행적으로 분석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번 5% 급락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으로 "조정은 길지 않다"고 단언하는 것은 이러한 과거의 행태와 다르지 않습니다.
결론
현재 코스피가 직면한 상황은 단순한 숨 고르기가 아닙니다. 역대 최장의 미국 셧다운이라는 정치적 불안정, TGA 잔고 급증에 따른 단기 유동성 압박, 그리고 시장 상승을 주도했던 AI 및 반도체 섹터의 고평가 논란이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서, 불확실한 금리 인하 기대감과 취약한 이익 구조만을 근거로 중장기 조정을 부인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판단입니다. 투자자들은 증권사의 안일한 낙관론을 경계하고, 현재의 급락을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알리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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