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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산업

2025년 3분기 세계 반도체 기업 영업이익 순위 tsmc sk하이닉스 삼성전자

by 지식과 지혜의 나무 2025.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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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ecutive Summary


2025년 3분기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인공지능(AI)이라는 단일 동인에 의해 재편되는 구조적 변화가 고착화되었음을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AI 가치 사슬에 깊숙이 편입된 기업들은 전례 없는 수준의 수익성을 달성한 반면, 전통적인 소비자 시장에 의존하는 분야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회복세에 그치며 산업 내 양극화가 심화되었습니다.
수익성 순위의 최정상에는 파운드리 부문의 압도적 지배력을 바탕으로 한 TSMC가 자리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서버용 고성용량 메모리 수요 폭증에 힘입어 극적인 부활에 성공한 메모리 기업들이 위치했습니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막대한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시장의 부활을 주도했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또한 견고한 실적으로 상위권을 형성했습니다.

이번 분기의 지배적인 테마는 'AI 슈퍼사이클'이 더 이상 미래 예측이 아닌, 시장의 현실 그 자체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AI는 기업들의 설비 투자(CAPEX), 연구개발(R&D) 우선순위, 그리고 시장의 경쟁 구도 전체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단일 트렌드는 분기 사상 최대 실적과 기업 간 실적 격차 확대를 이끈 근본적인 동력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3분기 실적은 첨단 로직(TSMC의 3나노/2나노 공정)과 고성능 메모리(SK하이닉스의 HBM) 분야에서의 기술 리더십이 수익성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후발 주자들에게 기술 격차를 따라잡기 위한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중대한 전략적 도전 과제를 제기합니다. 동시에 미중 무역 정책과 같은 지정학적 긴장은 여전히 산업 전반의 변동성을 키우는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남아있습니다.

제 1장: 2025년 3분기 반도체 시장 환경: 두 개의 층으로 나뉜 시장


2025년 3분기 실적을 분석하기에 앞서, 당시 시장을 규정했던 거시적 환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시기 반도체 시장은 AI 관련 수요가 폭발하며 완전히 새로운 경제 현실을 창출한 부문과, 전통적인 반도체 수요처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인 부문으로 명확히 양분되었습니다.

1.1 AI 주도 호황 대 미온적 소비자 시장 회복


3분기 반도체 산업 성장의 엔진은 단연 AI 인프라, 데이터센터, 고성능 컴퓨팅(HPC) 분야의 폭발적인 투자였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TSMC의 전체 매출에서 HPC 부문이 57%를 차지했다는 점과 , SK하이닉스가 'AI 슈퍼사이클'로 인해 D램과 낸드 제품 모두 '솔드아웃(완판)' 상태에 이르렀다고 발표한 데서 명확히 드러납니다.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와 글로벌 기업들이 생성형 AI 모델 훈련 및 추론을 위해 GPU와 AI 가속기 확보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면서, 관련 반도체 수요는 공급을 초과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반면, 스마트폰과 PC 등 전통적인 시장은 회복의 기미를 보였으나 그 성장세는 제한적이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은 상반기의 소폭 성장 이후 성장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으며, 주요 업체들의 재고 조정이 수요 약세로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AI라는 강력한 수요처를 확보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실적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이러한 시장의 이중성은 AI가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단순한 수요 증가를 넘어, 산업 전체의 수익 구조를 재편하는 '플라이휠 효과(Flywheel Effect)'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AI 칩(GPU, 맞춤형 ASIC)에 대한 폭발적 수요는 TSMC의 가장 수익성 높은 최첨단 파운드리 서비스(3나노, 5나노) 수요를 견인하며 막대한 이익을 창출합니다. 이 AI 칩들은 다시 엄청난 메모리 대역폭을 필요로 하여, 프로세서에 직접 실장되는 HBM에 대한 수요를 폭발시킵니다. 이 수요는 SK하이닉스와 같은 HBM 선도 기업에 막대한 가격 프리미엄과 높은 마진을 안겨주며 기록적인 수익성의 원천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구성된 AI 서버는 대용량의 고속 저장 장치를 필요로 하여 서버용 SSD와 DDR5 D램 모듈 수요를 급증시키고, 이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을 포함한 전체 메모리 시장의 호황으로 이어집니다. 즉, AI 붐은 각 부문이 서로의 수요를 증폭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했으며, 3분기 기업들의 수익성은 이 플라이휠의 어느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느냐에 따라 계층화되었습니다.

1.2 지정학적 역풍과 공급망 변동성


미중 무역 갈등과 관세 정책은 2025년 3분기에도 여전히 시장의 핵심 변수로 작용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리스크에 대비한 일부 기업들의 선제적인 재고 축적 움직임이 있었고, 이는 단기적인 수요 변동을 야기했습니다. 이러한 정책적 불확실성은 장기적인 안정성을 전제로 하는 막대한 규모의 팹(Fab) 투자와 장비 구매 결정에 상당한 위험 요소로 작용하며, 기업들의 공급망 전략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반도체 자립화 노력과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는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는 압력으로 작용하며, 기업들은 생산 기지를 다변화하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전략을 고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1.3 가격 결정 환경: 고성능 칩의 판매자 우위 시장


3분기 가격 환경은 제품군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HBM과 같은 고성능 메모리와 TSMC의 최첨단 파운드리 노드 서비스는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공급 제약적 환경이 조성되면서 판매자에게 막대한 가격 결정권을 부여했습니다. 이는 해당 제품들의 생산이 극도로 복잡하고 막대한 자본 투자를 요구하기에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반면, DDR4나 범용 낸드플래시와 같은 제품들의 가격 회복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이는 순수한 수요 폭증보다는, 주요 제조사들이 구세대 제품인 DDR4 생산을 전략적으로 단종하거나 축소하여 인위적으로 가격을 상승시키고, 고객사들의 수요를 신세대 제품인 DDR5로 전환시키려는 의도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이 전략은 성공적으로 작용하여 범용 메모리 시장의 수익성 개선에도 기여했습니다.

제 2장: 반도체 기업 영업이익 순위 및 경쟁력 분석


2025년 3분기는 AI 관련 사업의 성과가 기업의 운명을 가른 분기였습니다. 본 장에서는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순위를 정하고, 각 기업의 실적을 견인한 핵심 동력과 그 이면에 담긴 경쟁력의 차이를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모든 재무 수치는 직접적인 비교를 위해 미국 달러(USD)로 환산했으며, 원화(KRW) 환산에는 분기 평균 환율인 1,400원/달러를 적용했습니다.

표 1: 2025년 3분기 글로벌 반도체 기업 영업이익 순위
| 순위 | 기업 | 2025년 3분기 영업이익 (USD) | 2025년 3분기 영업이익률 (%) | 핵심 이익 동인
| 1 | TSMC | 167억 4,000만 달러 | 50.6% | AI/HPC용 최첨단 노드(3나노/5나노) 파운드리 독점 |
| 2 | SK하이닉스 | 약 81억 3,000만 달러 | 약 46.5% | 고수익 HBM 시장 선도 및 견조한 D램 실적 |
| 3 | 삼성전자 (DS부문) | 약 50억 달러 | 약 21.1% | 사상 최대 메모리 매출(HBM, DDR5, SSD) 및 파운드리 실적 개선 |
| 4 |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 25억 달러 | 26.8% | 견조한 D램 및 HBM 판매, AI 수요에 성공적 대응 |
| 5 | 글로벌파운드리스 | (미발표, 5억 달러 미만 추정) | (미발표, 20% 미만 추정) | 자동차, IoT 등 특화된 성숙 공정 기반 틈새 시장 |
주: 마이크론의 실적은 2025년 5월 29일 마감된 회계연도 3분기 기준이며, 시장 동향을 반영하는 가장 근접한 지표로 사용됨.

2.1 난공불락의 선두: TSMC의 이익 엔진


TSMC는 2025년 3분기 매출 331억 달러에 영업이익 167억 4,000만 달러라는 경이적인 실적을 기록하며, 업계 최고 수준인 50.6%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시장 1위를 넘어선 구조적 지배력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압도적인 수익성은 전적으로 최첨단 기술 노드, 특히 3나노와 5나노 공정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두 공정은 전체 웨이퍼 매출의 60%를 차지하며 , 엔비디아, 애플, AMD 등 세계 최고 팹리스 기업들의 AI GPU와 CPU를 생산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특히 AI 칩을 포함하는 고성능 컴퓨팅(HPC) 부문은 이제 TSMC 전체 매출의 57%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사업으로 부상했습니다. C.C. 웨이(C.C. Wei) CEO가 AI 관련 수요를 "미친 수준(insane)"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시장의 수요는 TSMC의 낙관적인 전망조차 뛰어넘었습니다.

2.2 한국 거인들의 부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매출 24조 4,489억 원(약 174억 6,000만 달러)에 영업이익 11조 3,834억 원(약 81억 3,000만 달러)이라는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약 46.5%에 달하는 경이로운 영업이익률은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지배력에서 기인합니다. SK하이닉스는 전체 HBM 시장에서 58%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 HBM은 D램 전체 매출의 40%에 육박하는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전체 D램 시장에서도 3분기 연속 매출액 1위(점유율 35%)를 유지하며 삼성전자(34%)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매출 33조 1,000억 원(약 236억 4,000만 달러)에 영업이익 7조 원(약 50억 달러)을 기록하며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영업이익률은 21.1%로, 이는 DS부문 내 여러 사업부의 실적이 합산된 결과입니다. 실적 개선의 일등 공신은 메모리 사업부로, 모든 주요 고객사에 HBM3E 양산 판매를 확대하고 서버용 SSD 및 DDR5 수요 강세에 힘입어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파운드리 사업부 또한 기록적인 수주 실적과 팹 가동률 개선, 일회성 비용 감소 효과로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루며 적자폭이 1조원대로, 종래의 2조원대에 비해 축소되었습니다.

2.3 AI 물결에 올라탄 마이크론의 도약


마이크론은 2025 회계연도 3분기(5월 29일 마감)에 매출 93억 달러, 영업이익 25억 달러를 기록하며 26.8%의 견조한 영업이익률을 보였습니다. 이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로, 마이크론이 AI발 수요 증가의 수혜를 효과적으로 누리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D램 매출(71억 달러)이 견인했으며, 이는 HBM 판매 호조와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 증가에 힘입은 결과입니다. 마이크론은 미국 내 제조 시설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자국 생산 인센티브를 활용하고 공급망을 안정화하려는 장기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4 그 외 시장 참여자: 글로벌파운드리스


글로벌파운드리스의 3분기 실적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으나, 매출은 약 16억 7,500만 달러 수준으로 전망됩니다. 영업이익 규모는 선두 그룹에 비해 현저히 작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글로벌파운드리스가 최첨단 AI 칩 시장이 아닌,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등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성숙 공정 기반의 특화 시장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실적 분석에서 영업이익의 절대 금액만큼이나 중요한 지표는 영업이익률입니다. TSMC의 50.6%, SK하이닉스의 46.5%와 같은 높은 이익률은 단순한 실적 호조를 넘어 시장 지배력의 증거입니다. TSMC의 이익률은 최첨단 파운드리 노드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공급자로서 누리는 독점적 가격 결정력을 반영합니다. SK하이닉스의 이익률은 HBM이라는 새로운 핵심 기술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 얻는 기술 프리미엄을 보여줍니다. 반면, 삼성전자 DS부문의 21.1%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이익률은 통합 반도체 기업(IDM)으로서의 복합적인 재무 구조를 드러냅니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자랑하는 메모리 사업부의 이익이, TSMC와 힘겨운 경쟁을 벌이며 아직 수익성이 낮은 파운드리 사업부의 실적과 합산되면서 희석되었음을 시사합니다. 즉, 영업이익률은 각 기업의 기술적, 시장적 지위와 전략적 선택이 재무 성과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지표라 할 수 있습니다.

제 3장: 사업 부문별 심층 분석: 수익성의 격전지


기업별 실적을 구성하는 각 사업 부문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수익성 경쟁이 벌어지는 핵심 격전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2025년 3분기는 메모리 시장의 극적인 부활과 파운드리 시장의 1강 체제 고착화가 동시에 나타난 시기였습니다.

3.1 메모리 시장: AI가 이끈 부활


길고 혹독했던 침체기를 지나 메모리 시장은 AI 수요를 발판으로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3분기 전체 메모리 시장 매출 기준으로는 삼성전자가 194억 달러를 기록하며, 175억 달러의 SK하이닉스를 제치고 1위 자리를 탈환했습니다. 이는 삼성전자가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에서 막대한 생산 규모를 바탕으로 시장 회복의 과실을 효과적으로 거두었음을 보여줍니다.

D램 - HBM 효과

D램 시장은 AI의 영향이 가장 첨예하게 나타나는 곳입니다. SK하이닉스가 35%의 매출 점유율로 선두를 지켰고, 삼성전자가 34%로 그 뒤를 바짝 쫓았습니다. SK하이닉스의 리더십은 HBM 시장에서의 58%*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에 기반합니다. 회사는 이미 차세대 제품인 HBM4 준비에 착수했으며, TSMC와 베이스 다이(Base die) 생산에 협력하는 등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삼성전자는 초기의 HBM 부진을 성공적으로 만회했습니다. 3분기에는 모든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HBM3E 양산 공급을 시작했으며, HBM4 샘플 출하까지 완료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의 HBM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80% 이상 급증하며, 시장의 강력한 경쟁자로 복귀했음을 알렸습니다.

낸드플래시 - 조용한 회복
낸드플래시 시장 역시 AI 서버용 고용량 기업용 SSD(eSSD) 수요 증가와 전반적인 가격 회복에 힘입어 안정적인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가장 최근의 시장 점유율 데이터인 2025년 2분기 기준, 삼성전자가 32.9%로 1위를, SK그룹(솔리다임 포함)이 21.1%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3분기에도 AI 서버향 수요가 강세를 보였음을 감안할 때, 이러한 시장 구조는 유지되거나 더욱 공고해졌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3.2 파운드리 전선: 나노미터를 향한 경쟁


파운드리 시장은 경쟁이라기보다는 사실상 TSMC의 독주 체제가 더욱 굳어진 모습입니다. 가장 최근 집계된 2025년 2분기 데이터에 따르면, TSMC는 무려 70.2%의 매출 점유율을 기록한 반면, 2위인 삼성 파운드리는 7.3%에 그쳤습니다. 오히려 3위인 simc, 이 중국기업과의 점유율 격차가 4%p도 나지 않아 미래가 더 부정적일 전망입니다.

기술적 해자(Moat)

TSMC의 이익은 엔비디아, 애플, AMD와 같은 AI 산업의 핵심 설계 기업들에게 3나노 및 5나노 웨이퍼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능력에서 나옵니다. 이처럼 복잡한 공정을 높은 수율로 안정적으로 양산하는 능력은 경쟁사들이 넘기 어려운 깊고 넓은 기술적, 경제적 해자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현대 통합 반도체 기업(IDM)이 직면한 전략적 딜레마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삼성은 메모리와 파운드리라는 두 개의 전선에서 동시에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메모리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와 경쟁하며, 3분기에 범용 제품의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전체 매출 1위 자리를 되찾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규모와 집중적 기술 리더십 간의 대결 구도입니다. 반면,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TSMC라는 압도적인 경쟁자를 상대로 힘겨운 추격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는 도전자와 독점적 시장 지배자 간의 싸움입니다.
이러한 'IDM 딜레마'의 핵심은, 파운드리에서 TSMC를 따라잡기 위해 투입되는 막대한 자본과 R&D 인력이, 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는 데 사용될 수도 있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HBM4 베이스 다이를 자체 생산하는 등 두 사업 간의 시너지 효과도 존재하지만 , 3분기 재무 성과는 결국 수익성이 매우 높은 메모리 사업부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파운드리 사업부를 지원하는 형태임을 보여줍니다. 이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전체 수익성이 TSMC나 SK하이닉스보다 낮은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삼성전자가 이 두 전선 간의 자원 배분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향후 10년의 수익성을 결정할 핵심 전략 과제가 될 것입니다.

제 4장: 전략적 전망 및 제언


2025년 3분기 실적 분석을 바탕으로, 향후 반도체 산업의 지형을 결정할 핵심 동향과 잠재적 리스크를 전망하고,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전략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합니다.

4.1 2026년을 향한 길: 다음 격전지


2026년 반도체 시장의 경쟁 구도는 차세대 기술의 주도권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 HBM4: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는 메모리 기업들의 수익성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기술 변곡점입니다. SK하이닉스는 현재의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R&D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HBM4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가 2026년 이후 메모리 시장의 판도를 결정할 것입니다.
*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이는 삼성 파운드리의 명운을 건 전략적 승부수입니다. 만약 삼성이 TSMC보다 먼저 높은 수율로 2나노 GAA 공정 양산에 성공한다면, 이는 최상위 고객사들을 다시 유치하고 TSMC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반대로 이 기술 경쟁에서 뒤처진다면,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습니다.
* 온디바이스 AI (On-Device AI): 현재의 AI 붐이 데이터센터에 집중되어 있다면, 다음 물결은 AI 기능이 PC, 스마트폰 등 개인 기기로 확산되는 '엣지(Edge)'에서 일어날 것입니다. 이는 저전력 고성능 메모리(LPDDR5x 등)와 효율적인 신경망처리장치(NPU)가 내장된 프로세서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며, 데이터센터를 넘어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4.2 잠재적 리스크 관리: 과잉 공급과 지정학


장밋빛 전망 이면에는 관리해야 할 명백한 리스크들이 존재합니다.
* 버블의 위험: 현재의 기록적인 호황은 업계 전반의 막대한 설비 투자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만약 2026년 또는 2027년에 AI 관련 투자가 예상보다 둔화될 경우, 이는 심각한 과잉 공급으로 이어져 또 다른 하강 사이클을 촉발할 수 있습니다.
* 지정학적 변수: 미국의 관세 정책과 수출 통제 조치는 여전히 시장 안정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외부 요인입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될 경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두 개의 블록으로 분절되어 기업들이 중국과 서방 시장을 위해 별도의 공급망을 구축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4.3 이해관계자를 위한 결론적 시사점


* 투자자: 3분기 실적은 모든 반도체 기업이 동일한 수혜를 입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수익성은 소수의 기술 선도 기업에 극도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는 산업 전반의 막연한 성장 기대감이 아닌, 개별 기업이 AI 가치 사슬 내에서 차지하는 구체적인 기술적 위치(최첨단 파운드리 노드 리더십, HBM 시장 점유율 등)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 기업 전략가: 이번 실적은 기술적 차별화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메모리 기업에게는 HBM과 차세대 D램 기술 개발이, 파운드리 기업에게는 다음 세대 공정 노드로의 전환이 사활을 건 과제입니다. 뚜렷한 기술적 우위 없이 중간에 위치한 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 정책 입안가: 3분기 결과는 AI 핵심 부품(대만의 최첨단 파운드리, 한국의 HBM)의 공급망이 특정 지역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줍니다. 이는 미국 CHIPS Act와 같은 정책이 자국 내 생산 시설을 장려하며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하려는 전략적 타당성을 뒷받침합니다. 마이크론이 이러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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