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와 정치

한국 사회의 전관예우 논란 종합 조사

by 지식과 지혜의 나무 2025. 10. 6.
반응형


1. 전관예우의 개념과 기원


‘전관예우(前官禮遇)’는 문자 그대로는 “전직 관리에 대한 예우”를 뜻한다. 원래는 장관급 이상의 고위 관직자를 퇴임 후에도 직위에 준하는 호칭과 의전을 해주는 관행을 가리켰다. 그러나 현대 한국에서는 법조계를 중심으로 전직 고위 공직자에게 주어지는 특혜라는 부정적 의미로 통용된다. 법률 분야에서 전관예우란 판사나 검사 등으로 재직하다 퇴임하여 변호사가 된 사람이 맡은 사건에 대해 법원이나 검찰이 특별히 우대해주는 관행을 말한다 . 예를 들어 전직 판·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한 후 수임한 소송에서 유리한 판결 등 비공식적 특혜를 받는 것을 전관예우라고 정의할 수 있다 .

이 개념의 기원은 한국 사법제도의 인맥 구조와 역사적 관행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소수만 합격하던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동기 연수를 거쳐 판·검사로 임용되는 구조에서, 같은 기수 또는 선후배 사이에 끈끈한 유대가 형성되었다  . 젊은 나이에 임용된 판사·검사들이 40~50대에 조기에 퇴직하여 변호사로 전직하는 사례가 많았고 , 이들이 퇴임 후에도 예전 동료나 후배들과 인간적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사법 업무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 법률적으로 “전관예우”라는 용어가 명시적으로 정의된 법령이나 판례는 없지만, 그 실체는 오랫동안 관행으로 인식되어 왔다. 결국 전관예우는 공직과 민간 법조계의 경계에서 형성된 한국 특유의 사법문화로서, 겉으로 드러내기 어려운 비공식 특혜 관행을 의미하게 되었다 . 이러한 이유로 일부에서는 “예우” 대신 “전관특혜”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 바 있다 .

2. 전관예우 관행의 실제 모습과 유형


전관예우 관행은 여러 형태의 특혜로 나타나며, 전직 공직자 출신 변호사들은 이를 통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고, 사건 처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유형이 존재한다:
• ① 높은 수임료와 급여: 전관 출신 변호사는 의뢰인들로부터 매우 높은 수임료를 책정할 수 있다. 의뢰인들은 전관 변호사가 사건을 유리하게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비용을 불문하고 그들을 찾는 경향이 있다  . 실제로 전관 변호사들의 소득은 퇴직 직전 봉급의 10~15배에 달한다는 분석이 있다 . 예컨대 2006년 참여연대가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관 변호사들은 퇴직 1년 이내에 이전 연봉의 10~15배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 대형 로펌에 영입된 경우 연봉 수준은 더 높아져, 전직 대법관의 월수입이 8천만 원에서 2억 원에 달한다는 국회 증언도 있었다  . 실제로 2006년 국정감사에서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월평균 보수가 약 8천만~2억 원, 고등법원장급 전관은 약 7천만 원 등으로 조사되었고 , 퇴직 직후 몇 달 만에 수십억 원대 수임료를 번 사례도 보고되었다 . 대표적으로 안대희 전 대법관은 퇴임 후 5개월간 16억 원, 홍만표 전 검사장은 1년간 91억 원의 수임료를 올린 사실이 알려져 사회적 논란이 되었다 .
• ② 재판 결과 및 수사에 대한 영향: 전관 변호사가 개입된 사건에서는 기소 여부나 재판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심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실제 법조인들도 이를 일부 인정하는데, 한 설문조사에서 검사들의 15.9%는 전관 변호사 선임 시 기소/불기소 결정이 바뀐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판사들의 13.3%는 형사재판의 결론이 바뀔 수 있다고 답했다 . 이러한 인식은 통계 데이터로도 뒷받침된다. 대법원 관계자가 2003년에 밝힌 바에 따르면, 전관 출신이 맡은 사건의 상고심 기각률(사건 각하·기각 비율)이 일반 변호사 사건보다 현저히 낮았다고 한다 . 실제로 1990년 이후 퇴임한 대법관 32명 중 29명이 변호사가 되었는데, 이들 중 수임 자료 파악이 가능한 13명의 사건을 분석한 결과 약 63.2%가 대법원까지 올라갔다 . 이는 일반 변호사의 상고심 비율(약 3742% 수준으로 추정)과 큰 차이를 보이는 수치다. 특히 이돈희 전 대법관은 맡은 사건의 94.3%, **송진훈 전 대법관은 92.7%**를 대법원까지 끌어올렸고, **정귀호 전 대법관도 82.2%**에 이르러 일반적인 비율을 훨씬 상회했다  . 또한 전관 변호사가 변론을 맡으면 1심에서의 집행유예 선고 확률이 일반 사건보다 1420%p 높았다는 분석도 있다 . 이는 전관의 영향력이 양형(형량 결정) 단계에서 작용해 실형을 면하게 하는 경우가 더 많음을 시사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전관 변호사가 같은 법원 출신 판사 앞에서 구속적부심을 맡았을 때 석방률이 56.8%로, 전체 평균(46.5%)보다 10%p 이상 높았다는 국회 조사 결과도 있다  . 이처럼 기소 여부, 보석·구속 판단, 선고 형량 등 판·검사의 재량이 개입되는 부분에서 전관예우의 효과가 드러난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

위 그림은 전관예우에 대한 법조계 내부 설문 결과로, 판사들의 인정률은 23.2%에 불과하지만 검사 42.9%, 변호사 75.8% 등 전관예우의 실재를 인정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 즉, 법원 내부자보다 수사기관이나 변호사들, 그리고 일반 직원들이 전관예우의 존재를 더 크게 체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인식 격차는 판사들이 전관예우 문제에 대해 엄격한 자기 객관화를 못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
• ③ 사건 처리 과정의 비공식 편의: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면 공식 절차 밖에서 각종 편의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예컨대 검찰 출석 일정을 피의자 측에 유리하게 조율해주거나, 재판 과정에서 증거 채택이나 보석 결정 등에 묵시적 호의를 보이는 사례가 전해진다 . 법원·검찰청에서 선배님이 부탁하셨다는 말 한마디에 일정이 조정되거나, 전관 변호사의 전화 한 통으로 수사 방향이 유리해진다는 식의 일화들이 법조계에 공공연히 떠돈다. 실제로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법관 출신 전관이 상고심 사건에 이름만 올려주는 대가로 3천만 원을 받고, 담당 판·검사에게 전화 한 통 넣어주는 ‘전화변론’은 5천만 원이 시세”라고 증언했다  . 이러한 “도장값”이나 “전화변론” 관행은 공식 기록에 남지 않는 방식으로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관예우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물론 현직 판·검사들은 이런 행위를 절대 인정하지 않지만, 전·현직 간에 보이지 않는 정보 공유나 암묵적 신호가 오갈 수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 ④ 사건 브로커와 몰래 변론: 전관예우의 그늘에는 사건 브로커의 존재도 있다. 일부 브로커들은 전관 출신과의 연결을 미끼로 의뢰인에게 과도한 수임료를 받아 챙기는 등 전관예우 프리미엄을 부풀리는 역할을 한다 . 더 나아가 전관 출신 변호사가 공식 변호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몰래 변론’ 사례도 과거 문제되었다. 이러한 몰래 변론은 현행법상 징계 및 형사처벌 대상인 명백한 불법행위이지만, 과거에 22명의 변호사가 몰래 변론으로 징계받았고 그 절반이 검찰 전관이었다는 통계가 나와 사회에 충격을 준 바 있다  . 이는 전관예우의 병폐가 극단으로 치달으면 뇌물이나 청탁과 다를 바 없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전관예우는 높은 경제적 대가와 사법 절차상 특혜라는 두 측면에서 구체화되어 왔다. 이러한 관행 때문에 일반 국민은 사법정의에 대한 불신을 품게 되었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돈 있고 백 있는 사람은 무죄, 돈 없고 힘없으면 유죄)라는 냉소적 인식이 퍼지기도 했다 . 법원행정처 설문에서 법조계 종사자 5명 중 1명은 “돈이 더 들더라도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라고 권하겠다”고 답했을 정도로, 전관예우는 사법서비스 시장의 현실로 자리잡은 면이 있다 . 다만 전관예우의 효과에 대해서는 일부 반론도 있다. 예컨대 법원 내부에서는 “전관 변호사의 유리한 결과는 결국 그들의 실력과 풍부한 경륜 때문”이라는 항변이 있다 . 즉, 유능한 법조인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일 뿐 특혜로 단정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실력과 특혜를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많으며, 설령 일부 사건에서 오해가 있다 해도 전관예우로 인한 구조적 불신이 사법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3. 전관예우: 이해충돌 문제이지만 왜 불법은 아닌가?


전관예우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내지 퇴직 공직자의 사적 이익 추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직 판·검사가 자신의 선배나 동료였던 전관 변호사의 사건을 처리할 때 공정성을 잃는다면 이는 명백한 이해충돌이며, 전관 변호사가 과거 지위와 인맥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한다면 공직 윤리에 반하는 행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관예우 자체는 형사처벌 등 불법으로 다루기 어려운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① 전관예우는 비공식적이고 암묵적인 행태이다: 전관예우는 법령에 존재하지 않는 보이지 않는 관행으로서, 그것을 직접 처벌할 법 조항이 없다. 예를 들어 판사가 전관 변호사의 주장에 내심 우호적으로 판단했다 해도, 그것을 위법으로 단정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 법률상 재판과 수사는 법과 양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지만, 특정 판결이 전관예우 때문인지 입증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돈이나 청탁의 대가 관계가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한, 단지 선배라서 예우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처벌 근거가 없다. 결국 전관예우는 불법과 합법 사이의 회색지대, 즉 합법을 가장한 특혜의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법망을 피해가는 경우가 많았다 .
• ② 현행 법체계상 처벌하려면 뇌물죄·공무원직권남용죄 등의 구성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전관예우가 금품 수수나 청탁과 결부되면 뇌물죄나 변호사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전관 변호사의 고액 수임료 자체는 합법적인 계약으로 포장된다. 형식상 적법한 변호사 보수 계약서를 작성하면 설령 그 금액이 전관 프리미엄을 반영한 것이라 해도 처벌이 어렵다 . 또한 현직 판·검사가 전관에게 편의를 주었다고 해도, 그것이 직권남용이나 공무상 비밀누설 등으로 입증되지 않으면 형사책임을 묻기 힘들다. 실제 재판 결과나 수사 방향의 편의제공은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재량 범위 내 판단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다시 말해, 전관예우의 부당함을 모두가 알고 있어도 이를 법적으로 증명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것이다.
• ③ 퇴직한 전관 변호사는 더 이상 공무원이 아니어서 공직자 윤리법의 직접 적용을 받지 않는다: 공직자윤리법 등은 현직 공무원의 이해충돌을 주로 규율하며, 퇴직 공무원에 대한 사후제재는 제한적이다. 전관 변호사가 사적인 지위를 활용하더라도 그는 민간인 신분이므로 직접 처벌하거나 제재할 법적 지위가 마땅치 않았다. 다만 변호사로서의 품위 유지 의무나 변호사법상의 일부 제한이 있을 뿐인데, 이것으로는 전관예우라는 광범위한 관행을 포착하여 제재하기에 역부족이었다. 결국 법과 제도의 공백을 틈타 전관예우는 오랫동안 암암리에 지속된 것이다.
• ④ 사회적 인식과 묵인: 과거에는 전관예우를 어느 정도 당연시하거나 묵인하는 분위기도 존재했다. 유능한 인재를 공직에 유치하기 위한 후불보상이라는 음성적 논리가 있었고 , 전관 출신이 일정 정도 잘나가는 것을 눈감아 주자는 정서도 있었다. 이는 잘못된 관행이지만 법 위반으로 엄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에 전관예우는 불문율처럼 굳어져 쉽게 사법처리 대상이 되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전관예우는 심각한 이해충돌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제도적 제재를 받지 않은 사각지대였다. 물론 개별적으로 드러난 전관 비리 사건(예: 브로커 개입, 금품 제공)은 처벌되었지만, 전관예우라는 일반 관행 전체를 범죄시할 수는 없는 한계가 있었다. 다만 최근에는 이러한 관행 자체를 부패의 온상으로 보고 투명성과 통제 장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제도가 변모하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등은 전관예우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사례로 볼 수 있다 . 결국 전관예우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윤리적 문제였기에 불법으로 다루기 어려웠던 것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전 예방적 제도 개선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4. 로펌의 전관 영입 관행과 활용 사례


대형 로펌을 비롯한 법률시장에서는 전관 출신 인사의 영입을 중요한 영업 전략으로 활용해왔다. 로펌들은 전직 고위 법관이나 검사 등을 고문, 고용변호사 또는 파트너 변호사로 채용하여 그들의 경력과 인맥을 홍보에 활용한다. 공식적으로는 “경험豊富한 인재 영입”이라고 하지만, 의뢰인들은 그 로펌에 전관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호의적인 결과를 기대하곤 한다 . 실제로 김앤장, 광장, 태평양, 세종, 화우, 율촌 등 한국의 주요 로펌들은 오래전부터 수많은 전관들을 영입해왔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퇴임 대법관 29명 중 15명이 이러한 대형 로펌에 소속되어 있었다 . 검찰 고위직이나 판사 출신들도 마찬가지로 로펌의 러브콜을 받아 “로펌행(行)” 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다 .

로펌들은 전관 영입 시 언론에 홍보 자료를 배포하거나 법조 인맥을 강조하며, 의뢰인들에게 사실상 “우리 로펌에는 힘있는 전관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비록 변호사법상 전관과의 연고를 내세운 광고는 금지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 법조계 인맥은 소문과 인맥망을 통해 홍보된다. 예를 들어 로펌 웹사이트나 브로셔에 “전직 대법관 ○○○ 영입”, “前 서울지검 특수부장 합류” 등의 기사가 실리는 것만으로 의뢰인들은 그 의미를 파악한다. 이러한 간접 광고 효과 때문에 전관 영입은 로펌의 사건 유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 .

실제 사례를 보면, 전관 영입 효과가 극명했던 사건들이 다수 있다. 앞서 언급한 진로그룹 장진호 전 회장 사건이 대표적이다. 장 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한 후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5년으로 형이 크게 감경되었다 . 이 극적인 결과 차이는 국민과 변호사들 사이에서 역시 전관예우 덕분이라는 의혹을 낳았지만, 법원 측은 이를 두고 전관 변호사의 능력과 경륜이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는 일화가 있다 . 또 다른 사례로, 앞서 언급한 안대희 전 대법관은 퇴임 직후 로펌에 들어가 5개월 만에 16억 원을 벌었는데 , 이는 그가 대법관 지낸 경력 자체가 로펌 클라이언트를 끌어들이는 막강한 ‘브랜드임을 보여준다. 홍만표 전 검사장 역시 특수통 검사장 경력을 바탕으로 1년 만에 90억 원대 수임을 기록하며 전관 프리미엄의 정점을 찍었으나 , 이후 그 과정에서의 각종 청탁 혐의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렇듯 전관 출신 영입 → 고액 사건 수임 → 단기간 고소득의 공식이 성립하면서, 로펌과 전관 간에 사실상의 공생 관계가 형성되어 왔다.

로펌의 전관 활용은 사건 수임 경쟁이 치열한 특정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기업 형사사건이나 대형 민사소송에서 전관 변호사의 이름값이 의뢰인에게는 일종의 보험처럼 여겨진다. 심지어 대법관 이름만 올려도 3천만 원이라는 ‘도장값’ 거래가 공공연하며 , 로펌은 이러한 전관 명의를 빌려 사건을 유치하기도 한다. 실제로 일부 전관은 재판 서류에 이름만 올리고 실제로는 관여하지 않으면서도 지분 수임료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전관 변호사가 있는 로펌은 해당 전관의 인맥을 통해 정보 수집과 전략 수립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컨대 검찰 수사 흐름에 밝은 전관이 수사 기관의 내부 분위기나 향후 조치를 미리 알아내 대응하는 식이다. 이런 이유로 대기업이나 유력 인사들은 중요한 사건 발생 시 전관이 많은 로펌을 선호해왔고, 로펌들은 저마다 더 영향력 있는 전관을 영입하기 위한 경쟁을 벌여왔다 .

전관 영입 관행은 법조계 외에도 다른 공직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이를테면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경찰 고위직 등이 퇴직 후 관련 업계 기업이나 로펌의 고문으로 가는 일도 흔하며 , 이러한 “전관 로비” 가능성이 늘 지적되어 왔다. 다만 법조계의 전관예우가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사법절차의 성패에 미치는 영향이 직접적이고, 재판 결과라는 공적 영역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론과 국민의 비판도 주로 법조 전관예우에 집중되어 있다. 로펌의 전관 영입에 대해서는 “법률시장 논리상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과 “결국 사법 특권 카르텔이다”라는 비판론이 상존하며, 최근에는 이러한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한 다양한 제도 개선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5.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제도적 대응과 개선 논의


전관예우의 폐해가 꾸준히 제기되자, 입법부와 사법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개선책이 논의되고 시행되어왔다. 크게 사건 수임 제한, 이해충돌 방지, 투명성 제고, 윤리의식 강화의 측면에서 접근해볼 수 있다.

(1) 변호사법상 수임 제한 규정: 2011년 일명 전관예우 금지법으로 불린 변호사법 개정이 이루어져, 퇴직 판·검사 등이 퇴직 후 1년간은 자신의 전(前) 근무지와 관련된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제한하였다 . 구체적으로는 판사는 퇴직 직전 근무한 법원의 사건을, 검사는 퇴직 직전 근무한 검찰청 관할 사건을 1년 동안 수임 금지하는 등 규정을 두었다. 이 기간에는 해당 기관을 상대로 한 송무나 수사사건에 관여할 수 없게 하여, 퇴직 직후 전관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목적이었다. 2012년부터 시행된 이 수임 제한 규정은 전관예우 관행에 일부 제약을 가했으나, 1년만 지나면 그만이라는 한계도 분명했다 . 이에 따라 이후 추가 개선 논의가 이어졌다.

2021년에는 수임 제한 기간을 최대 3년으로 연장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 이 개정에 따르면, 고위 공직자(재산공개 의무 대상자)의 경우 퇴직 전 3년간 근무한 기관의 사건을 퇴직 후 3년간 수임 금지하고, 중간 직급(취업심사 대상자)은 2년, 그 외는 종전대로 1년으로 퇴직 직급에 따라 차등적 수임 제한을 두었다 . 예를 들어 대법관·검찰총장 등은 3년, 고등법원 부장판사·검사장은 2년, 일반 판·검사는 1년 등으로 전관의 영향력 크기에 비례하여 제한 기간을 늘린 것이다. 또한 이 개정에서는 수임 제한 규정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를 막기 위해, 변호인 선임계를 내지 않고 몰래 관여하는 행위나 퇴직 전 자신이 직접 취급했던 사건을 수임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강화했다 . 이와 함께 로펌에 고문 등으로 취업한 퇴직 공직자도 ‘사무직원’으로 간주하여,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연고 관계를 이용한 광고나 사건 유치 활동을 하지 못하게 규제하였다 . 즉, 사무장 형태로 로펌에 들어가 전관 인맥을 활용하는 편법도 제도적으로 막은 것이다. 나아가 법원이나 검찰뿐만 아니라 공정위·국세청·금감원 등 감독·규제기관 출신 전관이 해당 기관 사건을 수임하는 것도 제한하도록 연고관계 광고 금지 대상 기관을 확대하였다 . 이러한 수임 제한 규정의 강화로 인해, 겉으로 드러나는 전관의 노골적인 개업행태는 많이 개선되었다는 평가가 있다. 실제로 일부 퇴직 고위 법관은 변호사 개업을 아예 포기하고 다른 공익적 역할을 선택하거나(예: 박보영 전 대법관이 퇴임 후 지방법원 판사로 재임용된 사례 ), 개업하더라도 일정 기간 사회봉사에 집중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2)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2020년대에 들어 가장 큰 변화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2021년 제정, 2022년 5월 시행)의 도입이다. 이 법은 현직 공직자가 사적 이해관계가 얽힌 직무를 처리하지 못하도록 의무화한 것으로, 전관예우의 수혜를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가 반영되었다 .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최근 2년 이내에 퇴직한 전직 공직자가 자기 기관의 업무와 관련된 경우 그 사실을 신고하고 해당 업무에서 손을 떼야(직무회피) 한다 . 예를 들어 판사라면 2년 내에 퇴직한 동료 판사가 변호인으로 등장한 사건을 맡을 경우 보고 및 재배당 절차를 거쳐야 하고, 검사의 경우 최근 퇴직한 상사가 연루된 사건 수사를 회피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에는 징계 등 제재가 따른다. 이 조치는 전관과 현직의 직접적 접촉을 원천봉쇄함으로써, “전관예우가 발붙일 수 없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 나아가 이 법은 현관예우”라고 불리는 역방향 이해충돌도 규율한다. 즉, 민간 로펌에 있던 사람이 고위 공직자가 된 경우에도, 임용 전 2년 내 재직했던 로펌이나 기업의 관련 업무를 맡을 때는 신고 및 회피하도록 정해져 있다 . 이로써 정부 고위직이 과거 몸담았던 로펌에 특혜를 주는 것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 이해충돌방지법의 시행으로 전관예우 관련 사후적 통제에서 벗어나 사전적 예방체계가 마련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

(3) 법원·검찰의 내부 규정과 윤리 기준: 사법부와 검찰도 전관예우 시비를 줄이기 위해 내부적으로 사건 배당 및 처리를 투명화하는 조치를 취해왔다. 법원은 전자배당제 등을 통해 사건을 무작위 배당하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재판부 구성원이 특정 변호사와 특별한 연고관계가 있을 경우 자진 회피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재판 공정성에 영향 줄 사정이 있으면 직권으로라도 재배당하도록 한 내부 지침도 마련되었다고 한다. 검찰 역시 2015년경 전관예우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수사팀과 전관 변호사 간의 접촉 보고 의무, 사건 처리 시 상급자의 승인 절차 등을 도입하였다. 그러나 2022년 대검찰청이 내부 이해충돌 방지 규정의 ‘이해관계인’ 범위를 오히려 축소 개정하여 논란이 있었다  . 이 개정으로 전관 출신 변호사가 개입한 경우 회피 대상 범위를 좁힌 것인데,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이 전관예우 방지의 고삐를 늦추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 이에 대해 시민단체(경실련 등)는 즉각 “검찰이 전관예우를 오히려 조장하려 한다”며 규정 원상복귀를 촉구하기도 했다  . 이러한 갈등은 전관예우 근절 노력이 일관되고 지속적이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4) 투명성 제고와 정보공개: 전관예우를 뒷받침하는 요인 중 하나로 법률시장 정보의 비대칭성이 지적된다  . 일반 국민이 변호사의 능력이나 평판을 알기 어려워 “전관”이라는 타이틀에 의존하게 되는 구조인 것이다  . 이를 개선하기 위해 판결문 공개 확대(변호사 이름 공개 검토), 변호사 경력·수임내역 데이터베이스 구축, 법률서비스 온라인 플랫폼 활성화 등의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2018년 대법원 산하 사법발전위원회는 “변호사중개제도” 도입을 제안했는데 , 이는 공개된 정보에 따라 의뢰인이 전관 여부와 무관하게 적합한 변호사를 선택하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또한 공직퇴임변호사의 수임 자료 제출 의무도 강화되었다. 변호사법에 따라 퇴직 판·검사 등은 퇴직 후 2년간 자신이 수임한 사건의 목록과 수임액, 처리결과를 대한변협에 제출해야 하며, 이 자료는 법무부와 공직윤리기관이 열람할 수 있다  . 이러한 데이터 축적은 전관들의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이상 징후 시 조사 근거를 제공한다. 향후에는 이 수임 내역을 일정 부분 대중에 공개하거나, 최소한 국회 등에서 열람하여 견제하는 장치도 검토되고 있다. 변호사 광고 규제 완화 역시 투명성 제고 방안 중 하나인데, 현재까지 대한변협은 상업적 광고에 부정적이나, 합법적 범위 내에서 전관 변호사의 경력과 성과를 광고하게 하면 오히려 정보 공개가 이루어져 전관 프리미엄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

(5) 윤리의식과 인력 운용 측면의 방안: 보다 근본적으로는 공직자 윤리의식 강화와 인사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평생법관제” 도입 주장이 그 중 하나인데 , 이는 법관이 중도 퇴직하여 변호사 개업으로 가지 않고 정년까지 법원에 남아 근무하도록 유도하자는 것이다. 미국 연방판사처럼 종신직에 준하는 지위를 보장해주면 전관으로 나가 돈을 벌 유인이 사라질 것이라는 논리다 . 현실적으로 종신제는 어려워도, 고위 법관이 퇴임 후에도 일정 기간 공익직이나 임시 판사직으로 일할 수 있게 하여 민간 개업을 지양하게 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 한편으로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자체를 일정 기간 금지하자는 과감한 제안도 있다. 실제로 차성안 판사는 전직 대법관은 일정 기간 변호사 개업을 못하도록 대법원장 제청 때 서약 받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 이렇듯 고위직일수록 엄격히 개업을 제한하자는 논의는 전관예우의 상징적 폐해를 막기 위한 조치로 이해된다. 또한 검찰 권한의 분산(기소독점 완화) 등 구조적 개혁을 통해 전관이 로비할 수 있는 여지를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 궁극적으로 “전관예우 카르텔”로 불리는 특권 구조를 혁파하고 사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법조계 스스로 윤리의식을 높이고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데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 대한변협도 자체 징계기준 강화와 윤리위반 신고센터 설치 등을 추진하여 전관 특혜적 행위를 색출하는 데 힘쓰고 있다  .

以上의 대응책에도 불구하고, 전관예우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법과 제도가 정비되어도 사람들의 인식과 문화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와 달리 언론과 시민사회가 전관예우를 강하게 감시하고 있고, 법원·검찰 수뇌부도 공식 석상에서 “전관예우를 뿌리뽑겠다고 다짐하는 등 변화의 조짐은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

6. 결론: 전관예우 문제의 현주소와 과제


전관예우는 한국 사회의 오랜 특권적 관행이자, 법치주의 신뢰를 훼손하는 顚覆(전복)적 요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과거에는 관행으로 용인되던 일이었으나, 오늘날 국민의 시각에서 이는 용납하기 어려운 불공정으로 인식된다. 다행히 최근 입법부의 관련 법 정비와 사법부의 내부 개혁 노력이 결실을 맺으며, 전관예우의 제도적 틈새가 점차 메워지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 시행 이후 현직자의 전관 봐주기가 사실상 금지되었고 , 수임 제한 강화로 퇴직자들의 노골적인 “전관 행세”도 줄어드는 추세다.

그러나 제도는 마련되었어도 문화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여전히 법조계 내부에서는 전관예우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고, 전관 출신 변호사의 높은 몸값과 인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궁극적인 해결은 법조인의 윤리의식 제고와 투명한 사법 시스템 구축에 달려 있다. 사건 배당의 전산화, 판결문 공개 확대, 변호사 평가제도 도입 등을 통해 전관의 영향력이 개입할 여지를 최소화하는 한편, 국민들도 인지상정으로 전관을 찾는 행태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 전관예우 근절은 곧 법 앞의 평등과 사법 정의의 실현과 직결된 과제이다. 한국 사회가 이 과제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수행하느냐에 따라, 사법부에 대한 신뢰 회복과 정의 실현 수준이 결정될 것이다. 이제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전관예우의 실태를 정확히 인식하고 다각도의 대책을 지속 추진하는 것이, 투명하고 공정한 법치사회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참고 자료: 본 보고서는 관련 통계, 공공기관 발표자료, 언론 보도, 학술연구 등을 종합하여 작성되었다. 인용된 출처는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한국경제, 법률신문, 신동아, 뉴시스, 참여연대 보고서 등으로, 각주에 표기된 바와 같다. 이를 통해 전관예우 문제의 정의부터 현황, 사례, 대응책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의 논의를 입체적으로 조망하고자 하였다.

반응형